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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겁내지 않은 그들의 승리 드리블

[김한석 기자의 스포츠 공감] 유로2016 영광들 그리고 메시

2016.07.13 김한석 스포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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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 2016대회 4강 신화를 이룬 인구 300만의 약소국 웨일스 유니폼엔 불굴의 영혼을 상징하는 발톱 세운 붉은 용이 그려져 있다. 웨일스의 선봉에 나선 가레스 베일.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유로 2016대회 4강 신화를 이룬 인구 300만의 약소국 웨일스 유니폼엔 불굴의 영혼을 상징하는 발톱 세운 붉은 용이 그려져 있다. 웨일스의 선봉에 나선 가레스 베일(왼쪽). (사진=저작권자(c) AP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꿈을 가지는 것을 두려워 말라. 4년 전,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과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지금 일어난 것을 보라. 나는 성공보다 더 많은 실패를 해왔지만 그 실패를 겁내지 않았고 즐겨왔다.”

프랑스에서 유럽대륙을 뜨겁게 달궜던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유로 2016이 변방 포르투갈의 사상 첫 우승으로 한 달 열전의 막을 내린 가운데 지구촌 축구팬들을 감동시킨 ‘가슴 속의 승자’들이 있었다.

웨일스 유니폼엔 ‘가장 좋은 플레이는 팀 플레이’ 문구

유럽 주변부가 대륙 중심으로 대약진하는 ‘변방의 돌풍’이 거셌던 이번 대회에서는 웨일스의 크리스 콜먼 감독이 본선 데뷔무대에서 ‘4강 기적’을 이룬 뒤 이같이 던진 메시지가 깊은 여운을 남긴다. 꿈이 있는 한 실패는 충분히 아름답다고.

1964년부터 유로 예선에 참가해 ‘13전 14기’로 처음 본선에 오른 인구 300만의 약소국. 영연방의 작은 자치국 ‘붉은 용’들이 프랑스에서 펼친 4강 대도약은 첫 본선 24강 체제의 수혜로만 볼 수 없을 만큼 웅혼했다.

대표적인 ‘원팀’의 힘이었다. 세계축구 최고 이적료 ‘1억 유로의 사나이’ 가레스 베일이 조별리그에서 3연속골을 폭발할 때만해도 ‘베일스’로 불렸지만 끈끈한 팀 플레이로 진군을 거듭했고 마침내 역사를 썼다.

2011년 11월 충격의 의문사로 유럽축구계를 충격에 빠뜨린 친구 게리 스피드 감독의 뒤를 이어 2012년 지휘봉을 잡은 콜먼 감독. 웨일스축구 사상 처음으로 부임 후 A매치 5연패의 수렁에 빠지는 실패를 맛봐야 했다.

하지만 베일을 구심점으로 삼으면서 강팀을 만들어냈다. 잉글랜드의 귀화 제의를 1초 만에 거부했던 베일은 천부적인 재능에 헌신을 덧입혀 뛰었다.

1958년 월드컵 8강이 유일한 메이저 본선 성적이었던 웨일스를 58년 만의 본선 길로 인도했고 4강까지 길라잡이가 됐다.

2명만 빼고 잉글랜드 무대에서 뛰는 선수들이 모인 웨일스는 축구종가 잉글랜드도 유로무대에서 1968, 1996년 딱 두 번밖에 못 올라본 4강 고지를 단숨에 점령한 것이다.

웨일스대표팀 엠블럼엔 발톱 세운 붉은 용이 그려져 있다. 13세기 잉글랜드에 피의 정복을 당했지만 고유 언어를 포기하지 않은 불굴의 영혼을 상징한다. 그 밑에는 웨일스어로 ‘가장 좋은 플레이는 팀 플레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베일은 자랑스러워했다. “웨일스는 결코 원맨팀이 아니다. 11명이 하나가 되어 공격하고 하나가 되어 수비한다.”
대회 전 잉글랜드 2부팀에서 퇴출되는 실패를 겪은 할 롭슨-카누도 꿈을 잃지 않고 원팀으로 뭉쳐 벨기에와 16강전에서 역전골을 터뜨리며 인생역전 스토리를 썼다.

