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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의 히잡문화, 한국은 마스크문화?

[김창엽의 과학으로 보는 문화] 문화는 기후하기 나름

2017.04.28 김창엽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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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가령로에 가로수로 심은 야자수들이 너무 높이 자라 전력선과 접촉하며 정전이 발생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제주시 가령로에 가로수로 심은 야자수들이 너무 높이 자라 전력선과 접촉하며 정전이 발생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제주에 가로수로 심어진 일부 야자수들이 자칫 골칫거리로 전락할 처지라는 소식이 얼마 전 있었다. 제주의 이국적 풍광을 살리는데 큰 몫을 했던 야자수가 정전을 초래하는 주범 가운데 하나로 밝혀지면서 최대 수백 그루의 야자수 이식이 불가피하다는 것이었다.

풍광이나 나무 등 식생이 일상은 물론 관광문화 등에 끼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예컨대 여가문화의 축을 이루는 휴양지나 휴가지 등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건 한마디로 경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속 깊은 곳에 자리한 조용한 산사를 찾는 사람들은, 그 곳에 맞는 여가문화를 즐기게 마련이다. 또 제주 같은 곳은 아마도 남국의 느낌이 물씬 풍기기 때문에, 그 걸 즐기려고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는 것일 게다.

자연경관이나 풍경, 식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건 두말할 나위 없이 기후이다. 헌데 문제는 이 기후가 최근 1세기 동안 크게 변하는 양상이라는 점이다. 기후는 적어도 수천 년 혹은 수만 년 스케일에서 변해야 생태계가 적응과 순응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지구촌의 커다란 문제로 등장한 지난 1세기 동안의 급격한 지구온난화는 그러니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래도 나름 임시 대응 처방이라도 가능한 인간은 나은 처지일 수 있다. 인간을 제외한 다수의 동식물 등 여느 생명체들은 뾰족한 대책 없이 고스란히 지구온난화의 희생양이 되고 만다.

제주의 이미지 가운데 하나인 야자수만 해도 그렇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야자수는 더 빨리 자랄 확률이 높고, 그럼 전봇대에 걸쳐진 전선과 ‘마찰’을 일으킬 가능성 또한 높아진다. 이렇게 되면 야자수는 베어지거나 이식되는 운명에 놓일 수 밖에 없다. 

기후변화의 악영향이 미치는 범위가 관광을 비롯한 여가문화 정도에만 머무른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당면한 가장 큰 우려 가운데 하나는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가 현대인의 포괄적인 생활문화를 송두리째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한 문화의 변천은 선순환이 아니라 악순환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심히 걱정스럽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현대인의 생활문화 일반이 지구온난화를 가속하고, 지구온난화는 다시 현대인들의 화석연료 과소비 등을 부추김으로써 사태를 계속 악화시키기만 하는 것이다.

캐나다 북부의 녹아 내리고 있는 빙하. 기후변화는 먼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최근의 지구온난화로 인한 영향에서 문화 또한 자유로울 수 없다. (사진=닥 설스)
캐나다 북부의 녹아 내리고 있는 빙하. 기후변화는 먼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최근의 지구온난화로 인한 영향에서 문화 또한 자유로울 수 없다. (사진=닥 설스)

세계 화석연료의 주 소비지인 미국과 중국의 사례는 기후변화로 인한 악순환적 생활문화의 변화를 실증하는 사례로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미국의 대도시를 떠올리라고 하면 장년층이나 노년층은 대부분 뉴욕,  엘에이, 시카고 등지를 꼽을 것이다. 이들이 속한 뉴욕주나 캘리포니아주 등은 미국에서 사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는 주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난 반세기 동안 미국의 도시 판도는 급격히 변해 버렸다.  뉴욕이나 시카고를 끼고 있는 북부 혹은 북동부 지역은 정체 혹은 쇠퇴 조짐이 역력하다. 반면 남쪽에 자리한 플로리다 텍사스 캘리포니아 같은 따뜻한 지역은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한 예로 미국 사정에 밝은 신세대들이라면, 시카고를 품은 일리노이주 보다는 마이애미를 끼고 있는 플로리다가 더 익숙할 수도 있다. 출장이나 해외여행 차 플로리다를 방문해 본 직장인들도 적지 않을 터이고, 골프 중계나 각종 스포츠 이벤트 등으로 플로리다라는 단어를 접하는 사람도 꽤 있을 것 같다.

플로리다는 실상, 현대인들의 ‘냉방문화’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곳이라 해도 틀림이 없다. 냉방문화는 현대문화를 특징짓는 키워드 가운데 하나이다. 인류는 원시시대부터 갖은 수단으로 혹한기 난방을 해왔다. 우리의 온돌문화만 해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하지만 더위는 제대로 극복하지 못했다.

