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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관세화 이후 정책이 중요하다

쌀농업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농업인들의 불안 해소

이태호 서울대 교수(농경제학)

2014.07.24 이태호 서울대 교수(농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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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호 서울대 교수(농경제학)
이태호 서울대 교수
정부가 드디어 쌀 수입을 관세화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우리 쌀농업을 침식해 왔던 의무(MMA)수입량 증가를 막을 수 있게 돼 다행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많은 농업인이 정부의 방침에 동의해 관세화 유예라는 굴레를 벗어버리는 데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농업인들의 결단에 찬사를 보낸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다. 쌀 관세율 결정, 쌀 수입 관세화 이후의 쌀농업 정책 수립 등 우리 농업을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기다리고 있다.

먼저 쌀 관세율 결정 문제부터 살펴보자.

쌀 관세율 결정은 우리 정부가 적정한 관세율을 정해 관세화로 전환하기 3개월 전에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하면 이해 당사국들의 검증을 거쳐 WTO가 인정하는 절차로 이뤄진다.

관세율을 어떻게 정해야 할 것인가. 우리보다 먼저 관세화를 단행한 나라들의 선례와 WTO 규정을 신중히 고려해 쌀 수입을 막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높은 관세율을 책정하되 무리하게 높은 관세율을 책정해 이해 당사국들이 트집 잡을 수 있는 빌미를 주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관세율 검증은 검증이라기보다 관세율을 놓고 밀고 당기는,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 길고 지루한 협상에 가까운 것이므로 정부와 농업인들이 참을성을 가지고 서로 신뢰하면서 협력해야만 WTO에 통보한 관세율을 관철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관세화 이후의 쌀농업 정책을 생각해 보자.

우리 쌀농사의 근간은 평균 6㏊ 정도를 경작하는 약 7만 호의 전업농이다. 전체 쌀 재배면적(약 85만㏊)의 반을 이들이 맡고 있는 셈이다.

1인당 소득 2만달러 시대에 3인 가구 쌀 전업농이 쌀농사로만 가계소득 6만 달러(약 6000만 원)를 올리려면, 쌀농사 1㏊당 평균 소득이 약 500만 원이니, 지금의 2배인 12㏊까지 규모를 확장해야 한다.

그러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이들의 규모 확대를 망설이게 한다. 영세농에 대한 소득 대책도 물론 있어야겠지만 쌀정책에 있어서는 쌀농가에 미래의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가장 절실한 것은 소득불안 해소다. 현재 쌀직불제로 대부분의 소득 불안 문제가 해결됐다고 할 수 있으나 쌀농가는 보다 정교한 소득 안정 제도가 도입되기를 바란다.

다음으로, 쌀 농가가 불안하게 생각하는 것은 수입쌀과 국산쌀이 혼합돼 부정 유통되는 사태다. 농업인들이 힘들여 생산한 쌀이 유통 단계에서 수입쌀로 오인돼 정당한 가격을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쌀 유통의 단속을 철저히 할 수 있는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불안하게 생각되는 것은 쌀 생산보다 더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 쌀 수요다. 기왕에 수입되고 있는 41만t에 이르는 의무수입 쌀을 안정적으로 소모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쌀가공 기업과 외식업체의 원산지 표시, 쌀을 이용하는 우리 전통식단에 대한 홍보와 교육 등을 통해 국산 쌀의 소비를 권장해야 한다.

무역 문제 해결에 있어서 대외정책만큼 중요한 것이 대내정책이다.

쌀관세화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대외적으로 적정한 관세율을 책정해 관세화를 선언하는 일 못지않게 대내적인 사후정책에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쌀관세화 이후의 쌀농업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농업인들의 불안을 해소하는 일이다.

농업인들의 불안 해소를 위해서는 여러 가지 정책을 마련하는 일도 필요하지만, 먼저 농업인들과 정부 사이에 굳건한 신뢰 관계가 확립돼야 한다.

이번에 많은 농업인이 정치적인 주도권 싸움을 초월해 정부 방침에 동의해 줌으로써 신뢰 관계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내친 김에 쌀농업의 다른 불안 요인들도 함께 협력해 몰아내 주었으면 한다.

※ 이 글은 7월 23일자 문화일보에 게재된 기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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