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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미술인의 관심 속에 막을 올린 베니스비엔날레, 카셀도큐멘타 등 미술행사는 동시대 미술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국제적 미술 행사이다. 세계 각국에서 참여한 작가들이 자신의 예술적 특성을 선보이며 예술가로서 입지를 세울 기회의 장이기도 하다.
이렇듯 세계인과 소통을 시도하는 국제적 행사가 있기 전에는 어떤 형식으로 화가들이 자신들의 작품을 대중에게 선보였을까?
예술의 발전을 이끄는 제도는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서든지 실행된다. 과거에도 그렇고, 현재도 마찬가지다. 미술계에서 화가들의 경쟁을 이끌고, 경쟁을 통해 유명화가의 반열에 오르기 위한 여러 방법의 하나가 전람회에서 입상하는 것이다. 미술사를 보면 전람회 입상이 성공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인식이 팽배할 때가 있었다.
유럽미술의 중심이었으며, 수많은 작가를 배출한 프랑스 ‘살롱’전은 17세기에서 19세기까지 무려 200년간 프랑스 미술계를 이끈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전람회였다.
살롱이라는 용어는 18세기 루브르 궁에서 <카레 살롱>이라는 이름으로 첫 미술전시가 열리면서 처음 등장했다. 프랑스 왕립 아카데미에서 개최한 ‘살롱’은 생존 작가들이 공들여 제작한 역작을 대중에게 선보이는 경쟁의 장이었다.
특정계층의 전유물처럼 여기던 미술작품을 일반인에게 공개하여 대중적 평가를 받는다는 점에서 파급효과가 컸다. 살롱은 미술평론가, 소장가, 기자 등 미술관련 전문가들의 깊은 관심 속에서 명실상부 프랑스 미술전람회의 상징이 되었다.
특히 ‘살롱’을 개최하고 작품을 평가하는 심사위원들의 취향과 기준은 당시 프랑스미술의 화풍을 결정지을 정도였다. 살롱에서 입상한 작가들은 화단에서 입지는 물론 대중적 인지도까지 높아지며 유명화가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살롱에서 입상은 당시 화가들에게는 성공과 실패를 가늠하는 절대 기준이었다. 1835년 당시 미래를 촉망받던 그로가 살롱의 낙선으로 절망해 자살할 정도로 프랑스 화단에서 살롱의 위세는 대단했다.
최초의 살롱
제1회 ‘살롱’전은 1667년 콜베르가 시작했다. 처음 비정기적으로 열리다가 1675년까지와 1748년에서 1791년까지 2년에 한 번 정기적으로 개최(그 사이에는 1년에 한 번)하여 동시대화가들의 참여를 이끌었다.
토마 퀴튀르, 장 레옹 제롬, 폴 보드리, 레옹 보나, 알렉상드르 카바넬, 윌리엄 아돌프 부그로 등 아카데미화풍을 이끌었던 화가들은 모두 <살롱>을 통해 스타반열에 오른 공통점이 있다. 살롱은 전시형식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오늘날 작가들이 전시할 때 만드는 팸플릿 형태의 카탈로그가 그때 처음 등장했다는 점에서 근대미술전시의 출발이라 할 수 있다. 당시 유료였던 팸플릿 홍보효과는 탁월했다. 다른 전시보다 4배가 많은 관람객이 방문하고, 살롱을 통해 수많은 작품이(1787년에 2만 2천점의 작품이 팔림)팔리는 등 당시 살롱의 인기는 최고였다.
그렇다면, 살롱에는 얼마나 많은 화가가 참여했을까? 1863년 살롱의 인기가 극에 달했을 때 출품작은 5,000점에 이르렀다. 출품작이 많은 만큼 경쟁이 치열했다. 출품작 중 3000여 점은 낙선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살롱이 해를 거듭할수록 심사위원 수도 늘었다.(처음 8명에서 15명으로 늘어나고, 출품작이 급증했던 때는 더 많은 심사위원이 참여함)
그러나 적은 인원으로 며칠 만에 수 천점을 심사하기는 쉽지 않았다. 심사시간에 쫓기다 보니 섬세하게 작품을 심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잦았다. 우수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심사위원의 눈에 띄지 않아 낙선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심사과정의 어려움은 이해하지만, 화가에게는 1년 가까이 열정을 다해 준비한 작품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일은 가혹한 일이다.
