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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워야 얻는 삶, 제주에서 낚아 올리다

40대 아재, 제주에서 혼자 한 달 살기…그리고 이틀 더부살이

2017.12.01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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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여행은 비우는 삶이다. 한 뼘 깃발아래 붕어빵처럼 같은 사진 찍기 여행은 고난이다. 제 나름대로 목적의식을 안고 떠나간 제주에서 한달 살기. 그 중에서 40대 아재. 실직한 40대 아재의 인생찾기를 위한 제주 혼자 한달살기를 가볍게 쫓아본다. 새로운 삶과 가치를 만나기 위해 제주에서 한달 쉼표를 하고 있는 이를, 40대 아재가 만나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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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한 달 살기, 아니 제주에서 혼자 한 달 살기 하는 수염 난 40대 아재는 겨울 바다 갯바위에 서있었다.

“미친 듯이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이 바람들이 내 몸과 맘의 수많은 생채기를 없애줬으면 좋겠습니다”
휘청거리는 겨울바다에서 만난 그의 첫 인사였다.

서울에서 회사원으로 17년을 쳇바퀴 삶을 살아온 조성한(42) 씨.
승진도 하고 결혼도 하고 더 나은 곳으로 이직도 했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실직. 5개월이 흘렀다. 아내와 딸의 ‘아빠 힘내세요’ 위로의 말도 가시말투로 되돌아갔다.

제주가 고향인 아내는 이에 결심하고 제주에서 한달 살기 커뮤니티를 뒤졌다. 후배의 인척이 장기간 여행간 덕에 적은 월세로 서귀포 낡은 주택을 점지하고 가서 아무 것도 하지 말고 한 달 놀다오라고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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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의 마지막 밤. 그를 닮은 중고차는 목포까지 그를 태우고 갔다가 배에 올랐다.

“저는 어제도 갯바위 오늘도 갯바위 내일도 갯바위에 나올 겁니다”

‘생선장수 저리가라’ 비린내 나는 그의 냄새와 고집스런 말투.
취재원이 그리 말하니 소심하게 들은 이는 “그럼 낚싯대 하나 줘봐요” 허락된 취재기간인 이틀 동안 그럼 나도 옆에서 해보겠다고, 일단 친화가 중요하다며 용감하게 말했지만 이런…엄청 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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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돌오돌 떨고 있는 뭍사람이 짠했는지 그는 갓 잡은 이름 모를 것(나중에 고도리라고 일러줬다)을 깍두기 썰 듯 깍둑깍둑 썰어주고 소주를 부어주었다.

“죄송합니다. 여기 온지 23일째인데 제가 아직 마음을 덜 비웠나 봅니다. 근데 첫날보단 둘쨋날 그리고 점점 좋아지고 있고 비운다는게 뭔지 모르지만 가벼워지는 느낌입니다”

석양의 실루엣에 하늘거리는 그의 손에 소주를 부어주며 여기 와서 살면서 가장 먹고 싶은 게 뭐냐 물어보니 두툼한 목살이란다.
몇 잔 들어간 갯바위 고도리 파티는 읍내까지 이어졌다. 그는 혼자 목살 3인분을 먹었다.

사실 40대의 제주도 한 달 살기는 어렵다. 사치일수 있다. 아주 소심하게 그리고 조심히 물어봤다.

볼빨간 그는 기본 비용(차량 승선, 집월세, 부식)을 제외하고 최대한 아끼고 살고 있어요라고 답했다. 사실 밤늦게 도착한 그의 집은 말이 단독주택이지 ‘바깥바람 절대환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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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이틀날은 협재 5일장이었다. 보물같은 아이스박스를 들고 그는 싸디 싼 딱새우 만원어치를 샀다.
취재 이틀날은 한림 5일장이 섰다. 보물같은 아이스박스를 들고 그는 싸디 싼 딱새우 만원어치를 샀다.

딱새우와 오징어를 넣은 라면.
딱새우와 오징어를 넣은 라면.

