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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어둠을 지배한 서양미술사의 두 거장

[변종필의 미술 대 미술]⑧ 다빈치 VS 카라바조

2014.09.15 변종필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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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를 들춰보면 시대마다 소묘력에 한해서 타의 추종을 허락하지 않은 화가들이 등장한다.

르네상스 시대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조르조네, 뒤러 등 부터 바로크 시대의 루벤스, 카라바조, 베르니니, 로코코 시대의 부셰, 프라고나르, 신고전주의의 다비드, 앵그르, 사실주의의 쿠르베까지만 보더라도 자타가 공인하는 실력파 소묘 화가들이 즐비하다.

그런데 이 거장들이 표현한 많은 기법 중 미술사에 가장 위대한 기법으로 기록된 두 가지 명암법이 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스푸마토(sfumato)와 카라바조의 테네브리즘(Tenebrism)이다.

두 가지 명암법은 서양회화를 양분했다고 할 만큼 회화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명암법은 이탈리어로 키아로스쿠로라 한다. 빛을 뜻하는 ‘키아로(chiaro)’와 어둠은 뜻하는 ‘로스쿠로(oscuro)’의 합성어로 명암의 배합이란 의미다.

따라서 명암법은 빛과 어둠의 관계를 그림으로 표현한 기법을 말한다. 빛과 어둠이 창조의 시작(성경 창세기)이었듯이 명암법은 회화의 세계를 열어준 혁신적인 기법이다.

◇ 신비한 미소의 근원- 레오나르도의 안개 기법

레오나르도의 스푸마토부터 살펴보자. 사실 스푸마토는 용어가 낯설 뿐 눈으로는 매우 익숙한 기법이다. 레오나르도 최고의 걸작 <모나리자>의 신비한 미소에 사용한 기법이 스푸마토이기 때문이다.

수백 년 동안 보는 사람의 마음을 훔쳤던 신비의 미소에 감춰진 비밀이 바로 스푸마토라는 기법의 결과이다. 

스푸마토는 실상 간단한 손놀림의 효과이다. 쵸크나 목탄으로 그림을 그린 후 손가락 또는 천으로 윤곽선을 문질러 흐릿하게 만들어 애초에 선에 의해 규정지어진 사물의 형태를 부드럽게 만든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초상화’ 부분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초상화’ 부분도

그러면 시각적으로 자연스러운 표정이 만들어진다. 스푸마토에 의한 신비로운 미소는 <모나리자>뿐만 아니라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초상화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시 작품에서 보듯 레오나르도의 초상화가 지닌 신비함은 손가락으로 화면을 문질렀던 작은 동작에서 탄생한 셈이다.

스푸마토는 사물과 사물의 경계선을 ‘안개(혹은 연기)와 같이’ 희미하게 그린다는 의미로 윤곽선 없이 사물끼리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기법이다.

레오나르도 이전까지 회화는 선(線)의 예술이었다. ‘첸니니, 알베르티, 보티첼리’ 등 레오나르도 이전 최고 화가들이 강조한 것은 선이었다.

선은 형태를 결정짓고, 사물의 완성을 결정짓는 회화의 역사로 간주되어 왔다. 이러한 오랜 정의를 한순간 바꿔놓은 것이 레오나르도의 스푸마토이다. 너무나 간단해 보이는 기법 하나가 새로운 회화의 길을 열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스푸마토가 지닌 위대성은 많은 화가에게 영향을 끼친 사례에서도 드러난다.

레오나르도는 1500년경 베네치아를 방문해 젊은 화가들에게 자신의 스푸마토 기법을 전수했는데 이것이 베네치아 화가들의 화풍을 변화시킨 원동력이 되었다.

특히 스푸마토가 유화라는 새로운 재료를 만남으로써 그 효과는 한층 극대화됐다. 레오나르도의 스푸마토는 목탄이나 쵸크가 아닌 유화를 통해 색과 색의 혼합으로 외곽선이 없는 풍부한 색채표현을 이룩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앉아있는 의류연구소묘>1470~84
레오나르도 다 빈치<앉아있는 의류연구소묘>1470~84

이처럼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스푸마토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를 넘어 회화사상 최고의 음영기법으로 수많은 화가에게 이전 회화에서는 맛볼 수 없었던 우아미(優雅美)를 선사했다.