그나마 한 가지 희망을 품을 수 있었던 것은 심사위원이 '거절(refus)'의 의미인 ‘R'을 작품에 표시할 때였다. 이 표시를 받은 작가는 작품을 수정할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수정작품이 판매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래서 일부 작가들이 생각해낸 방법이 개막직전에 작품을 출품하는 것이었다.
심사위원들이 시간에 쫓겨 심사하게 되는 허점을 이용해 일부러 <살롱>전 개막까지 기다렸다가 작품을 가져오는 편법을 썼다. 가능한 심사위원들의 눈에 띄게 하려는 의도였다. 이러한 꼼수는 규정이 엄격해지면서 사라졌지만, 많은 작품을 심사하는 방법 자체가 개선되지는 않았다.
살롱 심사장면 재현그림 |
살롱이 배출한 스타화가, 살롱에서 외면당한 화가
살롱이 배출한 최고의 스타 화가는 누구일까? 고전주의를 이끌었던 다비드와 앵그르를 우선 꼽을 수 있다. 이들은 살롱전이 최대 수혜자에 해당하는 화가이다. 또한, 살롱 화풍이 변하는 격변의 순간을 경험한 화가이기도 하다.
고전주의 화풍을 유행시키며 화가로서 입지를 세웠다. 이들의 고전주의 화풍에 도전장을 낸 것이 낭만주의 화가들이다.
낭만주의의 대표화가 들라크루아는 앵그르와 맞수로서 프랑스 화단에서 주목받으며, 고전주의 화풍에 치중했던 살롱의 성격을 낭만주의 화풍으로 바꿔놓은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1824-1834년대는 앵그르를 중심으로 한 고전주의와 들라크루아로 대변되는 낭만주의가 강렬하게 대치한 시기임) 살롱에서 어떤 화가의 어떤 화풍이 최고상인 ‘로마상’을 획득하느냐에 따라 프랑스화단의 흐름이 좌우되었다.
살롱에서 입상한 화가는 작품을 판매하거나 주문제작을 통해 생활할 수 있었지만, 낙선자는 뚜렷한 판로가 없고, 주문제작도 들어오지 않아 생계에 곤란을 겪었다. 생활의 궁핍보다 더욱 낙선자를 힘들게 하는 것은 자신들의 그림이 대중에게 외면당하는 일이었다.
낙선작은 ‘사회에 해독을 끼치는 그림’으로 취급하는 여론 때문에 더욱 힘들었다. 그래서 낙선자 중에는 살롱에 입상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살롱형식의 화풍으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이 있었다. 또한, 자신의 화풍을 고집하며 살롱에 출품하는 것을 거부하는 화가들도 생겨났다.
살롱에 입상하지 못했다고 영원히 성공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살롱에 낙선했지만 성공한 화가들도 많다. 미술사에 남는 화가들이 이를 증명해준다. 그 대표적인 것이 인상주의에 속한 화가들이다. 인상주의 화가 중 마네와 모네도 살롱에 입상하며 출발은 좋았지만, 이내 살롱에서 외면당하는 화가가 되었다. 이유는 살롱이 추구하는 화풍과 너무 동떨어진 화풍 때문이었다. 아카데미화풍을 벗어나 새로운 조형적 시도를 꾀하는 화가들의 작품은 살롱에게 외면당했다.
낙선자 전람회
나폴레옹 3세 때인 1863년, 살롱 낙선자들의 불만이 증폭되고, 진정 살롱이 공정한지 의문이 제기되면서 선정 작품과 낙선 작품사이의 심사기준을 대중이 직접 느낄 수 있도록 낙선자들의 그림만을 모아 따로 전시하는 ‘낙선자 전람회’가 열렸다.
‘낙선자 전람회’가 몰고 온 파급은 컸다. ‘살롱’ 입상작들의 고전주의 화풍에 질린 관람객들이 점점 낙선 화가들의 그림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어떤 그림이 왜 떨어졌는지 호기심이 발동했다. 칭찬보다 야유와 비난을 하기 위해 온 관람객이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살롱에 버금가는 관심을 끌었다.
