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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10구단 시대 개막…눈여겨 볼 것들은

[김한석기자의 스포츠 공감] 늘어난 경기 수와 백업의 가치

2015.03.26 김한석 스포츠Q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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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열심히 했다고 하시는데 우리는 죽기로 했다.” 

짠했다. 그 절실함에 팬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프로야구 개막을 닷새 앞둔 23일. KBO리그 미디어데이 & 팬페스트에서 지난해 꼴찌팀 한화 이용규가 던진 외침이다.

“4개월간 가족도 못보고 재활했다. 이렇게 운동한 건 처음이다. 올 겨울에 한만큼 대가는 받아야겠다. 어떤 이유든 가을야구는 무조건 해야 한다.” 팬들은 가장 큰 박수소리로 응원했다.

길고긴 재활. 4년 만에 프로로 귀환한 김성근 감독의 지옥훈련을 이겨내고 외야수로 돌아온 이 ‘악바리’ 리드오프는 울컥했다. “처음엔 힘들었지만 적응이라는 게 무섭더라. 이제 어떤 훈련이든 각오가 돼 있다.”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단내 나는 극한훈련을 통해 체질 변화를 추구하는 새 사령탑의 철학을 깨달아가면서 자신을 그 변화의 흐름에 맡긴 이용규. 그의 절실한 도전은 2015 프로야구가 지향해야할 생존법과 맞닿아 있다.

23일 이화여대 ECC 삼성홀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 미디어데이 & 팬페스트 행사에서 참석한 감독들과 선수들이 파이팅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저작권자(c)연합뉴스.무단전재-재배포금지)
23일 이화여대 ECC 삼성홀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 미디어데이 & 팬페스트 행사에서 참석한 감독들과 선수들이 파이팅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저작권자(c)연합뉴스.무단전재-재배포금지)

프로야구가 출범 34년 만에 역사적인 10구단 시대를 연다. 변화가 많다. 팀당 경기수가 16경기씩 늘어나 144경기로 치른다.

페넌트레이스가 총 720경기다. 짝수 구단 체제로 재편되면서 팀마다 돌아가면서 쉬던 3연전 브레이크도 없어졌다.

특히 막내 10구단 케이티는 9구단 NC의 연착륙에 힘이 됐던 휴식 프리미엄도 없이 치열한 1군 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신설돼 5개 팀이 가을야구에 초대된다. 5위는 4위 홈에서 2승을 거둬야 준플레이오프에 올라가는 방식이다.

경기수가 늘어난 만큼 2012년 이뤘던 역대 최다 700만 관중시대를 넘어 800만 관중 러시에 대한 기대감까지 높아진다.

변화야말로 팬들을 다시 불러 모으는 마중물이다. 지난해 3시간27분까지 늘어진 평균 경기시간의 ‘10분 단축’을 목표로 스피드업(경기촉진)이 강화됐다.

특히 타자가 양발을 타석에 둬야 한다는 규정은 시범경기에서 논란도 빚었지만 모두 대세에 동참했다. 유달리 루틴(습관)이 많던 삼성 박한이도 타격준비 자세를 간결히 줄이며 변했다.

기존 스타들이 더욱 도약하고 잠재적인 스타들이 발굴돼야 팬들의 발길을 붙들 수 있다. 넥센 박병호의 변신이 그래서 눈길을 끈다. 무게를 20g 늘린 900g짜리 방망이를 들고 사상 최초의 홈런왕 4연패에 도전한다.

나이 들수록 배트 무게를 줄이는 선수는 많아도 늘리는 타자는 드물다. 5번 강정호가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터라 4번인 자신과 정면승부를 피할 공산이 크다. 그렇기에 더 정확하고 더 강한 타구를 위해 변화를 택한 박병호다.

