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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속에서 ‘노래하는’ 대통령을 바라며

[새 대통령과 새 정부에 바란다] ⑦ 대중문화

임진모 음악평론가

2017.05.23 임진모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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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모 음악평론가
임진모 음악평론가

 대중들의 삶과 사기에 가장 가깝고도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분야가 대중문화 그중에서도 대중음악이다. 폭넓은 세대와 계층이 가장 어릴 적부터, 가장 쉽게 접하는 만인의 예술이다.

그래서 예부터 “한 사회가 성장의 기운이 넘치고 있다면 반드시 그곳은 음악이 활기를 띠고 있을 것!”이라는 말이 있다. 음악이 강하면 사회와 국가도 강하고 음악이 시들하면 그 정반대라는 얘기다.

역시 음악은 누구에게든 어느 곳에든 흥(興)을 제공한다. 얼마 전 위세 높은 미국 버클리 음대의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한 ‘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도 “우리 음악은 우리의 흥을 담고 우리의 흥을 주도한다”고 말했다. 이 말을 다소 거칠게 응용하자면 새 정부가 바라는 전반적인 ‘흥’을 위해서는 대중음악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 대중음악은 수년 전부터 ‘K팝’이라는 거한 휘호 아래 글로벌 무대에서 승승장구하고 있긴 해도 우리 경기(景氣)처럼 실상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길거리에는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 사람이 많아 보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음악의 흐름과 힘 즉 전반적인 음악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 조용필과 서태지 같은 열풍 광풍은 없고 전(全)세대를 감는 큰 히트곡도 나오지 않고 있다.

 ‘최신 인기가요’는 10대나 20대의 것이지 어른들은 청춘시절 들었던 기성곡들에 안주한다. 그러니 복고 현상이 만연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음악의 파장이 절대적으로 빈약하다. K팝도 슈퍼주니어, 빅뱅, 샤이니, 투애니원, 엑소 등 다수가 쟁패하던 시점 이후 현재는 여기저기서 우려하듯 펀치력이 약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음악계의 산업적 피폐로 돈이 돌지 않으니 잠재력을 지닌 지망생들이 음악계 진입을 포기하고 만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상당수 국민들이 음악의 흥을 상실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단한 삶의 여파인지 음악 소리를 귀찮아한다고 할까. 두 달 전쯤 서울 강서구 집 근처에서 방송국 출연 차 택시를 탔다. 택시 안에는 흥겨운 전자댄스음악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살짝 흔들며 흥얼거렸더니 운전기사는 뒤를 돌아보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손님 특이하시네요. 근래 승객 분들이 열이면 여덟아홉이 음악 소리 줄여달라거나 꺼달라고 하는데 그렇지 않으시네요. 타자마자 불만을 표하는 분들도 많던데... 손님, 감사합니다.” 궁금해서 왜 손님들이 음악을 꺼달라고 하느냐고 택시기사에게 되물었더니 “음악이 듣기 싫은 거겠죠 뭐. 소리가 귀찮은 거예요. 사는 게 힘들어서 아닐까요?”

음악이 소음인 것인지 언제부터인가 길거리에 음악소리가 사라졌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캐럴도 들리지 않는다. 이어폰 영향일까, 도시 정화의 차원인가. 그러다보니 더욱 흥과 멀어지는 느낌이다. 상기했듯 음악이 시들하니 우리의 삶도 처지는 것 같다.

팔만대장경에 이런 말이 있다고 한다. “음악은 승리의 환성이다.” 프랑스 소설가 로맹 롤랑의 말도 비슷한 맥락 속에 있다. “음악이야말로 진정 정신의 생활을 감각의 생활로 매개해주는 것이다.” 

음악의 흥이 없으면 그 사람과 그 사회는 재미와 소통이 없다는 얘기일 것이다. 이런 대중음악의 가라앉은 분위기를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을까. 정부가 문화부문을 대할 때 흔히 공리주의에 따른 정책적, 제도적인 장치를 도입하려는 경향이 보인다.

K팝에 대한 지원이나 소외된 인디음악을 부양하려는 지원 정책이 그렇다. 일정부분 성과가 있긴 하지만 정부와 정책의 개입은 문화가 갖는 가장 기본적인 토대인 ‘자발성’을 해칠 수 있다. 매월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이 예가 될 수 있다. 

수요일이 아닌 요일은 문화가 없어도 된다는 말인가. 수요일만이라도 공연장을 가자는 말이라면 뉘앙스가 좀 초라해진다. 사람들이 기분에 따라 자발적으로 공연장을 찾고 요즘 음악을 접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데 정부가 힘을 보태는 것이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당시인 지난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당시인 지난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열린 ‘투표참여 릴레이 버스킹 vote0509’ 행사에서 생일을 맞은 지지자에게 축하 노래를 불러주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정책은, 게다가 정부 기조와 홍보가 저류한 정책 수립은 강제성으로 흐르면서 도리어 반감을 유발할 소지가 있다. 이런 얘기를 하면 보통은 웃거나 실행이 어려울 것이라고 하는데 음악과 관련한 사회적 흥을 창출하는 데는 사석이든 공석이든 정부고위 인사의 음악에 대한 언급보다 더 효과적인 것은 없다고 본다.

만약 문재인 대통령이 조용필, 산울림, 김광석, 싸이 운운하고 그리고 막 빌보드 뮤직 어워드의 ‘소셜 차트’ 부문을 수상한 방탄소년단을 언급한다면 국민들과의 심정적 거리는 한층 좁혀질 것이다.

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이 젊은 세대의 폭발적 지지를 획득한 여러 이유 중 하나가 말끝마다 스티비 원더나 ‘푸 파이터스’ 같은 록 밴드가 좋다고 언급하고 행사마다 공연을 요청하는 이른바 문화적 마인드였다.

2012년 한 기금모금 행사에서 연설을 하던 오바마 대통령은 가수 알 그린의 ‘함께 있어요’(Let’s stay together)의 한 대목을 노래했고, 백악관에서 열린 콘서트에서는 비비킹과 함께 ‘내 고향 시카고’(Sweet home Chicago)를 부르기도 했다. 

이러한 ‘노래하는 대통령’의 모습은 대중문화에 민감한 청춘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는 실제로 음악광이다.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 것이지, 괜한 문화적 이미지를 부여하기 위한 전략은 아니었다.

진심이 없는 제스처는 언젠가는 들킨다. 청와대의 수석들, 각 부처 장관들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대통령부터 부지런히 음악을 챙겨 기회가 될 때마다 가수와 노래를 말하고 조금이라도 부르는 장면을 보고 싶은 마음이다. 흘러간 음악도 좋고 요즘 실시간 차트 상위권 노래도 좋다. 음악의 기능이라고 하는 세대 동행의 가능성이란 부산물도 따를 것으로 생각된다. 솔직히 우리 대중음악은 기운도 빠져있지만 세대도 완전히 갈려있다.

세대갈등을 세대통합까지는 아니더라도 세대동행으로 전환시키려면 무엇보다 대중음악을 적절히 활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는 ‘음악적인 대통령’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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