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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땀을 많이 흘렸다면 메달은 네 것이다!

‘어제의 훈련 파트너’들이 주연으로 부르는 리우 희망가

2016.08.01 김한석 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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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회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이 8월 6일부터 22일까지 열립니다. 정책브리핑은 온 국민이 세대 간, 지역 간, 계층 간의 벽을 허물고 한마음이 되어 대한민국을 응원하는 화합의 장이 마련되기를, 그리고 그 하나된 함성이 평창까지 들릴 수 있도록 기원합니다. 그동안 흘려온 선수들의 땀방울을 기억하며 리우올림픽 특집 릴레이 기고를 싣습니다. <편집자 주>

지난 18일 서울 노원구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레슬링 국가대표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대표팀 류한수가 대형 타이어 세우기에 도전하고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지난 18일 서울 노원구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레슬링 국가대표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대표팀 류한수가 대형 타이어 세우기에 도전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 리우데자네이루 하계 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레슬링대표팀의 미디어데이 행사가 열린 태릉선수촌 체육관 벽에 내걸린 펼침막 문구 ‘나보다 땀을 많이 흘렸다면 금메달을 가져가도 좋다!’는 레슬링 코칭스태프가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강조하는 화두다.

4년간 흘렸던 땀의 결실을 거두기 위해 마지막까지 흔들림 없이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태극 레슬러들의 투지와 집념이 한껏 묻어난다.

그중 류한수가 200kg이 넘는 근력보강 훈련용 초대형 타이어를 조금씩 들어 올리자 그의 얼굴에서 뚝뚝 떨어지는 굵은 땀방울만큼이나 많은 카메라 플래시가 터져 나왔다.

‘그림자 국가대표’ 설움 씻은 류한수의 당당한 외침

류한수가 쏟아내는 그 땀은 설움과 좌절을 이겨내고서야 이제 막 피어오른 꽃망울이다. 8월 6일 지구 반대편에서 팡파르를 울리는 남미 최초 올림픽에 출정하는 태극전사들 중에서 ‘그림자 국가대표’의 설움을 씻은 도전자들을 대표하는 당당한 주연의 외침이기도 하다.

8년 전부터 훈련 파트너 생활을 이어온 끝에 맞은 세 번째 올림픽에서야 제대로 된 태극마크를 품은 류한수. 대표 선발전에서 번번이 고배를 들면서 올림피언들의 훈련 상대로 묵묵히 헌신해온 인고의 조연 생활을 청산한 뒤 당당히 리우의 주역으로 나서는 것이다.

국가대표 훈련 파트너.

자신과 수없이 매트를 구르며 땀방울을 함께 나눴던 국가대표가 영예를 차지했을 때, 작은 보람으로나마 자기희생을 위로하는 ‘숨은 조연’이다.

그림자 대표로 불리는 이들로선 파트너인 국가대표들이 결전을 앞두고 어떤 컨디션과 심리로 대처해 성공하거나 실패하는지를 몸으로 느낄 수 있다. 또한 4년 뒤 주연으로 올림피아드에 서기 위한 결의를 새롭게 다지는 기회도 된다. 기꺼이 온 몸을 던져 함께 땀을 쏟는 이유다.

지금은 좌절했지만 다음을 위해 마음부터 투자하는 것, 그들 조연들이 내일을 사는 법이기도 하다.

한국은 2012년 런던 올림픽 때 사상 처음으로 선수촌외 훈련캠프를 런던 브루넬대학 내에 차렸다. 레슬링, 유도, 태권도, 복싱 등 맞춤형 ‘가상의 적’이 중요한 종목에 훈련 파트너를 대거 투입했다. 태릉에서든 런던에서든, 원정 올림픽 최고 성적인 종합 5위를 달성하는데 이들의 소리 없는 기여도도 적지 않았음을 기억하자.

류한수. 4년 전만해도 2004년 아테네의 금메달 영웅 정지현의 세 번째 올림픽 도전을 도왔다. 베이징 올림픽에 이어 그의 두 번째 훈련 도우미.

2012년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런던행 티켓을 넘겨줘야 했던 동갑내기 김현우가 그레코로만형 66kg급에서 금메달을 따내는 걸 보는 류한수의 마음은 어땠을까. 시기의 시선이었다면 결코 리우에 못 갔을 터다.

절치부심. 류한수에게 기회는 일찍 왔다. 친구 김현우가 올림픽 직후 75kg급으로 체급을 올렸다. 세계정상 도전에 동행하기 시작했다. 방도 함께 썼다. 2013년 14년 만의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동반으로 따냈다. 2014년 아시안게임, 2015년 아시아선수권도 나란히 제패했다. 승승장구. 한국 레슬링의 쌍두마차로 리우행도 어깨동무다.

