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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여행은 소금밭으로 가자

[김준의 섬섬옥수] 전남 신안군 신의도

2019.06.28 김준 섬마실 길라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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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전이 사라질 위기다. 더 이상 소금농사를 짓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소금값이 너무 싸다. 1㎏에 150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20㎏ 포대를 기준으로 3000원도 되지 않는다. 점심을 먹고 사무실 앞에서 마시는 커피가 4000~5000원 하는 것을 생각해보자. 커피값은 쉽게 지출을 하지만 우리 소금을 구입하는 데는 인색하다.

우리 쌀을 구입하는 것에 인식한 것과 같다. 쌀 소비가 많아야, 집안에서 조리를 해야 천일염이 함께 소비된다. 현실은 쌀보다는 수입밀가루를, 집밥보다는 식당밥을 많이 찾는다. 겨우 1000여 가구가 우리나라 천일염을 책임지고 있다. 표가 되지 않으니 정치권은 관심도 없다. 모든 것을 생산자가 감당해야 한다.

한 달 이상 염전에 머물며 햇볕과 바람과 땅의 기운을 받고 장인의 정성이 모아져야 좋은 소금이 온다.
한 달 이상 염전에 머물며 햇볕과 바람과 땅의 기운을 받고 장인의 정성이 모아져야 좋은 소금이 온다. 신의도 염전에서 생산된 토판염.

천일염전이 위기다

소금 소비량 감소는 모든 질병의 원인을 소금에 씌우는 저염식 환경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 소금이 부족해 성인병이 증가한다는 연구도 많다. 우리 몸에 맞는 좋은 소금을 찾는 것이 아니라 ‘식품가공에 좋은 소금’을 선택한 탓이다.

천일염이 식품으로 지정된 후 가공식품에 천일염이 첨가되고 있지만 무늬만 천일염이다. 천일염은 첨가물로 접근하고 마케팅으로 활용할 뿐이다. 그 결과 소금 값은 식품 전으로 떨어졌다. 대신에 좋은 소금을 찾는 사람들 대신에 태양광 사업자와 중개인들만 득실거렸다.

박씨가 장판을 걷고 토판으로 바꾸고 소금을 내기 시작한 어느 날이었다. 아토피를 앓고 있는 아이 엄마라며 전화가 왔다. 아이에게 좋은 소금을 먹이고 싶다며 소금을 보내달라고 주문을 했다. 토판에서 정성껏 소금을 만들어 보냈다. 며칠 후 다시 전화가 왔다. 고맙다는 말을 기대했는데, 갯벌이 묻은 소금을 어떻게 먹으라고 보냈냐며 욕만 얻어먹었다.

토판염은 장판이나 타일을 이용해 소금결정을 하는 염전에 비해 몇 배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지만 값은 큰 차이가 없어 생산하길 꺼려한다.
토판염은 장판이나 타일을 이용해 소금결정을 하는 염전에 비해 몇 배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지만 값은 큰 차이가 없어 생산하길 꺼려한다.

갯벌에서 긁는 토판염은 장판이나 타일이 있는 염전에서 만드는 소금처럼 우유 빛이 날 수 없다. 그래도 무조건 다시 보내겠다고 했다. 그리고 토판이지만 우유 빛 나는 소금을 만들어보자며 반복 또 반복해서 긁고 긁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박성춘토판염’이다.

염전에서 걷어와 창고에서 저장하며 간수를 빼고, 소비자가 원하면 세척하고 탈수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알 한 알 소금에서 이물질을 주워낸다. 내가 직접 본 장면이다. 그래도 색깔이 어두운 것은 2등품으로 분류한다.

그 과정을 살펴본 사람은 소금 값에 이견이 없다. 그의 염전을 본 사람은 오염이 어떻고 하는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 소금을 만드는 사람을 보면 소금이 보인다. 그가 만든 소금을 신뢰하는 이유다. 2018년 99번째로 슬로푸드 맛의방주에 등재된 ‘신안토판염’이다.

소비자의 관심이 좋은 소금을 만든다

박성춘씨가 토판염으로 승부를 걸겠다고 다짐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이태리에서 개최된 소금박람회와 슬로푸드와 슬로피시 행사에 참여한 뒤부터다. 소금이 상품이 되고 문화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박성춘씨가 토판염으로 승부를 걸겠다고 다짐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이태리에서 개최된 소금박람회와 슬로푸드와 슬로피시 행사에 참여한 뒤부터다. 소금이 상품이 되고 문화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다시 소금이 오는 계절이 왔다. 하지만 생산자들의 속은 타들어간다. 그래도 해가 뜨고 몸은 예전과 다름없이 염전으로 향한다. 새벽같이 하늘을 보고 덧물칸을 열어 결정지에 소금을 앉힌다. 바닷물이 바다에서 결정지까지 오는데 짧아도 한 달, 중간에 비라도 오면 닷새 엿새를 건너뛰는 것은 기본이니 두 달이 될 수도 세 달이 될 수도 있다.

토판은 이보다 더한다. 비가 많이 오면 결정지 바닥을 다져 말려야 소금을 앉힐 수 있다. 장판이나 타일로 된 결정지는 쉽게 마르고 곧바로 준비된 함수를 넣으면 되지만, 토판은 바닥을 갈무리를 하지 않으면 소금을 걷을 수 없다. 그러니 손이 얼마나 많이 가겠는가.

