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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바뀌는 경찰 제복에 거는 기대

[경찰 창설 70주년 경찰복제 개선 ②] 경찰제복, 심리학으로 말하다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2015.11.30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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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하면 떠오르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경찰차, 수갑, 권총 등 다양한 생각이 들겠지만 경찰제복을 빼놓을 수 없다. 경찰 창설 70주년을 맞아 경찰을 대표 상징하는 제복 개선안이 발표되고 내년 6월부터 착용에 들어간다. 경찰제복이 미래지향적인 시대흐름에 맞게 어떻게 개선됐으며 시민들에게 어떠한 상징성을 주는 지 알아봤다. (편집자 주)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경찰청은 경찰 창설 70주년을 맞이해 내년 6월부터 착용할 경찰제복 개선안을 발표했다. 이러한 개선은 10년만의 일이라고 한다. 경찰제복은 경찰의 정체성과 관련돼 있다. 즉 경찰제복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정당하게 행사되는 국가의 공권력을 의미한다. 이런 측면에서 경찰제복의 변경은 경찰의 이미지 개선의 효과도 가지고 있다.

의복이 가지는 의미는 크다. 자신의 매력을 드러나게 해주기도 하고 신체적 단점을 감춰주기도 한다. 또 의복으로 인해 집단 정체감도 형성하게 할 수 있다. 제복을 착용함으로써 그 제복이 상징하는 권력이 주어지기도 하고 제복으로 인한 고정관념이나 편견이 그 사람을 평가하는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무엇을 입느냐에 따라 스스로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기도 한다. 실제로, 2002년 독일에서 이뤄진 한 실험에서는 참여자들을 두 집단으로 나눠 한 집단에게는 정장을 입고 오라고 했고, 다른 집단에게는 평상복을 입고 오라고 했다. 참여자들이 실험실에 도착했을 때 실험자는 참여자들에게 여러 형용사를 보여주며 이것을 사용해서 자신을 설명하라고 했다. 이들에게 주어진 형용사는 정장과 관련된 단어(정확한· 철두철미한· 교양 있는)와, 캐주얼한 옷과 관련된 단어(느긋한· 태평한· 관대한)가 있었다.

그 결과 정장을 입은 참여자들은 캐주얼한 옷과 관련된 단어보다 자신이 입은 옷과 일관된 단어를 더 많이 사용해 자신을 설명했다. 반면 캐주얼한 옷을 입은 참여자들은 자신이 입은 옷과 관련 있는 단어를 사용해 자신을 묘사했다.

즉 사람들은 자기가 입은 의상과 일관되게 자기 자신을 묘사하는 경향을 보인다. 사람들은 어떤 옷을 입는가에 따라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자기 인식과 평가에 영향을 받는 것이다.
같은 사람이라도 무얼 입느냐에 따라 스스로에 대한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단합이 필요하고 서로 간 충성과 복종이 필요한 조직 일수록 나름대로의 제복을 입히게 된다. 그로 인해 그 조직의 집단성을 개개인이 내면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사람이라도 제복을 입을 때와 아닐 때 행동이 달라질 수도 있다. 

1969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도시인 멘로 파크(Menlo Park)의 경찰들은 주민들과의 관계를 개선하고자 자신들이 원래 입던 제복을 다른 것으로 교체했다. 새로운 제복을 도입하고 18개월 후 평가를 해보니 멘로 파크 경찰들은 다른 주변 도시의 경찰들 보다 독재적인 특징을 덜 보였다. 또한 제복 변경 이후 경찰에게 가해지는 폭행이 30%나 줄었으며 경찰이 시민에게 부상을 입힌 건수도 50%나 줄었다.

이 결과가 전적으로 제복 교체 때문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제복 교체가 큰 작용을 했다는 평가였다. 딱딱하고 권위적인 제복을 입게 될 때 더 공격적이고 더 지시적으로 업무 수행을  할 수 있다.

경찰 제복은 경찰의 권위와 태도에 대한 고정 관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일리노이 대학교에서 이루어진 한 연구에서 경찰 제복을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를 알아봤다. 실험에서는 참여자에게 25개 직업에 따른 각각의 제복을 보여주고 이때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그리고 강도가 어떤지를 체크했다.

그 결과, 참여자들은 여러 직업의 제복 중에서도 경찰제복을 보았을 때 가장 안정감을 느낀다고 평가했다. 경찰복은 그 자체로서 사람들로 하여금 위험에 대한 안전과 평안을 느끼도록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때 제복의 색깔 또한 중요하다. 빨간색은 흥분과 자극을 일으키는 반면 파란색은 권력, 존엄성 그리고 안전함과 편안함을 가져다준다. 이러한 결과는 유럽, 동양, 아프리카를 포함한 여러 문화에서 일관적으로 나타난다.

신시내티 대학교 연구팀은 경찰관 제복의 색깔에 따라 시민들이 생각하는 경찰의 인상이 달라지는지 알아봤다. 실험자는 참여자들에게 경찰 제복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다음 4가지의 제복 색깔을 보여줬다. 각각 파란색 셔츠에 남색 바지, 하얀색 티셔츠와 검정색 바지, 검정색 셔츠와 바지, 카키색 셔츠와 바지를 입은 경찰관의 사진들이었다.

그 결과, 시민들은 파란색 셔츠와 남색 바지의 제복을 입은 경찰관을 가장 호의적으로 평가했다. 하얀색 셔츠와 검정색 바지를 입은 경찰관은 두 번째로 높은 평가를 받았고, 검정색 제복이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

또한 참여자들은 파란색 티셔츠에 남색 바지 제복을 입은 경찰관이 가장 착하고 따뜻하고 친근하며 정직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반면, 참여자들은 검정색 제복을 입은 경찰관을 가장 차갑고 강제적이며 친근하지 않고 공격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외국의 연구결과이긴 하지만 제복의 색깔에 따라 시민들은 각기 다른 인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 사회를 지켜주는 경찰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이번에 바뀌게 되는 경찰복은 그 옷을 입는 경찰관 본인과 그것을 보는 시민 모두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다. 새 제복이 경찰 개개인 스스로에 대한 인식 뿐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마음 또한 안전감와 평안함을 가져다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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