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전자정부 누리집 로고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2024 정부 업무보고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정부정책 사실은 이렇습니다 2024 정부 업무보고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정부정책 사실은 이렇습니다

콘텐츠 영역

위기의 프로농구, 소통이 활로다

[김한석기자의 스포츠 공감] 투혼 격려하고 현장과 통해야 팬심 돌아와

2015.04.28 김한석 스포츠Q 데스크
인쇄 목록

2014-2015 프로농구가 울산 모비스의 천하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통산 최다 6회 우승, 사상 최초 챔피언결정전 3연속 석권, 통산 최다 4회 챔프전 제패. 화려한 최초, 최다 기록으로 전성시대를 이어갔다.

모비스 못지 않게 주목받은 두 팀이 있다. 농구팬들은 그 투혼의 스토리에 찬사를 보냈다.

‘동부산성’이 재축성됐다. 지난 시즌 꼴찌 원주 동부는 정규리그 2위까지 대도약했다. 초보 사령탑 김영만 감독의 복잡한 질식수비 패턴을 코트 위에 고스란히 그려냈다. 최소실점팀으로 강팀의 면모를 되찾았다.

비록 챔피언결정전에서 윤호영의 부상 속에 서른여섯 노장 김주성의 살신투혼에도 통합 준우승에 그쳤지만 그들의 거침없는 도전은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인천 전자랜드의 ‘서민농구’는 감동을 높였다. 헌신의 리더십을 갖춘 외국인 주장 포웰을 빼곤 스타가 없는 유일한 무관의 팀. 그래서 모든 선수들이 소외감 없이 열정 하나로 뭉쳤다.

끈끈한 조직력과 한발 더 뛰는 기동력으로 봄바람을 일으켰다. 6위로 봄 농구에 턱걸이했지만 6강 플레이오프에서 3위 서울 SK에 전승을 거두는 반란을 일으켰다. 동부와 시소 명승부를 이어갔지만 사상 첫 챔프전 진출의 꿈까지는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언더독’ 전자랜드의 용기와 투혼에 감동받은 팬들이 붙여준 애칭은 ‘국민구단’. 전자랜드를 제2의 응원팀으로 삼겠다는 팬들이 농구 커뮤니티에 등장했다.

개인통산 최다 5회 우승기록을 세운 ‘만수’ 유재학 모비스 감독. 지난해 소속팀은 버려둔채 국가대표팀에 헌신했다.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2014-2015 KCC 프로농구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울산 모비스 유재학 감독, MVP를 수상한 울산 모비스 양동근을 비롯한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저작권자(c)연합뉴스.무단전재-재배포금지)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2014-2015 KCC 프로농구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울산 모비스 유재학 감독, MVP를 수상한 울산 모비스 양동근을 비롯한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저작권자(c)연합뉴스.무단전재-재배포금지)

한국 농구의 경쟁력만을 고민하며 16년 만에 세계무대에 도전한다. 스페인 농구월드컵에서 5전 전패를 당하며 한국 농구의 허약한 체질을 뼈저리게 확인한다. 그런 시련을 딛고 강한 수비를 바탕으로 모두가 헌신하며 뛰는 농구로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12년 만에 우승을 일궈냈다.

농구계는 아시안게임 제패가 인기 부활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한껏 기대했다. 하지만 시즌이 지난수록 각종 악재와 KBL(한국농구연맹) 행정의 난맥상들이 터져 나오면서 아시안게임 우승효과는 사라졌다.

선수들이 땀 흘린 대가에 대한 존경과 배려부터 없었다. 정규시즌 첫 900경기 출전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삼성 주희정에 이어 동부 김주성이 통산 리바운드 2위(3830개) 기록을 세울 때 KBL은 규정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축하해주질 않았다.

뒤늦게 여론의 질타를 받고 지각시상을 했지만 ‘진행형 레전드’들에 대한 무심한 시각을 보여줬다. 없는 스토리도 만들어서 팬들과 적극 소통하는 다른 프로 종목과 크게 대조가 됐다.

미국프로농구(NBA)에선 의미 있는 기록이 세워지는 순간 경기를 잠시 중단한다. 양팀 선수단과 팬들이 축하 세리머리를 통해 공감하면서 풍성한 스토리텔링이 이뤄진다.

예매가 시작된 챔피언결정 2차전 경기시간도 바꿨다. TV 중계를 위해 평일 오후 7시에서 두 시간 앞당기자 팬들은 비판성 플래카드를 내걸어 KBL을 성토했다.

챔피언결정전에서 중계 대신 현장이 팬들을 선택한 여자프로농구와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기록계시원의 중도 퇴장으로 초유의 경기중단 사태가 벌어진 뒤 KBL은 공식 사과했지만 팬심은 이미 싸늘히 식어있었다.

