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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팽한 긴장감 돌던 그곳서 정상회담 열린다니…”

분단의 상징 판문점…JSA경비대대 근무 이야기를 듣다

2018.03.31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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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 팽팽한 긴장감으로 남북간 대치 상황을 국내외에 가장 압축으로 보여주는 곳이면서도 1953년 7월 정전협정 체결 이후 여러 차례의 남북회담이 열린 장소가 바로 판문점이다. 

남북 대치의 현장이자 대화의 장소인 판문점은 군사분계선에 위치한 ‘공동경비구역(JSA : Joint Security Area)’이다. 4월 27일 ‘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평화의 집 또한 이곳에 위치한다.

일반인들에게는 먼저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모습으로 떠오르는 판문점. JSA경비대대에서 근무했던 이철승(경비2중대 2004~2006년 근무) 씨와 이정우(경비2중대 2006~2008년 근무) 씨를 만나 그곳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었다.

한번 건너면 돌아올 수 없다고 해서 붙여진 ‘돌아오지 않는 다리’ 앞에 선 철승 씨(가운데)와 전우들. 이 다리는 우리 측 ‘평화의 집’ 뒤쪽 사천강 위에 위치해 있다.
JSA경비대대 경비2중대에서 근무했던 이철승, 이정우 씨(왼쪽부터). 경비2중대는 판문점에서 북한군들과 마주 보고 근무를 서는 중대다.

대한민국 국군 최정예 부대…선발절차부터 까다롭다

공식명칭은 공동경비구역 유엔사경비대대(UNCSB-JSA), 일명 JSA경비대대로 알려져 있다. 판문점(공동경비구역)을 경비하는 임무를 수행하며 유엔사령부 관할 구역이지만 한국 육군에게 경비책임을 이양한 형태다. 주요 업무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경비하는 것이지만, 군사회담이나 적십자회담 같은 주요 회담이 열릴 시 경호업무, 대성동 마을의 안전 등 판문점 지역의 모든 경비를 담당한다.

JSA경비대대는 4개의 중대로 나뉜다. 흔히들 판문점에서 북한과 바로 마주하는 중대가 경비1·2중대다. 그야말로 대한민국 국군 최정예 부대, 0.1%중 0.1%다.

최정예 부대인 만큼 선발 과정부터 까다롭다. 이정우 씨는 “훈련소도 들어가기 전에 키 180cm이하, 안경 쓴 사람, 학력 등 조건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앉으라고 해 1600명 중 4~50명만 서 있었습니다. 그 인원만 갑자기 체력테스트를 봤고 통과되면 1명씩 면접을 봤습니다. 면접에서는 신체적인 문제(질병, 오다리, 흉터 등)와 부모님 생존 및 이혼 여부 등 자세하게 물어봤습니다. 총기를 다루는 삼엄한 곳이다 보니 몸과 정신이 모두 건강해야한다는 거죠. 면접도 통과되고 나니 JSA라고 말하면서 지원여부를 물어봤습니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JSA가 무엇인지도 몰랐을 때입니다”라며 선발과정을 회상했다. 그렇게 9명이 선발됐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선발된 9명은 다른 일반병사들과 함께 1사단 훈련소로 들어가 한 달 동안 훈련을 받았고 그 기간 동안 2명이 탈락해 7명이 선발됐다. 하지만 JSA경비대대는 특이하게 자체 훈련소가 있어 훈련소 기간을 한 번 더 거쳐야 한다. 정우 씨는 “‘터틀 배럭(Turtle Barrack)’이라는 평가제를 통해 또다시 한 달간 수시로 평가를 받고 4개 중대로 적합하게 배정됩니다”라고 설명했다.

