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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정현씨, 그대 때문에 행복했습니다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 현지에서 본 정현의 4강 신화

2018.01.28 박원식 테니스피플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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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현지시간)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8강전에서 한국 테니스의 간판 정현(58위)이 미국의 테니스 샌드그렌(97위)을 꺾고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한국 테니스의 간판 정현(22·한국체대)이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4강까지 진출하며 랭킹포인트 720점을 추가, 남자프로테니스(ATP) 단식 세계 랭킹 29위에 올랐다. 이는 역대 한국 선수 가운데 최고 랭킹 기록이다. 사진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남자 단식 8강전에서 미국의 테니스 샌드그렌(97위)을 꺾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는 정현.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박원식 테니스피플 편집장
박원식 테니스피플 편집장

2018년 1월. 호주 오픈 4강에 오른 정현(22·한국체대)에게서 대한민국의 40대는 박찬호와 박세리를 봤고, 30대는 김연아와 박태환을 떠올렸다.

국제테니스대회, 특히 4대 메이저대회에서 우리나라 선수가 서양 선수를 상대로 좋은 성적을 올린다는 것은 다윗이 골리앗을 상대하는 싸움이다.

테니스가 국가스포츠가 아닌 토양에서 자란 우리나라 선수가 오랫동안 체계적인 훈련과 대회 시스템으로 단련된 서양 선수들을 이긴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봤다. 일본도 세계 도전을 하다가 테니스는 서양인 운동이라며 정구를 만들었을 정도다.

2주 동안 ‘유쾌한 긍정 에너지’ 선사한 스물 두살 청년

하지만 스물 두살 청년 정현은 지난 2주 동안 우리에게 '유쾌한 긍정의 에너지'를 주었다.

 테니스 샌드그렌(97위·미국)과 8강전을 마친 뒤 경기 막판 흔들렸던 부분에 대해 “사실 무슨 세리머니를 할까 생각했다. 그런데 듀스에 이어 브레이크 포인트까지 몰리면서 일단 상대 코트에 집어넣고 달리기에 바빴다. 결국 아무런 세리머니도 하지 못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16강전에서 조코비치에게 승리한 뒤에는 “캡틴, 보고 있나”라는 메시지를 카메라에 적었고, 8강전 후에는 ‘충 온 파이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전혀 주눅들지 않은 플레이를 했고 겸손하고 사랑스런 말 한마디, 한마디에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대회가 열리는 호주 멜버른 방송에서는 자국 선수인 것처럼 수시로 그를 소개했을 정도다.

1만 5000여 명이 들어찬 경기장에서 8강전을 승리하고 코트 한복판에서 가진 인터뷰도 화제였다. 유력한 4강 대결 상대로 꼽히는 로저 페더러를 염두에 두고 '4강 상대로 누구를 원하느냐'고 물었다. 정현은 “누구와 맞붙든 상관하지 않는다”고 했다. 여유 넘치는 발언에 관중석에서 박수가 쏟아졌다.

이는 대한민국의 20대가 가진 가장 큰 무기. 하지만 언젠가부터 잊고 살았던 ‘기죽지 않는 당당함’을 다시 꺼내어 주었다.

지난 2011년 12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오렌지보울 국제주니어 테니스대회 남자 16세부 단식에서 우승한 뒤 기뻐하는 정현.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지난 2011년 12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오렌지보울 국제주니어 테니스대회 남자 16세부 단식에서 우승한 뒤 기뻐하는 정현.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올 초에 정현이 조만간 큰 일을 낼 거라고 한 바 있다.(정책브리핑 1.8일 ‘한국테니스 희망’ 정현 머잖아 일낸다) 그 큰 일의 바탕은 그의 겸손과 자신감이었음을 이번 호주오픈 취재현장에서 확인했다.

출전경기때마다 볼을 대하는 태도나 상대 선수와 경기하는 모습 그리고 관중과 시청자에게 선사하는 메시지에서 그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국내 신문과 방송은 열광했다.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샅샅이 찾아 소개했다. 정현의 호주오픈에서 보여준 도전정신에서  ‘불가능이 없다’, ‘노력하면 된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언론의 보도대로 정현은 운동선수로는 아주 여건이 불리하다. 살림이 넉넉하지 않은 스포츠 집안에서 태어났다. 눈이 나빠 안경을 썼는데도 교정시력이 1.0 밖에 안 나와 테니스 선수로는 힘든 신체 한계를 가졌다.

테니스 선수 가운데 시력이 나빠 안경을 쓰고 운동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정현이 유일하다. 또한 선진 테니스 기술을 잠시 접했지만 저명한 외국 테니스 지도자의 손을 제대로 거치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학교 테니스의 합숙훈련과 한여름 단체전을 통해 인내와 대인관계, 희생정신을 배웠고 어려서부터 코트에 들어서는 순간 속마음을 드러내지 말아야 하는 것을 배우고 위기에서 흔들리지 않는 멘탈을 차근차근 익혔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 테니스 선수로서 공감

정현은 문재인 대통령이 보낸  “정현 선수는 한국 스포츠에 또 하나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고, 국민들에게 큰 자부심과 기쁨을 주었다”며 “너무나 장하고 자랑스럽다”고 보낸 축전에 자신의 SNS를 통해 "축전 감사히 잘 받았다. 보내준 응원이 큰 격려가 됐고, 책임감도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회 기간 국민이 보내준 많은 관심과 성원이 저에게 큰 힘이 됐다”면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한민국을 응원하겠다”고 적었다.  
  
또 그는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는 말씀에 테니스 선수로서 깊이 공감한다”고 덧붙였다.

28일 귀국한 정현이 꼭 찾는 곳이 치과병원이다. '교수님'으로 불리지만 오랜 치아교정에도 공을 들이는 우리나라의 한 스물 두 살 재기발랄한 청년이다.

지난 25일 멜버른 경기장앞에서 정현이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한 모습.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지난 25일 멜버른 경기장앞에서 정현이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정현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정말 꿈 같은 2주였다. 이렇게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도 못했다, 이 대회를 위해서 세웠던 목표는 우리 팀만 알고 있었는데 이제는 공개해야겠다”면서 “코트 안팎에서 인스타 100K(10만명) 만드는 것이었는데 그 목표를 이뤄서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정현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12만명을 넘어섰다.

“2주 동안 코트 안팎에서 즐거웠고 정말 행복했다”고 말한 정현. 우리는 정현으로 2주간 행복했다. 그 행복은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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