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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시대 ‘미국 우선주의’와 한미관계

이상현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

2017.01.23 이상현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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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
이상현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
미국의 제45대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시대가 드디어 개막했다. 취임식 연설에서 트럼프는 다시 한번 ‘위대한 미국’의 재건을 부르짖으며 미국인들의 단합을 촉구했다. 국내 유권자들을 향한 트럼프 취임의 일성은 ‘통합’이라 쓰고 ‘미국 우선(America First)’이라 읽는 트럼프식 애국주의를 분명하게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은 새로운 시대의 장을 열게 됐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진영은 아직 의회 인준과정을 거쳐야 하는 미완의 단계다. 더구나 트럼프 캠프의 외교안보 전문가들에 관해서는 거의 알려진 게 없기 때문에 미국의 차기 행정부를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선은 불안과 불확실성에 사로잡혀 있다.

예상대로 트럼프 대통령 취임사에서 두드러진 강조점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미국 우선주의이고, 다른 하나는 포퓰리즘이다. 트럼프는 미국이 과거를 털어버리고 오늘 이 순간부터 미국을 통치하는 새로운 비전이 선포되는데, 그것이 바로 미국 우선주의라는 것이다.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의 간단한 두 가지 원칙은 ‘미국 물건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는 것(Buy American and hire American)’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미국의 이익을 앞세운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무역전쟁의 전조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무역과, 군사, 외교에서 드러날 미국 우선주의의 색채는 국제질서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또한 트럼프는 워싱턴 아웃사이더답게 기성정치권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내면서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포퓰리즘 정치를 표방했다. 트럼프는 연설에서 미국 정치인들이 배불리는 동안 국민들은 피폐했고, 일자리는 줄었고 공장들이 문을 닫았다고 했다.

앞으로 말만 많고 행동은 안 하는 정치인들은 더 이상 발을 못 붙일 것이라고도 했다. 이는 민주당뿐만 아니라 공화당 기성정치권에 대해서도 적나라한 불신을 여과없이 드러낸 것이다. 공직 경력이 전무한 아웃사이더 대통령으로서 워싱턴 중심의 정치 관행에서 벗어나 국민과 직접 호흡하겠다는 트럼프표 포퓰리즘을 선언한 것이다.

백악관은 트럼프 취임에 맞추어 홈페이지에 ▲미국 우선 에너지 계획 ▲미국 우선 외교정책 ▲일자리 창출과 성장 ▲미군의 재건 ▲법질서의 회복 ▲모든 미국인을 위한 무역협정 등, 트럼프 정권이 주력할 6대 분야의 우선과제를 선정해 대략적인 구상을 밝혔다.

외교와 관련해서는 미국의 이익과 미국의 국가안보에 초점을 맞춘 외교정책을 추진한다며 미국 우선주의 외교를 분명히 했다. 이러한 기조에 따라 국제정세는 물론 한반도도 새로운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됐다. 한미동맹이 여전히 강건하고 신뢰할 수 있는 동맹인 것은 분명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제기하는 이슈들은 다분히 도전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백악관 참모진 시무식 연설에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와 이민 문제, 국경에서의 치안 문제에 대해 재협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과도 곧 만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트럼프가 이날 시무식에서 연설하는 모습.<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백악관 참모진 시무식 연설에서 연설하는 모습. (사진=저작권자(c) AP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첫째, 안보와 관련해서 한국은 특히 두 가지 직격탄에 직면할 가능성이 큰데 방위비 분담 증액과 전작권 조기 전환 가능성이다. 대선 기간 동안 트럼프는 반복해서 한국을 안보 무임승차국 중 하나로 규정했다. 한국이 안보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는 트럼프의 인식은 사실상 근거 없는 선입견에 근거한 것이다.

