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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들면 외롭지 않으니 물들어도 좋겠네

[김준의 섬섬옥수] 신안 증도면 화도

2018.06.11 김준 섬마실 길라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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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던가.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로 생신을 맞아 작은 섬으로 가족여행을 떠났다. 부모님의 나이도 있고 해서 가족동행 없이 외국여행을 보내는 것이 쉽지 않아 선택한 여행이다. 그때 여행지로 선택한 섬이 ‘화도’였다.

화도는 갯벌 갯벌에 둘러싸인 섬이다. 바다 위에 뜬 섬이 아니라 갯벌 위에 뜬 보석이다.
화도는 갯벌에 둘러싸인 섬이다. 바다 위에 뜬 섬이 아니라 갯벌 위에 뜬 보석이다.

가족 섬 여행은 신안군 도초면에 있는 우이도에 이어 두 번째다. 부모님이 몇 번이고 맛있게 드셨다고 말씀하니 곳이 공교롭게 모두 섬밥상이다.

화도라는 이름을 가진 섬은 많다. 왜 그럴까. 정말 꽃이 많아서 화도라는 이름이 많을까. 섬을 보면 타원형 모양이나 길쭉한 모양이다. 좁고 긴 꼬챙이 모양 즉 ‘꼬지’ 모양이라는 꼬지섬이 꽃섬으로 그리고 화도가 되었다는 설명에 더 귀가 쫑긋해진다. 화도 20여 가구 50여 명이 살고 있다.

화도가 널리 소개된 것은 드라마 ‘고맙습니다’에 소개되면서다. 그곳에서 초코파이를 파는 노인이 화제였다. 꽤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도 찾아와 그때 드라마에 나온 집을 구경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여행지를 찾는 패턴을 읽을 수 있어 씁쓸하지만 현실이다. 지자체가 이를 부추키어 많은 예산을 들여 여행지로 만들지만 유효기간이 짧아 반짝 여행지가 되고 만다.

오래 기억된 밥상

우리 가족에게 이곳은 섬 밥상으로 강한 인상을 주었다. 그땐 음식점 면허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위생이 어떻고 하는 것도 없었다. 그냥 밥을 맛있게 해주는 집이라고 소개를 받았다.  드라마를 촬영할 때 스텝들도 음식에 감동을 했던 집이다. 그 맛의 비결은 어디서 온 것일까.

화도갯벌은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 생물다양성이 인정된 보호지역이다. 인간과 갯벌생물과 물새들이 공존하는 곳이다.
화도갯벌은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 생물다양성이 인정된 보호지역이다. 인간과 갯벌생물과 물새들이 공존하는 곳이다.

부모님이 감동한 밥상에 주인공은 민어도, 낙지도, 병어도 아니었다. 그때 밥상에 올랐던 생선은 ‘망둑어’였다. 망둑어는 어민들에게 대접을 받는 생선이 아니다. 화도와 증도 일대 바다에서 나는 생선으로 대접을 받은 것은 봄 여름이면 민어, 병어 정도는 되어야 한다. 그리고 가을이면 낙지, 겨울이면 숭어정도가 인기다. 짱뚱어도 아니고 망둑어라니. 그런데 그 맛을 보면 생각이 바뀔 것이다.

망둑어 무침, 망둑어 전, 망둑어 조림, 망둑어 회 등. 망둑어로도 어느 생선 못지않게 요리를 해 냈다. 갯벌에 그물을 쳐서 바로 잡아온 싱싱한 재료가 중요하지만 여기에 더한 손맛, 남도 어머니들이 대대로 보고 익히고 만들어 온 손맛이 더해진 탓이다.

부모님이 감동했던 섬 밥상이다. 생존에 가장 만족했던 밥상이 모두 섬 밥상이다. 그런데 놀랍게 그 재료는 망둑어였다. 민어도 낙지도 아니다.
부모님이 감동했던 섬 밥상이다. 가장 만족했던 밥상이 모두 섬 밥상이다. 그런데 놀랍게 그 재료는 망둑어였다. 민어도 낙지도 아니다.

