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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을 대표한다고 본격적으로 외치다

[한국힙합의 결정적 노래들-19] 리듬파워 ‘인천상륙작전’

2019.06.28 김봉현 힙합 저널리스트/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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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파워의 ‘인천상륙작전’은 사실 잘 알려진 노래는 아니다. 리듬파워의 노래 중에서도 아마 가장 안 알려진 편에 속할 것이다.

하지만 리듬파워의 ‘인천상륙작전’은 2010년의 가장 중요한 한국힙합 노래다. 이 노래는 ‘지역’을 대표한다고 본격적으로 외치는 최초의 한국힙합 노래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이 글을 위해 내가 리듬파워와 통화한 내용이다.

리듬파워의 멤버 보이비는 쇼미더머니 5에 출전해 ‘호랑나비’를 선보여 인기를 끌었다. ‘호랑나비’의 원곡 가수 김흥국과 함께 2017년 SBS 러브FM 패밀리 콘서트에서 공연을 펼친 리듬파워.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리듬파워의 멤버 보이비는 쇼미더머니 5에 출전해 ‘호랑나비’를 선보여 인기를 끌었다. ‘호랑나비’의 원곡 가수 김흥국(왼쪽 두번째)과 함께 2017년 SBS 러브FM 패밀리 콘서트에서 공연을 펼친 리듬파워.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김봉현: ‘인천을 대표한다’는 주제를 설정한 동기는?

리듬파워: 어렸을 때 듣고 자란 미국 힙합 노래들에 영향을 받았다. 미국 래퍼들은 늘 노래 안에서 자신의 출신지에 대해 말하곤 했다. 그런 게 힙합의 고유한 특성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걸 우리 방식대로 노래에 녹여내고 싶었다. ‘인천상륙작전’ 이전에 지역을 대표하는 주제의 한국힙합 노래는 없었던 걸로 알고 있다.

김봉현: ‘지역을 대표하는 것’이 힙합의 멋이라는 이야기인가?

리듬파워: 흑인 래퍼들을 보면 ‘지역’을 중요한 기반으로 삼는 것 같았다. 노래에서 동네 친구에 대해 이야기하고, 또 동네 친구들끼리 팀을 결성하고…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셋은 모두 어릴 때부터 친구였다. 셋 다 인천에서 자랐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걸 노래로 만들었던 것 같다.

맞다. 자신의 고향에 무한한 애정을 드러내고, 어릴 적 동네 친구들과의 우정을 매우 소중하게 생각하며, 스스로 고향을 대표한다고 노래에서 외치는 건 오래 전부터 전해져온 힙합의 고유한 특성이다.

물론 힙합만의 유일한 특성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그러나 힙합만큼 강박(?)적으로 자신의 출신지에 대해 집착하는 음악을 찾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 미국의 평론가 아담 브래들리(Adam Bradley)는 이렇게 말한다.

“힙합이 장소에 집착하는 경향은 납득이 가는 일이다. 각자가 사는 지역 또는 구역을 대표하는 것은 오랫동안 랩의 전통이었다. 엘엘 쿨 제이(LL Cool J)는 어릴 적에 ‘퀸스브릿지(Queensbridge)를 지도에 표시하고 싶었다’라고 한 적도 있다.

이렇듯 지리를 강조하는 데에는 아마 뉴욕 자치구 사이에 널리 퍼져있는 뿌리 깊은 경쟁의식에 일부 그 원인이 있을 것이다. 외부인으로부터 공격 받거나 폄하 당한다고 해도 자신의 커뮤니티에 프라이드를 가지고자 하는, 일종의 염원 말이다.