미국의 오랜 동맹인 나토 회원국들 중에서도 국방비로 GDP의 2% 이상을 지출하는 국가는 28개국 중 미국을 포함해 5개국뿐이라는 사실에 비춰 2.6%를 지출하는 한국은 이미 충분한 기여를 하고 있다.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트럼프는 전작권도 조기에 한국측에 반환하고 한국이 스스로 방어책임을 지도록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둘째, 대외경제 정책에 있어서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보호무역주의 성향의 강화가 거의 확실시된다는 점에서 한미간 무역마찰 증가가 예상된다. 미 의회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TPP) 협정이 사실상 폐기 수순으로 들어선 가운데, 한미 FTA 이행조치의 원만하고 신속한 해결 요구가 증대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하며 최악의 경우 재협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셋째, 미국 차기 정부는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을 대체할 새로운 대북정책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들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역량이 급속히 강화되면서 이제는 미국도 북한의 위협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다행스런 것은 북핵문제에 관한 한 트럼프 외교안보팀이나 기성 워싱턴 정치세력이 방법론의 차이가 있을뿐 큰 이견이 없다는 점이다.

트럼프 정부의 첫 국무장관으로 임명된 렉스 틸러슨은 상원 외교위 인준청문회에서 북한이 비핵화에 관한 국제합의를 위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중국이 북핵문제 해결과 관련해 해온 빈 약속을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며, 중국이 믿을만한 파트너가 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는 중국책임론을 강도 높게 제기한 것이어서 향후 미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트럼프의 취임사는 공화당 전통과의 결별로도 해석되는 바, 앤드류 잭슨식 애국주의와 포퓰리즘의 결합이라고 볼 수도 있다. 트럼프의 취임사는 보수주의 이데올로그나 전통 공화당원의 연설이 아니라 미국 토착의 징고이즘(배타적 애국주의) 냄새를 짙게 풍긴다. 그것은 분명 우리가 익히 알던 미국의 모습이 아니다.

앞으로 세계는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낯선 미국의 모습과 대면하게 될지도 모른다. 뉴욕타임즈는 사설에서 원래 트럼프에 대한 기대가 높지도 않았지만 취임연설은 실망 이상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도 트럼프의 취임연설이 미국 역사상 가장 걱정스런 연설이라고 평했다.

트럼프의 취임식이 열리는 같은 시간, 취임전 지지율이 역대 대통령 중 최저인 37%까지 떨어진 상황을 반영하듯 워싱턴은 물론 미 전역에서 반트럼프 시위가 줄을 이었다. ‘내 대통령은 아니다(Not My President!)’를 외치는 트럼프 반대자들의 함성이 트럼프 행정부의 험난한 앞길을 예고하는 듯하다.

트럼프 시대 개막으로 세계는 커다란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됐다. 점차 가시화될 보호무역주의의 파고에 더하여 미중간 갈등의 가능성도 커졌다. 무역이든 안보든 강대국간 갈등은 한국 같은 중소국들에게는 불편한 시대가 될 것이다. 한미동맹이 근본적으로 흔들릴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현실로 다가온 동맹관리의 여러 문제들에서 트럼프 시대는 새로운 도전을 제기할 것이다. 이래저래 과거보다 더욱 명민하고 예리한 상황인식과 전략적 대응이 필요한 때이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계기로 차제에 우리의 방위태세에 대한 근본적 시각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방위비 분담 문제와 관련해 한국도 철저히 우리 국익 위주로 생각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미측의 방위비 분담 증액요구가 지나치면 단호히 거부하는 한편, 방위비 분담은 양국이 특별방위비분담협정(SMA)을 통해서 협의하도록 유도하고 우리의 방위분담을 늘리면 반대급부로 무엇을 요구할 것인지 협상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주한미군 철수도 가능성은 없지만, 이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고 오히려 우리의 자체 역량을 키우는 계기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우리 안보를 미국에만 매달려 해결한다는 생각을 먼저 버려야 하며, 보수정권이 오히려 그런 면에서 소극적이었음을 반성해야 한다. 그와 함께 전작권 환수 여건 확보를 위한 전력투자도 현재보다 과감히 늘려야 하며, 한국 방위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바를 미국에 미루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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