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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신구 하나쯤? 그건 DNA에 충실한 인간의 본능

[김창엽의 과학으로 보는 문화] 인류태생과 함께 한 장신구

2017.02.15 김창엽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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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탄생과 함께 태동한 장신구는 몸에 착용하는 등의 행위가 자연스레 받아들여지는 것은 인류의 DNA에 장식 본능이 있기 때문인 것이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인류탄생과 함께 태동한 장신구. 몸에 착용하는 등의 행위가 자연스레 받아들여지는 것은 인류의 DNA에 장식 본능이 있기 때문이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반지 교환은 대부분의 혼인 예식에서 거의 빠지지 않고 치러지는 의식이다.

새 삶을 시작하는 신부와 신랑은 그 의미를 구태여 따지지 않고, 주례의 말에 따라 반지를 주고 받는다. 왜 왼손에, 그 것도 약지에 혼인 반지를 끼어야 하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이다.

다만 막연하나마 추측은 가능하다. 왼손잡이가 드물고, 약지가 손가락들 가운데 사용빈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탓에 왼손 4번째 손가락에 혼인 반지를 끼게 됐다는 것이다.

혼인 반지의 유래와 연원은 모를지언정, 신혼 부부들에게 혼인 반지 착용은 대체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왜 일까? 아마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반지 교환과 착용을 문화나 사회적 의례의 하나로 치부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부분이 있다. 장신구 착용이 사실상 인간의 본능에서 비롯됐다는 점이 바로 그 것이다.

반지는 동서고금을 가릴 것 없이, 목걸이 팔찌 등과 함께 장신구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다. 혼인 때 반지 교환 의식은 고대 이집트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장신구의 하나로써 반지는 그보다 훨씬 앞서 탄생됐다고 추정할 수 있다. 반지보다 착용이 간편하고 타인의 눈에 띄기 쉬운 목걸이는 거의 현생 인류의 출현과 동시에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13만년 전 크로아티아의 한 지방에서 네안데르탈인이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목걸이. 독수리 발 뼈로 만들었다. <사진=크로아티아 자연사박물관>
13만년 전 크로아티아의 한 지방에서 네안데르탈인이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목걸이. 독수리 발 뼈로 만들었다. (사진=크로아티아 자연사박물관)

두어 해전 크로아티아 자연사박물관의 고고학자들과 미국 캔자스대학 인류학자들은 약 100년 전 크로아티아의 한 지방에서 발굴된 목걸이가 네안데르탈인이 착용한 것이라고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네안데르탈인은 현생 인류의 조상 가운데 하나로 독수리 발 뼈로 만들어진 이 목걸이는 13만 년 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됐다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 역시 목걸이를 만들었다. 지금까지 발굴된 호모 사피엔스 목걸이 중 최고는 7 5천년 전쯤 오늘날의 아프리카 남아공 인도양쪽 연안의 동굴에 거주하던 사람들이 만든 것이다.

7만5천년 전 만들어진 목걸이.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한 동굴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체동물의 뼈에 구멍을 내어 이를 끈으로 연결해 착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생인류, 즉 호모 사피엔스가 만든 장신구 가운데 지금까지 발굴된 것으로는 최고의 목걸이다 <사진=헨실우드>
7만5000년 전 만들어진 목걸이.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한 동굴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체동물의 뼈에 구멍을 내어 이를 끈으로 연결해 착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생인류, 즉 호모 사피엔스가 만든 장신구 가운데 지금까지 발굴된 것으로는 최고의 목걸이다. (사진=헨실우드)

이 목걸이는 조개와 유사한 연체동물의 뼈에 구멍을 뚫어 연결해 제작됐다.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상에 나타난 게 대략 10만년 전이니, 현생 인류는 탄생 초기부터 목걸이를 비롯한 장신구를 만들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장신구는 크게 보면 장식의 일환이다. 장신구가 인류 탄생과 역사를 함께 한다는 사실 또한 장식이 본능의 일부분이라는 점을 웅변한다.

