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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을 이겨낸 야구장 사나이들의 ‘불꽃’ 도전

[김한석 기자의 스포츠 공감] 장시환·정현석·원종현이 던지는 희망 메시지

2015.08.28 김한석 스포츠Q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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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을 맞은 한국 프로야구는 거의 매일 이어지는 장기레이스 속에 불규칙한 식습관, 수면 장애 등과 스트레스로 고생하는 선수와 감독들이 많다.

스트레스가 쌓이다보니 각종 질병에 취약하고 암으로 투병하는 사례도 의외로 많다. 누적된 스트레스로 은퇴 이후 암에 걸려 투병하다 유명을 달리하기도 한다. 현역 시절에도 암에 걸리는 시련을 겪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2011년 가을. 한국 프로야구는 크나큰 충격에 휩싸였다. 암으로 투병하던 불세출의 영웅 둘을 한꺼번에 잃었다. ‘영원한 3할 타자’ 장효조를 떠나보낸 지 1주 만에 ‘무쇠팔 투수’ 최동원과도 영원히 이별해야 했다. 원년 MVP ‘불사조’ 박철순마저 대장암과 싸워야했던 불운의 투병사는 선수들의 혹사를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

2012년 겨울. 거포 유망주 이두환은 뼈암의 일종인 대퇴골육종으로 다리까지 절제하며 투병의지를 보였으나 자신을 돕기 위해 자선경기가 열리기로 했던 날, 안타깝게도 저 세상으로 떠났다.

하지만 이후 프로야구 무대에서는 암을 이겨내는 인간 승리의 드라마가 많이 씌여지고 있다. 건강에 대한 경각심으로 암을 조기에 발견해 인생의 반전을 이루는 ‘극복의 아이콘’들이 감동을 낳고 있는 것이다.

2013년 갑상샘암 수술을 받은 kt 마무리 투수 장시환. 현대의 마지막 신인지명선수로 1승도 못 거뒀던 그는 두 번의 팔꿈치 수술에다 암 수술까지 받는 고난 속에서 장효훈에서 개명까지 하며 부활의지를 불태웠다.

막내 구단에서 기회를 얻은 장시환은 지난 4월 22일 입단 8년 만에 고대하던 첫 승을 신고하며 ‘야구인생 후반전’을 힘차게 열었다.

그리고 8월 5일. 위암을 이겨낸 한화 정현석이 344일 만의 1군 복귀전에서 멀티 안타를 쳐내더니 1주 뒤엔 데뷔 이후 첫 4안타 경기까지 펼치며 희망가를 불렀다.

정현석의 복귀는 한편의 드라마였다. 한화는 지난해 12월 삼성에서 베테랑 투수 배영수를 데려오며 보상선수로 정현석을 이적시켰으나 위암이 발견돼 다시 불러들였다. 한화 주장 김태균의 제의로 선수들은 모자에 저마다 정현석의 별명인 ‘뭉치’를 새기며 위암 수술을 받은 그의 조기 복귀를 기다렸다.

‘뭉치’란 별명 옆에 ‘자’를 붙인 ‘뭉치자’란 글귀를 보면서 한화는 ‘원팀’으로 뭉쳤다. 마침내 돌아온 그의 맹타 속에 386일 만에 4연승도 달렸고 가을야구에 대한 희망을 키우게 됐다.

지난 5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9회초 한화 공격 2사 3루 상황에서 한화 정현석이 중견수 앞 안타를 치고 있다. 정현석은 지난해 12월 위암 수술을 받고 이날 8개월만에 1군으로 복귀했다.(사진=저작권자(c)연합뉴스.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지난 5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9회초 한화 공격 2사 3루 상황에서 한화 정현석이 중견수 앞 안타를 치고 있다. 정현석은 지난해 12월 위암 수술을 받고 이날 8개월만에 1군으로 복귀했다.(사진=저작권자(c)연합뉴스.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요즘 한화그룹 광고 카피 ‘나는 불꽃이다’처럼 정현석은 ‘불꽃’으로 돌아왔다. 그 광고에서 유니폼을 받아드는 그의 표정에서 역경을 이겨낸 강인한 도전정신이 읽혀졌다.

그는 신혼 2년차 아내의 내조 속에 투병했던 8개월이 자신을 돌아보게 한 소중한 시간이었음을 말한다. “오랫동안 공과 방망이를 놓게 되니 자책도 많이 하고 그동안 즐거움 없이 야구를 했다는 것을 느꼈다. 이제 즐거운 마음을 갖고 하니 더 좋은 플레이가 나오는 것 같다.”

