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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로마 역사와 공존하는 음악의 전당 아우디토리움

[정태남의 클래식 여행] 이탈리아/로마(Roma)

2017.01.16 정태남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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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800년이라는 장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로마는 지구상에서 아직도 살아 움직이고 있는 가장 오래된 도시 중의 하나로 손꼽힌다. 현재 로마의 역사중심은 19킬로미터가 되는 아우렐리아누스 황제 도시성벽으로 둘러싸인 지역인데 서울로 치면 4대문 안 지역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도시성벽은 3세기 후반 로마제국의 운명이 기울어질 때 게르만족의 침입이 임박할 것으로 예상해 로마의 방어를 위해 세운 것이다. 이 지역 안에서는 현대식 건축물이라고는 몇 개의 작은 규모의 건물을 제외하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사실 이 곳에서는 땅을 조금만 파도 고대로마의 유적이 발굴되곤 하니 말이다. 

로마 최대의 음악당인 아우디토리움. 입구광장은 고대 마치 고대그리스의 반원형 극장처럼 계단으로 처리돼 있다.
로마 최대의 음악당인 아우디토리움. 입구광장은 마치 고대 그리스의 반원형 극장처럼 계단으로 처리돼 있다.

한편 ‘고대로마’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문구 중 하나는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이다. 로마로 통하던 모든 길 중에서 기원전 3세기 초반에 세워진 비아 플라미니아(Via Flaminia)는 로마의 심장부에서 북부 이탈리아로 향하던 도로인데 아스팔트를 깔아 지금도 사용되고 있다.

로마의 역사 중심의 경계에서 벗어나 비아 플라미니아를 따라 북쪽으로 약 2킬로미터 정도 올라가면 로마에서 가장 큰 현대식 콘서트홀이 있다. 이 대음악당은 ‘음악의 공원’이란 뜻으로 파르코 델라 무지카(Parco della Musica), 또는 간단히 ‘음악당’이란 뜻으로 아우디토리움(Auditorium)이라고 불린다. 

아우디토리움의 건립은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로마 시정부는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와 그 주변 녹지대인 파리올리 언덕 사이에 있는 널따란 방치된 지역을 개발하려는 계획의 일환으로 이 곳에 새 천년을 맞는 로마를 상징할 만한 새로운 음악의 전당을 세우기로 했다.

이리하여 1996년에, 콘서트홀을 설계한 경험이 있는 세계적인 건축가 9명에게 지명현상설계를 맡겼는데 최종 당선작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건축가 렌조 피아노(Renzo Piano)의 계획안이었다.

렌조 피아노가 지닌 강점이라면 무엇보다도 먼저 형태와 공간을 다루는 숙련된 능력, 재료에 대한 뛰어난 감각, 건축물이 세워질 장소에 대한 깊은 이해 등으로 요약될 수 있겠는데 아우디토리움은 이러한 것을 총체적으로 보여준다. 

광장에서 본 아우디토리움의 시노폴리 홀. 광장에 심어진 올리브 나무가 남국의 정취를 자아낸다.
광장에서 본 아우디토리움의 시노폴리 홀. 광장에 심어진 올리브 나무가 남국의 정취를 자아낸다.

아우디토리움은 크기가 다른 3개의 커다란 ‘덩어리’로 구성돼 있어서 상공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목을 숨긴 거북이 가족처럼, 또는 세 개의 악기통을 모아놓은 것처럼 보인다. 3개의 커다란 ‘덩어리’는 다름 아닌 2800석의 산타 체칠리아 홀(Sala Santa Cecilia), 1200석의 시노폴리 홀(Sala Sinopoli), 750석의 페트라시 홀(Sala Petrassi)로 불리는 최첨단 콘서트 홀이다.

이 3개의 콘서트 홀은 각각의 기능에 맞춰 서로 다르게 디자인되었지만 모두 납으로 만든 지붕과 체리 나무로 마감한 인테리어를 통해 뛰어난 음향을 갖춘 완벽한 공연공간이다. 산타 체칠리아 홀은 합창단과 대형 오케스트라의 심포니 콘서트뿐만 아니라 록 콘서트도 열리는 공간이다.

시노폴리 홀의 무대와 좌석은 공연의 종류에 따라 조정될 수 있으며, 페트라시 홀은 연극이나 현대 음악 또는 스크린 영사 공연을 위해 무대 앞에 막을 내려 앞무대를 만들 수 있는 장치도 갖추고 있다.

아우디토리움 안에 있는 역사박물관. 그 너머로 고대로마 별장 유적지가 보인다.
아우디토리움 안에 있는 역사박물관. 그 너머로 고대로마 별장 유적지가 보인다.

이 세 개의 홀은 마치 입구의 둥근 광장을 감싸듯 세워져 있는데 이 광장 주위는 고대 마치 고대 그리스의 반원형 극장처럼 계단으로 처리돼 야외 공연장으로 사용되며 3000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음악의 전당은 로마 시정부가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제때 완공되지 못했다. 왜냐면 공사가 한창 진행되던 중에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 일대는 로마의 역사중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고대로마의 유적이 발굴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아우디토리움 안내판.
아우디토리움 안내판.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사중에 기원전 4~6세기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로마공화정 시대 귀족의 교외 별장유적이 발굴되었던 것이다.

그러자 공사는 즉각 중단되었고 로마 시정부는 새천년을 맞아 완공하려는 야심찬 꿈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이에 건축가 렌조 피아노는 기존의 설계를 대폭 변경해 이 유적지를 보존하고 껴안을 수 있도록 했다. 

그 후 마침내 2002년 12월 21일에야 정명훈이 지휘하는 음악회로 산타 체칠리아 홀을 오픈함으로써 장구한 역사의 도시 로마에 새로운 미래를 여는 현대건축의 로마 대음악당이 공식적으로 탄생했다.

아우디토리움은 유럽에서 가장 규모가 큰 다기능 음악 복합건물로 다양한 종류의 공연 프로그램들을 통해 1년에 100만명 이상의 관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그런데 기능적으로 볼 때 다른 음악당들과는 달리 좀 특이하다.

왜냐면 아우디토리움 안에 들어서자마자 먼저 역사박물관이 바로 눈앞에 펼쳐지기 때문이다. 이 박물관에는 바로 이곳에서 발굴된 고대로마의 별장 유적지에서 출토된 유물과 별장의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그러니까 아우디토리움을 찾는 사람들은 이곳에서 음악뿐만 아니라 고대 로마 역사와 공존하는 현대건축의 묘미도 체험하게 되는 것이다. 

정태남

◆ 정태남 건축사

이탈리아 건축사이며 범건축(BAUM architects)의 파트너이다. 건축 분야 외에도 음악, 미술, 언어, 역사 등 여러 분야에 박식하고, 유럽과 국내를 오가며 강연과 저술 활동도 하고 있다. <매력과 마력의 도시 로마 산책>, <로마역사의 길을 걷다>, <유럽에서 클래식을 만나다>, <이탈리아 도시기행> 외에도 여러 저서를 펴냈으며, 이탈리아 대통령으로부터 기사훈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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