◇ 무대조명 효과-카라바조의 광선

이번에는 카라바조의 테네브리즘을 보자. 카라바조의 회화기법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스푸마토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스푸마토가 자연관찰의 결과물이라면 테네브리즘은 철저한 인공적 산물이다.

테네브리즘은 한마디로 ‘빛을 파악하는 방식’으로 무대 위의 주연배우에게 집중적으로 비추는 스포트라이트처럼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는 조명(빛)의 연출방식을 회화에 적용한 것이다.

빛과 그림자의 관계를 주연과 엑스트라에게 적용하여 인물들의 존재가치를 돋보이게 했다. 조명(빛)을 집중적으로 받은 주연은 보는 사람의 감정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극적 효과를 준다.

조연에게는 주연보다 적은 광선의 양을 부여하고, 그 이외의 배경은 어둡게 설정해 주연, 조연들과 강렬한 대비를 준다. 이것이 테네브리즘의 핵심이다.

광선의 강약에 따라 효과는 극명하게 드러나고, 보는 사람의 감정은 광선의 강약에 따라 진폭이 달라진다. <의심하는 도마>작품을 보면 강한 명암대비 사이로 등장인물들의 동작과 표정이 훨씬 생생하게 전달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카라바조 <의심하는 도마>1601~2
카라바조 <의심하는 도마>1601~2

카라바조의 명암법은 탁월한 소묘력과 날카로운 관찰이 기본이다. 이는 당시 형태 변형(déformer)을 통해 새로운 시각효과를 주장하던 매너리즘 작가들에게는 달갑지 않은 기법이었다.

그러나 명확한 형태위로 강하게 쏟아지는 빛과 어둠의 대비는 추기경과 귀족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카라바조의 테네브리즘은 미술사에 끼친 영향이 크다. 테네브리즘은 르네상스 이후 매너리즘 시기에 상실된 형태의 균형과 조화를 되찾으며 이탈리아 바로크 시대를 열어주었다.

동시대화가는 물론 후대 거장들에게 테네브리즘은 밝고 어둠을 표현하는 표본이 되었다. 프랑스의 조르주 드 라 투르, 스페인의 벨라스케스, 네덜란드의 렘브란트 등 세계의 거장이 카라바조의 명압법에 영향을 받아 자신들의 회화세계를 구축했다.

오늘날 이들이 미술사에서 차지하는 위상으로 볼 때 카라바조의 명암법이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 실감할 수 있다. 테네브리즘을 ‘카라바조의 광선’이라 부르며 많은 화가가 그의 기법을 추종했던 것은 허명이 아니었다.

시계방향: 카라바죠<엠마우스에서의 저녁식사>1606 / 조르주 라 투르 <목공소안의 그리스도> 1645/ 벨라스케스<시녀들>1656 / 렘브란트<엠마우스에서의 저녁식사>1648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카라바죠<엠마우스에서의 저녁식사>1606, 조르주 라 투르 <목공소안의 그리스도> 1645, 벨라스케스<시녀들>1656, 렘브란트<엠마우스에서의 저녁식사>1648

사실 카라바조의 삶은 예술적 성취를 제외하고는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한 암흑의 연속이었다. 자기억제를 하지 못한 성격 때문에 살인하고 평생을 도망자로 쫓기는 신세였다.

그나마 도망자 신세에도 불구하고 불후의 명작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그의 재능을 아끼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미술사를 통틀어 카라바조처럼 자신의 삶과 그림세계가 빛과 어둠의 대조만큼 극명하게 갈렸던 화가도 드물다.

만약, 두 사람의 명암법이 없었다면 미술사에 기록된 수많은 명작의 시각적 볼거리는 사라지고, 대신 미니멀리즘 계열의 작품만 남았을지 모른다.

회화에서 명암법은 시공간을 초월해 사물의 입체감, 표현대상의 존재감을 결정짓는 기법으로 회화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회화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르네상스 시대와 바로크 시대에 탄생한 두 명암법은 현대미술에서 추상과 미니멀리즘 등의 등장으로 조형가치와 의미가 흔들렸지만, 지금도 우리가 만나는 수많은 명작을 통해서 변함없이 그 가치를 발산하고 있다.

변종필

◆ 변종필 미술평론가

문학박사로 2008년 미술평론가협회 미술평론공모에 당선, 200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부문에 당선됐다. 경희대 국제캠퍼스 객원교수, 박물관·미술관국고사업평가위원(2008~2014.2)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미술평론가협회 회원 겸 편집위원, ANCI연구소 부소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대학출강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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