정말로 변했다. 퉁퉁하고 큼직했던 몸도 군살 없이 근육질의 몸매로 바뀌었다. 이전엔 힘을 앞세웠지만 이제는 간결하고 정교하게 방망이를 휘둘러 ‘타격할 줄 아는 스마트 타자’로 변신했다.

정현석은 ‘원조 불꽃’ 김성근 한화 감독을 보면서 복귀의지를 불태웠다. 쌍방울 사령탑 시절인 1998년 주위에는 신장 결석을 한다고 둘러대고 신장암 수술을 받고 며칠 안돼 덕아웃을 지켰던 그다.

당시 ‘죽음보다 야구를 하지 못하면 어쩌나?’하고 걱정했던 그였기에 정현석에게 수술 전 '병에서 가장 빨리 낫는 방법은 야구장에 빨리 오겠다는 생각만 하면 된다‘라고 보낸 메시지는 더욱 강렬했는지 모르겠다.

정현석의 공백 기간 ‘뭉치자’로 한화가 8년 만의 가을야구를 위해 결속했다면 NC는 원종현을 기다리며 위기를 극복해왔다.

NC는 모자와 불펜에 ‘155’란 숫자를 새겼다. 지난 1월 미국 전지훈련 중 어지럼증을 호소한 뒤 대장암 판정을 받고 항암치료를 해온 불펜투수 원종현의 복귀를 기다리는 뜻에서다. 지난해 준플레이오프에서 야구팬들을 놀라게 했던 구속 155km의 광속구를 다시 보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다.

올 시즌 사실상 그의 마운드 복귀가 힘든 것을 알면서도 등록선수 명단에서 그의 이름을 빼지 않았다. 불펜 필승조의 핵심인 원종현이 빠진데다 이렇다 할 전력 보강이 없어 가을야구가 힘들 것이라는 주위의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NC는 이렇게 동료의식으로 똘똘 뭉쳐 위기를 극복해냈고 다시 상위권을 지킬 수 있었다.

8월 18일, 원종현은 마지막 검사 결과 이상 증상이 발견되지 않아 완치판정을 받았고 1주 뒤 창원 마산구장을 찾아 선수단에 복귀 인사를 했다. LG에서 방출돼 자비를 들여 팔꿈치 수술까지 받은 뒤 신생팀에서 테스트를 거쳐 제2의 인생을 시작한 원종현. 다시 가혹한 시련을 맞았지만 지난 7개월간 13차례의 고통스런 항암치료를 이겨내고 재활훈련을 시작하게 됐다.

완치 소식을 접한 NC 구단 측은 “원종현의 목소리에서 진한 그리움과 오랜 기다림의 무게를 느꼈다”며 “155km를 새긴 마산구장 불펜 출입구를 힘차게 열고 그가 등판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환영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암을 이겨낸 고난 극복의 스토리는 명승부 못지않은 공감을 낳는다. 임파선암을 이겨내고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존 레스터, 고환암을 극복하고 월드시리즈 3회 우승을 일궈냈던 마이크 로엘 등이 그랬다.

지도자로서는 10차례 골육종 수술을 받았던 추신수의 소속팀 텍사스의 제프 배니스터 감독, 전립샘암 투병에서 승리한 조 토레 전 양키스 감독 등이 대표적이다.

모두들 죽음에 이르는 불안한 그림자가 드리워도 그 병마에 당당히 맞서 긍정의 힘으로 역사를 새로 쓴 인간 승리의 희망 전령사들이다.

정현석은 복귀전에서 “암으로 고생하는 모든 분들께 용기를 드리고 싶다. 그런 분들이 도전할 수 있는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하겠다”고 약속했고. 불꽃같이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재활훈련을 거쳐 내년 원종현이 다시 마운드 서는 날이 올 것이다. 원종현이 던지고 정현석이 때리는 상상만으로도 벌써부터 가슴이 느꺼워진다.

모두들 절망이라고 말하는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인고의 시간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며 긍정 에너지를 추슬러 새롭게 개척하는 스포츠 인생. 감동의 희망가를 부르고 있는 장시환, 정현석, 원종현의 불꽃같은 제2의 인생을 응원한다.

암과 싸우면서 자신이 그라운드에 다시 설 수 있다는 것 자체에 고마움을 되새기고 절실하게 도전하는 것은 스포츠선수로서 팬들에게 선사할 수 있는 소중한 희망 메시지이기에.

김한석

◆ 김한석 스포츠기자

스포츠서울에서 체육부 기자, 체육부장을 거쳐 편집국장을 지냈다. 스포츠Q 창간멤버로 스포츠저널 데스크를 맡고 있다. 전 대한체육회 홍보위원이었으며 FIFA-발롱도르 ‘올해의 선수’ 선정위원으로 활동했다. 제21회 이길용 체육기자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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