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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맞아

이성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2018.06.11

이성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이성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지금부터 70년 전인 1948년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세계인권선언은 정치, 경제, 종교, 사회, 문화적 차이를 넘어 인류 공통의 인권 기준을 담고 있다.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된다는 점을 명시한 인류 최초의 선언이다. 제2차 세계대전의 참혹함은 엄중한 냉전 상황 속에서도 세계인권선언을 탄생시켰고, 이후 인류는 전쟁의 고통을 씻어내고 평화 체계 구축을 위해 노력해왔다. 이제 제2차 세계대전은 역사가 됐고 영화나 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제2차 세계대전의 아픔에서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한 인권 침해의 최대 피해자분들이 있다. 바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다. 필자는 2015년 8월 국가인권위원장으로 취임하자마자 제일 먼저 경기도 광주시에 위치한 ‘나눔의 집’을 방문해 할머니들을 찾아뵙고 우리 사회의 인권 현안 해결을 위한 노력과 함께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도 더욱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말씀드린 바 있다. 그러나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같은 해 12월 한·일 양국 외교부장관의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한 합의가 있었으나, 피해 당사자는 물론 국민들이 공감할 수 없었고, 피해자 구제와 진실규명이 충분하지 않으므로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한국 정부와 일본 정부가 피해자 관점에서 필요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유엔 고문방지위원회에서도 양국간 합의의 수정을 권고한 바 있다. 국가 간 신뢰의 문제로 인해 합의 파기를 선택할 수 없는 정부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우리에게 남아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지난 4월 23일 최덕례 할머니께서 97세의 일기로 영면에 드시면서 작년에 여덟 분, 올해 벌써 세 분이 돌아가셨고, 이제 스물여덟 분의 할머니들만 살아계신 상황이다.

일본군 위안부 제도는 여성에 대한 중대한 인권유린이자 피식민 소수민족에 대한 인권침해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으며, 이는 비단 국내 이슈만이 아니다. 일본군 위안부 제도의 설립 및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가한 폭력과 불법행위는 헤이그 제4협약, 부인과 아동의 매매금지에 관한 국제협약, 강제노동에 관한 ILO협약, 노예협약의 관습법적 효력 등 국제인도주의법과 국제관습법 위반이다. 일본 정부는 국제사회에서도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기존 합의를 고집하기 보다 피해자들에게 행한 인권침해 사실을 인정하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에 대한 진상규명과 함께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배상을 통해 피해 할머니들의 한을 조금이나마 풀어드릴 역사적 의무가 있다.

“일본이 억만금을 우리에게 준들, 내 청춘이 돌아오겠어?”

지난 3월 30일 영면하신 안점순 할머니가 다큐멘터리 ‘안점순 할머니의 마지막 소원’에서 하신 말씀이다. 할머니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돈보다 진심어린 사죄다.

올 8월 14일은 ‘일제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생활안정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정부가 지정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다. 1991년 고 김학순 할머니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최초로 공개 증언한 날이기도 하다. 그로부터 무려 27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부끄러움과 죄송함은 필자를 비롯한 관련 국가기관의 몫이다. 그러나 최소한 ‘먹고 살기도 바쁘다’는 이유로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넘어가는 일은 없어야겠다. 이런 최악의 인권 침해 사건을 방관한다면 누가 우리의 인권을 지켜주길 바라겠는가?

조속히 문제를 해결해 돌아가신 할머니들의 넋을 기리고 살아계신 분들의 한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도록 우리 정부와 국가인권위원회 등 국가기관은 더욱 큰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온 국민이 이러한 노력을 성원하고 때론 질책하면서 지속적인 관심을 보내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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