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전자정부 누리집 로고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2024 정부 업무보고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정부정책 사실은 이렇습니다 2024 정부 업무보고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정부정책 사실은 이렇습니다

콘텐츠 영역

챔피언 클래스를 높인 ‘꽃보다 노장’

[김한석기자의 스포츠공감] 가을에 빛난 프로야구·축구 베테랑의 가치

2014.11.21 김한석 스포츠기자
인쇄 목록

올해 프로야구, 프로축구 챔피언이 가려진 막판 가을 열전에서 노장들의 활약이 어느 때보다 뜨겁게 주목받았다.

프로야구 한국시리즈는 그야말로 최초의 통합 4연패를 이룬 삼성의 ‘베테랑 시리즈’로 부를 만했다.

불혹의 안방마님 진갑용. 지난 4월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뒤 지난달에야 1군에 복귀해 한국시리즈 최다 59경기 출전기록을 세웠다. 류중일 감독은 프로 18년차 노장의 노련한 투수리드 능력을 믿고 엔트리에 포수 3명을 넣는 파격수를 던져 성공을 거뒀다.

◇ 녹슬지 않은 국민타자 이승엽, 뱀직구 임창용의 승리 협업 

3차전 쐐기홈런으로 포스트시즌 최다 14홈런 기록을 세운 이승엽. 올시즌 최고령(38세) 30홈런과 100타점을 기록, ‘회춘한 국민타자’로 찬사를 받았던 그는 몸에 맞는 볼에도 환호할 정도로 팀에 헌신했다.

류 감독은 “우리는 이승엽이 쳐주면 이긴다”고 깊은 신뢰를 보냈고 그는 결정적인 순간 한방씩 터뜨려 승부의 물줄기를 돌렸다. 

이승엽이 지난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동점 적시타를 쳐낸 뒤 1루에서 김평호 코치와 기뻐하고 있다.(사진=저작권자(c)연합뉴스.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승엽이 지난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동점 적시타를 쳐낸 뒤 1루에서 김평호 코치와 기뻐하고 있다.(사진=저작권자(c)연합뉴스.무단전재-재배포금지)

오승환이 올시즌 일본으로 떠난 마무리 빈 자리를 미국서 돌아와 메운 임창용 .

‘돌아온 뱀직구’의 위용으로 6차전 9회말 2사에서 박병호를 우익수 뜬볼로 처리한 뒤 삼성 선수들을 마운드로 달려나와 네 손가락을 치켜들어 통합 4연패를 자축하는 세리머리를 펼쳤다. 포스트시즌에서 최고령(38세) 세이브 기록을 세운 파이터가 그 중심에 우뚝 섰다. 

한국시리즈 무대만 10번째 밟은 3차전 결승 홈런의 주인공 박한이(35)는 한국시리즈 최다 안타, 득점, 타점 기록을 갈아치웠다.  

창단 7년만에 처음 한국시리즈에 오른 넥센은 서건창(25) 강정호(27) 박병호(28) 등 올해 타고투저의 공격력을 대표하는 타자들이 앞장섰지만 한국시리즈를 경험한 선수가 이택근 오재영뿐이었다. 패기만으로는 ‘영웅 시리즈’까지 완성하지 못했다. 

한국시리즈에 나서면서 “경험의 힘을 보여주겠다”던 류중일 감독의 말이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야구사관학교 ‘BB아크’를 만들어 박해민 이지영 심창민 등 젊은 히트작을 키워 세대교체를 이뤄나가는 그다.

그러나 노장들에게도 똑같이 기회를 준 뒤 믿고 기다려주는 그의 ‘맏형 리더십’이 가을의 전설을 더욱 풍요롭게 했다.

◇ 돌아온 ‘라이온 킹’ 이동국, 원조 ‘진공청소기’ 김남일 

류중일 감독이 단기전에서 베테랑의 힘으로 신화를 썼다면 K리그 클래식에선 전북 현대 최강희 감독은 장기 레이스에서 베테랑 듀오 이동국(35) 김남일(37)을 앞세워 3년만에 통산 세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2009년 모두가 ‘안 된다’고 했을 때 방랑하던 이동국을 데려와 부활시켰다. 이동국은 지난달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음에도 우승 자축경기 때까지도 득점 1위(13골)를 지켰다. 나이를 잊은 공격력으로 전북 특유의 ‘닥공(닥치고 공격)’을 이끌었다.  

“베테랑은 지도자 역할을 할 수가 있다”며 베테랑의 가치를 중시하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사령탑을 맡으면서 대표팀에 복귀,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 출장)에도 가입해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김남일은 올해만 두 번의 부상으로 축구에 대한 회의가 들어 은퇴를 고민했다. 하지만 최 감독의 만류로 또 하나의 우승 원동력이 된 ‘닥수(닥치고 수비)’의 무게중심으로 ‘진공청소기’의 위용을 되살려냈다.  

