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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뛰어난 상상력을 지닌 화가는?

[변종필의 미술 대 미술]⑤ 달리 VS 마그리트

2014.07.29 변종필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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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라는 무대에서 기상천외한 상상력으로 관람객을 사로잡은 유파를 꼽는다면 살바도르 달리, 르네 마그리트, 막스 에른스트, 앙드레 마송, 호안 미로 등이 속해 있는 초현실주의 작가들을 들 수 있다.

초현실주의 화가들은 하나같이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구축했는데 그중에서도 달리와 마그리트는 별난 삶과 기발한 아이디어가 가득한 그림 세계로 비교하기 흥미롭다.

◇ 대중스타 VS 신비주의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 1904~1989, 스페인)는 현대미술에서 선례를 찾아보기 힘든 유별난 화가다.

트레이드마크와 같은 콧수염을 한 달리.
트레이드마크와 같은 콧수염을 한 달리.

안테나처럼 솟은 수염, 기인 행동, 편집증, 관음증, 프로이트 예찬, 무대장치, 초현실주의 영화, 의상과 보석 디자인 등 외모와 행동뿐 아니라 다방면으로 예술적 재능을 뽐내며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스타화가로 활동했다.

벨라스케스, 라파엘로, 베르메르를 자신보다 뛰어난 화가로 인정한 반면, 피카소보다는 몇 십 배나 훌륭하다고 주장했으며, 자신을 ‘세상의 배꼽’이라고 말할 만큼 오만함과 자신감으로 가득 찼다. 어떻게든 자신의 삶과 예술이 대중에게 주목받는 것을 좋아했다.

르네 마그리트(Rene Magritte, 1898~1967, 벨기에)의 삶은 달리와 정반대였다. 평범한 삶을 지향하고, 지나칠 정도로 사생활과 결혼생활의 노출을 꺼렸다.

르네 마그리트.
르네 마그리트.

그의 삶은 그림 속 채플린 모자의 정장 차림 남자처럼 수수께끼투성이다. 그림 속의 익명성 남자가 유명해질수록 마그리트는 더더욱 사생활의 감추며, 회화를 ‘신비’로 칭하며 그림 그리는 것에만 몰두했다.

달리는 삶을 예술 활동의 연장으로 여겼고, 마그리트는 자신을 상업예술가로 부르며 삶과 직업을 분리했다.

◇ 상상의 원동력 - 데페이즈망 기법 VS 편집증적 비평방법

마그리트가 즐겨 쓴 기법은 데페이즈망이다. 이 기법은 어떤 사물이 있어야 할 곳에 있지 않고 전혀 낯선 곳에 등장하므로 보는 사람을 낯설게 만든다.

작품을 보면 쉽게 이해된다. 구름이 하늘에 있지 않고 와인 잔에 떠 있거나, 무거운 바위가 허공에 떠있고, 인과 관계가 없는 악기, 의자, 토르소가 허공에 어울려 떠 있는 식이다.

같은 맥락의 작품인 <이미지 배반>은 단어와 이미지의 불일치를 통해 인간이 규정해 놓은 단어가 인위적임을 밝힌다.

마그리트의 작품. 왼쪽부터 <위협적인 날씨>, <이미지 배반>
마그리트의 작품. 왼쪽부터 <위협적인 날씨>, <이미지 배반>

정교하게 그려진 파이프는 단지 이미지이기 때문에 담배를 집어넣을 수 있는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글로 실제의 물체가 아님을 일깨워준다.

관습을 거부하고 상식을 뒤집는 것에서 출발한 마그리트의 상상력은 우리가 알고 있는 현상을 넘어서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달리가 즐겨 사용한 편집증적 비판 방법은 정신질환의 일종이다. 편집증적으로 어떤 사물을 집요하게 바라보거나 지속해서 그 사물을 응시하고, 집착하는 순간 사물이 왜곡되거나 변형되는 순간을 표현했다.

때로는 무의식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이미지로 나타난다. <기억의 고집>, <잠에서 깨기 1초 전, 석류 주위를 날아다니는 꿀벌에 의해 야기된 꿈>을 보면 편집증적 기법의 특징이 드러난다.

달리의 작품. 왼쪽부터 <기억의 고집>,<잠에서 깨기 1초 전, 석류 주위를 날아다니는 꿀벌에 의해 야기된 꿈>.
달리의 작품. 왼쪽부터 <기억의 고집>,<잠에서 깨기 1초 전, 석류 주위를 날아다니는 꿀벌에 의해 야기된 꿈>.

달리를 유명화가로 만들어준 <기억의 고집>은 무의식세계를 보여준 대표작이다. 식탁에서 나무가 자라고, 나뭇가지에는 시계가 늘어진 치즈(실제 물렁물렁해진 치즈를 보고 영감을 얻은 것임)처럼 걸쳐있다.

시계 뒤로 바다와 바위섬이 권태, 외로움, 황량함을 더하고, 모든 것이 정지한 듯 적막함마저 흐른다.