지난해 전입미답의 200안타 고지를 넘은 넥센 서건창의 뒤를 이어 ‘미생’ 신화를 꿈꾸는 미완의 대기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상무에서 퓨처스리그 남부 타격왕에 오른 신예 구자욱이 대표적이다. 훤칠한 외모에다 스프링캠프부터 장타력을 뿜어내며 스타성을 갖췄다. 삼성의 최초 통합 5연패 도전에 힘을 보탤 히트상품으로 류중일 감독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144경기 대장정은 결핍과 싸움이다. 늘어난 경기수만큼 부족한 것들이 더욱 도드라지게 된다. 구멍난 전력을 탄력적으로 메워주는 백업의 존재감이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투수난이 가장 심하다. 지난해 유례없는 ‘타고투저’가 휘몰아쳤다. 올해는 6선발까지도 거론될 만큼 투수 운용이 중요하다.

넥센이 선발 자원 부족으로 2년 연속 홀드왕 한현희를 선발로 보직 변경하는 등 팀마다 선발진 강화에 집중했다. 미디어데이에서 감독 5명이나 KIA 대표로 나온 에이스 투수 양현종을 ‘데려오고 싶은 선수’로 꼽았을 정도니.

중간계투 요원의 가치가 새롭게 부각된다. 삼성 안지만이 4년 65억원이라는 중간투수 FA(자유계약선수) 역대 최고 몸값을 받은 것만 봐도 그렇다. 올스타 선발에 중간투수 부문이 신설된 것도 마찬가지. 선발진의 혹사가 예상되는 가운데 이제 불펜은 더 이상 조연이 아니다.

남이 갖지 못한 장점을 살리는 것도 경쟁력. 한화 최우석이 신천지를 개척한다. KBO리그 최초의 양손투수. 시범경기에서 투수가 먼저 어느 손으로 던질지를 선택해야 한다는 ‘최우석룰’까지 만들어졌을 정도로 낯선 세계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스위치피처 팻 밴디트가 7년간 마이너리그를 거쳐 올해야 빅리그에 입성했을 정도로 어려운 길이다. 불펜 피칭도 양손 모두 해야 하고 시간도 노력도 두 배나 드는 힘든 도전이지만 최우석의 변신은 훌륭한 스토리텔링이 될 수 있다.

포수도 절대 부족. 대형포수 기근 현상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기에 20대 초반 젊은피들부터도 주목받는다. 지난해 백업으로 출발해 리그 최다 이닝까지 소화하며 LG 안방을 차지한 최경철처럼 주어진 기회를 살리려는 백업 포수들의 도전이 더욱 볼만해졌다.

2군에서 더 가다듬어야겠지만 LG 포수 정규식의 도전은 특히 시선이 쏠린다. 스시집, 공사판 등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일본 실업리그에서까지 꿈을 키우다 돌아와 국내 최초의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에서 재기를 꿈꿨다. 지난해 8월 원더스 출신 최초로 신인 드래프트 지명을 받아 패자부활전을 시작한 그다.

새달 개봉하는 야구 영화 ‘파울볼’이 KBO리그 개막 분위기를 타고 화제다. 인생의 재기를 노리는 선수들의 1093일 간의 땀과 눈물, 그리고 끝나지 않은 도전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파울볼은 아직 아웃되지 않은 상태로 다시 칠 수 ‘기회’다. 언제든 준비하고 기다리면 기회가 오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한정된 자원으로 결핍을 슬기롭게 극복해야 하는 10구단 시대다. 감독들은 효율적인 자원 관리가 더욱 중요해졌다. 선수들은 그만큼 기회가 늘어났다. 결핍에서 성공의 싹이 튼다. 절실하게 준비하는 자, 안주하지 않고 변신하는 자들이 주목받는 시대가 왔다.

김한석

◆ 김한석 스포츠기자

스포츠서울에서 체육부 기자, 체육부장을 거쳐 편집국장을 지냈다. 스포츠Q 창간멤버로 스포츠저널 데스크를 맡고 있다. 전 대한체육회 홍보위원이었으며 FIFA-발롱도르 ‘올해의 선수’ 선정위원으로 활동했다. 제21회 이길용 체육기자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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