척박한 환경에도 축구 꿈나무 키운 아이슬란드

이안 러시, 라이언 긱스로 대표되는 약소국 웨일스 스타들은 유럽클럽무대에서 명성을 떨쳤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메이저 대회를 밟아보지 못하는 비운의 국가대표로 끝났다. 이제야 무수한 실패에도 굴하지 않은 후배 붉은 용들이 이룬 역사에 자긍심을 갖게 되는 그들이다.

에이두르 구드욘센. 첼시와 바르셀로나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아이슬란드의 전설이다.
1996년 4월. 자신의 A매치 데뷔전인 에스토니아와 친선경기에서 34세의 아버지 아노르와 교체 투입돼 국제축구 사상 최초의 부자 A매치 출전 진기록을 세웠을 만큼 선수층이 두껍지 못했던 아이슬란드대표팀 기대의 무게를 지탱해오면서 수많은 실패를 맛봐야 했다.

16강전에서 잉글랜드를 격파한 ‘얼음 왕국’ 아이슬란드의 ‘8강 동화’도 이번 대회 빠질 수 없는 감동이다. <저작권자(c) AP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16강전에서 잉글랜드를 격파한 ‘얼음 왕국’ 아이슬란드의 ‘8강 동화’도 이번 대회 빠질 수 없는 감동이다. (사진=저작권자(c) AP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그는 번번이 좌절되는 메이저 대회 본선행에 회의를 느껴 은퇴를 선언했다가 지난해 축구협회의 부름을 받고 복귀했다.

예선서 네덜란드를 두 번이나 꺾어 히딩크 감독을 중도 사퇴시킨 ‘얼음 열풍’의 정신적인 지주로 마침내 37세에 꿈을 이뤘다. 첫 본선 진출에 만족하지 않고 ‘얼음왕국’의 8강 동화를 쓰는데 ‘인도어 키즈’들을 이끌었다.

3번의 예선 불참, 11번의 예선 탈락. 유럽축구대항전에선 북극권을 탈출하지 못한 인구 33만의 변방 아이슬란드가 역대 메이저 본선무대에 오른 가장 작은 나라의 빅 파워를 보여주기까지는 유럽대륙과는 정반대로 접근한 실패학이 근간이 됐다.

국토의 80%가 빙하와 화산, 호수로 이뤄져 있고 8개월이나 이어지는 혹독한 추위와 칼바람, 겨울엔 해가 뜨는 시간도 4시간밖에 안 되는 척박한 환경에서 그들은 실내로 들어가 인도어축구로 경쟁력을 길러왔다.

2000년부터 실내 경기장을 짓기 시작했고 유럽축구연맹(UEFA)과 손잡고 지도자 양성에 힘을 쏟았다. UEFA 자격증을 따낸 지도자 600명이 인도어에서 유소년들에게 양질의 축구를 가르쳤다.

인구의 10%인 3만5000명이 축구를 즐기는 등록선수이고 남자 선수는 1만5000명, 남자 성인은 3000명, 나머지는 유소년들이다.

지도자들은 유럽대륙과는 반대로 접근한다. 재능 있는 꿈나무를 집중 육성하는 게 아니라 재능의 차이를 불문하고 똑같은 커리큘럼으로 유소년들을 교육하면서 기회를 많이 주고 기다려주는 방식이다.

자국에 프로리그가 없어 유능한 자원들은 해외로 진출해 개인적인 역량을 꽃피우고, 대표팀에 모여서는 ‘작은 거인’의 힘을 길러나가는 데 지난 15년을 투자했던 것이다.

프로선수 100여 명 중에서 선발된 해외파 23명의 얼음전사들은 16강전에서 축구종가 잉글랜드를 격파해 당시 유럽연합 탈퇴 결정으로 혼돈에 빠져 있던 영국에 ‘축구판 브렉시트’의 충격을 안겼다.

