칼럼&피플

무려 22만명에게 물어보는 설문조사를 아시나요

김상식 국민권익위원회 기획조정실장

 
우리나라에는 조사 기간이 6개월, 응하는 인원이 무려 22만명에 달하는 설문조사가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매해 연말에 약 670여 개의 공공기관의 청렴도를 측정하기 위해 해당 공공기관을 이용한 민원인과 전문가, 업무관계자(기업인), 공직자, 주민 등 22만명이나 되는 사람들에게 설문을 실시하는 ‘청렴도 측정제도’이다.

공공기관을 이용한 후 금품 요구 등 부패를 경험했는지, 업무는 투명하고 공정하게 처리됐는지 등 국민이 부패와 관련한 설문조사에 응한 자료를 분석해 해당기관의 청렴수준을 객관적으로 진단하는 제도이다.

지난 6월 말 뉴욕 UN본부에서는 의미있는 시상식이 있었다. 2012년 UN 공공행정상 시상식에서 한국의 이 ‘청렴도 측정제도’가 ‘부패방지’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한 것이다. UN공공행정상은 UN 회원국들의 공공행정 발전을 위해 UN이 2003년부터 세계의 우수 공공정책과 제도를 분야별로 선정해 수여하는 상으로, 공공행정부문에서는 최고의 권위를 갖고 있다.

최근 세계적으로 시민참여와 부패예방을 중시하는 경향이 대두되면서, 이렇게 22만명이라는 엄청난 수의 국민이 직접 공공기관의 청렴도를 평가하고, 그 결과가 널리 알려짐으로써 공공기관이 자율적으로 청렴하고자 노력을 기울일 수 있도록 하는 한국의 시도에 UN 평가위원들이 주목한 결과다.

2002년 71개 기관을 대상으로 처음 실시된 이후, 현재 약 670개의 공공기관이 해마다 권익위의 ‘청렴도 측정’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청렴도 측정의 제도적 우수성이 세계적으로도 공인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권익위 청렴도 측정제도에 대해 2005년 OECD 공공부문 평가 보고서는 ‘부패방지를 위한 가장 새롭고 야심찬 평가전략’이라고 언급한 적도 있다.

청렴도 평가결과로 나타난 부패취약업무에 대해서는 공공기관이 자율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에 권익위가 조사를 시작한 2002년 이래 공공기관의 청렴도 점수는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반기문 UN 사무총장은 축하 메시지에서 “이번에 상 받은 전세계 기관들은 공공행정에서의 혁신적인 접근을 모색함으로써 우리 모두를 위한 더 나은 미래를 건설하고 있다”고 치하했다.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몽골, 부탄 등의 아태지역의 개도국에서도 기술 협력을 통해 우리의 청렴도 측정제도를 도입해 실시하거나 준비 중에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10여년간 청렴도 측정의 개발·시행을 통해 공공부문의 청렴제고 노력을 이끌어 온 것처럼 향후에도 보다 혁신적인 방법을 모색하여 공공행정의 발전과 부패방지에 기여하고자 한다.

측정 결과의 객관성을 더 높이기 위해 최근에는 설문조사뿐 아니라 기관의 실제 부패발생 현황도 점수에 반영하고 있으며, 측정대상업무도 민원업무에 국한하지 않고 고위 공직자들이 수행하는 정책업무도 평가될 수 있도록 평가자를 전문가, 업무관계자로까지 대폭 확대하고 있다.

아직도 잔존하는 공직 부조리를 개선하기 위해 연고관계에 따른 업무처리, 퇴직공직자의 불법로비, 부정한 청탁수수 등 최근 두드러진 공직부패 유형들을 새롭게 평가항목에 추가하여 국민들의 기대수준에 맞는 조사가 될 수 있도록 개선했다.

올해 유네스코 세계인물로 선정되기도 한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廉者 牧之本務 萬善之源 諸德之根 不廉以能牧者 未之有也(청렴은 공직자 본연의 의무이고, 모든 선의 원천이며 모든 덕의 근원이다. 청렴하지 않은 유능한 공직자란 있을 수 없다)”라고 했다.

‘청렴’은 우리 전통사회의 최고의 가치였고, 현재에도 우리사회의 지향점이며, 또한 전 세계적으로도 통용되는 보편적 가치이다. 앞으로도 국민권익위는 작금의 시대적 최고가치인 ‘청렴’을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보급 확산 시켜나가는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2012.08.13 김상식 국민권익위원회 기획조정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