화도갯벌에서 잡은 망둑어는 말려서 두고두고 먹는다. 망둑어건정, 손맛이 더해지니 민어건정 못지 않다.
화도갯벌에서 잡은 망둑어는 말려서 두고두고 먹는다. 망둑어건정, 손맛이 더해지니 민어건정 못지 않다.

바다가 선물한 밥상

쌀새운데 달아라. 섬 안에 섬 ‘화도’에 펜션을 운영하는 미선씨와 길자씨가 부엌에서 늦은 점심을 차리다 바닷물이 채 마르지 않는 새우를 내민다.

오랜만에 왔더니 반갑다며 어촌계장과 광춘씨가 후리질해서 건져온 새우다. 새우가 미끄러지듯 입안으로 들어왔다. 날 것 그대로인데, 비린내보다 달달한 뒷맛이 먼저 온다. 바다에서 막 건져온 달짝지근한 새우를 버무려 밥상에 올랐다. 섬밥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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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새우를 버무려 먹었던 것이 처음은 아니다. 영광이 고향인 아내덕분에 가끔 생새우 무침을 먹었다. 그곳에서는 무쳐먹는 생새우를 ‘물걸이’라 했다. 여기에 더해 새우를 쪄서 상에 올리기도 했다. 찬바람이 나면 잡히는 새우다. 묵은 김치를 송송 썰어 넣고 참기름을 듬뿍 넣고 무쳐서 내놓는 그 맛이다. 여름으로 치닫는 날씨에 겨울 맛을 탐하다니. 오랜만에 찾은 화도, 덕분에 큰 상을 받았다. 섬밥상은 단순하다. 그래서 좋다. 사실 새우무침 하나면 충분하다. 

어촌계장이 후리질을 가자 할 때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들물에 바람도 도와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촌계장과 펜션을 운영하는 설씨가 양쪽에 그물을 펼쳐 무릎쯤 잠기는 물속에서 끌었다. 그런데 실망이다. 졸복 열댓 마리에 굵은 새우 한 그릇 정도다. 여기에 작은 숭어 모치가 뻘떡인다.

욕심을 낸다고 없는 고기가 그물에 걸릴 리가 없다. 어촌계장이 그물을 접고 오늘은 아니라며 다음에 하잖다. 미련 없이 털고 일어났다. 그런데 한 그릇에도 미치지 않던 새우가 이렇게 밥상을 풍성하게 만들 줄이야. 한 끼 해결하는데 손색이 없다. 진정 ‘슬로피시’는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슬로푸드’ 없는 슬로시티가 가능할까.

화도 고기잡이 체험 후리질. 여름철이면 화도에 머무르는 여행객들을 위해 종종 어촌계장과 설씨는 후리질로 고기를 잡는다.
화도 고기잡이 체험 후리질. 여름철이면 화도에 머무르는 여행객들을 위해 종종 어촌계장과 설씨는 후리질로 고기를 잡는다.

김 양식으로 섬살이

어촌계장 집에서 신세를 질 생각은 없었다. 그때 기억된 맛을 다시 보고 싶었다. 그런데 문을 닫았다. 한 동안 어엿하게 허가도 내고 식당을 운영했지만 생계를 위해서 김 양식도 해야 하고 그물도 놓아야 한다. 화도 섬살이는 김 양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김 양식은 겨울이 제철이다. 찬바람이 부는 11월이나 12월에 시작해 이듬해 2월이나 3월이면 끝난다. 하지만 김발과 부표를 만드는 등 준비작업을 여름철에 시작한다. 봄철에 김 채취가 끝나고 시설물을 철거해서 정리하고 나면 잠시 보름 정도 쉬다가 곧바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사실 일년 내내 김 양식을 하는 셈이다.