 아이슬란드는 한계 환경에 굴하지 않고 반복되는 실패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UEFA라는 힘을 빌어서 전혀 다른 생존양식과 발전해법을 모색해야 왔다. 그 결과 동토에서 자라는 민들레 홀씨처럼 지구촌에 진한 감동을 퍼뜨릴 수 있었다.

비록 개최국 프랑스와 8강전에서 5-2로 완패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추격하는 그들의 투혼에서 반짝 몰아친 얼음 열풍만은 아님을 느꼈다.

유로 2016 조직위원회가 트위터에 "그들은 모두의 가슴 속 승리자다. 고맙다"라고 찬사를 보낸 것만 보더라도 말이다.

호날두와 메시 두 스타는 울었다.  호날두는 자국의 우승에 울었고 메시는 코파 아메리카 센테나리오에서 결승 승부차기에서 좌절한 뒤 울었다. 그 뒤 메시는 은퇴를 선언해 큰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저작권자(c) AP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호날두와 메시 두 스타는 울었다. 호날두는 자국의 우승에 울었고 메시는 코파 아메리카 센테나리오에서 결승 승부차기에서 좌절한 뒤 울었다. 그 뒤 메시는 은퇴를 선언해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AP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섬마을 촌놈, 호날두가 일궈낸 포기없는 성공의 드리블

월드컵 사이 가운데 낀 이 여름,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희비가 엇갈린 두 월드스타의 눈물을 바라보노라면 새삼 실패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국제축구연맹(FIFA) 발롱도르를 양분해온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
그들은 각각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라는 스페인 명가를 대표해 프리메라리가는 물론 유럽챔피언스리그를 제패해온 리빙 레전드지만 한결같이 국가대표팀에만 가면 작아지는, 우승 한 번 못한 ‘무관의 제왕’이었다.

이들은 2년 전 브라질 월드컵에서 듣던 ‘원맨팀’의 편견을 지워버릴 정도로 저마다 대륙 축구축제에 헌신하고 희생했다. 하지만 극명하게 명암이 갈렸다.

호날두는 각종 유로 골기록을 갈아치우며 대진운까지 등에 업고 유로 2016 결승까지 올라 두 번의 눈물을 흘렸다. 전반 7분 프랑스 파예에게 무릎을 채인 뒤 쩔뚝거리면서도 계속 뛰려고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끝내 전반 25분 만에 교체돼 나오면서 흘린 눈물. ‘운명의 신이 또 다시 버리는가’하는 불안의 눈물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호날두를 위해 뛰었다”고 동료 페페가 말했듯이 모두들 투혼을 불살랐고 에데르가 연장에서 천금의 결승골을 터뜨려 앙리 들로네컵을 처음으로 치켜들었다. 포르투갈은 이번 대회에서 필드플레이어 20명 전원이 피치를 밟은 원팀이었다.

자국에서 열렸던 유로 2004 결승에서 그리스에 패한 뒤 닥똥같은 눈물을 흘리던 19세 신성 호날두는 마침내 12년 만에 그토록 바라던 기쁨의 눈물을 쏟아냈다.

클럽무대에서 17차례나 우승컵을 치켜들고도 유로 3번, 월드컵 3번의 도전에서 많은 실패와 좌절을 맛봤지만 그는 스스로를 팀에 맞추려고 애쓰면서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흙수저였던 섬마을 작은 소년이 가난과 싸우면서 키우기 시작했던 그 꿈. 극한적인 자기 관리로 한계를 뛰어넘어 월드스타로 우뚝 선 호날두는 ‘성공은 실패에도 포기하지 않는 자의 전유물’임을 일깨워줬다.

호날두는 기자회견에서 “일찌감치 부상을 당해 불운했지만 나는 동료 선수들을 믿었다”며 “대표팀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나의 오랜 꿈을 이뤄 신에게 감사하다”고 감격을 숨기지 못했다.

