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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와 번영의 새시대 여는 첫 걸음

[‘2018 남북정상회담’에 바란다] ⑧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켜져야

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2018.04.19

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해방 이후 분단된 지 73년째, 그동안 남과 북은 비극적인 전쟁과 극적인 화해 및 정상회담을 거쳐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같은 대규모 공동사업을 펼치기도 했으나, 지금은 교류와 협력이 모두 중단되는 우여곡절을 겪고 있다. 우리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촉즉발의 전쟁 발발마저 우려되는 최악의 상황을 겪은 바 있다. 많은 이산가족이 세상을 떠나고 있지만 흩어진 가족의 상봉과 서신교환조차 아직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한반도는 세계에서 거의 유일한 분단국가이면서 가장 전쟁위험이 높은 지역으로 남아있다. 이러한 분단 현실은 우리 모두에게 매우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은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영원히 종식시키고, 평화와 번영의 새시대를 여는 첫걸음이 돼야 한다. 

우리는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지속가능한 평화를 위한 간절한 염원을 실현할 수 있는 기적같은 반전의 계기를 맞이하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 대표단이 참가하고, 이를 계기로 남북한 특사 상호 교환 등을 통해 남북관계의 발전과 한반도 평화정착을 높은 수준에서 진전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도래한 것이다.

그래서 이번 정상회담에 임하는 남북한 최고지도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켜야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간 남북간의 수많은 합의들을 지켜봐 왔다. 지금까지의 남북관계는 좋은 합의들이 없어서가 아니라,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에 불신이 더 깊어지고 오히려 후퇴돼 왔음을 기억해야 한다.

지난 1월 9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고위급 회담에서 우리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오른쪽)과 북측 수석대표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다. (사진=통일부)
지난 1월 9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고위급 회담에서 우리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오른쪽)과 북측 수석대표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다. (사진=통일부)

예를 들면 지난 1992년 2월 19일에 발효된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와 그에 따른 두 개의 부속합의서는 내용적 측면에서 더 이상 추가할 것이 없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7·4 공동성명(1972), 6·15 공동선언(2000), 10·4 남북정상선언(2007) 등 모두가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주옥같은 합의들과 실천 조치들이 담겨 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이제는 정말 작은 합의라도 제대로 지켜지는 새로운 신뢰의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는 그간의 합의들과 새로운 합의들이 반드시 지켜줄 수 있도록 약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중한 합의들이 돌이킬 수 없도록 제도화돼 굳건한 평화통일의 문이 열리도록 해야 한다. 합의는 하고 이행하지 않는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실천에 옮길 수 있는 문제들을 중심으로 협의해서 그것을 국민들 앞에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

남북회담의 결과물인 남북합의서를 국가간 조약이 아니라는 이유로 규범력을 부정한 역사는 이제 종식돼야 한다. 남북합의들이 준수되지 않는다면 남북관계의 규칙은 사라지고 지속가능한 평화의 달성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합의 이행 정신과 실천은 ‘비핵화-평화정착-남북관계 발전’ 선순환을 도모할 수 있는 절대적 조건이라 할 수 있다. 정치군사적 신뢰 구축은 기존 합의의 준수 및 이행의 뒷받침 없이는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다.

남북간의 합의 이행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상회담의 정례화가 필수적 과제로 판단된다. 지속가능한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필수적 요소는 남과 북이 문제해결의 당사자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오래 전부터 우리가 운전석에 앉아 주변국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한반도 문제를 이끌어가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실제 남과 북은 6·15 선언과 10·4 선언을 통해 남북문제의 주인이 우리 민족임을 거듭 천명한 바 있다. 10·4 선언 제8항에서는 남과 북은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정상들이 수시로 만나 현안문제들을 협의하기로 합의했으나, 정권교체로 말미암아 이 합의는 이행되지 않았다.

그래서 2018년 1월 9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성사된 남북고위급회담에서도 이를 재확인한 것은 의미가 있다. 남북고위급회담 공동보도문 제6항은 ‘남과 북은 남북선언들을 존중하며, 남북관계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들을 우리 민족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 2000년에 열렸던 1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나온 6·15 남북 공동선언문의 제1항에서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10·4 선언)의 제1항도 ‘남과 북은 우리민족끼리 정신에 따라 통일문제를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며 민족의 존엄과 이익을 중시하고 모든 것을 이에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고 합의했다. 이같은 남북간의 선언과 합의들은 우리 문제를 주변 강대국들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 스스로 해결하려는 의지를 과시하고,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남북관계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들을 우리 민족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해 나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장치는 최고지도자간의 만남을 정례화하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지난달 5~6일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별사절단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 3차 남북정상회담 개최와 군사적 긴장완화와 긴밀한 협의를 위해 정상간 핫라인(Hot Line)을 설치하기로 합의한 것은 지속가능한 남북관계 발전의 핵심 토대가 마련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정상회담 정례화를 약속하고, 약속한 것은 반드시 실천하겠다는 결의를 대내외에 선포하는 자리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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