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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국가대표 이제 ’전임 감독’이 필요한 때

[김한석기자의 스포츠 공감] ‘프리미어12 초대 우승’ 김인식 감독의 고언

2015.11.27 김한석 스포츠Q 스포츠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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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없이는 야구도 없다.”

한국야구를 제1회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초대 챔피언에 올려놓은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늘 이렇게 국가대표의 사명감을 강조한다.

이 태극마크의 힘을 끌어모아 매번 기적의 드라마를 썼다. 그는 2002 부산 아시안게임 우승과 200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위업, 2009 WBC 준우승 신화에 이어 이번엔 세계 제패로 국민들에게 큰 기쁨을 선사한 ‘국민감독’이다.

결승서 일본에 아깝게 패해 준우승을 거둔 ‘위대한 도전’을 6년 만에 우승으로 열매 맺은 것이기에 그의 지도력에 대한 감동은 더욱 컸다.

 지난 2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회 결승전에서 한국이 미국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뒤 선수들이 김인식 감독을 헹가래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연합뉴스.무단전재-재배포금지)
지난 2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회 결승전에서 한국이 미국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뒤 선수들이 김인식 감독을 헹가래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연합뉴스.무단전재-재배포금지)

2년 뒤면 고희를 맞는 노감독에게는 실로 고행의 길이었다. 현직 감독 누구도 지휘봉을 잡지 않겠다고 하는 바람에 KBO 기술위원장으로서 나라를 위해 기꺼이 헌신을 택했다. 뇌경색 후유증으로 지금도 거동이 자연스럽지 못한 그이지만 한국야구의 ‘구원투수’로 나선 것은 태극마크의 사명감 때문이었다.

일본보다 9개월 늦은 사령탑 선임이었으니 준비 시간이 부족했다. 사상 첫 144경기를 치른 여파로 KBO리그 간판급 선수들이 줄부상으로 낙마했고 삼성 투수진의 해외도박 연루 파문은 전력 공백으로 이어졌다. 병역혜택 같은 성취동기도 없었기에 역대 최약체로 평가됐다.

하지만 ‘독이 든 성배’를 쥔 김인식 감독의 희생 앞에 선수들은 태극마크의 무게를 새삼 새기게 됐다.

‘프로야구 덕에 수십억씩 부를 쌓은 선수들이라면 팬들에게 보답할 줄 알아야 한다’는 그의 지론은 선수들을 다시 깨웠다. KBO리그 관중 증가세도 꺾이고 도박 스캔들로 맞은 위기의식도 ‘팀 코리아’로 뭉치게 했다.

김인식 감독은 불안한 선발진과 허약한 타선을 벌떼 마운드 전략과 탄탄한 수비로 메우며 난관을 슬기롭게 헤쳐 나갔다. 국제무대에서 생소한 잠수함 투수 4명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지략은 우승의 원동력이었다.

악전고투하면서도 한 치의 방심도 없이 상대 틈새를 공략하는 전략으로 조별리그에서 일본과 미국에 당한 패배를 준결승, 결승에서 잇따라 설욕했다. 4-3 대역전승을 거둔 일본과 준결승서 ‘기적의 9회’를 이끌어낸 대타 작전은 ‘포기하지 않으면 기회는 꼭 온다’는 그의 야구철학을 새삼 입증해주었다.

1995, 2001년 두 차례 우승한 KBO리그와 대약진한 WBC에서 보여준 ‘믿음의 야구’도 구심점이 됐다. 유일하게 국제경험이 풍부한 선발 김광현이 일본, 미국과 예선서 잇따라 부진했지만 미국과 결승에 다시 출격시켜 부활케 한 것이 좋은 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우승 이후 7년 만에 세계를 제패한 한국야구. 세계 최고 권위를 WBC에서 찾는 메이저리그의 반대로 미국은 마이너리거들로만 구성됐고, 일본은 베스트 전력이 다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폄하될 수만은 없는 우승 성과다. 한국도 온전한 전력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프리미어12 ‘초대 우승’을 계기로 한국야구가 변해야 한다는 외침이 정작 김인식 감독의 입에서 나왔다는 것은 새겨야 할 대목이다.

김 감독은 금의환향하면서 한국의 강한 야구를 위한 세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2017년 봄 예정된 제4회 WBC와 정식종목 부활 가능성이 높은 2020 도쿄올림픽을 겨냥해 미국과 일본의 장점을 비교해 내놓은 돌직구다.