예컨대 살롱전의 거장 카바넬이 ‘살롱’에 <비너스 탄생>이란 작품을 출품해 심사위원단의 극찬을 받는 동안 ‘살롱’과 같은 샹젤리제 거리에 열린 ‘낙선자 전람회’에 관객이 몰려갔다. 카미유 피사로, 제임스 애벗 맥닐 휘슬러, 에두아르 마네 등이 비웃음의 대상이었다. 특히 미술사 스캔들의 중심에 있는 마네의 1863년 작 <풀밭 위에 점심>이 ‘낙선자 전람회’에 전시되어 연일 화제를 끄는 바람에 ‘살롱’의 관심과 인기가 퇴색했다.
좌: ‘살롱’에서 심사위원들에게 극찬을 받은 알렉상드르 카바넬의 <비너스 탄생> 1863년 / 우: ‘낙선자 전람회’에서 야유와 비난의 대상으로 관객의 시선을 모은 마네의 <풀밭위의 식사>1863년 (당시에는 <목욕>으로 불림) |
‘살롱’의 인기와 권위, 위상이 예전과 달라졌다.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나자 정부는 살롱의 쇠퇴를 막기 위해 1880년부터 살롱에서 손을 뗐다. 대신 미술가들에게 전권을 주어 작품선정 기준을 다양화하는 등 변화를 꾀했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은 ‘살롱’보다 새로운 형식의 전시회가 생겨나면서 점차 미술계의 판도가 바뀌었다. 1884년 아카데미즘에 반대하는 화가들이 결성한 단체인 ‘앙데팡당(독립미술가협회)’의 창설이 대표적이다. ‘앙데팡당’은 ‘살롱’과 차별화를 위해 심사위원단과 수상제도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궁극에 200여 년간 프랑스 화단을 좌지우지했던 살롱의 쇠퇴는 프랑스 화단의 몰락이 아닌 프랑스가 유럽미술의 중심으로 더욱 굳건한 힘을 가질 수 있는 또 다른 출발이 되었다.
*참고문헌 및 추천도서 : 나데주 라네리 다장지음, 이주영옮김『아틀리에의 비밀』아트북스. 2007.
<덤>
살롱은 일본과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끼쳤다. 일본의 경우 1907년 개최한 ‘문부성미술전람회’(제국미술전람회(1919-1934)-신문부성미술전람회(1937)-일본미술전람회(1946)로 변화)는 프랑스 관전을 모방한 것이었다.
1982년부터 명칭이 바뀌어 진행되고 있는 현재의 ‘대한민국미술대전’의 전신인 ‘대한민국미술전람회(약칭:국전)’ 역시 같은 맥락의 공모전으로 30여 년간 우리나라 미술계를 이끌었다. 대한민국미술전람회(약칭:국전)의 전신은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조선미술전람회(약칭:선전)였다.