류한수는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은메달로 올림픽 쿼터를 직접 따냈다. 그리고는 리우 대표 최종선발전에서 그 기세를 이어 도우미로 배웠던 정지현을 누르고 리우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대선배와 친구의 그늘에 가려 영광의 도전 대신 헌신의 보람으로 아린 마음을 다잡는 시간이 많았던 류한수. 국가대표 파트너 레슬러로서 자신을 끊임없이 되돌아보고 결점을 보완하며 경쟁력을 키워오지 않았다면 맛보지 못했을 작은 결실이다.

국가대표들이 경기에 나갈 때 선수촌에 남는 훈련 파트너들이 배웅해주는데, 류한수는 시간이 갈수록 손을 흔들며 ‘나도 가고 싶다. 저 자리가 내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 조금만 더 하면 저기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욕심이 자신을 깨웠다고 했다.

경성대 재학 시절 두 번이나 팔 골절상을 당해 수술대에 올랐던 류한수는 리우를 향해 도전할 때 스포츠Q와 인터뷰에서 자신을 되돌아봤다. “잘난 선수가 아니었는데 목표가 생겨서 노력하다보니 여기까지 왔다. 나 자신이 변할 만큼 노력한다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그 오랜 기다림 끝에 보무도 당당하게 나서는 첫 올림픽 매트에서 화려하게 꽃을 피울 일만 남았다. 리우에서 금빛 감아돌리기에 성공한다면 박장순 심권호 김현우에 이어 일약 네 번째 코리안 그랜드슬래머로 우뚝 서게 된다.

2016 리우올림픽 레슬링 국가대표 이정백이 개인기술을 선보이고 있다.<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 리우올림픽 레슬링 국가대표 이정백이 개인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레슬링 이정백, 서른잔치는 매트위에서 금을 매쳐라

또 4년 전 김현우의 훈련 상대였던 이정백도 나이 서른에 대표 2진, 조력자 꼬리표를 떼고 첫 올림픽에서 훈련 파트너 신화에 도전한다.

8년 전 베이징 올림픽부터 자체적으로 훈련 파트너를 대거 활용했던 유도는 이번에도 리우 대표 12명과 같은 숫자의 스파링 파트너를 데리고 브라질 상파울루에 마지막 훈련캠프를 차렸다. 4년 전 런던에서 24년 만의 멀티 금메달을 수확, 파트너 대동 효과를 톡톡히 본 남자 유도다. 리우 멤버 7명 중 이승수 곽동한 김원진 조구함 등 4명이나 런던 훈련 파트너 출신이어서 주목을 끈다.

왕기춘에 막히고 김재범에 걸린 이승수, 이제는 마이웨이

그중 2008년 고교 졸업반 때 국가대표에 뽑혔던 이승수는 먼 길을 돌고 돌아 마침내 훈련생 반전스토리 절반은 완성했다.

73kg급에서 왕기춘의 그늘에 가려 훈련 파트너로 만족해야 했다. 체급을 81kg급으로 올렸더니 이번엔 김재범이라는 큰 벽이 가로막고 있는 게 아닌가. 그의 훈련 상대로 매트를 함께 굴렀지만 메이저 대회에선 늘 주변인이었다.

런던에서 파트너 김재범이 금메달을 따내는 현장을 가슴에 새긴 그는 결코 포기할 수 없었다.

2016 리우올림픽대회 유도국가대표 이승수가 훈련하고 있다.<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 리우올림픽대회 유도국가대표 이승수가 훈련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상병 이승수는 리우의 금메달을 신고할 겁니다!

상병 이승수는 다시 체급을 올린 왕기춘을 상대로 지난해 대표 선발전에서 승리를 거뒀고, 세계선수권 5위까지 도약했다.

지난해 문경 세계군인선수권대회 우승은 2인자의 설움을 씻는 신호탄. 그 기세는 올림픽 대표 선발전까지 이어졌고, 또 다시 왕기춘을 따돌리고 올림픽 데뷔를 맞게 됐다.

90kg급 곽동한은 4년 전 34세 송대남이 거둔 한국 유도 최고령 금메달의 조력자. 런던 현장에서 눈높이를 끌어올리며 리우의 꿈을 더욱 강렬하게 키웠다고 했다.

지난해 카자흐스탄의 아스타나에서 열린 2015 세계유도선수권대회 남자 90㎏급 결승에서 곽동한이 키릴 데니소프(러시아)를 업어치기 절반승으로 꺾은 후 기쁨의 손짓을 하고 있다.<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지난해 카자흐스탄의 아스타나에서 열린 2015 세계유도선수권대회 남자 90㎏급 결승에서 곽동한이 키릴 데니소프(러시아)를 업어치기 절반승으로 꺾은 후 기쁨의 손짓을 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지난해 세계선수권 챔피언 세리머니를 한 뒤 세계랭킹도 2위까지 올라선 그이기에 이제는 대표팀 코치로 매트를 옆에서 지키는 대선배 송대남의 거룩한 금빛 계보를 잇는데 자신감이 넘쳐난다.

불운은 이제 그만…오혜리 금빛 돌려차기 얍!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다. 88둥이로 여자 태권도선수로는 선수생활 황혼기에 ‘2전3기’로 올림픽 데뷔 꿈을 이룬 늦깎이 오혜리가 그 말에 딱 맞지 않을까.