강력한 선발 투수 육성과 외야수들의 송구능력 강화, 전임감독제 도입이 그것이다.

두 번이나 한국 타자들의 혼을 빼놓았던 괴물투수 오타니 쇼헤이를 위시한 일본 선발투수진에 대한 부러움, 희생플라이에도 강한 어깨로 한국 주자를 홈에서 잡아내는 미국 외야수 수준에 대한 찬사. 모두 단시일 내 해결될 수는 없지만 청소년야구부터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강화하면 지속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과제들이다.

그런데 전임감독제는 마음만 먹으면 바로 도입할 수 있기에 김 감독의 목소리는 높아졌다.

“내가 WBC 1, 2회 대회 때 한화 감독이었는데 부담이 굉장히 컸다. 젊은 감독들이 전임 감독을 맡아 새롭게 팀을 이끌었으면 한다.”

일본은 2017년 WBC 우승을 목표로 대표팀 ‘사무라이 재팬’을 출범했다. 지도자 경험이 전무했던 통산 홈런 413개의 강타자 출신 고쿠보 히로키에게 상설화된 대표팀의 지휘봉을 맡겼다. 그는 한국과 준결승에서 미숙한 투수교체로 역전패를 자초했지만 질책 속에도 도전을 이어가게 된다.

야구에서는 구원투수로 몇 번 이길 수 있지만 선발투수 없이는 이길 확률을 높일 수는 없다. 대표팀 감독도 마찬가지다. 임기응변보다는 확고한 원칙과 치밀한 준비만이 경쟁력을 높인다. 대표팀 짤 때마다 이 눈치 저 눈치 보고, 고사하는 감독을 설득하는 행태로는 한국 야구의 경쟁력은 지속될 수 없다.

축구에서는 1992년 전임감독제가 도입돼 2002 월드컵 4강 신화의 기틀을 다지는데 큰 역할을 했다. 배구와 농구에서는 전임감독제가 시도됐지만 비용 측면과 인재난으로 최근 배구의 박기원 감독 말고는 전임제가 뿌리내리지 못한 게 사실이다.

야구는 정례화된 국제 경기가 많지 않아 전임감독제가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역할을 넓힌다면 효율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

대표팀 전임 감독이 상시적으로 청소년 레벨의 연령대별 대표팀까지 총괄케 한다면 통일된 패러다임으로 강한 야구를 구축해낼 수 있다. 겨울훈련과 연습경기를 통해 투수 혹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2008 올림픽의 에이스 류현진 같은 대형투수를 기대할 수는 없는 것이다.

성적지상주의의 틈바구니에서 무심코 행해지는 관행을 개선하면서 김인식 감독이 강조한 선발투수와 야수들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일관된 육성 방향을 제시하는 것을 전임 감독에 맡긴다면 과연 비효율적인 일일까!

KBO리그의 순위싸움에서 벗어나 프로와 아마추어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한국의 강한 야구를 구축하기 위한 미시적인 전략과 거시적인 방향을 모색케 할 수 있는 전임감독제의 순기능에 대해서 면밀하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메이저대회마다 언제까지나 ‘기적의 빅 이닝’만을 고대할 것인가. 국내 프로야구가 1000만 관중시대를 바라볼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데는 2008 올림픽 우승, 2009 WBC 준우승이 기폭제가 됐다.

언더독의 기적이 아니라 베스트 멤버들의 수준으로 세계정상권을 유지하는 것이 KBO리그의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이라는 걸 새긴다면 ‘국민감독’이 던진 쓴소리에 귀 기울여 폭넓은 논의를 펼쳐나가야 할 때다.

2015년 가을의 ‘애국심 리더십’은 충분히 감동적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제 내린 눈이리라.

위기는 늘 성공 속에 숨어 있고 안주하려는 순간 바로 실패로 변하는 법이다. 2017년 WBC에서 완전체의 위대한 도전을 보고 싶어 하는 프로야구 팬들의 기대도 헤아려본다면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김한석

◆ 김한석 스포츠기자

스포츠서울에서 체육부 기자, 체육부장을 거쳐 편집국장을 지냈다. 스포츠Q 창간멤버로 스포츠저널 데스크를 맡고 있다. 전 대한체육회 홍보위원이었으며 FIFA-발롱도르 ‘올해의 선수’ 선정위원으로 활동했다. 제21회 이길용 체육기자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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