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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다운 나라의 평화와 번영의 길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2017.10.19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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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5개월이 지났다. 지난 겨울,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광장에 나온 촛불은 들불과 같이 타오르며, 대통령을 탄핵하고, 새로운 정부를 출범시켰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의 열망을 담아야 하는 적지 않은 부담을 안고 시작했다. 대다수 국민들은 새정부가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 절망하고, 저성장과 저출산의 영향으로 국가경제는 점차 활력을 잃고 있다. 국회는 여소야대 국면에서 야당의 동의를 얻지 않으면, 대통령 마음대로 장관 한명 임명하기 어렵다. 첩첩산중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북한 문제는 최악의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부터 북한은 잇따른 핵과 미사일 실험을 통해 ‘핵무력 강국’을 완성해 나가고 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위협에 대해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고 맞불을 놓고 있다. 이제 국민들은 ‘이러다가 혹시 전쟁이 나는 것 아닌가?’하고 걱정하고 있다. 일상의 평화가 위협받는 상황에 이르렀다.

지난 9년간 북한 핵문제를 사실상 방치한 결과는 예상보다 심각하다. 혹자는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고 핵과 미사일 개발에 매달리는데 무슨 대화가 가능하냐고 묻는다. 미국도 북한의 폭주를 막지 못하는데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고 묻기도 한다. 원래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의 길은 멀고 불확실한 반면, 강경하고 선명한 대응은 가장 손쉬운 길이다.

최근 개봉된 영화 남한산성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청나라에 쫓겨 조선 조정이 남한산성으로 피신한 후, 파국을 면하기 위해 최명길은 적진을 찾아간다. 적장 용골대는 조선의 세자를 볼모로 보내라고 요구한다. 최명길이 이러한 조건을 받고 돌아왔을 때, 대부분의 중신들이 격분하며, 일제히 “최명길의 목을 치시옵소서”라고 주장한다. 왕실의 권위를 중대하게 훼손시켜야하는 굴욕적인 협상 조건 앞에서 무조건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것은, 책임질 것이 없는 가장 안전한 주장이다. 조정을 지키고, 백성들을 살리기 위한 유일한 길이었던 화친을 주장하는 것은 목숨을 걸어야하는 위험한 것이었다.

북한문제도 비슷한 부분이 있다. 북한의 도발은 그 자체로서 나쁜 행위이다. 나쁜 행위에 대해 벌을 주자는 주장은 쉽고, 안전하다. 누구도 그러한 주장에 대해 비난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체벌을 통해 북한을 변화시키지 못하고 상황이 계속 악화다면, 이는 무책임한 주장이 될 수밖에 없다. 나쁜 행동을 하고 있는 북한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고 주장하면 비난받기 쉽다. 대화의 성과를 자신할 수도 없다. 6.15공동성명, 10.4정상선언, 9.19공동성명, 2.13합의 모두 반대세력의 비난 속에서 어려운 길을 택해서 힘겹게 쌓아올린 평화의 초석들이다. 돌이켜 판단해 보면 다른 대안이 있을 것 같지 않다. 지난 9년간 한국정부와 국제사회가 쉽고 안전한 길만 선택했던 결과를 지금 우리는 직면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베를린 선언, 광복절 경축사 등 기회가 있을 때 마다 ‘평화’를 호소하고 있다. 한반도를 들러 싼 정세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데 반해 남북간 소통 채널이 모두 닫힌데 대한 절박함이 느껴진다. 북한 어선이 가끔씩 우리 영토에 표류해 오곤 한다. 이들 북한 선원들을 돌려보내야 할 때, 북한과 연락을 위해 판문점에서 일방적으로 핸드마이크로 통보한다. 북한 군인들이 이를 영상으로 녹화해서 상부에 보고하는 것이 현재 유일한 남북의 소통채널이다. 정보혁명시대에 걸맞지 않은 사실상 중세시대 소통방식이다. 대통령은 평화를 위해 간절하게 호소하는 한편, 정부는 냉철한 전략을 수립하고 있기를 기대한다. 우리가 한반도의 운전자가 되겠다는 다짐이 허언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남북관계는 최악이고, 미국, 중국, 일본과의 관계가 모두 어렵지만, 운이 없음을 탓할 수도 없다. 어차피 국정을 맡은 것은, 5천만 국민에게 무한 책임을 지는 것이다.

IMF의 충격속에 빈사상태로 출범했던 김대중 정부가 미국 클린턴 정부를 설득해서 결국 우리의 대북포용정책을 수용한 페리프로세스를 도출했던 경험이 있다. 노무현 정부는 경수로를 대체하는 대북 중대제안 등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9.19 공동성명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미국은 세계전략 차원의 일부로서 한반도 문제를 본다. 예를 들면 부상하는 중국과 협력하고 경쟁하는 과정에서 북한 문제에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우리에게 북한은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와 미국의 국익이 완전히 일치하기는 어렵다. 또한 미국은 우리만큼 북한문제에 대해서 고민하지도, 이해하지도 못한다. 따라서 워싱턴의 대북정책은 서울에서 시작될 수밖에 없다. 반드시 대화를 통해 평화를 지키고,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문재인 정부는 대화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국제기구를 통한 인도적 지원 계획도 발표했다.

보수세력이 반대하고, 미국과 일본도 불편해 한다. 어려운 길이고, 성과를 장담할 수도 없다. 그러나 이 길이 문재인 정부가 가야할 평화와 번영으로 가는 길이다. 촛불의 민심을 반영해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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