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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내실다지며 재도약 할 때

김구철 문화일보 문화부 부장

2017.10.23 김구철 문화일보 문화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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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철 문화일보 문화부장
김구철 부장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어렵사리 마무리됐습니다. 굳이 ‘어렵사리’라고 표현한 건 3년 전 19회 영화제 때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상영으로 촉발된 논란과 그에 따른 일부 영화인들의 영화제 불참 사태가 여전히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이번 행사에서 영화제가 미래로 도약할 수 있는 희망의 불씨를 봤습니다. 초청작 면면이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서의 위상이 흔들리지 않고 있다는 걸 인식시켰고, 영화제가 잘 되기를 바라며 열렬히 응원하는 영화인들의 염원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 전성기보다는 수가 줄었지만 여전히 열정적인 관객도 부산영화제의 버팀목입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부산영화제 현장을 찾아 영화 ‘미씽:사라진 여자’를 관람한 것도 영화제의 도약에 큰 힘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문 대통령은 영화 관람 후 부산 지역 영화 전공 대학생들과의 오찬 간담회에 참석해 “정부는 부산국제영화제를 과거 위상으로 되살리겠다”며 “그 방향은 자명하다. 정부도 시도 힘껏 지원하되 운영은 영화인에게 맡기면서 간섭하지 않는 원칙을 살리겠다”고 말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월 15일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아 해운대구 롯데시네마 센텀시티에서 영화
문재인 대통령이 10월 15일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아 해운대구 롯데시네마 센텀시티에서 영화 ‘미씽:사라진 여자’를 관람 후 관객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 청와대)

물론 일부 언론에서는 썰렁한 부산 해운대구 비프빌리지 사진과 함께 잔뜩 위축된 영화제의 현실을 지적하는 기사를 냈습니다. 사실 해운대 거리가 예년에 비해 썰렁하긴 했습니다. 부산영화제의 맛은 감독과 배우 등 유명 영화인들을 거리에서 쉽게 만날 수 있고, 해변에서 왁자지껄하게 펼쳐진 다양한 이벤트를 즐기는 겁니다. 하지만 올해 영화제 기간 동안 해운대 거리는 한산했고, ‘오픈토크’ 등 감독, 배우가 참석하는 이벤트에도 빈자리가 눈에 거슬릴 정도로 많았습니다. 지난해 열린 21회 영화제 총 관객 수는 20회 때보다 6만 명 가량 줄었지만 올해는 지난해보다 2만 명 정도 회복됐다고 합니다.

관객이 다시 늘었는데 왜 거리가 썰렁했을까요. 2011년 센텀시티 중심부에 개관한 부산영화제 전용관 영화의전당이 자리를 잡았기 때문입니다. 1996년 남포동에서 1회 행사를 연 부산영화제는 해운대 시대를 거쳐, 행사의 중심을 영화의전당으로 완전히 옮겼습니다. 그러다 보니 영화제에 참석한 국내외 영화인들과 관객들도 영화의전당으로 집중됩니다.

부산영화제가 계속 유지되고, 지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외형을 키우기보다 선명한 색깔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설프게 덩치 큰 외화나 해외 영화인들을 유치하기 위해 헛심을 들이기보다는 아시아 영화의 흐름을 확인하는 장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해야 합니다.

지난 5월 칸국제영화제 현장에서 안타깝게 별세한 고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가 일궈놓은 아시아 영화와 영화인 발굴 성과를 계승, 발전시켜야 합니다. 이를 위해 아시아 독립 영화인들이 서로 교류하고 경험을 나누는 통로 역할을 하는 ‘플랫폼부산’과 같은 이벤트가 더 늘어나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아시아 영화의 경향을 확인하기 위한 해외 영화인들이 부산으로 몰려올 것이고, 자연스럽게 외형도 커질 겁니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15일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그랜드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故 김지석 부산국제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 추모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 문화체육관광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10월15일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그랜드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故 김지석 부산국제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 추모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 문화체육관광부)

부산영화제 기간에 열리는 아시아필름마켓의 판을 키우는 일도 중요합니다. 2006년 출범한 아시아필름마켓은 2015년 세게 최초로 ‘E-IP(엔터테인먼트 지적재산권) 마켓’을 열어 관심을 모았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거래하는 ‘시장’인 필름마켓에 ‘장’이 제대로 서려면 파는 사람(셀러)과 사는 사람(바이어)이 몰려와야 합니다. 영화 거래는 칸국제영화제와 베를린국제영화제, 토론토국제영화제 등에서 개최하는 필름마켓과 아메리칸필름마켓(AFM) 등이 순환구조로 엮여 진행되고 있어 후발주자가 자리 잡기 어렵습니다. 아시아 영화는 홍콩과 도쿄에서 열리는 필름마켓이 주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시아필름마켓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예산 증액을 통해 셀러와 바이어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매력적인 요소들을 배치해야 합니다.

무슨 일이든 잘 되려면 ‘화합’이 필요합니다. 우선 일을 진행하는 조직의 구성원들이 똘똘 뭉쳐야 하고,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갖고 도와야 합니다. 국가도 그렇게 화합해야 국민이 행복해지고, 작고 큰 행사도 그래야 잘 풀립니다. 김동호 이사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이 올해 영화제를 끝으로 사퇴한다는 입장을 밝힌 터라 앞으로 두 직책을 누가 맡느냐에 관심이 쏠려 있습니다. 자리를 놓고, 영화계가 다시 사분오열되면 부산영화제의 미래는 어둡습니다. 영화계가 한마음으로 영화제를 지지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화합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인물을 찾아내는 것이 부산영화제의 당면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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