냉장문화는 20~21세기를 특징 지우는 키워드이다. 냉장고와 에어컨의 대중보급으로 현대인의 생활문화는 그 이전과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사진=밀라도 모스포)
냉장문화는 20~21세기를 특징 지우는 키워드이다. 냉장고와 에어컨의 대중보급으로 현대인의 생활문화는 그 이전과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사진=밀라도 모스포)

에어컨과 냉장고로 대표되는 냉방문화는 꽃 피운 지 반세기 남짓에 불과하다. 노년층들 가운데는 젊은 시절 에어컨과 냉장고 혜택을 보지 않았던 사람들이 더 많겠지만,  요즘 사람들 중에 에어컨과 냉장고 없는 일상을 상상해 볼 수 있는 부류는 극히 드물 듯 하다. 그만큼 급격하게 냉방문화가 자리를 잡은 것이다.

하다못해 TV 맥주 광고만 해도 냉장고 안의 맥주 혹은 맥주의 냉장 상태를 암시하는 컷이 빠지는 경우는 찾기 힘들다. 한국 유럽 미국 가릴 것 없이 거의 공통적인 현상이다. 더위가 서서히 고개를 드는 이 즈음, “어이~, 김대리 오늘 우리 집에서 시원하게 한잔?” 하고 말을 건넬 수 있는 건 두말할 것 없이 냉장문화 덕분이라는 얘기이다. 

미국 플로리다의 인구변천은 냉장문화의 침투력과 영향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아열대 기후의 플로리다는 1950년만 해도 인구가 300만명에도 못 미쳤다. 그러던 것이 1980년대 1000만을 돌파하더니, 지난 2000년 1600만명을 넘보고, 2015년에는 마침내 2000만명을 뛰어넘어 뉴욕 주를 제치고 캘리포니아 텍사스에서 이어 미국에서 3번째로 인구가 많은 주가 됐다.

연중 더운데다 습기가 많은 플로리다를 ‘포획’한 것은 다시 말할 필요 없이 에어컨과 냉장고의 보급 확산이었다. 헌데 에어컨과 냉장고는 에너지 소모가 아주 큰 전자제품에 속한다. 이러니 화석연료의 소모가 클 수밖에 없다. 또 상상하기 어렵지 않듯, 플로리다 사람들은 연중 가장 오랜 시간 자동차 및 실내 에어컨을 돌리는 축에 든다. 

화석연료 소모가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라는 사실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기후변화를 부추기는 냉장문화는 우선 당장 편리함이라도 제공한다. 하지만 중국의 사례에서 보듯 날로 악화되는 황사와 엄청난 미세먼지 배출은 자국은 물론 한국 같은 이웃국가 국민들의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다.

요즘 서울이나 대전 대구 같은 대도시에서 연중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들 가운데는 이른바 복면형 마스크를 착용하는 사람도 있고, 또 이를 불편한 시선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그렇다고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인들 편할까? 이를 두고 부정적인 차원의 생활문화가 싹을 틔우고 있다고 지적하면 호들갑일까?

히잡을 쓴 아랍 여성과 최근 우리나라에서 미세먼지로 인해 흔히 볼 수 있는 마스크 쓴 시민.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히잡을 쓴 아랍 여성과 최근 우리나라에서 미세먼지로 인해 흔히 볼 수 있는 마스크 쓴 시민.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우스개 소리로 얘기하자면, 아랍권에 히잡 문화가 있다면 한국이나 중국 일본에는 복면 마스크 문화가 있다는 말이 장차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지구의 기후는 수천 수만 아니 수 억년의 단위로 자연스레 변화해 왔다.  그러나 최근의 인위적이고도 급격한 지구온난화는 아마도 지구가 맞는 초유의 사태일 듯 하다. 거시적 측면에서 지구온난화 같은 기후변화는 부정적 측면이 돋보이거나 불편한 문화를 형성하는데 기여할 가능성이 크다.

문화와 기후의 밀접한 상호 연관을 이해한다면, 바람직한 문화가 자리하기 위해 시민들이 해야 할 일은 자명하다. 문화와 기후의 악순환적 연결고리를 끊거나 완화하는데 관심을 돌려야 한다. 실천이 뒤따른다면 더 좋을 것이다.

지구온난화 같은 기후변화가 문화에 끼치는 악영향은 지연적으로 효과가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60년대~80년대 서방사회에 즐비했던 공장 굴뚝에서 뿜어 나온 매연과 자동차 배기가스들이 최근의 기후변화를 초래했듯, 시차를 두고 그 악영향이 발현된다. 당대의 부주의 혹은 잘못으로 인한 영향을 후대가 감수한다는 뜻이다.

과도하게 단순 도식화하면, ‘기후=문화’이다. 그러니 ‘문화는 기후하기 나름’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조물주의 ‘온도 조절기’를 인간이 함부로 건드릴 일은 아닌 것이다.

김창엽

◆ 김창엽 자유기고가

중앙일보에서 과학기자로, 미주 중앙일보에서 문화부장 등으로 일했다. 국내 기자로는 최초로 1995~1996년 미국 MIT의 ‘나이트 사이언스 펠로우’로 선발됐다.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문화, 체육, 사회 등 제반 분야를 과학이라는 눈으로 바라보길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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