옛날에는 10여 줄 정도로 한 가정을 꾸리는데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값이 좋았다. 오직 섬에서 할 수 있는 것이 김 양식 밖에 없었다. 그래서 모든 가구가 똑 같이 어장을 나누어 김 양식을 했다. 지금은 많은 사람이 섬을 떠났고, 남은 사람도 나이가 들었다. 그래서 남은 젊은 사람이나 일할 능력과 자본을 갖춘 사람이 수 백 줄 양식을 한다.

최근 화도에 4가구가 귀촌했다. 모두 김 양식을 위해 들어왔다. 어업을 목적으로 들어온 경우다. 불편한 섬을 굳이 살겠다고 들어오는 경우 중에는 마을어업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인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수산업법이나 어촌마을 관행에는 들어온 외지인에게 쉽게 어장을 허락하지 않는다.

귀어정책에서 하루빨리 개선책을 내놓아야 할 부분이다. 반대로 어업보다는 어촌 혹은 바닷가에서 살고 싶어 오거나 관심을 갖는 사람이 더 많다. 하지만 우리 귀어귀촌정책은 여전히 어업후계자를 찾는데 맞춰져 있다.

뿐만 아니라 모래밭에 심었던 ‘화도당근’도 한때 서울 가락동 시장에서 알아주는 명품이었다. 지금은 그 밭은 모두 논으로 경지정리가 되었다. 그때 쌀농사가 최고였다. 아무리 가난해도 쌀농사를 지을 논만 있으면 걱정이 없던 시절이었다. 먹고 사는 것이 그만큼 중요했다. 그래서 할 수만 있다면 산비탈은 밭을 만들고, 밭은 물길을 잡아 논을 만들었다. 심지어 갯벌도 막아서 논을 만들었다.

작은 섬에 저수지를 만들 수 없으니 ‘포강’이라 해서 논과 논 사이에 깊고 폭이 넓고 긴 둠벙을 만들어 평소 빗물을 모아 놓는다. 그 물로 농사를 지었다. 지금도 사정을 마찬가지다. 적은 섬에 비해서 논이 많다. 모두 그렇게 장만한 것들이다.

겨울철 화도갯벌은 김 양식으로 가득 찬다. 일 년 농사를 결정짓는 시기다. 여름철부터 준비해 겨울철에 결실을 맺는다. 펜션을 하는 집도, 식당을 하는 집도 무엇보다 김 양식이 우선하는 이유다.
겨울철 화도갯벌은 김 양식으로 가득 찬다. 일 년 농사를 결정짓는 시기다. 여름철부터 준비해 겨울철에 결실을 맺는다. 펜션을 하는 집도, 식당을 하는 집도 무엇보다 김 양식이 우선하는 이유다.

섬살이에서 지켜야 할 가치

화도도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10여 년 전, 증도대교가 완공되면서 많은 관광객이 찾게 되면서 변화가 급격하게 진행되었다. 증도를 찾는 사람이 많아지자 자연스레 화도로 들어오는 여행객들도 늘었다. 특히 드라마가 시작되면서 화도가 더 알려졌다.

여름철이면 증도를 찾는 사람이 많을 때면 100만에 이른 적도 있다. 섬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사람이다. 증도에 많은 숙박시설이 지어졌다. 화도로 건너오는 사람도 늘었고, 화도를 목적지로 오는 사람도 있다. 덕분에 화도에도 10여 집에서 펜션을 운영하고 있다.

규모 있는 펜션도 있다. 증도가 예전같지 않다면 실망한 사람들 중에는 화도에 매력을 느낀 사람들이 꽤 많다. 여전히 노두를 이용해 건너야 하고, 무엇보다 조용하고 자그마하니 섬 맛이 나기 때문이다.

한때 신안군은 증도를 차가 없는 섬, 담배피지 않는 섬, 별보는 섬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계획을 세울 때부터 논란이 많았다. 주민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시도이며, 여행객에게는 불편을 감내할 매력이 없는 탓이다. ‘선언’에 그치고 말았다. 그때 몇 대의 전기차가 섬에 들어왔고, 일부 방문객 체험활동에 전기차를 이용했다. 당시 욕심을 부리지 않고 화도에만 같은 정책을 시도 했다면 어땠을까.