누구든지 한번 보고 나면 기억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은 이미지이다. 달리가 제목을 지을 때 이미지의 영속성을 기대했던 의도가 적중한 셈이다.

사실 달리의 병적인 집착은 그가 태어나기 전 21개월밖에 살지 못하고 죽은 형의 이름과 같은 이름으로 불리는 순간부터 생긴 트라우마이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 지독한 문제아였고, 성장하면서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지니지 못했다. 미술학교를 다니던 시기에는 교수들의 실력을 무시하고, 의견충돌이 많아 퇴학당하기도 했다.

마그리트 역시 어린 시절 어머니가 투신자살하는 끔찍한 일을 겪었으며, 우울증이 모든 행동과 작품으로 이어졌다.

단, 마그리트는 행동이나 말보다 모든 생각을 그림으로 대신했다. 10대에 삶의 중심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정신적으로 빠른 성숙을 보인 것은 마그리트가 달리와 다른 점이다.

◇ 사랑과 스캔들

달리의 사랑은 미술사에서 두고두고 회자되는 스캔들로 유명하다. 달리의 아내인 갈라는 애초에 시인 엘뤼아르의 아내였다.

친구의 아내이자 자신보다 10살이나 많았지만, 갈라에게 매료된 달리는 광적인 구애를 펼쳤다. 갈라 역시 달리의 천재적 재능을 발견하고 엘뤼아르가 충족시켜주지 못한 욕망을 기대하며 달리를 선택했다.

갈라(왼쪽), 달리와 갈라(오른쪽)
갈라(왼쪽), 젊은 시절의 달리와 갈라(오른쪽)

갈라는 심한 노출증에 육체적 쾌락을 즐기고, 역동적이고 오만한 태도를 지녔지만, 달리에게는 모든 것이 사랑스러웠다.

언젠가 “작품의 영감을 어디에서 얻는가?”라는 질문에 “나와 같은 작품을 하려면 갈라와 한 번쯤은 살아봐야 할 것이다”라며 갈라를 창작의 뮤즈이자 영감의 근원으로 밝혔다.

실제 갈라는 달리의 수많은 그림에 모델로 등장하고, 작품홍보에 직접 관여했다. 갈라는 달리가 새로운 이미지 창작에 몰입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조정했다. 달리의 예술 창작 열정은 갈라의 욕망을 충족시켜주기 위한 몸부림이었다고 할 정도다.

1989년, 85세로 생을 마감하기 까지 6년 동안 매일같이 죽은 갈라를 그리워한 달리의 순애보는 갈라가 달리 삶과 예술에 어떠한 존재였는지 말해준다.

달리의 유별난 사랑과 다르게 마그리트는 조르제트라는 여인과 지극히 평범한 결혼생활을 했다.

조르제트 역시 마그리트에게는 삶의 전부였다. 마그리트도 사랑을 주제로 한 그림을 그렸지만, 달리처럼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마그리트 <사랑의 노래>
마그리트 <사랑의 노래>

두 사람의 절대사랑은 <사랑의 노래>와 같은 상징적 작품을 통해서 드러난다. 기독교적 세계관이 강했던 마그리트는 기본적으로 아내를 신뢰하고, 사랑을 소중하게 여겼다.

겉으로 요란스럽게 표현하지 않았을 뿐 마그리트는 누구보다 자신의 결혼생활에 충실했다. 커다란 스캔들이나 어려움 없이 조용하고 보편적인 생활을 유지한 마그리트의 삶도 예술가로서는 찾아보기 힘든 사례이다.

◇ 대중예술에 끼친 영향력

달리와 마그리트의 사랑과 예술은 극명하게 다르다.

그러나, 두 천재가 남긴 상상의 세계는 언제나 해독해낼 많은 이야기로 가득하다. 그들의 상상력은 대중예술의 다양한 장르에 영향을 끼쳤다.

마그리트의 작품은 영화나 앨범재킷 등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왼쪽부터 마그리트 <피레네 성>,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 그룹 스틱스의 음반재킷.
마그리트의 작품은 대중예술의 많은 장르에 영향을 주었다. 왼쪽부터 마그리트 <피레네 성>,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 그룹 스틱스의 음반재킷.

마그리트의 <피레네 성>과 <겨울비>는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과 ‘매트릭스’ 등에, <어둠의 제국>,<백지위임장> 같은 작품은 잭슨 브라운이나 스틱스의 음반재킷에 영향을 주거나 활용되었다.

달리의 무한한 상상력은 밀레의 <만종>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낳고, 의상디자인, 영화, 팝아트와 신표현주의 등 다양한 예술분야에 영향을 끼쳤다. 현대 대중문화에 힘을 발휘하는 두 화가의 상상 세계는 여전히 무한하다. 

변종필

◆ 변종필 미술평론가

문학박사로 2008년 미술평론가협회 미술평론공모에 당선, 200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부문에 당선됐다. 경희대 국제캠퍼스 객원교수, 박물관·미술관국고사업평가위원(2008~2014.2)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미술평론가협회 회원 겸 편집위원, ANCI연구소 부소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대학출강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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