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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어진 아비뇽의 다리 위에서 부르는 끊어지지 않는 노래

[정태남의 클래식 여행] 프랑스/아비뇽(Avignon)

2016.08.31 정태남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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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방의 론 강가에 자리 잡은 조용한 소도시 아비뇽. 프랑스 사람들은 아비뇽이라면 먼저 ‘아비뇽의 다리’를 떠올린다. 왜냐면 <아비뇽의 다리 위에서(Sur le Pont d'Avignon)>라는 노래를 어릴 때부터 즐겨 부르면서 자라기 때문이다. 

‘도-도-도 레-레-레’로 시작되는 이 노래는 후렴이 반복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매운 단순해 한번 듣고도 금방 따라 할 수 있다. 그런가하면 가사에는 여러 종류의 직업이 나온다.

론 강과 아비뇽의 다리. 이 다리는 원래 900미터의 길이였다.
론 강과 아비뇽의 다리. 이 다리는 원래 900미터의 길이였다.

아비뇽의 다리 위에서 모두 원을 그리며 춤춘다.

멋진 신사들은 이렇게 해. 그리고는 다시 이렇게 해.
아름다운 부인들은 이렇게 해. 그리고는 다시 이렇게 해.
정원사들은 이렇게 해. 그리고는 다시 이렇게 해.
재봉사들은 이렇게 해. 그리고는 다시 이렇게 해.
장교들은 이렇게 해. 그리고는 다시 이렇게 해.
악사들은 이렇게 해. 그리고는 다시 이렇게 해.
아이들은 이렇게 해. 그리고는 다시 이렇게 해.
제화공들은 이렇게 해. 그리고는 다시 이렇게 해.
세탁부들은 이렇게 해. 그리고는 다시 이렇게 해.
(.....)

이처럼 가사에 모든 직업이 끊임없이 등장하니 <아비뇽의 다리 위에서>는 사회의 모든 계층이 즐겨 부르는 민요인 것이다. 이 작자미상의 노래가 처음 등장한 것은 까마득한 옛날인 15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이 곡의 제목은 원래 <아비뇽의 다리 아래에서(Sous le Pont d'Avignon)>였다.

원을 그리며 추는 춤은 양치기들이 추던 것이다. 이 노래가 프랑스에서 널리 애창되기 시작한 것은 1853년부터이다. 프랑스 작곡가 아돌프 아당(1803-1856)이 자신의 희극 오페라 작품에 이 민요를 차용한 이후부터 폭발적인 인기곡이 되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아비뇽의 다리는 어떤 다리일까? 

중세의 성곽으로 둘러싸인 아비뇽 시내의 길에는 아비뇽의 다리로 안내하는 도로표지판이 보인다. 표지판에는 아비뇽의 다리(Pont d'Avignon) 바로 아래에 생 베네제(Saint-Bénézet)라고 적혀있다. 즉 이 다리는 생 베네제 다리라고도 불린다. 

현재 4개의 아치만 남아있는 끊어진 아비뇽의 다리.
현재 4개의 아치만 남아있는 끊어진 아비뇽의 다리.

다리건설은 중세의 기술력으로는 어렵고도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었다. 또 중세의 다리는 거의 모두 목재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항상 화재의 위험이 뒤따랐다. 그러다가 고대 로마의 석조 아치구조의 다리 건설 전통이 중세 후기에 비로소 재발견됐다.

유럽에서 중세 최초로 세워진 로마식 석조다리가 바로 생 베네제 다리이다. 그런데 생 베네제, 즉 베네제 성인은 어떤 인물이며 이 다리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전설에 의하면 어느날 양떼를 돌보고 있던 어느 양치기가 갑자기 환상에 빠져 ‘나를 위해 론 강에 다리를 건설하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양치기는 아무런 능력도 돈도 없는 미천한 자기가 어떻게 다리를 세울 수 있느냐고 반문했지만 예수 그리스도는 그에게 오로지 믿음을 가지고 하라고만 했다.

그 후 어느날 순례자의 모습을 한 천사가 나타나 다리를 세워야할 곳으로 그를 안내했다. 양치기는 하늘의 명령에 복종하기로 하고 아비뇽 주교한데 가서 자신이 론 강에 돌다리를 놓으라는 명을 받았다고 했다. 주교는 코웃음을 쳤다. 그러자 양치기는 하늘의 뜻을 따르자고 제안했다.

아비뇽의 다리와 교각에 세워진 성 니콜라 예배당.
아비뇽의 다리와 교각에 세워진 성 니콜라 예배당.

그는 자기가 엄청난 크기의 돌을 들고 와서 다리가 놓일 장소에 놓는다면 다리 건설을 하늘의 뜻으로 여기자고 하자 이에 주교는 동의했다. 마침내 양치기는 기적같이 아주 커다란 돌을 들고 와 그 자리에 놓았고 다리 건설을 위한 자금을 지원받게 되었다. 양치기의 이름이 바로 베네제이다. 여기까지는 전설이고 이제부터는 사실이다. 

베네제는 부유한 후원자들로 구성된 ‘다리 형제회’ 조직해 기부금, 유언장 처분액 등을 기증받아 다리 건설비용으로 마련했다. 이 다리는 1178년에 착공, 불과 7년만인 1185년 완공됐다. 

22개의 아치로 이루어진 길이 900미터의 다리가 론 강 위에 모습을 보였는데 안타깝게도 다리 건설을 진두지휘 하던 베네제는 다리 완공을 1년 앞두고 세상을 떠났다. 그의 유해는 교각에 세워진 성 니콜라 예배당에 1669년까지 안치됐다.

아비뇽의 다리 표지판. ‘생 베네제’라는 이름도 표기되어 있다.
아비뇽의 다리 표지판. ‘생 베네제’라는 이름도 표기되어 있다.

그 후 이 다리는 내란과 론 강의 범람으로 몇 차례 파손되었다가 복구됐으나 1669년 론 강의 범람으로 다리 한쪽이 강물에 완전히 휩쓸려간 다음에는 더 이상 복구되지 않았기 때문에 다리의 본래 기능을 완전히 상실하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다리가 아비뇽의 명소로 확고하게 자리잡게 된 것은 바로 <아비뇽의 다리 위에서>라는 단순한 노래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정태남

◆ 정태남 건축사

이탈리아 건축사이며 범건축(BAUM architects)의 파트너이다. 건축 분야 외에도 음악, 미술, 언어, 역사 등 여러 분야에 박식하고, 유럽과 국내를 오가며 강연과 저술 활동도 하고 있다. <매력과 마력의 도시 로마 산책>, <로마역사의 길을 걷다>, <유럽에서 클래식을 만나다>, <이탈리아 도시기행> 외에도 여러 저서를 펴냈으며, 이탈리아 대통령으로부터 기사훈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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