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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도시 화성’의 꿈

임철순 이투데이 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2015.09.04 임철순 이투데이 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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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삼국지’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중국에서 유래된 바둑은 일본으로 건너가 근대바둑의 꽃을 피웠다. 1930년대에 일본에서 출현한 신포석 이후 바둑에 대한 발상과 기법도 크게 변했다. 

일본의 영향을 받은 한국은 1950년대 이후 발전을 거듭해 드디어 일본을 추월했고, 이어 바둑의 원산국인 중국도 긴 잠에서 깨어났다. 1970년대 이후 세계 무대(결국 동양 3국이지만)에 등장한 중국은 오늘날 프로기사의 수와 전체 바둑인구, 국제기전 전적 등 질과 양에서 세계 정상에 올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제기전의 패권을 차지한 실적만을 따진다면 한국이 중국을 단연 앞서고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만 따져보면 그렇지도 않으며 중국이 한국을 역전하는 추세인 것으로 보인다.

바둑을 스포츠종목으로 완전 정착시켜 키우는 중국의 경우 국민 전체의 열기나 바둑인구의 규모로 볼 때 한창 보름달처럼 피어나는 단계이고, 우리는 그 단계를 지나 쇠퇴해가는 느낌이 들 정도다. 바둑 종주국을 자처하던 일본의 퇴조를 점차 닮아가는 게 아닌가 걱정스럽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도 화성시가 2일 한국기원과 MOU를 체결, 화성에 ‘세계 바둑의 전당’을 건립하고 한국기원도 그곳으로 옮기기로 한 것은 비상한 관심을 끄는 일이다. 세계 바둑의 전당은 내년부터 2018년까지 동탄신도시의 석우동 1만㎡ 부지에 세워진다. 사업비는 시비 156억 8,000만원, 국비 67억 2,000만원 등 총 224억원이 들어간다. 이곳에는 대국장(바둑 경기장)을 비롯해 바둑의 연구·교육·문화·전시·방송 등 바둑에 필요한 명실상부한 종합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박치문 한국기원 부총재(오른쪽)와 채인석 화성시장이 2일 한국기원에서 바둑의 전당 협약을 체결하고 악수하고 있다. (사진=한국기원)
박치문 한국기원 부총재(오른쪽)와 채인석 화성시장이 2일 한국기원에서 바둑의 전당 협약을 체결하고 악수하고 있다. (사진=한국기원)

한국기원은 연간 23개 프로기전을 포함해 약 50여 개의 전국 대회 등을 주최 ·주관할 예정이라고 한다. 한국기원은 7월 13일 운영위원회에서 ‘바둑의 전당’에 관한 안건을 찬성 의결(찬성 7표, 기권 1표)한 이후 7월 23일 기사 대의원회에서 참석자 대다수의 찬성(찬성 16표, 반대 1표)으로 가결한 바 있다. 협약식에 참석한 채인석 화성시장은 “세계 바둑의 전당이 대한민국 바둑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길 기대한다”며 “100만 메가시티를 바라보는 화성시가 한국기원과 함께 다양한 문화가 융성한 도시로 발전하는 초석을 다지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전주 성남 공주 신안 등 그동안 ‘바둑도시’의 꿈을 키워온 지자체는 많다. 그런데 화성시가 이런 큰 기회를 잡은 데는 몇 가지 요인이 있는 것 같다. 우선 2008년 화성시장배 정조대왕 효(孝) 바둑대회를 개최하면서 바둑계와 인연을 맺은 바 있다. 또 지난해 KB국민은행 바둑리그의 프로팀 ‘화성시코리요’팀을, 내셔널바둑리그의 아마추어인 화성시팀을 창단해 운영 중이다. 게다가 경기도 바둑협회 부회장을 거친 채 시장 등 바둑에 관심이 큰 인사들이 많아 화성이 이런 큰 기획을 하게 된 것 같다.

화성시는 동탄 봉담 향남 등의 신도시 개발과 국제테마파크 조성사업으로 한창 일거리가 많고 붐비는 도시이다. 수도권의 신흥 경제벨트로 떠오르고 있는 경기 서남부의 대표도시다.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이를 추진하느냐 하는 점이다. 7월 7일 채인석 시장의 취임 1년 기자회견 때도 바둑에 관한 사업은 특별히 없었는데, 갑자기 빠른 속도로 일이 이루어져가고 있다. 화성시는 내년 1월께 업무시설용지에 대한 경제적 활용방안 타당성 용역에 들어간다지만, 충분한 논의 없이 졸속으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는 비판여론도 있다. 국비를 어떻게 확보하느냐 하는 것도 따져봐야 할 문제다.

수원이나 화성은 조선 22대 왕 정조의 꿈에 의해 새로 태어난 곳이다. 수원 화성에는 18~19세기 세계를 휩쓴 ‘인문 정신’이 녹아 있다. 그런 곳에 바둑을 접목하는 것은 나름대로 큰 의미가 있다. 예로부터 선비는 금(琴) 서(書) 기(棋 ) 화(畵), 거문고와 글씨, 바둑, 그림 네 가지에 두루 능해야 했다.

그런데 지금은 바둑을 사랑하는 사람은 많은지 몰라도 젊은 세대는 바둑을 모르거나 알려고 하지 않는다. 요즘 인성교육이 강조되고 있지만 바둑을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야말로 좋은 인성교육이다. 바둑이 자라나는 학생들의 수신(修身)에 안성맞춤이라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런 점에서 ‘바둑도시 화성의 꿈’을 실현하는 일이 화성이나 경기도의 발전에 국한되지 않고 한국바둑이 진정한 르네상스를 맞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전체 국면과 다음 수를 정교하게 읽어가며 일을 추진해야 한다. 

임철순

◆ 임철순 이투데이 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언론문화포럼 회장, 자유칼럼그룹 공동대표. 보성고 고려대 독문과 졸. 1974~2012 한국일보사 근무. 기획취재부장 문화부장 사회부장 편집국장 주필, 이사대우 논설고문 역임. 현재는 이투데이 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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