2008년 베이징 올림픽대표 최종 선발전에서 2004년 올림픽 동메달리스트 황경선에 패해 분루를 뿌렸다. 그리고는 황경선의 훈련 파트너로 태릉에서 땀을 쏟았다.

4년 뒤에는 최종 선발전 2주를 앞두고 허벅지 근육 파열로 런던행은 도전도 못해봤다. 이듬해엔 발목 인대가 끊어지는 바람에 그 후유증으로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도 뚫지 못했다.

2008, 2012년 올림픽 2연패를 최초로 달성한 황경선이 ‘태권여제’로 세계를 호령하는 걸 보면서 스스로 부족함을 깨달았다. 긍정마인드로 경쟁력을 끌어올린 끝에 지난해 세계선수권 우승으로 최고점을 찍으며 리우행을 예약했기에 여자 태권도 최고령 금빛 발차기에 대한 의지가 강렬하기만 하다.

2016 리우올림픽대회 태권도국가대표 오혜리.<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 리우올림픽대회 태권도국가대표 오혜리.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영원한 승자는 없다’는 사실을 1인자와 땀범벅으로 뒹굴며 몸으로 확인하는 선수촌 스파링 파트너.

선발전에서 밀려날 때마다 자탄하며 그만둘까 하는 유혹에 빠지지만 꿋꿋이 견뎌내며 내일을 소리 없이 준비했던 그들이다.

패배는 순간이고 포기는 영원한 것이다. 다시 도전했기에 그들은 이름을 살려냈다.

무명의 누군가로, 그늘 속 2인자로, 영원한 기대주로, 희망고문에 갇힌 실패자로. 모두들 그렇게 잊히기를 한사코 거부했던 도전자들이기에 그 집념은 기억할만한 의미로 살아난 것이다.

무명의 세월을 이겨낸 그 힘이 후회를 남기지 않는 도전으로 이어진다면 그들이 흘린 땀은 결코 배반하지 않을 것이리라.

이제 태극전사들의 투혼과 명언 시리즈가 기다려지는 여름이 돌아왔다.

2004년 유도 금메달리스트인 ‘한판승의 사나이’ 이원희의 훈련 파트너로 경험을 쌓은 뒤 2008년 은메달, 2012년 금메달로 올림픽 성공시대를 열었던 김재범. 4년 전 런던에서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뒤 그가 남긴 명언이 다시 가슴 속에 살아난다.

“4년 전 죽기 살기로 했는데 졌다. 이번에는 죽기로 했더니 이기더라.”

김재범도 언제는 2인자였고, 훈련 파트너였다. 그러나 런던에서는 어깨부상과 싸워가며 ‘한팔승의 사나이’로 후회 없이 도전한 끝에 자신의 영광은 물론 국민들 가슴까지 뜨겁게 울렸다.

무더위 날려줄 투혼의 소식에 온국민은 ‘사이다’

리우에서 메달은 아니더라도 ‘사이다’ 투혼을 펼친다면 당당한 실패담을 들려줘도 전혀 부끄럽지 않을 일이다.

8년 전 베이징 올림픽 여자 역도에서 중국 천웨이링과 같은 무게의 바벨을 들고도 체중이 500g 무거워 4위로 밀려났던 ‘불운의 역사’ 임정화. 당시 터키 은메달리스트가 최근 '러시아 도핑 스캔들‘ 후속조치 속에 금지약물 복용 사실이 적발되면서 임정화는 동메달리스트로 승격될 행운을 잡았다. 후회 없이 도전한다면 이런 운도 나중에 따를 수 있는 게 올림픽이다.

오랜 기다림속에 어두움에 더욱 빛날 별들, 설움을 이겨내고 조연에서 주연으로 거듭날 태극전사들의 도전이 이제 시작된다. 사진은 2016 리우올림픽 레슬링 국가대표 김현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칠흙같은 어두움에 더욱 빛날 별들, 설움을 이겨내고 조연에서 주연으로 거듭날 태극전사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사진은 멋진 근육을 선보이는 2016 리우올림픽 레슬링 국가대표 김현우.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어두울수록 빛난 별들, 설움과 좌절을 이겨낸 그 태극전사들의 도전이 이제 시작된다. 4년 전 피멍투혼 속에 금빛 땀방울을 쏟아낸 김현우가 말한 “하늘을 감동시킨 금메달”이 아니어도 좋다. 스스로 가슴속에 메달을 걸어주며 엄지를 치켜세울만한 후련한 도전, 그것만이라도 좋을 일이다. 

김한석

◆ 김한석 스포츠기자

스포츠서울에서 체육부 기자, 체육부장을 거쳐 편집국장을 지냈다. 스포츠Q 창간멤버로 스포츠저널 데스크를 맡고 있다. 전 대한체육회 홍보위원이었으며 FIFA-발롱도르 ‘올해의 선수’ 선정위원으로 활동했다. 제21회 이길용 체육기자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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