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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영화의 전환점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영화 A to Z, 시네마를 관통하는 26개 키워드] ⓢ SF film (공상과학영화)

2020.09.11 이지현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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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SF는 테마로 정의되는 ‘문학’의 장르이지만, SF장르의 발전은 ‘영화’를 통해 완성되었다.

영화사 초기에 <달나라 여행>(1902) 같은 작품이 등장할 당시, 대중들은 SF 영화가 보여주는 환상적인 비전에 환호했다. 이후 지속적으로 수많은 SF영화들이 등장했다.

하지만 대부분 야박한 평가를 받았다. 적당한 예산으로 효율적인 성과를 내는 관객 위주의 ‘기술 중심 상업영화’로 취급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세간의 평가는 SF의 기본적 성향과도 연관된다. SF는 과학(science)과 허구(fiction)의 이질적인 의미가 결합한 장르로, SF 영화는 본질적으로 비범하고 특이한 요소들을 더 선호한다. 때문에 B급영화 혹은 장르영화의 하위급 부류로 오인되곤 한다.

◈ SF 영화의 뉴웨이브

1927년 프리츠 랑이 <메트로폴리스>를 들고 나타났을 때, 영화감독 루이 브뉴엘이 전했던 언급은 흥미롭다. 신문의 기고 글에서 그는 이 SF 영화가 전례 없는 놀라운 아름다움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무시할 수 있는 마시멜로” 같은 성향을 가진다고 말했다.

명작으로 칭송받는 영화에 대한 부분적인 혹평은, 과거 SF 영화의 위상을 짐작하게 만든다. 초창기의 SF영화는 ‘열정을 정당화하려는 유아적이고 아마추어적인 도전’처럼 여겨졌다. 제아무리 정교하게 작업되어도 예술영화로 접근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SF 영화에 대한 세간의 평가가 뒤집힌 것은 196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가 상업적, 비평적으로 크게 성공하면서 스크린 속 공상과학영화에 대한 인식이 교체된다.

그리고 큐브릭 이후에 SF 영화는 위대한 작가들이 거쳐 가는 ‘오락적이고 지적인 향유 양식’으로 인지되기 시작한다.

영화 ‘2001:A Space Odyssey’에서 우주선 내부의 한 장면.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AP,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영화 ‘2001:A Space Odyssey’에서 우주선 내부의 한 장면.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AP,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솔라리스>(1972), 우디 앨런의 <슬리퍼>(1973), 로버트 알트만의 <퀸테트 살인 게임>(1979) 등이 이 시절 SF영화의 대표작이다. 그런 면에서 1970년대를 ‘SF 영화의 뉴웨이브’(새로운 물결)라 불러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1980년대 들어 SF에 대한 인식은 다시금 기존 위치로 돌아온다. 조지 루카스, 스티븐 스필버그, 제임스 카메론 등이 만든 스펙타클 대작들이 등장하지만, B급영화의 ‘시리즈적’ 측면과 십대겨냥의 ‘팝적’ 요소들이 맞물려 비평적인 평가는 절하된다.

그 즈음 할리우드 SF에 대한 상업적인 성공과 평단의 언급은 급격하게 궤를 달리하기 시작한다.

◈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공로

그렇다면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가 세운 공로는 무엇인가? 이 영화를 구상하던 당시에 감독의 목표는 명확했다.

첫째, 정교한 특수 효과를 포함해서 지금까지 완성된 ‘공상과학영화 중에서 가장 멋진 영화’를 만들겠다는 것. 둘째, ‘시간, 세계의 진보, 우주와의 관계’에 있어서 철학적인 성찰의 시(poem)를 완성하겠다는 것이었다.

영화 개봉 이후에 시각적인 완벽함과 철학적인 성찰, 두 가지의 목표가 완벽히 성취되었음이 드러난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지구와 우주공간을 아우르며, 선사시대부터 미래에 이르기까지 공감각적 심상을 건드리는 영화다. 무한의 우주에서 인간이 행하는 육체적이지만 형이상학적인 고뇌를 이 작품은 정교하고 침착하게 드러낸다.

초기 예산이 600만 달러에서 1천 500만 달러로 늘어난 슈퍼 프로덕션이었지만, 다른 대작들과 달리 온전히 한 사람의 손에서 완성되었다는 것도 놀랍다. 러닝타임에 비해 대사가 월등히 적은 시나리오의 특징에서 알 수 있듯, 지나치게 사색적인 야망으로 점철된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의 모든 시각적 미장센은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집중된다. SF영화의 개별적 ‘공상’의 측면을 큐브릭의 영화는 최대한 과학적으로 확장시킨다. 실상 극 전체가 작가가 가진 비관적인 세계관을 표방하지만, 완성된 영화의 전망이 낙관적인 점도 아이러니하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한 마디로 소개하면 ‘추측의 영화’라고 말할 수 있다. 일부 ‘컴퓨터와 인간의 갈등’처럼 드라마가 강조되는 측면이 있지만, 전반적인 극의 구조는 광범위하고 방대하게 흩뿌려진다. 영화를 보면서 누구나 ‘외계인의 존재’를 상상하지만, 정작 영화에 외계인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 결과 향후 모든 스페이스 오페라(space opera)의 지향점으로 이 영화는 자리 잡는다. 지난 50년간 할리우드에서 소외되었던 SF라는 마이너 장르가 큐브릭을 통해 주요 위치에 오른다.

한국에서 SF영화는 2000년대 꾸준히 시도되었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보이지는 못했다. 2001년 <천사몽>이 실패한 후 한동안 SF영화제작이 반려되기도 했다. 최근 <인랑>(2018)의 상업적인 실패도 마음 쓰인다.

그럼에도 우리에겐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2013)가 있다. 이제 곧 만나게 될 조성희 감독의 <승리호>(2020)도 새로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준다.

이중적이고 이율배반적인 SF영화의 본질을 이용한, 예상치 못한 감정적인 과학의 드라마를 관객들은 기다린다. 현실과 가상의 앙상블을 교차시키는 SF영화의 책략은, 허상에 실제의 옷을 입히는 시네마의 본질과도 맞닿아 있다.

이지현

◆ 이지현 영화평론가

2008년 '씨네21 영화평론상'으로 등단했다. 씨네21, 한국영상자료원, 네이버 영화사전, 한겨레신문 등에 영화 관련 글을 썼고, 대학에서 영화학 강사로 일했다. 2014년에 다큐멘터리 <프랑스인 김명실>을 감독했으며, 현재 독립영화 <세상의 아침>을 작업 중이다. 13inoch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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