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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대체할 충분한 여력 지니고 있다

이근영 한겨레신문 미래팀 선임기자

이근영 한겨레 미래팀 선임기자
이근영 한겨레신문 미래팀 선임기자
지난 5월 ‘장미대선’ 때 유력 후보들은 모두 탈원전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똑같이 신고리 5·6호기를 포함해 신규 원전 건설을 중지하고 노후원전의 수명연장도 중단한다고 했다. 

가장 선명한 목표를 제시한 경우는 심상정 후보로, 2040년 탈원전을 공약했다. 유승민 후보도 노후원전의 수명연장 중단과 원전의 점진적 축소를 원칙으로 내세웠다. 공약집이나 정책 발표에서 에너지 관련 공약을 밝히지 않은 홍준표 후보조차 지역 유세에서는 “원전 건설을 지양하겠다” 고 발언했다.

 대선 주자들의 ‘탈원전’ 공약 추세는 원전에 대한 우리 사회의 태도가 과거와 달라진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원전에 대한 인식 변화는 2011년 후쿠시마원전 사고와 2016년 경주 지진이 주요 동력으로 작용했겠지만 이것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

환경운동연합이 올해 2월27일부터 6일 동안 영화 <판도라>를 본 시민들에게 에스엔에스를 통한 구글 설문지로 간이설문한 결과, 응답자(2909명)의 대부분(97.2%)이 ‘우리나라에서 영화 판도라와 같은 원전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영화 판도라가 현실화되지 않기 위해서는 노후원전 폐쇄(29.8%), 신규원전 건설 백지화(29.2%), 지진 위험지대 원전 가동 중단·폐쇄(24.1%) 등의 조처가 필요하다고 했다. 원자력발전 홍보기관인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의 ‘2016년 원자력 국민인식 정기조사’에서도 원전의 필요성에 대한 긍정 의견이 사상 최저(78.6%)를 기록했다. 

2002년 경주 방폐장 부지가 결정됐을 때 이 항목의 긍정 답변이 95.4%까지 오르고, 후쿠시마원전 사고 다음해인 2012년에도 87.8%에 머문 것과 견주면 원전에 대한 우리 사회의 태도가 과거와 달리 냉랭해졌음을 보여준다.

우리 사회는 더 이상 왜 탈원전이 필요한지를 묻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탈원전은 어려운 것인가, 대안은 없는가라는 질문이 현실적이다.

탈원전과 관련해 가장 흔히 대항 논거로 등장하는 것이 ‘발전단가’다. 올해 7월5일 원자력 관련 학과 교수들은 원전을 줄이면 국가경제에 부담이 커진다며, 그 논리로 원자력의 발전단가는 1kWh에 53원인 반면 태양광은 243원, 풍력 182원, 천연가스발전이 185원이라는 사실을 들었다.

하지만 원전의 연료인 우라늄에는 세금이 매겨지지 않는 반면 천연가스에는 높은 세금이 붙는다. 원자력의 발전단가에 방사성폐기물 처리 비용과 원전 해체 비용이 포함돼 있다지만 우리나라의 해체 비용은 외국에 비해 적게 책정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고 사회적 쟁점인 원전의 위험비용까지 포함하면 원자력 발전단가는 훨씬 높아진다.

여기에 천연가스와 동일한 세금이 매겨지면 발전단가의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원자력 단가가 높아질 수 있다. 현재의 태양광 발전단가가 원자력보다 훨씬 높지만, 원자력 단가는 계속 오르고 있고 태양광 발전은 단가가 내려가는 추세다. 국가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의 분석만 보더라도 태양광 발전단가는 계속 낮아져 2022~2023년께면 전력거래 가격과 일치하는 이른바 ‘그리드 패리티’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원전을 계속 가동해야 하는 두 번째 이유로 자주 주장되는 것이 한여름이나 한겨울의 최대 전력수요이다. 2016년 여름에 폭염 영향으로 최대 전력이 8518만kW를 기록해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전망치를 57.1만kW나 초과해 전력예비율이 8.5%까지 낮아졌다.

하지만 정부는 당시 수요자원 거래시장을 제대로 운영하지 않았다. 수요자원 거래시장이 정상 작동했다면 전력예비율을 훨씬 높일 수 있었음에도 해당 부처는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아 ‘의도적 방기’가 아니냐는 의혹을 샀다.

최대 전력수요와는 달리 평균 전력소비량은 정부의 전력수급기본계획이나 에너지기본계획의 전망치를 훨씬 밑돌고 있는 게 현실이다. 환경단체들의 분석으로는,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에 따라 2029년까지 추가로 짓기로 한 11기의 원전 가운데 이미 공사가 끝났거나 거의 완료된 3기를 뺀 나머지 8기의 건설을 포기하고 수명이 다하는 원전 12기의 가동을 중단하더라도 설비 예비율은 8.5~32.2%에 이른다.

한국에너지공단의 신재생에너지센터 분석으로, 우리나라 태양광의 시장 잠재력은 34.5GW로, 원전 34기의 전력량과 맞먹는다. 또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천연가스 발전 시설은 원자력과 석탄의 발전단가보다 비싸다는 이유로 ‘개점 휴업’인 경우가 많다.

배경은 우리나라 전력수급은 발전단가가 싼 에너지부터 가동하도록 돼 있는 ‘경제급전’ 원칙을 법으로 규정해놓았기 때문이다.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고, 전력수급 원칙을 사회적·환경적 안보까지 고려한 ‘환경급전’으로 전환하기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다면, 여기에는 전기요금 인상이라는 고통분담이 뒤따르겠지만, 원자력을 대체할 충분한 여력을 우리 사회는 지니고 있다.

2017.07.12 이근영 한겨레신문 미래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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