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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의 저주?

2019.04.18 한기봉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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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Thursday)의 고향은 목성(木星, Jupiter)이다. 일곱 요일의 단어는 많은 언어권에서 비슷비슷하다. 로마인이 붙인 고대의 일곱 행성 이름, 태양·달·화성·수성·목성·금성·토성이 기원이다. 이중 목성은 태양계에서 가장 크고 무거운 별이다. 

목성의 영어 이름 ‘주피터’는 로마 이름 ‘유피테르(Luppiter)’에서 왔는데 그리스 신화에서의 주신(主神) ‘제우스(Zeus)’를 말한다. 신들의 아버지 제우스의 무기는 번개와 우레, 독수리다. 마블이 제작한 영화 ‘어벤저스’에 나오는 히어로 중에 ‘토르(Thor)’가 있다. 토르는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최고의 신인데 역시 천둥과 번개를 부린다는 점에서 주피터와 맞닿아있다. ‘Thursday’는 바로 토르의 날, “Thor’s day”에서 변형된 단어다. 목요일은 즉, 천둥의 날, 뇌(雷)요일이다.

뜬금없는 목요일 이야기다. 그 목요일이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주일 중 가장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요일이 바로 목요일이었던 것이다. 4월 9일 서울대 행복연구센터가 카카오 소셜플랫폼 ‘마음 날씨’와 함께 진행한 ‘국민 행복 연구 프로젝트’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소는 2018년 한 해 동안 자발적으로 참여한 약 104만 명의 남녀·나이·지역·요일별 행복지수인 ‘안녕지수’를 측정했다. 2017년부터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대규모의 실시간 행복 연구다.

그런데 요일별 안녕지수(10점 만점)를 분석한 결과, 목요일의 안녕지수(5.21)가 일주일 중 가장 낮았다(평균 점수는 5.28). 안녕지수가 낮을수록 행복감을 덜 느낀다는 말이다. 직장인들이 통상 경험하는 ‘월요병’을 생각할 때 결과는 조금 의외였다. 월요일의 안녕지수는 그 다음으로 낮은 5.24였다. 행복감을 느끼는 요일을 높은 순서대로 나열하면 ‘토-금-화-일-수-월-목’이었다. 이제는 ‘월요병’의 자리에 ‘목요병’이 쳐들어온 것이다.

안녕지수의 반대인 스트레스 지수도 목요일이 가장 높았다. 스트레스 지수(불행감)가 높은 순서는 ‘목-일-금-월-수-화-토’였다. 즉 사람들은 토, 금요일에 가장 행복하고 목, 일요일에 가장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한 주의 시작을 앞둔 일요일의 부담감은 이해가 된다. 그런데 이른바 ‘불금’이라는 금요일은 토요일 다음으로 행복감이 큰 날이면서, 동시에 일주일 중 세 번째로(목-일요일 다음으로) 스트레스도 많은 날로 나왔다. 남들은 다 불금을 즐기는데 나는 이게 뭔가, 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작용한 게 아닐까 싶다.

이 두 가지 지수는 이 플랫폼에 들어온 사람들이 그날의 기분을 11개 문항(삶의 만족감, 삶의 의미, 스트레스, 정서밸런스, 즐거움, 평안함, 행복, 짜증, 우울, 불안, 지루함)에 자발적으로 기록한 걸 분석해 수치화한 것이다. (남녀·연령·지역별 행복지수 등은 ‘마음날씨’를 검색하면 볼 수 있다.) 

그럼, 2018년에 행복지수가 가장 높았던 단 하루는 언제였을까. 어린이날인 5월 5일이었다. 이날은 원래 공휴일로 지정된 날이지만, 토요일이었다. 그래서 그 다음 월요일이 대체공휴일이 돼 3일 연휴가 시작된 날이다. 다른 연휴도 있었지만 사람들이 가장 행복감을 느끼는 건 대체공휴일이 보너스로 주어진 연휴였던 것이다.

대체공휴일은 어린이날과 설·추석 연휴 때만 적용되는데, 올해 어린이날도 일요일이어서 월요일이 대체공휴일이 돼 3일간 연휴가 됐다. 아마 2019년 최고로 행복한 날은 3일 연휴가 시작되는 토요일, 5월 4일이 될 것 같다. 사람들이 가장 행복하지 않다는 느끼는 목요일이 공휴일이 된 날들의 행복감도 반대급부로 높아질 것이다. 올해는 6월 6일(현충일), 8월 15일(광복절), 10월 3일(개천절)이다. 금요일 하루를 연차 내면 4일 연휴다.

다시 목요일로 돌아간다. 목요일은 한 주의 7부 능선쯤 되는 요일이다. 월요일의 다짐과 긴장은 목요일쯤 되면 식는다. 잇따른 회의와 수업, 회식, 또는 야근에 지칠 때쯤이다. 주간 업무는 결론이 나지 않았을 테고, 좀 더 붙들고 씨름해야만 금요일에 보고를 하거나 성과를 평가받을 것이다. 고지가 바로 저긴데 무언가 좀 무력한 심리상태라고나 할까.

목요일 아침 현관을 나설 때면 아직도 이틀이나 더 일해야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밥벌이가 버거운 목요일이다. 번아웃(burnout)이다. 목 빠지는 목요일이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언제부터인가 극장가는 금요일이 아닌 목요일에 개봉하는 영화가 많다. 직장인들이 약속을 잡는 날도 보면 보통 화, 수요일이 많다.

천기를 읽을 줄은 모르지만, ‘수금지화목토’ 중 태양계의 가장 크고 무거운 행성이자 가스와 폭풍과 강력한 자기장을 뿜어내는 행성이 바로 목성이라는 사실이 ‘목요병’과 관련이 있을까, 하는 발칙한 생각까지 해본다. 목성 사진을 보면 신비롭기도 하지만 거대해서 왠지 모를 위압감을 준다. 어떤 이들은 목성의 사진에서 두려운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 행성 중 유일하게 ‘목성 공포증(Jupiter phobia)’이라는 용어까지 있다. 우주 공포증과 비슷한 건데 인간이 거대한 존재에 압도되었을 때 느끼는 불안한 감정이라고 한다.
 
아무튼 독자가 이 글을 읽을 때가 하필 목요일이라면, 다른 이들도 다 이날은 코가 빠져 있다니 너무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일 하루만 더 일하면 ‘불금’의 저녁을 함께 할 가족이나 애인이 기다릴 테고, 봄이 성큼 다가온 4월 중순의 주말이 아닌가.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되기 전, 저녁이 있는 삶에 대한 사회적 욕구가 별로 없던 시절, 우리는 월화수목금금금이라고 자조하며 일했다. ‘놀토’는 로또였다.

목요일. 가벼운 책 한 권, 영화 한 편 나홀로 감상,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 몇 곡, 해어스름의 산보에서 작은 위로를 찾으시길. 곧 ‘해피 위켄드’입니다. 단, 일터에 출퇴근을 하지 못하는 분들께는 죄송한 글이었습니다.

한기봉

◆ 한기봉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위원

한국일보에서 30년간 기자를 했다. 파리특파원, 국제부장, 문화부장, 주간한국 편집장, 인터넷한국일보 대표, 한국온라인신문협회 회장을 지냈다.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초빙교수로 언론과 글쓰기를 강의했고, 언론중재위원을 지냈다. hkb82107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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