뭔가를 치장하거나 혹은 꾸미거나 몸에 착용하는 등의 행위가 자연스레 받아들여지는 것은 인류의 DNA에 장식 본능이 있기 때문인 것이다.

그러니 혼인 예식 때 예물로 반지를 교환해 착용하고, 최근 십 수년 사이에 목걸이를 차고 다니는 남성들이 부쩍 늘어난 것 또한 따지고 보면 이상할 게 하나도 없다.

인간이 장식의 동물인 건, 지능이 뛰어난데다 손발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등 장식을 위한 좋은 여건을 두루 갖춘 탓이다.

하지만 치장이 인류의 전유물은 아니다. 생물학자들의 관찰에 따르면, 적지 않은 동물들이 여러 이유로 치장 혹은 장식을 한다. 이른바 생물학적 장식이 바로 그 것이다. 생물학적 장식은 특히 조류에서 두드러지는데, 화려하기 짝이 없는 수컷 공작새의 깃털이 한 예이다.

공작새의 깃털은 그 자신의 생존, 즉 먹이를 구하고 적으로부터 도망치고 수면 등을 취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자손 번식을 목표로 한 암컷을 향한 구애에선 화려한 깃털은 없어서 안될 장식이다. 공작새 수컷의 깃털이 화려할수록 더 많은 암컷으로부터 주목을 받는데, 이는 실제 수컷의 건강 여부와 관계 없이 화려함이 더 강한 수컷의 상징으로 암컷들에게 인식되는 까닭이다.

동물의 세계에서 장식이 주로 수컷에 의해 이뤄진다는 점은 수컷의 값이 싸다는 의미를 일정 정도 내포하고 있다.

귀걸이는 보통 9개의 부위에 이뤄질 수 있다. 귀걸이 부위는 착용자의 의도와 개성, 정체성 등을 암시하기도 한다. <사진=피터 니마이어>
귀걸이는 보통 9개의 부위에 이뤄질 수 있다. 귀걸이 부위는 착용자의 의도와 개성, 정체성 등을 암시하기도 한다. (사진=피터 니마이어)
 즉 번식에 관한 한 암컷이 이고, 수컷이 이라는 뜻이다. 이는 정자의 가치가 난자의 가치에 비해 훨씬 떨어진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단적으로 말해 난자 1개의 가치는 정자의 수억 배에 이를 수 있다. 아쉬운 쪽, 즉 자손 번식을 위해 상대의 환심을 사야 쪽은 대부분 수컷이라는 얘기이다.

아쉬운 쪽이 장식에 더 적극적이라는 건 그저 동물의 세계에만 적용되는 주장일까?

사람의 장식 혹은 치장이 동물과 같은 차원일 수는 없다. 하지만 사람들도 동물들의 생물학적 장식 원리에서 전적으로 예외일 수는 없다.

남성이나 여성이 장신구를 몸에 다는 건, 꼭 이성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그러나 이성으로부터 호감 혹은 호평을 마다 할 남자나 여자는 아마도 세상에 없을 것이다. 인간에게 있어서 장식도 일정 정도 이성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것일 수 있다는 말이다.

사람은 매우 속내가 복잡한 동물이어서, 치장이나 장식의 숨은 뜻을 밝혀내기가 쉽지만은 않다.

예를 들어 2000년대 들어 특히 전세계적으로 크게 유행하는 문신(타투 tattoo)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한두 갈래가 아니다.

어떤 문신은 이성의 호감을 자아내기는커녕 혐오감을 불러올 수도 있다. 그런가 하면 반대로 문신과 그 문신을 한 사람을 매력적으로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문화인류학자들에 따르면, 문신은 정체성 강화 혹은 확인의 성격이 짙다. 즉 문신을 남에게 내보이고 싶은 의도도 있지만, 그 못지 않게 스스로 어떤 문신을 함으로써 자아를 규정하려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주술이나 종교 차원에서 문신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있어 문신은 가치 혹은 신념 체계를 반영하는 치장 혹은 장식이다.