즉 래퍼들은 자기현시적인 예언을 만들어냈다. 자신의 출신에 프라이드를 가짐으로써 자신의 출신 지역에 그 지역을 자랑스러워해야할 이유를 부여하는 것이다”

‘인천의 자랑’ 리듬파워(왼쪽부터 행주, 지구인, 보이비)는 지난해 1월 인천시 남구 인하대학교 인근 도로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성화 봉송 행사에서 성화를 봉송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인천의 자랑’ 리듬파워(왼쪽부터 행주, 지구인, 보이비)는 지난해 1월 인천시 남구 인하대학교 인근 도로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성화 봉송 행사에서 성화를 봉송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와 관련해 리듬파워에게 묻자 그들은 이렇게 대답했다.

리듬파워: 인천을 무조건 자랑스러워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인천을 자랑스러운 지역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의무감도 없다. 그냥, 삶 자체였던 것 같다. ‘10대 시절이 인생을 결정한다’는 말이 있지 않나. 우린 10대를 인천에서 보내며 많은 것을 보고 듣고 경험했다. 그것이 우리의 삶을 좌우하고 있고, 우리의 삶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했다고 해야 할까. 그런 게 ‘힙합스러운’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김봉현: 인천은 어떤 곳인가?

리듬파워: 솔직히 말하면 인천은 그리 좋은 환경을 갖춘 곳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릴 적엔 마치 ‘정글’에 있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힘들었고, 힘이 지배하는 곳이었다. 영화 <8마일>에 나오는 디트로이트(Detroit)를 보고 인천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디트로이트에 가본 적도 없고 인천이 그만큼의 할렘은 아니지만 노동자 기반의 도시인 것도 그렇고 여러 모로 느낌이 비슷했다. <8마일>의 에미넴을 우리의 처지에 대입하곤 했다.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래퍼, 이런 게 멋있는 거야, 하면서.

김봉현: 한국은 미국보다 훨씬 좁은데 지역을 온전히 대표하는 게 가능할까? 미국처럼 지역마다 낮밤이 바뀌거나 기후나 생활환경이 크게 다른 것은 아니지 않나.

리듬파워: 맞다. 하지만 불가능하진 않다고 생각한다. ‘인천상륙작전’에서도 인천 특유의 패션 같은 것을 가사에 녹이려고 노력했다.

리듬파워는 아마도 이 구절을 말한 것 같다.

“세미바지 입고 헤어스타일은 언제나 각진 컷 / 잘 나가는 인천 사나이 상징표 / Jansport backpack, FILA 또 프로스펙스”

그리고 이어지는 이 구절은 힙합에서 지역을 대표한다는 것이 단순한 ‘지리’의 문제라기보다는 ‘신념’과 ‘스타일’의 문제라는 사실을 나타낸다.

“서울 신사들은 못 베껴 내 싼 티”

미국 힙합음악을 들을 때마다 접했던 건 래퍼들의 ‘고향 사랑’이었다. 뉴욕 출신 래퍼의 뉴욕에 대한 애정, LA에서 태어난 래퍼의 LA에 대한 무한한 사랑 같은 것들.

나는 그들의 노래를 통해 뉴욕과 LA에 대해 알았고, 궁금해졌으며, 무엇보다 ‘고향을 대표하는 일’이 곧 ‘자신의 고유성을 확립하는 일’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리듬파워의 ‘인천상륙작전’은 이런 느낌을 그대로 느끼게 해준 최초의 한국힙합 노래였다.

김봉현

◆ 김봉현 힙합 저널리스트/작가

대중음악, 특히 힙합에 관한 다양한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책을 쓰고 강의를 하고 영화제를 만들고 가끔 방송에 나간다. 시인 및 래퍼, 시와 랩을 잇는 프로젝트 ‘포에틱저스티스’로도 활동하고 있다. 랩은 하지 않는다. 주요 저서로 <한국 힙합, 열정의 발자취>, <한국힙합 에볼루션>, <힙합-우리 시대의 클래식>, <힙합-블랙은 어떻게 세계를 점령했는가>, <나를 찾아가는 힙합 수업> 등이 있고, 역서로는 <힙합의 시학>, <제이 지 스토리>, <더 에미넴 북>, <더 스트리트 북>, <더 랩: 힙합의 시대> 등이 있다. murdamuzi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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