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먹는다!
봄은 눈, 향기, 촉감 등 그야말로 온몸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감각의 계절이다. 그중 미각을 통한 봄맞이처럼 생생한 것도 또 없다.
산 중에서 찾은 봄의 전령사 고로쇠
아직 대자연속에 겨울의 느낌은 남아 있지만 햇살 내리쬐는 양지 녘엔 봄기운이 물씬 배어난다. 산중에도 봄이 왔음을 알리는 대표적 전령사로는 ‘고로쇠’를 꼽을 수 있다.
하루가 다르게 부드러워진 봄바람 속에 맛보는 은은한 듯 달달한 고로쇠 한 잔. 온몸에 산골의 봄기운이 통째로 전해지는 듯하다.
지리산 자락 주민들의 봄맞이는 사뭇 이색적이다. 일종의 씻김의식과도 같은 것을 치른다.
달짝지근하고도 말금한 고로쇠 수액 한잔으로 봄을 느끼고 우중충한 겨울 기분도 함께 씻어내는 것. 경칩 무렵 고로쇠 한잔은 마셔줘야 개운한 느낌으로 활기찬 봄을 맞을 수 있다는 게 이 지역 사람들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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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로쇠 수액 채취 모습. |
전남 구례군 지리산 피아골의 마지막 동네인 직전마을. 고로쇠 산지로 유명세를 얻고 있는 곳이다. 경칩(3월5일)을 앞둔 요즘 이 동네 사람들은 고로쇠 수액 채취로 바쁜 일상을 꾸리고 있다.
단풍나무과의 고로쇠나무에 작은 구멍을 내고 채취한 수액은 뼈에 이롭다고 해 골리수(骨利水)로도 불린다.
해발 700∼1000m의 고지대에 자생하는 수령 30∼100년생 고로쇠나무에서 채취하는 수액은 칼슘 등 미네랄 성분이 물보다 40배나 많아 골다공증, 신경통, 위장병, 피부미용 등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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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골의 봄기운을 실감나게 전하는 '고로쇠'는 이즈음 지리산 깊은 골에서 밤낮으로 달달한 수액을 토해낸다. |
지리산 자락에 화창한 봄 햇살이 내리 쬐던 2월말. 직전마을 주민들은 고로쇠 수액 채취를 위해 산을 올랐다. 긴 겨울의 살을 엘 듯한 추위가 물러가고 포근한 아침을 맞았기 때문이다. 고로쇠나무는 바람이 잦아들고 일교차가 큰 날 수액을 쏟아 낸다.
마을 앞 계곡을 가로질러 20여분을 오르니 한참 수액을 채취 중인 고로쇠 나무 군락지가 나왔다. 나목에 꽂아둔 링거 줄처럼 생긴 가늘고 투명한 관을 통해 방울방울 수액이 흘러나오는데, 이를 통에 받는 것이다.
주민들은 “경칩을 전후해 한 달 동안 채취하는 피아골 고로쇠 수액 맛이 최고"라며 "산삼하고도 안 바꿀 산중 보약”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고로쇠 채취를 많이 하는 가정은 400여 그루의 고로쇠나무에서 수액을 채취하기도 한다. 3월말까지 얻는 고로쇠 수액은 수백여 말. 한 시즌 대략 2000만 원가량의 소득을 올린다.
고로쇠 채취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산림보호 등을 이유로 허가제가 실시돼 직전마을에서도 열댓 가구만 가능하다.
피아골의 한 주민은 “요즘은 산림보호를 위해 고로쇠 수액을 채취한 구멍에 유합촉진제를 발라 메우고 있다”며 “나무를 보호하는 것은 우리의 생업과 직결된 문제이기에 더 신경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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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골의 봄기운을 실감나게 전하는 '고로쇠'는 이즈음 지리산 깊은 골에서 밤낮으로 달달한 수액을 토해낸다. |
고로쇠 수액은 마시는 방법도 독특하다. 체내에 쌓인 노폐물을 제거하기 위해선 고로쇠 수액 한 말(18ℓ)을 4∼5명이 밤새도록 마셔야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매년 이맘때면 지리산 자락의 민박집 등에선 밤새 고로쇠 수액을 마시는 사람들로 진풍경이 연출된다.
◆여행메모
▶가는 길
◇대전-진주고속도~함양IC~88고속도~남원IC~19번국도~구례군 토지면 내동리 피아골.
◇경부고속도~천안-논산간 고속도~호남고속도로~완주-순천고속도로~화엄사IC~구례군 토지면 내동리 피아골/ 화엄사
▶뭘 먹을까
흔히 전남 구례의 미식거리하면 지리산 ‘산채정식’, 섬진강 ‘참게’와 ‘재첩국’ 쯤을 떠올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구례 읍내에는 그야말로 옛날식 메뉴의 맛난 밥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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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구례에서 맛보는 가오리찜. 장터에 나온 아저씨들이 찾는 으뜸 별미다. |
구례읍 봉동리 동아식당이 그곳으로, 푸짐한 족발탕, 가오리찜, 조기매운탕 등에 막걸리, 소주 한 잔을 곁들일 수 있어 구례장을 찾은 아저씨들 사이에서 유명 맛집으로 통한다.
▶둘러볼 곳
지리산 자락에는 곳곳에 거찰이 자리하고 있다. 화엄사, 천은사, 쌍계사, 실상사, 대원사 등 사찰 순례를 하는 것도 좋은 여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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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엄사 각황전 앞 석등에서 바라본 일출. 마치 석등에서 불이 빛나는 듯하다. |
화엄사 뒤편 구층암도 자연미가 물씬 풍기는 절집이 운치 있다. 이밖에도 구례와 하동이 만나는 화개장터, 소설 ‘토지’의 무대인 최참판댁도 둘러볼만한 곳이다
◆김형우 여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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