◆ 변종필 미술평론가
문학박사로 2008년 미술평론가협회 미술평론공모 당선, 200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부문에 당선됐다. 경희대 국제캠퍼스 객원교수, 박물관·미술관국고사업평가위원(2008~2016), ANCI연구소 부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관장으로 재직 중이며 미술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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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봄나들이 추천 수선화 명소 4곳 이런 분들에게 추천해 드립니다!봄나들이를 떠나고 싶으신 분수선화를 감상하기 좋은 명소를 찾고 계신 분4월 중 여행을 계획하고 계신 분 얼어붙은 겨울이 지나고 봄이 찾아오면 알록달록 다양한 봄꽃이 피어납니다. 그중 별 모양의 수선화는 진한 노란색을 가지고 있어 화사한 꽃놀이를 즐기기 좋은데요. 포근한 봄바람 따라 노란 물결이 일렁이는 수선화 명소 4곳을 알려드립니다. ★추천 장소★ 예산 추사 김정희 고택, 거제 양지암 조각공원,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 구례 지리산치즈랜드 예산 추사 김정희 고택 추사고택은 조선 후기의 실학자이자 서예가였던 추사 김정희 선생이 거주했던 생가입니다. 이곳은 다채로운 봄꽃이 식재되어 있어 4월이면 벚꽃, 목련 등 다양한 꽃을 찾아볼 수 있는데요. 특히, 가옥 안뜰과 뒤편 언덕까지 넓게 자라는 수선화 군락을 만날 수 있어 대표적인 수선화 명소로 손꼽히는 곳입니다. 이곳을 방문해 옛 한옥의 고풍스러움과 산뜻한 봄의 정취를 만끽하며 나들이를 즐겨보세요. ※ 추사고택 - 위치 : 충청남도 예산군 신암면 추사고택로 261- 운영시간 : [3월~10월] 매일 09:00~18:00 [11월~2월] 매일 09:00~17:00- 이용요금 : 무료- 문의 : 추사고택 관리사무소 041-339-8242- 주차 : 자체 주차장 이용 거제 양지암 조각공원 양지암 조각공원은 하늘, 바다, 꽃, 조각 4가지 테마를 주제로 구성된 문화공간입니다. 이곳은 봄이 오면 벚꽃과 튤립, 수선화를 한 번에 감상할 수 있어 꽃구경을 즐기러 방문하기 좋은 곳인데요. 또한, 공원 부지에 유명 조각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서 공원을 거닐다 보면 자연 속 갤러리에 온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화려한 전경에 눈이 절로 즐거워지는 이곳에서 여유롭게 산책을 즐겨 보세요. ※ 양지암 조각공원 - 위치 : 경상남도 거제시 능포로 194- 운영시간 : 연중무휴- 이용요금 : 무료- 문의 : 거제시청 관광마케팅팀 055-639-6484- 주차 : 자체 주차장 이용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 오륙도 해맞이공원은 해파랑길 1코스의 시작 지점으로 봄에 방문하기 좋은 부산 대표 명소 중 한 곳입니다. 이곳에서는 바다 위 오륙도의 전경과 노란 수선화 언덕을 한눈에 담을 수 있어 아름다운 자연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데요. 이기대 수변공원과 데크길로 이어져 산책을 즐기며 꽃구경하기에 안성맞춤입니다. 공원에서 여유롭게 힐링을 즐기다가 근처 오륙도 스카이워크를 방문해 바다 위를 걷는 듯한 짜릿함도 함께 경험해 보세요. ※ 오륙도 해맞이공원 - 위치 : 부산광역시 남구 용호동 산197-5- 운영시간 : 연중무휴 [오륙도 스카이워크] 10월~5월 매일 09:00~18:00 (입장 마감 17:50) 6월~9월 매일 09:00~19:00 (입장 마감 18:50) *설·추석 당일 12:00부터 개방- 이용요금 : 무료- 문의 : 해파랑길 부산관광안내소 051-607-6395- 주차 : 자체 주차장 이용 구례 지리산치즈랜드 지리산치즈랜드는 목장 아래로 드넓게 호수와 초원이 펼쳐져 탁 트인 상쾌한 경치를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이곳은 매년 봄마다 노란 수선화가 언덕 위에 가득 피어나 그림 같은 자연 풍경을 배경으로 멋진 사진을 남기기 좋은데요. 그 밖에도 들판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 피크닉을 즐기거나 인근에 있는 지리산 호수공원을 함께 방문해 저수지를 따라 트레킹을 체험할 수 있어 가족·연인과 함께 방문하기 좋은 봄 여행지입니다. 