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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찰과 반성의 ‘역사논쟁’ 필요하다

김종면 서울여자대학교 국문과 겸임교수

2017.06.19 김종면 서울여자대학교 국문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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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무렵 우리는 한국 근현대사를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인 적이 있다. 이른바 ‘해방전후사’ 논쟁이다.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한국 근현대사를 기술한 1980년대 ‘해방전후사의 인식’(인식)의 역사관이 ‘좌편향’이라고 비판하며 2006년 초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재인식)이 나오자 그해 이 두 책을 동시에 겨냥한 ‘근대를 다시 읽는다’(다시 읽는다)가 출간됐다. 우리 해방전후사를 인식하고 재인식하고 그것도 모자라 또 재재인식하는 데까지 나아간 것이다.

‘다시 읽는다’는 ‘인식’과 ‘재인식’의 문제의식에 공히 비판적인 자세를 취한다. 요컨대 ‘인식’류의 폐쇄적 민족주의의 흐름은 이미 시대에 뒤진 퇴행성 상품일 뿐이며, ‘재인식’ 또한 탈민족주의적 관점은 경청할 만하지만 지나친 신자유주의적 성향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재인식’의 논리는 ‘우익적 국가주의’를 강화하고 우리 학계와 사회를  냉전적 진영논리로 되돌리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강조한다.

한국 근현대사를 보는 시선은 이처럼 크게 갈린다. 인식과 재인식, 그리고 재재인식을 넘어 변증법적 종합을 시도하는 또 다른 제3의 시각이 나올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이 같은 논쟁적 역사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뛰어넘어 부단히 새로운 담론을 만들어내는 학문적 풍토와 사회적 분위기다. 새삼스럽게 해방전후사 이야기를 하는 것은 지금 화두가 되고 있는 가야사 연구·복원에 대해서도 그런 반성과 성찰의 담론투쟁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가야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가야사 연구·복원을 국정과제로 채택해 줄 것을 주문하면서다. 우리는 가야를 얼마나 알까. 김해  금관가야, 고령 대가야 하는 식으로 가야연맹 몇몇 지역 이름을 열거하거나 고대 일본 역사에 큰 영향을 끼친 ‘철의 왕국’ 정도 말하는 게 고작일지 모른다. 가야의 영역이 경남·북을 넘어 호남 동부와 충남까지 미쳤다는 사실을 정확히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 듯하다.   

고대사의 한 범주로서 가야사가 우리에게 근현대사처럼 실감으로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고대사의 영역은 우리가 반드시 배워 알고 교훈을 얻어야 할 우리 역사의 에센스다. 고대사를 지키고 되살리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가야사를 연구하고 복원하는 것은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다. 국정운영의 큰 그림을 그려야 할 시기에 뜬금없이 무슨 ‘가야사’냐 하는 볼멘소리도 나오지만 소외된 우리 역사를 현안으로 챙기는 것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

역사학계 일각에서는 ‘가야사 복원’에 사뭇 냉소적이다. 가야사 예산이 실제 연구보다는 토목공사 같은 데 대부분 쓰일 것이라고 한다. 심지어 박근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파동과 비교하기도 한다. 학문적 이해당사자로서 할 말이 없지 않겠지만 격렬한 국민적 저항을 불러일으킨 국정교과서 사태를 들먹이며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온당해 보이지 않는다. ‘역사의 정치화’를 우려한다면서 역사 종사자들 스스로 역사에 정치를 끌어들이는 꼴 아닌가.     
 
우리 고대사 연구가 고구려·백제·신라 삼국에 편중돼 있고, 가야사는 특히 신라사에 가려 제대로 연구되지 못한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삼국시대냐 사국시대냐 하는 역사용어 문제만 해도 그렇다. 대가야가 멸망한 562년부터 백제가 멸망한 660년까지의 삼국시대, 그러니까 고구려·백제·신라 세 나라가 공존한 기간은 98년에 불과하다. 그러고 보면 600년, 아니 ‘700년 가야’는 지속기간이나 영역으로만 봐도 홀대를 받아온 셈이다. ‘사국시대’로 불릴 만하다.

역사는 역사 그 자체로 연구돼야 한다. 역사연구에 정치논리가 개입돼 학문의 자유가 훼손되거나 지역개발 사업으로 변질되는 것을 우려하는 것을 뭐라 할 사람은 없다. 특정 권역의 역사를 정치적 의도에 따라 연구·복원할 것을 강제한다면 그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대구·경북에 기반을 둔 박정희 정권이 ‘신라사 띄우기’에 유독 힘을 쏟았던 사실을 우리는 기억한다. 역사복원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권사관’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가야사 복원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때도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온 국가적 과제다. 정부가 왜 역사에 개입하느냐는 식의 항변 아닌 항변은 더 이상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학계는 가야사 문헌기록이 소략하고 연구자도 태부족한 상황이라면 ‘형식’을 탓하기 전에 어떻게든 열악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방도를 찾아야 한다. ‘잃어버린 역사’의 복원을 통해 우리 고대사의 지평을 넓히고 온전한 역사 이해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대의에 속한다.

가야사 복원 사업이 정권 차원의 ‘정치 프로젝트’라는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는 가시적인 성과에 매달리지 말고 학계와 적극 소통하며 중장기적인 계획을 치밀하게 세워나가야 한다. 복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발굴조사와 같은 기초연구다. 학계는 연구 주체로서 가야사 복원이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불침번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또한 전문가적 관심을 넘어서는 과도한 정치적 시각은 역사허무주의를 부추길 뿐이라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종면◆ 김종면 서울여자대학교 국문과 겸임교수

서울신문에서 문화부장 등을 거쳐 수석논설위원을 했다. 지금은 국민권익위원회와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서울여자대학교 국문과 겸임교수로 세계 문학과 글쓰기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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