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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고갯길에서 되새기는 후쿠시마의 교훈

박진도 지역재단 이사장·충남대 명예교수

2017.07.21 박진도 지역재단 이사장·충남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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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도 지역재단 이사장·충남대 명예교수
박진도 지역재단 이사장·충남대 명예교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고리 1호기 영구 정지 선포식’에서 “원전 중심의 발전정책을 폐기하고 탈핵시대로 가겠다”고 선언했다. 정부는 현재 준비하고 있는 신규 원전 계획을 백지화하는 한편, 원전의 설계 수명도 연장하지 않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현재 수명 연장해 가동 중인 월성 1호기는 가급적 빨리 폐쇄하고, 건설 중인 신고리 5·6기는 안전성과 함께 공정률과 투입비용, 보상비용, 전력 설비 예비율 등을 종합 고려해 빠른 시일 내에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이러한 언급은 탈원전 선언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사회적으로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원전에 대해 반대 입장을 취해온 환경단체 등은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이지만 보수언론과 야당은 마치 나라라도 망할 듯이 맹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반대론자들의 논거는 크게 네 가지다. 우선 원전이 가장 경제적 효율성이 높다. 둘째, 탈원전은 원전기술을 수포로 만들고 원전 종사자의 생계와 지역경제를 위협한다. 셋째, 신재생 에너지는 원전의 대체재가 될 수 없다. 넷째, 탈원전으로 전기료가 인상되어 산업과 가계에 타격을 준다는 것이다.

원전이 가장 경제적이란 주장은 원전의 발전원가가 가장 싸다는 것에 근거한다. 발전원가의 측면에서 원전이 가장 싸다는 것에는 이론이 없으나, 여기에는 원전의 사회적 비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즉 발전원가에는 전기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건설비와 운영비, 유지비 등 직접비용(사적 비용)만 고려할 뿐 전기 생산에 따른 외부비용(사회적 비용)은 포함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원전의 경우 발전원가에 포함되지 않는 원전 폐기물 처리 비용, 수명이 다한 원전 폐로 해체 및 환경복구 비용, 무엇보다도 사고발생시 배상비용 및 오염 제거 비용 등을 고려하면 원전이 결코 경제적으로 효율적이라 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원전의 발전단가는 계산이 용이하지만, 사회적 비용은 상황에 따라 매우 상이하기 때문에 정확하게 추계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따라서 원전의 경제적 효율성은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려우나, 분명한 것은 현 세대가 원전으로 값싼 전기를 사용하는 대가를 다음 세대가 지불해야 한다는 점에서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

원전 중단이 원전 종사자의 생계와 지역경제를 위협한다는 논거도 검토가 필요하다. 원전이 일제히 중단되면 현재 원전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생계가 위협받을 것은 틀림없다. 그렇지만 원전은 일시에 중단되는 것이 아니라, ‘탈원전의 로드맵’에 따라 장기적으로 질서 있게 추진될 것이란 점에서 원전 종사자의 생계 위협을 과대포장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원전 종사자들이 생계를 위해 생명을 담보로 위험한 작업을 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한 탈원전과 에너지 공급구조의 전환에 따른 새로운 일자리 창출 효과도 소홀히 평가해서는 안 된다.

지역경제에 대한 타격을 줄 것이라는 주장이야 말로 가장 위험한 논리이다. 원전이 건설되는 지역은 일반적으로 지역경제가 낙후되고 가난한 지역이다. 이들 지역의 주민은 원전의 위험성은 잘 알고 있지만, 다른 대안이 없기에 원전이 건설되면 지역이 발전하고 가난을 벗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 말하자면 지역민의 가난을 볼모로 원전이 건설되는 것이다.

이렇게 생산된 전기는 수도권과 대도시에서 대량으로 소비된다. 그리고 원전에서 폐기한 핵연료도 가난한 지역에서 처분된다. 방사능은 점차 멀리 그리고 가난한 지역으로 이전된다. 높은 수준의 방사성 폐기물일수록 더 가난한 지역으로 이전된다. 원전 전문가인 후쿠시마 대학의 시미즈 교수는 이를 원전 환경위험의 ‘다단계 이전’이라고 한다.

기대와 달리 원전이 지역경제에 미친 효과는 크지 않다. 원전 투자는 거액이기 때문에 지역경제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고, 일시적으로 지역경제의 붐을 일으킨다. 그렇지만, 지역경제의 활황과 지방재정수입의 증대는 일시적인 것으로 붐이 끝나면, 지방경제는 활력을 잃고, 지방재정수입은 곧 축소(재산세의 반감)될 수밖에 없다.