JSA경비대대는 10cm 시멘트 군사분계선 턱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남북이 마주하는 곳에 있기 때문에 선발부터 까다롭다. 정우 씨와 철승 씨(오른쪽)가 각자의 선발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JSA경비대대는 10cm 시멘트 군사분계선 턱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남북이 마주하는 곳에 있기 때문에 선발부터 까다롭다. 정우 씨와 철승 씨(오른쪽)가 각자의 선발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철승 씨도 약간은 다르지만 비슷한 선발과정을 거쳤다. 그는 “눈빛과 언변 시험도 봤습니다. 아무래도 군사분계선상에서 북한병사를 대면하며 복무해야 하니깐 말을 더듬으면 안 되고 눈빛도 불안하면 안 됩니다. 그렇게 1600명 중 5명이 선발됐습니다”라고 말했다. 두 사람처럼 JSA경비대대 훈련소에서 우수한 점수를 받으면 판문점 최전방을 경비하는 1·2중대에 배치된다.

판문점 군사분계선 최전방에 실전 투입되기 위해서는 첩첩산중이다. 정전협정과 역사 등 필요한 지식에 대한 교육을 받고 시험에 통과돼야 실전에 투입된다. 또 통과됐다 하더라도 적응을 하지 못하면 바로 다른 부대로 가야 한다. 철승 씨는 “아무리 시험에 우수하게 통과돼도 북한 병사와 대면하면 자신도 모르게 손을 떠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다른 부대로 가죠. 국가의 사활이 걸린 만큼 한 치의 오차도 없도록 철저하고 까다로운 절차를 거칩니다”라고 답했다. 

잘 때도 군화 신고 자는 ‘30초 대기조’

흔히들 군대에서 5분 대기조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JSA경비대대는 ‘30초 대기조’다. 철승 씨는 “판문점 북측 근무를 하는 15일은 군화를 벗지 못합니다. 실탄이 들어 있는 권총과 장비만 옆에 놓고 30초 내로 나갈 수 있도록 군복과 군화를 착용한 채 자야 합니다. 일반인들은 상상할 수 없을 것입니다. 발에 수포형 무좀이 생기거나 썩어서 얼굴에 독기가 돌기도 합니다”라고 말했다.

판문점 근무는 남측(훈련과 지원)과 북측(경호, 소대지원)으로 나뉜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군사분계선에서 경비를 서는 것이 북측 근무다. 15일씩 남측과 북측을 2개의 중대가 돌아가며 근무하고 5일 휴가를 나간다. 북측 근무할 동안은 하루 2번 씻을 때만 유일하게 군화를 벗을 수 있다. 정우 씨는 “이등병 때 처음 실전에 투입됐는데 그날 하필 연습비상벨이 울렸습니다. 처음이라 실제비상벨과 연습비상벨이 다른지 모르고 ‘왜 하필 오늘 첫날인데, 나한테 이런 시련이 오나’ 우는 심정으로 뛰었습니다”라고 웃으면서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정우 씨(왼쪽에서 두 번째)가 JSA 코든 병사만이 입을 수 있는 군복을 입고 전우들과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정우 씨(왼쪽에서 두 번째)가 JSA 코든 병사만이 입을 수 있는 군복을 입고 전우들과 자세를 취하고 있다.

총격훈련도 공포탄이 아닌 실탄으로 실전처럼 한다. 특히 6개월에 한 번 하는 LFX훈련은 고정된 과녁에 사격을 하는 것이 아니라 2조로 나눠 공격과 지원을 하며 교차하며 훈련한다. 철승 씨는 당시 상황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며 “제 위에 총탄이 날아다닙니다. 전우들이 뛰어가면서 하는 훈련이라 불발이라도 나면 안 되기 때문에 그 전까지 엄청나게 훈련을 합니다”라고 말했다. 정우 씨는 “행정반에서 병기탄약관리를 한 적이 있는데, 약 150명이 하루에 쏘는 양이 5만 발, 2~3일 정도면 10만 발이 넘습니다. 엄청난 양이죠”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JSA경비대대는 실전 중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생각해보고 논의하고 훈련한다. 일명 ‘락드릴’ 즉 모의전술훈련이다. 예를 들어 북한군 2명이 다리를 절면서 어디로 넘어오는 상황 등 가상의 상황을 끊임없이 만들어 각자의 역할에 맞는 매뉴얼을 만들고 적용하는 것이다. 돌부리 한 개, 낙엽 한 개까지 신경 쓴다.