 레전드 에우제비우도, 황금세대의 피구도 이루지 못한 메이저대회 우승의 꿈을 이룬 그는 그렇게 ‘6전 7기’로 맞은 메이저대회 대관식에 당당히 걸어 나갔다.

허공에 차버린 우승의 꿈…은퇴선언 뒤 울지마 아르헨~ 울지마 메시!

반대로 미국에서 2주 먼저 끝난 남미축구선수권 100주년 대회인 코파 아메리카 센테나리오에서는 메시가 꿈을 포기했다.

칠레와 결승서 스스로 승부차기를 허공에 날려 코파 아메리카 3연속 준우승, 2014년 월드컵을 포함하면 준우승만 네 번에 그친 메시는 바로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해 큰 파장을 낳았다.

 메시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수염도 깎지 않는 미신까지 끌어들이고, 도움왕에 오를 정도로 이타적인 플레이로 비원의 꿈을 이루고자 했으나 끝내 비탄의 눈물을 훔쳐야 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동상까지 세우며 ‘떠나지마, 메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팜파스 평원에 들불처럼 번진 이 청원운동 중에서 아르헨티나 초등학교 여교사가 ‘영웅의 실패론’을 지적하면서 메시에게 보낸 SNS 편지가 큰 울림을 던진다.

“아이들에게 승리와 결과가 우선이 아니라는 것을 가르치고 싶다. 성공만이 중요하다는 것을, 실패를 통해 더 큰 사람이 된다는 메시지를 주길 바란다. 아이들에게 2등은 패배가 아니라는 것, 경기에서 지면 영광을 잃는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 달라. 진정한 영웅은 패했을 때 포기하지 않는다. 결과와 관계없이 사랑하는 일을 하며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게 가장 위대한 우승이 아닐까 한다. 아이들의 꿈은 다양하다. 영웅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언젠가는 위대한 승리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의 강한 심장을 믿는다.”

성장 호르몬 장애를 가진 소년에서 신체적인 결함을 극복하고 최고의 스타로 성장한 메시. 호날두와 마찬가지로 재난과 내전, 가난과 결핍 등으로 고통 받는 지구촌 어린이들에게 선물도 주고 초청도 하고, 신기의 플레이를 포함해 그들이 축구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통해 꿈과 희망을 심어줬던 ‘희망 메신저’다.

징크스를 넘어 저주처럼 느껴질지도 모를 대표팀의 ‘무관’은 더 이상 그가 꿈을 포기해야 하는 이유가 돼서는 안 될 일이다.

아이슬란드의 에이스로 기성용의 스완지 시티 동료인 질피 시구르드손은 ‘8강 동화’를 쓴 뒤 “조국에 돌아가 아이들에게 희망이 뭔지 말해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늘 실패가 좌절의 역사로 반복돼온 축구변방에서 ‘뭉치면 강하다’는 희망을 심어준 레드 드래곤들, ‘동토에서도 축구 잘할 수 있다’는 꿈을 전파한 바이킹의 후예들, ‘영원한 언더독’으로 남지 않겠다며 실패할수록 자신을 버려나가면서 원팀을 완성한 호날두가 전해준 메시지는 강렬하다.

꿈과 희망, 그것은 실패 속에서도 축구라는 언어로 누군가의 가슴을 울릴 수 있는 아름다운 골이 아닐까. ‘실패’라고 쓰고 ‘꿈’이라고 읽을 수 있다면 그런 ‘뷰티풀 사커’도 없을 듯싶다.

김한석

◆ 김한석 스포츠기자

스포츠서울에서 체육부 기자, 체육부장을 거쳐 편집국장을 지냈다. 스포츠Q 창간멤버로 스포츠저널 데스크를 맡고 있다. 전 대한체육회 홍보위원이었으며 FIFA-발롱도르 ‘올해의 선수’ 선정위원으로 활동했다. 제21회 이길용 체육기자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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