프로축구 K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한 전북현대모터스 최강희 감독과 김남일, 이동국 선수가 지난 1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우승컵에 입맞춤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연합뉴스.무단전재-재배포금지)
프로축구 K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한 전북현대모터스 최강희 감독과 김남일, 이동국 선수가 지난 1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우승컵에 입맞춤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연합뉴스.무단전재-재배포금지)

지난 9월 3763일만에 골까지 터뜨려 팀을 선두로 올려놓았고 전북은 이때부터 기세를 올려 3경기를 남겨놓고 조기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었다. 2002 월드컵 4강신화의 주역 김남일은 “최 감독님이 붙잡아주지 않았더라면 그저 그런 선수로 끝났을 것”이라고 감사함을 전했다. 

최 감독은 우승 후 “이들 노장은 결코 짐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리그는 장기전이기 때문에 팀의 흐름에 따라 기복이 있고 어려운 시기를 맞을 때가 있는데 이 때 노장들이 필요하다는 지론이다.

이동국은 물론 김상식, 최은성도 데려와 부활시켜 코치로까지 믿음을 나누고 있는 ‘재활공장장’ 최 감독이다.  

그 자신이 ‘철각’으로 불리며 K리그 최다 출전기록을 이어가다 1992년 가을, 서른 셋에 조기 은퇴해야 했던 아픈 기억이 있기에 끝까지 투혼을 불태우려는 노장의 진정한 가치를 누구보다 소중히 헤아리는 지도자다.  

지난달 현장에 복귀한 김성근 한화 감독 또한 노장의 중요성을 설파해온 지도자다. 모든 것이 새로워지는 것이 좋을 걸로만 생각하는 세태를 꼬집는다.

고참의 선수생활을 얼마나 늘리느냐가 팀의 전력을 강화하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조직이 위기일수록 버틸 힘은 베테랑에서 나온다는 지론을 펴오고 있다.  

최근 불혹을 앞두고 은퇴를 결심했던 SK 투수 임경완을 오키나와 훈련캠프로 불렀다. 과연 김성근 감독의 ‘재생공장’이 한화에서도 다시 재가동될 지도 관심사다.  

프로야구에서 지난해 삼성의 통합 3연패 이후 각 팀마다 리빌딩을 앞세워 젊은 선수들의 비중을 높여가고 있고, 프로축구 또한 23세 이하 선수들의 의무출전 비율을 높여가고 있다. 나이든 노장들의 설 자리가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높은 몸값도 노장의 한계효용론을 부추기고 있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2014년 가을, 챔피언의 클래스를 높인 노장들의 농익은 활약은 세대교체의 선순환 구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 대목이다.

황혼의 나이에도 성공하는 노장들은 다르다. 경험이 쌓일수록 절실함은 깊어가고, 그걸 후배들에게 전수하는 일에 결코 소홀하지 않는다. 소통과 배려의 폭이 넓어지면서 팀의 케미스트리가 다져진다.

노장들 스스로도 시대의 변화에 맞춰 자신만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각고의 노력을 더해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믿음과 배려를 통해 노장의 가치를 전력 극대화로 연결짓는 지도자를 만나서는 아름다운 피날레를 위해 하루하루 불꽃같은 선수생활을 이어간다.

베테랑의 진가. 잉글랜드 축구명문 리버풀의 전설적인 감독 빌 샹클리의 명언이 있다.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지속적이다.”

일시적으로 컨디션이나 탄력이 떨어질 때도 있지만 베테랑의 진면목은 중요한 순간에 어김없이 변치 않고 살아난다.

물론 베테랑이 자신과의 싸움에서 더욱 더 절실한 노력을 쏟고 변화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몸부림이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이제 스토브리그 시즌이다. 프로야구는 역대 최대의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열리고 감독 대거 교체로 리빌딩과 세대교체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프로축구도 상하위 스프릿, 승격과 강등 등으로 엇갈린 판도 재편 속에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물갈이가 뜨거워지게 된다.  

이 겨울, 과연 노장들의 존재감이 어떻게 반영될지, 또한 베테랑들의 내년 시즌 도전이 어떤 밑그림으로 그려질지 지켜보는 것이 더욱 흥미로워진다.

김한석

◆ 김한석 스포츠기자

스포츠서울에서 체육부 기자, 체육부장을 거쳐 편집국장을 지냈다. 스포츠Q 창간멤버로 스포츠저널 데스크를 맡고 있다. 전 대한체육회 홍보위원이었으며 FIFA-발롱도르 ‘올해의 선수’ 선정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제21회 이길용 체육기자상을 수상했다.

이전다음기사 영역

하단 배너 영역

지금 이 뉴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