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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앞에 섬

[살고 싶은 섬, 가고 싶은 섬 만들자] ② 올바른 정책 방향은?

2018.08.07 윤미숙 전라남도 섬가꾸기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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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으로 아직 사람의 손길, 발길이 덜 닿은 우리나라의 섬들. 때묻지 않은 자연과 무한한 가능성에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다. 정부도 섬의 날 제정, 섬 발전 추진대책 마련 등을 통해 주민들이 살고 싶은 섬, 관광객들이 가고 싶은 섬 만들기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제라도 섬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편집자 주)

윤미숙 전라남도 섬가꾸기 전문위원
윤미숙 전라남도 섬가꾸기 전문위원

섬은 주저앉음의 반대말이다. 섬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은 반갑지만 개발 일변도의 시각은 경계 대상이다.

어쩌면 지금 섬은 무섭다. 고요히 떨고 있는지도 모른다. 섬에 대한 개발은 크리스탈 유리병 같이 두 손으로 떠받들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바람과 파도에 부대끼며 스스로 멸할 것은 멸하고 겨우 살아남아 고유한 생태계를 이룬 자연환경이 그러하고, 척박한 환경에서 가까스로 살아낸 주민들의 삶이 그렇다.

개발의 이름으로 사납게 다가서는 모든 행위는 문화적 침략에 가깝다. 섬을 하나의 대상으로만 여겨 관광지로 개발하겠다는 육지적 시선을 거두어야 한다. 사실 섬은 간섭하지 않고 그냥 내비두는 것이 최상의 방법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거기 사람이 산다. 개발계획을 세우기 전에 바뀌게 될 변화를 충분히 예측하고 분석하는 환경적으로 수용 가능한 용량을 확인해야 한다. 외지인에게 땅과 개발권을 통째로 쥐어주는 난개발 막개발은 더더욱 곤란하다.

주민들이 섬의 주인이 아닌 주변인으로 전락하기 쉽다. 주민의 입장에서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은 섬이 아니라 집 나간 자식들이, 그 친구의 친구가 같이 돌아와서 살고 싶은 섬으로 가꾸어야 한다.

전라남도가 먼저 시작한 ‘가고 싶은 섬’ 사업은 철저히 주민주도형이다. 우선 공모 신청을 통해서 섬을 선정하고(경쟁율이 높다) 지속가능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을 담보로 한다. 기본계획을 주민과 함께 세우고 섬의 특성을 세밀히 살핀 후에 주제를 정한다.

첫 해부터 4년간 주민대학을 가동해 의식과 능력을 계속 노크한다. 가능한한 폐공가를 리모델링해서 최소한의 숙소와 식당, 카페를 조성하는데 사회적 경제 구조를 갖춘 생활협동조합 등의 마을법인을 만들어 주민들이 다같이 십시일반 투자해서 운영하는 구조다.

지금까지 12개의 섬이 동시다발로 진행중이고 2024년까지 24개의 섬을 발굴, 가꾼다는 계획이다. 고흥 연홍도가 국내 최초 미술섬으로 구성되어 잘 나가고 있고 완도 소안도, 생일도가, 보성의 유일한 섬인 장도가, 강진의 가우도가, 진도의 관매도가 신바람나게 달리고 있다.

필자가 참여하고 있는 전남의 가고 싶은 섬 사업 현장.
필자가 참여하고 있는 전남의 가고 싶은 섬 사업 현장.

나는 4년째 이 일을 담당하고 있다. 한 여름 작렬하는 땡볕 아래 푹푹 찌는 갯길을 따라 섬에 다니는 일이, 오지게 추워서 사지가 오그라드는 한겨울에 섬을 드나드는 일이 사실상 힘들어 죽겠다.

말도 안되는 이유로 목소리가 급격하게 커지는 성질 급한 주민들과 회의를 계속하는 일도 사실은 강력한 인내를 필요로 한다. 아무리 화가 나도 꾹꾹 눌러 참아야 하고, 언제나 웃는 낯으로 대해야 한다.

육지의 그것과는 비교도 안되게 척박하고 힘든 환경 속에서 자식들 일곱 여덟씩 호미자루 하나로 키워낸 분들이다. 물 나면 갯것 잡고, 물 들면 돌밭 일구며 살아낸 엄니요 아부지들이다. 국가가 제공하는 여러 질 좋은 사회적 서비스가 와닿지 않는 곳에서 아무 군말없이 살아낸 어진 백성들이다.

아무리 억지를 부리고 고함을 지르며 싸워도, 머리 위로 물잔이 날아다녀도 나는 어쩐지 그분들이 사랑스럽다. 이제는 마을에 조그만 갈등이라도 생기면 먼저 부른다. 너가 와서 회의를 주재해야 안싸우고 해결 난단다. 덕분에 섬 주민들의 엄청난 사랑를 받고 산다.

한국의 섬은 오랫동안 국토의 변방으로 외면 당해왔다. 섬을 외면하다가 징검다리로 내주어 임진왜란을 불러왔고 섬을 외면하다가 모든 신혼부부들을 외국의 섬으로 신혼여행을 보내게 되었다.

수천 개의 섬이 생김새가 모두 다르며 지방마다 다른 특색을 보인다. 섬은 숲과 소하천, 갯벌과 조간대, 바다, 사람과 마을, 공동체 문화가 한 공간에 모인 ‘초미니 국가’다. 이제 섬에 갈 때 여권을 가지고 가자.

아쉽게도 공도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수산 경기가 좋은 몇몇 섬을 제외하고는 노인들만 사는 늙은 섬이 되고 말았다. 올해와 내년의 생존여부를 가늠하기 어려운 극노인들이 대부분이다. 어떤 섬은 십년 후면 인구가 10% 정도 남는 곳도 있다. 반면 6차 산업이다 해서 일거리가 넘쳐나도 청년이 없어서 추진하지 못하는 곳이 섬이다.

도시재생이 대유행이다. 사실상 대상지가 꼭 도시만은 아닌 광의적 의미다. 섬마을에 대한 도시재생, 즉 ‘지속가능한 섬마을 만들기’가 활발히 필요한 시점이다.

거점 섬은 적절히 개발해 인근 섬 주민들의 교류 정류장이 되게 하고, 작은 섬들은 들어가서 인생 2막을 살고 싶은, ’마을 만들기’로 접근하는 것이 맞다. 공정여행, 착한여행, 생태여행지 조성이 섬 개발의 목적이어야 섬도 살고 사람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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