남과 북이 공존하는 ‘공동경비구역 JSA’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대표하는 군사분계선 턱이 있는 곳. 평화로워 보이면서도 긴장감이 도는 곳이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대표하는 ‘군사분계선’ 턱이 있는 곳. 평화로워 보이면서도 긴장감이 도는 곳이다.

영화 ‘공동경비구역JSA’를 보면 이수혁 병장(이병헌)이 수색을 돌다가 북한군 지역으로 넘어간 지도 모른 채 용변을 보고 지뢰를 밟아 이를 북한군(송강호, 신하균)이 구해주는 장면이 나온다.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있을까?

JSA경비대대는 JSA 옆에 늪지대를 수색하는 ‘패트롤’ 작업을 한다. 남북한의 경계를 알려주는 말뚝이 띄엄띄엄 박혀 있어 경계가 뚜렷하지 않다. 낮에야 잘 보이지만 달빛 하나 없는 칠흑같이 어두운 날이면 바로 앞에 있는 사람조차 안 보일 정도다. 야간투시경을 쓰고 수색을 하지만 시야가 좁기 때문에 수색하다 보면 경계를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한 번은 남북한 병사가 동시에 넘어간 것도 모른 채 마주쳐 무언의 눈빛으로 알아서 자기 진영으로 돌아간 적도 있다고 한다.

정우 씨는 이등병 시절 비슷한 경험을 했다. 그는 “패트롤은 13명이 같이 탐색을 하는데, 보통 침투지역에 앉아서 1시간 정도 잠복해 있습니다. 근데 그날따라 이상하게 20분밖에 안 됐는데 일어나라는 수신호가 왔습니다. 왔던 길을 돌아가면서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알고 보니 북한지역을 넘어가 앉아 있었던 것입니다. 영화가 완전 지어낸 얘기가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며 아찔한 그때를 떠올렸다.

사실 공동경비구역은 1976년 8월 18일 북한군에 의한 도끼만행 사건이 발생하기 전만 해도 공동경비구역 안에서 남과 북의 경비대는 군사분계선을 넘나들었다. 말 그대로 공동경비구역이었다. 영화처럼은 아니지만 일상적인 대화를 하며 담배를 피운 적은 있다고 한다. 하지만 공동경비가 분할경비로 바뀌면서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됐다.

철승 씨는 “대화는 할 수 없지만 눈빛으로 교감은 있는 것 같습니다. 대립과 공존이 교차한다고 할까요. 누군가를 해하려는 것이 아니라 보호하고 경비하는 것이고 자칫 잘못하면 모두가 죽는 것을 서로가 암묵적으로 압니다”라고 말했다. 또 “JSA생활을 하면서 애국심이 생기게 됩니다. 내가 죽으면 죽었지 혹시라도 확전돼서 전쟁이라도 나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라고 덧붙였다.

한번 건너면 돌아올 수 없다고 해서 붙여진 ‘돌아오지 않는 다리’ 앞에 선 철승 씨(가운데)와 전우들. 이 다리는 우리 측 ‘평화의 집’ 뒤쪽 사천강 위에 위치해 있다.
한번 건너면 돌아올 수 없다고 해서 붙여진 ‘돌아오지 않는 다리’ 앞에 선 철승 씨(가운데)와 전우들. 이 다리는 우리 측 ‘평화의 집’ 뒤쪽 사천강 위에 위치해 있다.

내달 27일 열리는 ‘2018 남북정상회담’은 역사상 처음 남한에서 개최된다. 두 사람은 군복무를 하며 시간을 보냈던 ‘평화의 집’에서 역사가 이뤄진다니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 한편으로는 근무할 때 열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드러냈다.

철승 씨는 마지막으로 영화에서처럼 북한 병사들과 대화를 해 본 적은 없지만 통일이 된다면 다시 만나고 싶다는 심정을 내비쳤다. 그는 “통일이 되어 다시 만나게 된다면 반가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라며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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