바닷물이 빠진 노두길이 다시 잠겼다. 싫든 좋든 몇 시간은 섬에 머물러야 한다.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젠 완벽한 섬이다. 체념이라기보다는 자연을 그대로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노두는 바닷물이 많이 드는 때 몇 시간 잠겼다 다시 길이 열린다. 바닷물이 들면 섬이 되고, 빠지면 증도와 연결된다. 주민들의 불편함이야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자연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섬을 지켜왔다.

바닷물이 빠지는 건너다니는 길이 되고 물이 들면 섬이 된다. 섬과 섬을 잇는 노두다.
바닷물이 빠지면 건너다니는 길이 되고 물이 들면 섬이 된다. 섬과 섬을 잇는 노두다.

짱뚱어 도요새 인간이 공존하는 ‘갯살림’

다시 물이 빠지자 어디서 쉬다 왔는지 도요새무리들이 바쁘게 종종거리며 칠게를 쫓는다. 백로와 왜가리도 보인다. 이 녀석들이 기다렸다 먹이를 낚아챈다. 새들도 저마다 먹는 습관이 다르다.

 갯벌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도요새
갯벌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도요새.

내가 처음 보는 새들도 있다. 드러난 갯벌에는 짱뚱어, 칠게가 많다. 도요물떼새들이 즐겨 찾는 이유이다. 주민들도 갯벌에 기대어 산다. 봄가을에는 낙지를 잡고, 겨울에는 굴을 까기도 한다. 그물을 놓아 망둑어와 짱뚱어도 잡는다. 겨울에는 김 양식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때때로 숭어를 잡아 말려 ‘숭어건정’을 만들어 반찬으로 이용한다.

지금은 흔적을 볼 수 없지만 화도에도 학교와 염전이 있었다. 두 곳 모두 화도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었다. 이곳에 갯벌방문객센터나 해양생태학습장 그리고 연구자들에게도 이 보다 좋은 조건을 갖춘 현장이 없었다. 갯벌모니터링, 갯벌생태관광 등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이다. 여러 차례 학교와 염전을 활용할 것을 해당지자체에 제안했지만 관심이 없었다.

그 사이 폐교는 사라지고 폐염전은 양식장으로 바뀌었다. 당장 추진하기 어렵더라도 폐교만큼은 군에서 어떤 방법으로든 매입을 해야 했다. 가장 넓은 갯벌면적을 가지고 있는 신안군에 제대로 된 갯벌전시관이나 학습장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신안군만 아니라 중앙부처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그 동안 신안군의 갯벌의 현명한 활용과 보전 정책은 증도갯벌센터에서 맡아 왔다. 하지만 이제는 그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태다.

화도갯벌은 증도 갯벌과 함께 ‘연안습지보호지역’, ‘람사르습지’, ‘유네스코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다. 그만큼 연안생태계가 건강하다. 바닷물이 아니라 갯벌로 둘러싸인 섬이다. 옛날에는 노둣돌을 놓아 증도로 건너다녔다. 지금은 그 자리에 시멘트로 포장을 해 차가 다닐 수 있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노두’라고 부른다. 이렇게 풍요로운 갯벌을 그동안 쓸데없는 땅이라 무시했다니. 갯벌이 준 불편함과 그 혜택을 동시에 누리고 있다.

김준

◆ 김준 섬마실 길라잡이

어촌사회 연구로 학위를 받은 후, 섬이 학교이고 섬사람이 선생님이라는 믿음으로 27년 동안 섬 길을 걷고 있다. 광주전남연구원에서 해양관광, 섬여행, 갯벌문화, 어촌사회, 지역문화 등을 연구하고 정책을 개발을 하고 있다. 틈틈이 ‘섬살이’를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며 ‘섬문화답사기’라는 책을 쓰고 있다. 쓴 책으로 섬문화답사기, 섬살이, 바다맛기행, 물고기가 왜, 김준의 갯벌이야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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