이곳에서 산뜻한 봄의 정취를 느끼며 힐링을 만끽해 보세요. ※ 지리산치즈랜드 - 위치 : 전라남도 구례군 산동면 산업로 1590-62- 운영시간 : 매일 09:00~18:00- 이용요금 : 성인 3000원 / 어린이 (5세~13세) 2000원 / 경로 (70세 이상) 1000원- 문의 : 061-782-2587- 주차 : 자체 주차장 이용 출처 : 대한민국 구석구석 SNS * 위 정보는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사진 김병환 기재부 차관, 제18차 물가관계차관회의 김병환 기획재정부 차관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8회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차관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8회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차관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8회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차관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8회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차관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8회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차관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8회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차관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8회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국민이 말하는 정책 장애인 친화 미용실에 가보니~ 머리 헹굴게요. 시원하시죠? 미용사가 한 올 한 올 정성껏 머리를 감겨주며 말했다. 잠시 후 머리 손질을 마친 고객이 거울을 보며 말했다. 아이고 짤막하니 참 좋다. 장애인 친화 미용실. 여느 미용실 상황과 별 차이가 없다. 그렇지만 자세히 보면 다른 점이 보인다. 일단 한 사람 당 이용 공간이 무척 넓다. 리모컨으로 움직이는 의자에는 신체를 고정해주는 끈이 있다. 바로 옆에는 전동 휠체어 리프트도 구비돼 있다. 그렇다. 이곳은 장애인을 위한 미용실이다. 노원구 장애인 친화 미용실 헤어카페 더휴. 장애인의 날(4월 20일)을 앞두고 서울시 노원구에 있는 장애인 친화 미용실 더휴 2호점을찾았다. 2022년 노원구는 장애인 친화 미용실 더휴(1호점)를열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예약이 넘쳐 1호점만으로는 감당하지 못했다(옆에서 머리를 하던 어르신이 1호점만 있을 때는 예약이 안 되더라라고 거들었다). 지난해 말 2호점을 열었다. 소문은 타고 흘렀다. 타 지자체에서 견학과 관련 문의가 쏟아졌다. 노원구청 장애인복지과 김기곤 팀장이 장애인 친화 미용실에 대해소개해주고 있다. 이곳은 제안부터 인테리어 계획까지 장애인 당사자들이 했어요. 턱도 없애고 바닥도 미끄러지지 않는 재질로 했고요. 노원구 김기곤 팀장(장애인복지과)이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들어오는 입구에는 휠체어 이동이 편리한 데크가 조성돼 있었다. 또 출입문 아래 점자 블록과 개폐 버튼을 설치했다. 미용실 내부에는 전동 휠체어 리프트와 전동 보장구충전소, 점자책 등이 구비돼 있다. 안내데스크 높이도 낮다. 휠체어를 탄 고객을 배려한 높이다. 화장실에는 곳곳에 손잡이 바를 조성해 안전을 도모했다. 세면대 거울은 경사지게 만들어 휠체어를 타고도 잘 보이도록 했다. 특수 제작된 미용 의자. 넓고 신체 고정 끈이 있으며 여러 각도로움직인다. 머리를 자르는 공간이 압권이다. 널찍한 공간에 미용 의자 3개. 그만큼 1인당 공간이 무척 넓다. 휠체어 이동을 고려해서다, 앞, 뒤, 옆 모두 휠체어가 지나갈 수 있도록 했다. 의자마다 머리를 감길 세면대를 하나씩 설치했고 리모컨을 누르면 자동으로 의자가 옆으로 돌아가 세면대에 눕혀지도록 했다. 미용실 내 휴식공간. 특히 신경을 쓴 곳은 휴식공간이다. 넓은 테이블에서 커피를 마시며 쉴 수 있다. 보호자나 간병인을 위한 공간으로 꾸몄다. 더욱이 이곳에는 사회복지사가 상주한다. 그런 만큼 미용 외에 여러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미용사를 채용할 때 복지 관점에서 많이 봤어요.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을 받아야 하고 복지에 관심이 많아야겠죠. 여기 계신 미용실장님도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계세요. 점자책 등 관련 책자가 놓여 있다(왼쪽), 출입문에 점자블록을 설치했고 아래 쪽에도 개폐 버튼을 설치했다(오른쪽). 이용 대상은 노원구 거주 등록 장애인이다. 그런 까닭에 이곳에 전입을 고려했다는 장애인도 있었다고. 사실 노원구 거주 장애인으로 제한을 뒀는데도 대기해야 한다. 