장신구 착용 또한 넓은 의미에서는 문신 등과 같은 성격을 가진 장식 혹은 치장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장신구로써 혼인 반지는 기혼자로서 신분, 즉 그 나름의 정체성을 표징하는 것이다. 또 부호들이 착용하는 고가의 반지는 부를 과시하는 징표이기도 하다.

값비싼 다이아몬드 반지나 목걸이 같은 것들이 이런 예에 속한다. 누군가 다량의 순금으로 만들어진 목걸이를 차고 있다면 속된 말로 자신은 있는계층의 일원이라고 무언의 웅변을 하는 셈이다.

장신구 착용이나 이런저런 치장을 심미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예가 많다. 깃털이 화려한 공작이 아름답듯, 멋진 귀걸이나 팔찌를 손목에 찬 배우들의 외모가 왠지 더 돋보이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장신구 착용은 단순히 예쁘게 혹은 멋있게 보이기 위해서 이뤄지는 게 아니다

또 장신구 착용이나 장식 혹은 치장이 너무도 일상적이라는 이유로 은연중에 낮게 평가되는 예도 적지 않다.

단적인 예가 장신구가 예술의 차원에서 취급되거나 인식되지 못하는 것이다. 고분에서 발굴되는 귀걸이나 금관 등을 두고 그 세공기술 등에 대한 칭송이 쏟아지는 예가 없지는 않지만, 일상적으로 장신구를 예술 차원에서 접근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사실 장신구나 치장, 장식들 가운데는 유행을 타는 예가 수두룩하다. 고가의 귀금속으로 만들어진반지나 팔찌 귀걸이 목걸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혁대나 스카프 브로치 단추 같은 장신구마저도 유행에 매우 민감한 편이다.

그러나 시류 변화에 활발하게 조응한다는 점이 문화의 한 축으로써 장신구나 장식 혹은 치장의 본래 가치를 저하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16세기 만들어진 터키의 단도 손잡이 부분 아라베스크 장식. 단도의 손잡이나 칼집 장식은 동서고금을 통해 흔히 볼 수 있는 치장의 하나이다. <사진=월터스 예술박물관>
16세기 만들어진 터키의 단도 손잡이 부분 아라베스크 장식. 단도의 손잡이나 칼집 장식은 동서고금을 통해 흔히 볼 수 있는 치장의 하나이다. (사진=월터스 예술박물관)
 장신구나 장식 혹은 치장은 사실 좁은 의미에서 문화를 뛰어 넘어 보다 폭넓게 사람들의 일상을 지배한다.

또 개개인들은 장식을 통해 자신의 의식을 표출한다. 예컨대, 이런저런 색깔과 형태를 한 리본은 조의를 표하는 데 활용되기도 하며, 때로는 민감한 정치적 사안에 대한 의사 표시 수단이 되기도 한다. 이런 까닭에 장신구 착용이나 장식 치장에 대한 시선이 미적 차원에만 머무른다면 그 같은 시각은 표피적일 수 있다.

동물들의 화려한 깃털이나 비늘 색깔이 단순한 치장이 아니라, 성공적인 자손 번식을 위한 갈구이자 염원이다.

인간에게 장신구 착용이나 장식 또한 실은 겉멋 부리기가 아니다. 장신구 착용이나 장식의 숨은 뜻은 정체성을 드러내고 확인하며, 종교적 정치적 소속감을 표출하는 등 넓은 의미에서 인간 개개인의 생존방식의 하나인 것이다.

동물들에 비해 훨씬 복잡하고 차원 높은 인간 특유의 이런 장식 생존양태는 이미 DNA에 각인돼 있다. 저마다 표출 방식은 다를망정 인간은 그 태생이 무릇 장식 의식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존재이다

김창엽

◆ 김창엽 자유기고가

중앙일보에서 과학기자로, 미주 중앙일보에서 문화부장 등으로 일했다. 국내 기자로는 최초로 1995~1996년 미국 MIT의 ‘나이트 사이언스 펠로우’로 선발됐다.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문화, 체육, 사회 등 제반 분야를 과학이라는 눈으로 바라보길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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