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5일 제18대 대통령 취임식과 함께 새 정부가 출범했다.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를 국정비전으로 내세운 새 정부에 국민들은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공감코리아는 박근혜 정부에 바라는 각계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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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안전 문제는 국정과제 중 네 번째에 해당되는 것이다. 인수위는 새 정부가 4대악 등의 범죄와 각종 재해·재난으로부터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효과적으로 보호하여,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 발표했다.
역대 정부 중 국민의 안전 문제가 출범 초기부터 국정과제로서 다루어졌던 적은 없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지난 해 여름 유달리 연달아 발생하였던 흉악범죄들이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2012년, 우리나라 치안시스템 많은 문제들 드러난 한해
112에 구조를 요청한 피해자의 절박한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위치추적 조차 하기 힘들었던 경찰, 경찰이 수거한 DNA 정보를 검찰이 관리하는 DB에서 즉시 검색할 수 없었던 꽉 막힌 행정, 전자발찌를 찬 사람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지 않아 범인을 검거하고서야 발목에 전자장치를 부착했음을 발견한 부처 간 소통 부재, 전자발찌를 찬 채 성범죄를 저질러도 손쓸 도리가 없는 무력한 법무행정.
과거에도 살인을 저질렀던 범죄자가 출소하여 이전 사건의 증인을 찾아가 생명을 위협함에도 피해자의 신변을 보호할 수 없는 무력한 경찰, 열 번도 넘는 전과력에도 상습성을 인정하지 않아 형량을 잘못 구형한 검찰과 그것을 알고도 그대로 선고한 법원, 교도소를 들락거렸음에도 죄질 개선 없이 선량한 시민을 향해 또다시 칼부림이나 하게 만드는 무력한 행형제도.
이 모든 난맥상을 온 국민은 애를 태우며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2012년은 유달리 우리나라 치안시스템에 수많은 구멍이 있음을 깨닫게 해주었던 한 해였다.
문제점이 지적될 때마다 인력부족 예산부족을 이유라고 설명하는 실무자들의 변명은 이제 식상하다. 각 부처가 서로 협력하지 않고 경쟁에만 몰두하던 와중에 국민의 아까운 목숨은 희생되었다. 아동성폭력 사건의 피해 아동의 보호자가, 그리고 전자발찌를 찬 성범죄자에게 아내를 잃은 가장이 그래서 결국,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을 보는 국민들 입장에서는 매달 내는 세금을 도대체 누구를 위하여 사용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흉악범죄 피해자 가족들 국가 상대로 소송 제기하기에 이르러
갑자기 교환교수 시절 한 교수와 벌였던 논쟁이 떠오른다. 당시 필자는 미국의 모 지역 형사정책학부에 파견을 가 있던 중이었는데, 체류 중인 지역은 유독 사형을 많이 집행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처음에는 호기심 때문에 사형제도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였는데, 우연히도 사형만을 집행하는 교도소의 홈페이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홈페이지에서는 놀랍게도 매달 해당 교도소의 사형집행 상황에 대해 소상하게 설명을 하고 있었다. 심지어는 그 달에 집행하게 되는 사형집행의 대상자에 대한 정보도 상세히 공개하였는데, 이름은 물론 얼굴사진, 그 사람이 과거에 저질렀던 모든 범죄, 그리고 사형이 선고된 사건의 구체적 내용이 속속들이 설명되어 있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범죄자에 대한 개인정보가 전혀 제공되지 않던 우리나라에 비하여 그 곳의 정보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상세했다. 결국 좀 지나치다는 생각에 그 곳 교수에게 정보 공개의 이유가 대체 무엇이냐는 질의를 하였고, 지나치게 범죄자의 인권을 고려치 않는 조치가 아니냐는 지적도 하였다.
필자의 이 질문에 대하여 해당 교수는 매우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한 그의 답변은 딱 한마디였는데, 바로 ‘accountability' 때문이라고 했다. 즉, 납세자들에 대하여 정부는 그들이 낸 세금이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그리고 세금 사용의 용도는 주민들의 안전한 삶을 위하여 정당하게 쓰이고 있는지를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의 설명을 듣는 순간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정부, 주민들의 안전한 삶 위해 세금 쓰이는지 설명해야 할 의무있어
필자의 경우에는 당시까지 단 한 번도 국민이 안전한 삶을 요구해야 하는 권리의 주체이고, 정부는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채무자라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만일 우리가 낸 세금이 우리의 안전에 반하는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다면 언제라도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는 점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지내왔던 것이다. 사법제도는 우리 사회의 법과 질서를 지키는 주체이고 국민은 규율의 대상이 된다고만 생각을 했던 것이다.
의회 및 관련부처는 법률 개정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해부터 지적된 여러 가지 안전망의 허점을 고치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계속 반복되는 문제의 핵심에는 국민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는 일방적 관료행정이 중심에 서 있다.
백성들이 주인이라기보다는 통치의 대상이 된다고 여기는 권위주의가 불통의 행정을 만들었고 그 결과 부처 간에도 협조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국민들을 위한 치안 및 법무행정을 권한의 문제, 정치의 문제로만 여기기에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우선적으로 협조해야 하는지 둔감하게 된 것이다.
밤낮없이 아이 머리맡 지키는 어머니의 꼼꼼한 보살핌 기대
새 대통령은 국민을 섬기는 정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섬김의 정치에 한 가지 더 주문을 해보자면 모성을 발휘한 돌봄 정치를 해주십사 하는 것이다. 어머니가 어린 자식을 돌보듯이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요구하고 보채기 전에 미리 보살피려는 노력을 주문하고 싶다.
평범한 소시민의 일상생활이 좀 더 편안하고 안전할 수 있도록, 그리고 자기 권리를 주장하는 데에 익숙하지 않은 평범한 자들이 불편을 알아채기 전에 미리 곳곳을 살펴주길 기대해본다. 밤낮없이 아이의 머리맡을 지키는 어머니의 꼼꼼한 보살핌을 최초의 여성대통령에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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