김 팀장은 궁극적으로 이런 미용실이 각 지자체에 많이 퍼져나가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다행히 다른 곳에서도 하나둘 장애인 친화 미용실이 생겨나고 있다. 전동보장구 충전소(왼쪽), 점자 안내판(오른쪽). 이곳을 찾는 연령은 골고루 분포돼 있다. 누구나 살면서 미용은 꼭 필요하니까. 무엇보다 비용이 착하다. 커트가 6900원, 염색이 1만5900원, 파마가 1만9000원. 더욱이 기초수급자나 차상위계층 등은 50% 감면을 받는다. 수, 일, 법정공휴일만 제외하고 월~토요일까지 오전 10시에서 오후 7시(점심시간 오후 12시~1시) 운영하며 홈페이지나 전화로 예약 가능하다. 10년 이상의 경력을 쌓은 전문가들 솜씨라 여느 미용실 못지 않다. 휠체어 높이에 맞도록 높이를 낮춘 안내데스크. 고객이 결제를 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장애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환경이 돼야겠죠. 그렇지만 지금은 일반 미용실에서 장애인을 만나도 단지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좋을 것 같아요. 김 팀장은 이야기를 이어갔다. 장애인 입장을 들어보니 미용실을 이용하면서 미안하고 눈치가 보인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미용실에가지 않고 집에서 자르거나 아예 자르지 않게 됐단다. 그런 장애인들이 밖으로 나가도 불편하지 않은곳을 만들고 싶었단다. 밖으로 나올 힘을 주었다는 게 가장 큰 의미 같아요. 가족들에게만 의존하지 않고, 지역사회가 함께 하는 환경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이발을 마친 오병근 씨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머리가 깔끔해져서 아주 좋아요. 비용도 싸지만, 커피나 간식도 있어서 휴게실 같아 즐거워요(그는 지상낙원이라고 콕 집어말했다). 또 화장실도 얼마나 편리한데요. 이발을 마친 오병근(68세) 씨가 말했다. 그는 중증장애인으로 손발이 불편하다. 한창 젊은 40대 갑자기 뇌경색으로 쓰러졌고 다른 병도 겹쳤다. 한 달에 한 번은 머리를 잘라줘야 하는데 여기가 생겨 살 것 같단다. 지금까지 3~4번 정도 왔는데 올 때마다 머리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가벼워지는 것 같다고. 갈 때 다음 달 예약까지 할 수 있어 더 편하단다. 전동 휠체어 리프트. 처음에는 주로 청결에 초점을 두시죠. 거동이 불편하니 관리하기 쉽도록요. 그러다가 이곳이 익숙해지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미용 목적으로 오시기도 해요. 어떤 머리가 어울릴까 하고 물으시는 거죠. 하루에 10~14명 정도가 이곳을 찾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그러면서 말벗도 된다. 화장실 내부 거울은 휠체어 높이에서 보기 수월하게 만들었다. 저는 원래 제 가게를 가지고 있었는데요. 여기서 일하려고 한다니까 지인이 그러더라고요. 수입이 반토막나는데 굳이 왜 하냐고. 그런데 아이들이 모두 여기 엄마한테 딱 맞는 곳이야라고 말해주더라고요.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있는 미용실장은 오랫동안 미용실을 운영했다. 이전에는 유행에 민감했지만, 지금은 그런 요청은 받지 않는다. 간혹 왕년의 실력 발휘를 못 해 아쉽기도 하나, 그 이상의 보람이 있단다. 모두 고마워하며 다음에 올 날을 기다린다는 말이 참 따뜻하게 느껴진단다. 장애인 친화 미용실 더휴 입구.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얼마 전 보건복지부는 2023년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현황조사 결과, 직전 조사연도(2018년도)에 비해 설치율은 9.0%p, 적정설치율은 4.4%p 높아졌다고 밝혔다. 앞으로 더 많은 곳에 장애인 친화시설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머리를 다듬은고객의 뒷모습이 산뜻해 보인다. 봄이니까. 장애인, 비장애인 누구든찬란하길 바라는 계절 아닌가. 나는 그의 머리가예뻐 무심결에 내 머리를 매만졌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김윤경 otterkim@gmail.com
- 영상 현장을 지켜주신 의료진 여러분 고맙습니다 2024년 2월 6일 전공의가 병원을 떠난 이후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킨 건 환자 곁에 남은 의료진의 헌신과 희생 고맙습니다.#thank_U #we_need_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