박씨네 소금창고 앞에 풍염을 기원하는 상이 차려졌다. 올해 들어 처음 걷는 소금이니 정성을 들여 소금을 만들겠다는 다짐이다. 토판소금은 오롯이 땅의 기운과 바람과 햇볕의 힘으로 바닷물을 증발시킨다. 장판이나 타일처럼 가열효과를 기대할 수도 없다. 그러니 땅이 햇빛과 바람의 기운을 받아야 영글어지는 소금이다. 박씨가 5월 말까지 고집스럽게 기다린 이유다.

소금고사에 박씨의 손자들이 절을 하고 있다. 아들내외가 염전후계자로 들어와 함께 소금농사를 짓기 시작한 것도 10년이 되어간다. 이젠 손자들에게 물려줄 염전을 가꾸어야 한다.
소금고사에 박씨의 손자들이 절을 하고 있다. 아들내외가 염전후계자로 들어와 함께 소금농사를 짓기 시작한 것도 10년이 되어간다. 이젠 손자들에게 물려줄 염전을 가꾸어야 한다.

학교 문턱도 밟아보지 않는 손자 녀석이 넙죽 엎드려 절을 한다. 박씨는 웃음을 감추지 못한다. 막걸리를 가지러 간 아들도 돌아왔다. 첫 소금을 축하하겠다며 열댓 명의 손님들도 찾아왔다. 10년 전 처음 토판을 시작할 때도 마을 주민들끼리 조촐하게 지냈던 것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박씨의 고집스런 토판염 사랑을 알아주는 사람이 생겼다. 그리고 염전을 이어받을 후계자도 있다. 손자까지 염전에서 놀고 있다.

소비와 함께 염전을 지켜야 한다

박씨가 생각을 바꿀 수 있었던 것은 이태리에서 개최된 소금박람회와 슬로피시 행사에 참여한 것이 계기였다. 소금이 상품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 직접 기계를 만들기도 하고, 창고를 지어 숙성시키는 방법도 연구했다. 그렇게 10년을 보냈다.

지난해에는 국제슬로푸드연맹으로부터 ‘신안 토판염’이 ‘맛의 방주’에 등재되었다는 인증서를 받았다. ‘맛의 방주’란 소멸 위기에 있는 식재료를 찾아 지역음식문화유산으로 지정해 보전하고 지켜가는 국제프로젝트이다.

우리나라는 100여 종이 맛의 방주에 등재되었다. 소비자들은 이 품목을 구매하고 후원하여 지역음식과 음식문화자원을 재발견하고 가치를 부여하여 지역경제를 지원하려는 목적이다. 혼자 한 일이 아니다.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 회원들의 도움이 컸다.

소금밭을 둘러보고 직접 소금 맛을 보는 것보다 더 확실한 신뢰를 구축할 방법은 없다. 그래서 박씨는 샅샅이 소금밭을 공개하고 설명한다.
소금밭을 둘러보고 직접 소금 맛을 보는 것보다 더 확실한 신뢰를 구축할 방법은 없다. 그래서 박씨는 샅샅이 소금밭을 공개하고 설명한다.

소금고사를 마친 후 박씨가 직접 여행객들을 소금밭으로 안내했다. 저수지에서 시작해 증발지와 결정지까지 10여 단계로 이루어진 소금밭을 걸으면서 천일염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식품으로 되고 난 후 보온덮개, 철 못, 장판 등을 걷어내고 최대한 자연 상태에 가깝게 바꾼 내력과 이유도 설명했다.

햇볕이 뜨겁고 불편한 염전길이지만 아무도 불평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 최근 문제가 되는 미세플라스틱에 문제도 해주를 이용해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했다. 개인이 할 수 있는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공감을 얻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신뢰는 이렇게 이루어진다.

하지만 여전히 현실은 녹록치 않다. 당장 염전을 운영하기 어려워 태양광 시설을 하려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하지만 박씨는 한걸음 더 나가 작은 전시관과 박물관도 꿈꾼다. 손자에게 물려줄 것은 재산이 아니라 가치라고 믿는 까닭이다. 이젠 프랑스 게랑드에서 소금이 상품이 되고 염전이 문화가 되는 것을 보고 확신을 한 탓이다.

함수의 염도를 측정하는 방법과 그 이유를 여행객에게 설명하는 박성춘 장인.
함수의 염도를 측정하는 방법과 그 이유를 여행객에게 설명하는 박성춘 장인.

‘상품이 되는 소금’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옛날 소금이 누렸던 가치를 재현하려면 문화로 발전해야 한다. 염전을 생태관광을 넘어 문화상품으로 바꾸어야 한다. 기댈 수 있는 곳은 소비자 밖에 없다. 소금고사를 지내고 소비자에게 이를 보여주고 설명하는 이유다. 소비자들이 공동생산자로 한 걸음 더 소금밭으로 다가서야 좋은 소금이 만들어지고, 태양광으로부터 소금밭도 지킬 수 있다고 믿는 까닭이다.

김준

◆ 김준 섬마실 길라잡이

어촌사회 연구로 학위를 받은 후, 섬이 학교이고 섬사람이 선생님이라는 믿음으로 27년 동안 섬 길을 걷고 있다. 광주전남연구원에서 해양관광, 섬여행, 갯벌문화, 어촌사회, 지역문화 등을 연구하고 정책을 개발을 하고 있다. 틈틈이 ‘섬살이’를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며 ‘섬문화답사기’라는 책을 쓰고 있다. 쓴 책으로 섬문화답사기, 섬살이, 바다맛기행, 물고기가 왜, 김준의 갯벌이야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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