반면에 한번 팽창한 지방경비(예, 인건비 등)는 간단히 축소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에는 지방재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뿐만 아니라, 원전은 지역경제의 기초산업인 농업과 수산업에는 결정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신재생에너지가 원전의 대체재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엇갈린다. 기술적으로 좀 더 검토가 필요한 영역이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원전의 발전비율이 30%를 넘고, 재생에너지의 비율이 2% 내외인 현실을 고려할 때, 재생에너지가 단기간에 원전을 대체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LNG 사용을 대폭 확대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 점에서 탈원전을 위해서는 매우 정교한 로드맵이 필요하다. 탈원전을 위해서 중요한 점은 우선 신규로 원전을 건설하지 않는 것이고, 다음으로 원전이 있는 지역은 ‘원전으로부터의 철수’를 준비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수명이 다한 고리 1호의 영구 정지를 결정하고, 월성 1호기의 조속한 폐쇄를 결정한 것은 올바른 결정이다.

고리 5·6기의 건설 중지에 대해서는 이미 2조5천억 원의 돈이 들어가서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는 탈원전의 관점에서는 매몰비용에 불과하다. 즉 금광이 나올 줄 알고, 땅을 파느라 많은 돈이 들어갔는데, 금광이 나올 가능성이 없으면 이미 들어간 돈은 매몰비용으로 포기하고 금광개발을 중단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인 판단인 것과 같은 이치다.

마지막으로 탈원전이 전기요금 폭탄을 가져올 것이라는 가짜뉴스가 횡횡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오히려 전기요금이 낮아질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나는 이에 대해 언급할 전문적 지식이 없지만, 설사 탈원전으로 전기요금이 일정 부분 인상된다 하더라도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탈원전과 관계없이 평소 우리나라 사람들이 전기를 물 쓰듯 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이고 이를 막기 위해서는 전기요금이 인상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는 지나치게 에너지 다소비형인데, 이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지나치게 싸기 때문이다.

이를 에너지 절약형으로 전환하는 것이 우리 산업의 당면과제이다. 일본이 1차 오일쇼크를 계기로 에너지 절약형 기술을 발전시켜 국제경쟁력을 향상시킨 것은 좋은 사례이다. 문을 열고 냉방을 하며 장사하는 가게, 한 여름에 긴 팔을 입고 근무하는 직장, 한 겨울에 반팔을 입고 지내는 아파트 등 모두 비정상적이다. 전기요금을 올려 수요를 관리해야 한다. 물론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경제적 약자에 대한 대책은 별도로 마련하여야 한다.

지금까지 논의는 주로 경제적 관점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경제적인 관점에서도 탈원전이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주장이다. 경제학자인 나도 원전에 대한 생각이 대체로 이런 수준에 머물렀다. 적어도 후쿠시마 원전사고 지역을 방문하기 전까지는.

동일본 대지진 발생 6주년인 지난 3월 11일 일본 이와테(岩手)현 나미에에서 경찰이 실종자 유해 등의 수색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EPA/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동일본 대지진 발생 6주년인 지난 3월 11일 일본 이와테(岩手)현 나미에에서 경찰이 실종자 유해 등의 수색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EPA/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나는 후쿠시마 원전 폭발이 있은 지 2년 반 후인 2013년 8월 후쿠시마를 방문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나에게 절대로 안전한 것은 없다는 것 그리고 원전 사고는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뿌리 뽑는 다는 사실을 확인시켰다. 

후쿠시마 원전의 폭발을 가져온 일본 동북지방의 대규모 지진과 해일은 일본사람들도 지금까지 전혀 경험하지 못한 것이었다. 지금까지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되었다.

일본은 지진 다발지역이기 때문에 도쿄전력에서 오랜 조사를 통해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한 곳에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였고, 사고 지역 인근에 새로운 원전을 건설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이미 중규모이기는 하지만 지진이 다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이상 지진 안전지역이 아니다. 문제는 지진이나 해일이 그 자체가 아니다. 일본 동북지방의 지진과 해일로 인해 가장 커다란 피해를 입은 지역은 후쿠시마가 아니라 센다이 지역이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이 있은 지 2년 반 후 후쿠시마 인근 오타카 정의 멀쩡한 그러나 아무도 살지 않는 거리 모습.
후쿠시마 원전 폭발이 있은 지 2년 반 후 후쿠시마 인근 오타카 정의 멀쩡한 그러나 아무도 살지 않는 거리 모습.

그런데 센다이는 내가 방문하였을 때 이미 상당히 복구가 되었고 정상을 찾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원전 폭발이 있었던 후타바정(雙葉町)과 오오쿠마정(大熊町)은 말할 나위 없고, 해일 피해를 입지 않은 인근 지역조차도 사람들이 돌아올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지역이 언제 정상을 회복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오염된 토양과 물이 원래대로 복원되는 데는 수백 년이 걸릴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원전의 위험은 비단 자연재해뿐만이 아니다. 한반도는 늘 전쟁의 위협 하에 놓여있다. 만약 전쟁이 발발하고 원전이 목표물이 된다면, 그 결과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원전에 대한 찬반 논쟁이 경제적 효율성 관점에서 이루어져서 안 된다. 원전이 아무리 경제적이고 그것에 기초해서 문명이 발달한다 해도, 결국 그것은 우리의 삶의 토대 자체를 부정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속된 말로 우리의 모든 노력이 한 방에 훅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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