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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 고용생태계 만들어 나가야 할 때

2018.08.17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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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오늘 날 한국 경제의 모든 병폐가 최저임금에서 비롯된 것처럼 제기되고 있어 당황스럽다. 2019년 최저임금인상률이 10.9%로 결정되면서 일자리 부족도, 소상공인의 경영고충도, 심지어 경제성장률 하향조정도 모두 최저임금때문인 것처럼 보도되고 있으며 급기야 최저임금이 과연 빈곤층에 도움이 될지 의문스럽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최저임금이 저소득층 국민들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 이견을 보일 사람은 많지 않다. 걱정거리는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으로 인해 영세한 소상공인의 경영난이 커지고 그로 인해 혹여 일자리가 줄어들면 어쩌나 하는 것이다.

물론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이때 추가되는 비용에 대해 사업주들은 생산성을 올려 비용을 상쇄하거나 여의치 않으면 가격을 올려 비용을 사회화 한다. 마지막 카드는 인원을 줄이는 것인데, 소규모 사업장은 이미 최소한의 인원으로 운영되고 있어 인원을 줄이는 일은 쉽지 않다. 따라서 사업주들은 최저임금 인상이란 외부효과에 대해 적극적인 내부 혁신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

그리 멀지 않은 과거 사례를 돌아보자.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3년 동안 매년 임금인상률이 15%~25%에 육박했다. 수십 년 간 억제되어 왔던 저임금 정책이 새로 조직된 노동조합에 의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그때 회사들이 망했는가? 대규모로 일자리가 줄었는가? 아니다. 당시의 임금충격은 지금의 최저임금보다 훨씬 더 컸지만 기업들은 높은 임금을 지불하는 대신 저임금에 기댄 경쟁전략을 버리고 과감한 일터 혁신을 선택하였고, 생산성 향상과 세계화전략을 통해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른 바 충격효과의 긍정적 결론이었다. 지금의 최저임금도 마찬가지이다.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이 영세한 소상공인에게 단기적인 비용부담을 가져올 수 있으나 오히려 직원들에게 부업이 아닌 주업으로써 생활할 수 있는 임금을 제공하는 대신 일과 회사에 대한 더 많은 책임을 요구할 수 있다. 

1987년 노동자대투쟁이 노동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기업의 혁신을 추동했다면 지금의 최저임금은 저임금 노동자에게 희망을 제공하고 우리 경제의 취약한 구조를 바꿀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할 수 있다.

첫째, 최저임금은 취약한 저임금 노동자의 희망이다. 2019년 최저임금 적용을 받는 노동자의 비율이 18~25%로 추정되고 있다. 그런데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노동자의 절대 다수는 노동조합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1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에 속한 노동자들이다. 이들의 임금이 올라가는 거의 유일한 길은 최저임금 인상이고 이들의 수가 무려 611만 3000명이다. 이것이 매년 저임금노동자들이 최저임금에 대해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이며 최저임금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근거이다.

둘째, 최저임금은 한국경제의 고질적인 병폐를 어떻게 개선하면 좋을지에 대한 논의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저임금노동자와 영세한 소상공인간의 ‘을(乙)들의 전쟁’ 관련 논쟁이 좋은 사례이다. 저임금노동자에게 적정한 최저임금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상공인의 경영상 어려움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소상공인의 부담이 실은 최저임금 인상만이 아니다. 불공정한 원·하청 거래로 인한 고충 또한 적지 않다. 그동안 낮은 낮은 인건비로 가맹점 본사(혹은 원청)의 높은 로얄티, 원자재 및 공급가격을 맞춰 줄 수 있었지만 최저임금이 현실화되면 앞으로는 그럴 수가 없기 때문에 불공정 거래에 대한 전면적인 재분배정책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한국 경제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려면 노동시장이 정상적인 고용생태계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시급한 것이 과다한 자영업 밀집구조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는 일이다.

2017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자영업자의 비율은 25.4%이고 OECD국가 중 우리나라보다 자영업자의 비율은 높은 나라는 만성적인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34.1%)와 터키(32.7%), 그리고 비공식노동의 비율이 높은 남미의 멕시코(31.5%)와 칠레(27.4%)뿐이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10% 내·외이다. 선진국일수록 경제활동참여인구 및 임금노동자의 비율이 많고 그 결과 투명한 조세정책이 가능하고 복지정책 뒤 따르는 선순환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중·장기적으로 자영업의 비율을 낮추고 영세한 자영업자들을 다시 일자리에 복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의 비율이 줄어든다고 걱정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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