감독과 선수들은 명승부와 투혼으로 아시안게임에 이어 리그에서도 감동 스토리를 써내려갔지만 KBL의 지원과 관심은 그에 못 미쳤고 엇박자 나기가 일쑤였다.

KBL 시상식이 끝나고 하루 뒤인 지난 15일 한국 농구발전 포럼이 한 스포츠신문 주최로 열렸다. 11차례나 바뀐 외국인선수 제도와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 새 시즌부터 바뀌는 외국인선수 제도가 국내 선수들의 경쟁력 약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었다.

현행 외인선수는 2명 보유에 1명 출전이 원칙. 이를 2명이 출전하는 쿼터수를 정하고 외인선수 한 명은 193cm 이하로 신장을 제한한다는 것이 개정 방향이다.

KBL 김영기 총재가 지난해 취임 이후 리그의 득점력이 점점 떨어짐에 따라 프로 출범 초창기처럼 단신 데크니션 외인선수를 활용해 인기를 회복해보겠다는 얘기인데 그 실효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유재학 감독은 “외국인선수의 화려한 테크닉은 눈요깃감이다. 국내선수들의 기술이 늘 때 흥행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로농구 초창기 활약했던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초창기에 외국인 2명이 공 주고받으면서 플레이하는 경우가 많았다. 국내선수들은 수비만 열심히 했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선수들이 언더사이즈 빅맨들로 채워질 공산이 크기 때문에 아시안게임 우승 주역 김종규같은 토종 빅맨들은 더욱 설자리가 잃을 것이라는 우려다.

환경이 변하고 팬들의 눈높이도 높아졌다. 시간을 거슬러 초창기 때의 흥행요소를 다시 끌어와 인기를 잡겠다는 단기 처방전으로는 장기적인 발전을 꾀할 수 없다.

유재학 감독이 던진 쓴소리는 울림이 가장 컸다. “단 한 차례도 감독자 회의에서 나온 현장 의견이 KBL 이사회에 반영된 적이 없다.”

구단 단장들로 구성된 이사회가 현장과 소통 없이 리그 운영과 미래까지 일방통행으로 결정하는 행태에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필자가 만났던 역대 KBL 총재들은 저마다 발전을 위한 화두를 던졌다. 제6대 전육 총재는 “법무부와 협의해 혼혈선수를 귀화시켜 대표팀의 전력을 끌어올린다면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이 높아지고 리그의 인기도 올라갈 것”이라며 혼혈선수의 귀화를 관철시켰다.

제7대 한선교 총재는 취임 초 “진정성 있는 소통이 중요하다”며 귀빈석이 아닌 일반석에서 관전하며 현장 소통에 주력했다.

이들 총재의 업적에 대한 평가는 이후 다양하게 갈리지만 3대 수장에 이어 다시 대임을 맡은 농구인 출신 제8대 김영기 총재의 첫 시즌에 대한 평가는 소통 부재에 따른 리더십의 위기로 요약될 수 있다.

시청률도 떨어지고, 관중도 줄어들고, 또 팬심도 떠나고 있다. 농구인들은 위기라고 외친다.

10개 구단 단장들이 26일까지 미국 워크숍을 통해 머리를 맞댄다. 모쪼록 지금껏 제기돼온 현장의 목소리를 뒤늦게나마 제대로 반영해 5월초 이사회에서는 합리적인 개선 방안이 도출돼야 팬들의 발길을 되돌릴 수 있다.

애매한 신장과 부족한 재능을 11년째 진화하는 노력으로 보강해가며 최다 5번째 MVP를 수상한 ‘모비스의 심장’ 양동근이 시상식에서 한 가지 소망을 이야기했다.

“올 시즌에 안 좋은 기사가 많았다. 다음 시즌에는 농구 기사에 팀 전술이나 선수들 활약이 더 많이 나오는 시즌이 되길 바란다.”

1997년 프로농구 출범 캐치프레이즈는 ‘영원한 승부, 뜨거운 감동’이다. KBL은 선수들의 땀과 투혼의 가치를 격려하면서 통해야 한다.

직원들을 감동시켜야 고객에게도 더 큰 감동이 전해지는 경영이치처럼 말이다. 또한 도돌이표 미봉책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늘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지혜를 모아야 한다.

팬들도 코트 안팎의 일을 잘 알고 참여하는 시대. 농구팬들의 애증이 어느 때보다 크게 교차했던 지난 시즌이다. 희망은 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

김한석

◆ 김한석 스포츠기자

스포츠서울에서 체육부 기자, 체육부장을 거쳐 편집국장을 지냈다. 스포츠Q 창간멤버로 스포츠저널 데스크를 맡고 있다. 전 대한체육회 홍보위원이었으며 FIFA-발롱도르 ‘올해의 선수’ 선정위원으로 활동했다. 제21회 이길용 체육기자상을 수상했다.

이전다음기사 영역

하단 배너 영역

지금 이 뉴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