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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이란 방문, 중동에 경제협력·한류 새 거점 기대

서정민 한국외대 중동아프리카학과 교수

2016.04.29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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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 한국외대 중동아프리카학과 교수
서정민 한국외대 중동아프리카학과 교수
“이란, 2016년 8대 강대국 클럽에 가입하다”. 미국의 격월간 외교 및 국제문제 전문지 ‘디 아메리칸 인터레스트’가 지난 1월 말 내놓은 온라인 분석 기사 제목이다. 기사를 작성한 선임에디터 월터 미드는 “이란은 정치적으로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과 동맹관계를 구축했으며, 제재 해제 이후 경제 재건에 나서며 중동 경제를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전망을 반영하듯 경제 강국들이 이란과의 경제 협력을 위해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중동의 최대 시장인 이란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유럽 주요국은 에너지, 항공, 인프라, 제조업 등에서 이란과의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제재 해제 직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이란을 즉각 방문했다. 시 주석은 이란과의 다각적인 전략적 동반관계 구축을 천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은 한국과의 관계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이란은 그동안 세 가지 제재 아래 있었다.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시작된 미국의 제재, 2006년부터 4차례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따른 제재, 그리고 2011년부터 시작된 유럽 등 서방 각국과 한국, 일본, 호주 등의 이란 정부에 대한 독자적 제재다. 이어 2012년부터는 석유 금수조치까지 더해졌다.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이란과 같은 경제 제재를 받지 않았다. 37년간의 제재로 이란의 경제와 국력은 쇠락했다.

기지개 켜는 중동의 거인
세계 에너지 판도, 물류 흐름 영향

그런데 이란이 이제 제재를 벗어나고 있다. 지난해 핵 포기를 선언함으로써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가 해제된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변 아랍 국가는 긴장하고 있다. 이란이 가진 잠재력 때문이다. 경제 제재가 해제되면 이란이 중동의 패권국가로 부상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이란은 석유 매장량이 세계 4위이며 천연가스 매장량은 2위를 자랑한다. 이 밖에도 구리, 철광석, 아연 등 부존자원이 풍부한 나라다. 수자원은 다른 중동 국가에 비해 풍부하고 식량 자급자족이 가능하다.

인구도 8000만 명 이상으로 거대한 시장이다. 또한 터키와 이스라엘에 이어 중동의 세 번째 군사 대국이다. 정규군 40만 명, 공화국수비대 12만 명에 100만 명 이상의 예비군을 갖추고 있다. 전투기와 잠수함을 조립해 배치하고 있으며 중·장거리 미사일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이란의 잠재력, 특히 중동의 패권국가가 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요인은 지정학적 위치다. 이란은 유럽과 아시아 대륙의 정중앙에 위치해 있다. 1000여 년 지속된 실크로드는 이란을 축으로 좌우로 형성되어 있다. 이란이 고대, 중세 문명의 중심지가 된 것도 동서양의 문명과 문물이 교차하던 곳이기 때문이다. 중동의 대표적 문학작품인 <아라비안나이트> 또한 이란을 통해 바그다드로 전해졌다.

이란은 현재 7개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투르크메니스탄,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이라크, 터키, 아르메니아 그리고 아제르바이잔이다. 육로를 통해 중동과 중앙아시아 주요 국가들과 연결된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해상 국경이다. 페르시아만(걸프만)을 사이에 두고 중동의 주요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오만, 바레인과 접하고 있으며 북부의 카스피해로는 러시아와 연결된다.

여기에 해상에서 육로로 이어지는 관문이라는 점에서 이란의 향후 중개무역 역할이 크게 기대된다. 이 때문에 이미 인도 등 주변 국가들은 이란 남부의 차바하르 항구 개발에 적극적이다. 폭이 좁아 병목현상을 보이고 있는 호르무즈해협에 위치한 이란 최대 반다르압바스 항구를 대체하는 새로운 무역 거점을 구상 중이다. 인도양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차바하르 항구를 개발해 철도를 통해 이란은 물론 카스피해 인근의 중앙아시아로 연결되는 새로운 수송로를 추진하고 있다. 이란의 국제사회 복귀는 이제 세계 에너지 판도는 물론 물류 흐름을 바꾸고 있다.

국제사회의 제재가 풀리면서 이란은 중동 경제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수도 테헤란의 도심 모습.(사진=동아DB)
국제사회의 제재가 풀리면서 이란은 중동 경제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수도 테헤란의 도심 모습.(사진=동아DB)

다각적인 잠재력과 역량 갖춘 나라
산업뿐 아니라 향후 한류의 거점 기대

이란은 다른 중동 국가와는 차원이 다른 다각적인 잠재력과 역량을 가지고 있다. 과거 아랍 국가와의 경제 협력이 에너지, 건설·플랜트, 무역에 집중됐다면 이란과의 향후 경제 협력은 다양한 분야를 아우른다.

먼저 이란은 중동 국가들 가운데 역사적으로 제조업 기반이 가장 탄탄한 나라다. 이슬람을 창시한 예언자 무함마드가 7세기에 “페르시아인들은 우주에서도 지식을 배워온다”고 말했을 정도다. 그의 말은 현재 이란의 5만 리얄짜리 화폐 뒷면에 새겨져 있다. 주변의 중동 국가들과 달리 수십 년 전부터 자동차 조립 등 다양한 제조업이 발달해왔다. 8000만 인구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향후 제조업 육성에 투자하고 국제적 협력을 추구할 것이다. 우리의 기술과 발전 경험이 이란에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이란은 또 농업과 수자원 개발 등에서도 우리와 협력을 원하고 있다. 북부의 고산지역에는 수자원이 풍부해 농업이 크게 발달했다. 중동에서 댐을 이용해 수력발전을 하고 있는 몇 안 되는 국가이며 유일하게 식량 자급이 가능한 나라다. 이란은 주변 중동 국가로 과일과 농산물을 수출하고 있다. 중동 식량 안보의 거점이 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 우리의 수자원 개발 노하우와 농업 기술을 결합할 수 있는 조건을 가진 국가다.

산업뿐만이 아니다. 향후 한류의 거점 국가가 되기에도 충분하다. ‘대장금’, ‘주몽’ 등 한국 드라마의 시청률이 중동 국가 중에서 가장 높았다.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권위주의가 사회 전반에 아직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외국 문화 수용에 개방적이다. 이란은 수천 년 동안 동서양 문화와 지식이 거쳐가는 통로였다. 신라 공주 프라랑과 사랑에 빠져 결혼한 페르시아 왕자의 이야기가 고대 서사시로 구전돼온 문명이다. 9세기 중엽 신라의 생활상을 역사책에 기록한 이븐 쿠르다지바도 페르시아인이었다. 14세기 초 ‘고려’를 중동 역사책에 가장 먼저 언급해 세계에 코리아를 알린 학자 라시드 파들랄라도 페르시아 역사가였다. 현재 수도에는 중동 국가 중 유일하게 ‘서울로(路)’라는 도로가 존재한다. 우리와의 문화적 교류와 상호 이해를 위한 역사적, 정서적 바탕이 이미 마련된 곳이다.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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