다음날 이른 아침 찾아간 그의 집엔 그가 없었다. 휴대폰 넘어 일출을 보러 왔는데 실패하고 돌아가는 길이라고 했다.

‘맘이 많이 열렸나’ 그는 오전엔 낚시 말고 산에 가자고 했다. 하지만 산행도 그는 혼자 터벅터벅 앞서갔고 물끄러미 바다를 바라봤다. 제주와서 산행은 처음이라고 했다. 육지에 있을땐 등산을 왜 하는지 왜 다시 내려와야 하는 산에는 왜 가는지 의문이 들었단다. 하지만 그게 바보같은 생각이었구나 한단다.

듣는 이는 ‘참 그대 바보처럼 살았군요’ 라고 혼자 속삭였다. 점심 그가 끓어 준 딱새우 라면은 올해 먹어 본 라면중에 최고였다. 엄지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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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술김에 형이라고 부르라고 했나’

설겆이를 도와 주는 등 뒤로 “형. 내일은 마라도 가보고 싶은데 같이 가실래요?” 란다.
“그럽시…그러자.”

오후엔 또 낚시했다. 선무당이 사람을 잡았다. 거짓말 조금 보태 낚시 완전초보인 형이 팔뚝만한 전갱이 7마리를 잡았다. 그는 그걸로 저녁에 무를 썰어 조림해주었다. 빙고! 참 생활비 많이 안 나오겠구나~

이틀만에 그는 웃었다.

“형. 제주도 역시 사람사는 곳이에요. 복닥거림과 수군거림이 있고 시샘과 텃새도 있더라구요. 서울만 못하지만.”

다음날 아침. 그는 일출을 보러갔고 성공했다. 뭔가 좋은 느낌.

일출

“제가 너무 욕심이 많았어요. 돌아가면 팀장 자리 내려놓고 한 레벨 낮춰 나를 인정해주는 곳에서 열심히 살 거에요. 5살난 딸도 아내도 무척 보고 싶구요.“

마라도에 들어간 우리(형 동생하기로 했으니)는 형이 짜장면을 사주었고 최남단 표지석에서 어깨동무 사진을 찍었다.

여행은 이런 비움과 동행하는 것이다. 돌아오는 배안에서 형은 졸려하는 그에게 “많이 느끼고 배웠다. 고맙다” 라고 말했다.(그가 들었든 못들었든)

그는 11월 30일 다시 서울로 올라갔다. 그가 본 서귀포 바다 일출처럼 그의 서울 삶은 다시 조립되서 떠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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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
한 달 살기는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사전 준비 작업으로 제격이다.

은퇴 뒤 삶을 위해 여기저기 미리 살아보고 자신의 몸에 맞는 곳으로 간다면 실패확률은 줄어들 것이다.

제주는 이같이 마음을 비운 이방인에겐 행복한 섬이다. 하지만 조그마한 육지것 욕심을 비우지 않은 이에게는 옴짝달싹 못하는 고난이자 고립의 섬이다.

제주 한달살기 커뮤니티를 이용해 살아가야 할 집 선택도 중요하다. 열심히 클릭을 해봐야 한다. 불법 숙박업도 판을 친다.

숙소들은 보통 원룸 월 100만원, 단독 별채는 월 200만원 정도의 임대료가 든다. 한달살기 비용은 약 400만~450만원 정도 든다.
외식비는 싸지 않다. 1인당 만원 정도는 예상해야 한다.

제주에 오는 목적도 뚜렷해야 한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육지에서 가져오는 짐도 최소화 해야 한다. 짐이 많으면 삶이 무거워진다. 마치 인도여행처럼 그렇다.

느리게 살고 가볍게 살고 여유롭게 살아야 한다. 또한 전문가들은 책을 들고 오지 말 것을 특히 권한다.

도서관에 가면 된다. 보름 정도 거주하게 되면 주민등록을 옮길 수가 있어 도서관 대출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 바람이 많으니 대비할 옷도 준비해야 한다. 겨울이라지만 태양이 너무 강해서 바람에 날아가지 않을 모자와 선글라스는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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