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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공직 진출의 문이 확대됐으면…

유상준/국가직 일반행정직 9급(2012년 합격)

2019.02.01 유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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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해서 즐거우하다.

♣ 시작하며

안녕하세요. 저는 2011년 4월 국가직 9급 공채에 합격해 우정사업본부에서 근무하고 있는 유상준 주무관입니다. 그 당시에 합격자 발표가 있었던 날이 떠오릅니다. 시험 보고 난 뒤 가채점을 해보니 어쩌면 ‘합격할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했지만 막상 발표날이 다가오자 긴장되고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초조함을 달래려고 뭔가 열심히 하고 있었는데, 발표 예정 시간이 되자 주머니 속에 있던 핸드폰에서 ‘부르르~~’하며 진동음이 울렸습니다. 인사혁신처 명의의 합격통지 문자였습니다. 아마도 제가 세상에서 받은 메시지 중 가장 반가운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핸드폰을 몇차례 바꾸는 동안에도 그 문자를 지우지 않고 복사해서 간직하고 있었는데 최근에 이것저것 잘못 누르다가 합격 문자가 지워져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그해 겨울, 천안의 공무원교육원에서 5주간의 신규자 교육을 마치고 이듬해 몇 달간의 실무수습을 거쳐 현재의 근무지로 발령받았습니다. 그동안 8급 승진도 하고 또 몇 해가 지났지만 이제 와서 공무원 합격수기라는 것을 써보려고 마음먹은 것은 일반적인 경우와는 조금 다른 저만의 이야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 공무원이 된 동기

제가 공무원 시험을 본 것은 제 나이 39세였고, 발령을 받은 것은 40세로 적은 나이가 아니었으며, 미약하나마 저는 장애가 있는 6급 장애인이었습니다. 또 저는 당시에 결혼을 해서 아이도 있었고, 이전에는 사회에서 이런저런 직업을 가진 경험도 있었습니다.

이런 제가 공무원 시험을 보게 된 것은 정말 우연한 기회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당시 식구들과 조그만 자영업을 운영 중이었는데 비수기인 몇 달간 동네 면사무소에서 행정도우미로 근무하게 됐고, 같이 근무하던 공무원들과 일하면서 어렴풋이 ‘공무원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저의 복무를 담당하시던 공무원은 당시에 40대 후반의 나이셨는데 불과 몇 해 전에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고 하셨습니다. 마흔이 안된 저는 그 분을 뵙고 난 뒤 공무원 시험을 보겠다는 용기가 생겼습니다. 

대학 졸업 당시 장애를 가지고 있어 일반적인 사회진출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던 저는 다른 직업을 선택하기 보다는 공무원이 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을 배려하기 위한 ‘구분모집’이라는 제도가 없었습니다.

다만, 군 가산점 제도가 있어 장애 때문에 군 면제를 받은 저 같은 사람에게는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했고. 이런 제반 환경 속에서 공무원이 되려고 했던 꿈과 생각을 접었습니다.

‘행정도우미’ 일을 하면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보는 것도 좋겠다고 어렴풋이 생각은 했지만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연말에 그 일을 그만두면서부터였습니다.

♣  친구는 나의 멘토

막상 공부를 시작하려고 하니 공무원 시험에 대해 아는 정보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시험 과목은 무엇인지, 접수는 어떻게 해야 하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학원은 다녀야 할지, 다닌다면 어떻게 등록하고, 어떤 선생님 강의를 들어야 하는지 등 모든 것이 막막했습니다.

젊은 나이에 시작했다면 하나하나 부딪치면서 알게 되는 것들이지만 저처럼 늦게 시작한 사람에게는 고비고비마다 조언해주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멘토가 절실했습니다. 다행히 저에게는 그런 역할을 해줄 친구가 있었고, 그 친구를 통해 많은 기초 정보와 도움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 시험과목

친구에 따르면 9급 시험은 일반적으로 5과목이고, 국어, 영어, 한국사는 공통과목이며 나머지 2과목은 해당 직렬에 따른 선택과목이라고 들었습니다.

예를 들면, 가장 많이 보는 일반행정 직렬은 행정학과 행정법이라는 과목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시험시간은 100분이며, 그 시간 동안 20문제씩 출제되는 5과목의 100문제를 풀어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1분에 과연 1문제씩을 풀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그뿐 아니고 인적사항 등을 기재하고, 푼 문제를 검토한 후 답안 작성까지 정확히 하려면 그보다 훨씬 더 빠르게 풀어야 할 것 같았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오랜 기간 동안 이런 종류의 시험을 치러 본 경험이 거의 없는 저로서는 그 자체가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또 시험과목 중 국어, 영어는 그나마 상식 수준에서 해온 것들이고, 한국사는 대학 때 전공을 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강점이 있었으나 행정학과 행정법은 교양과목으로라도 들어본 적이 없는 생소한 것이어서 매우 걱정이 됐습니다.

동영상 강의 듣다.

♣ 동영상 강의

다른 사항으로는 가산점이 있는 자격증을 취득할 것인가 하는 것과 강의를 듣는 방법으로 학원을 직접 다닐 것인가, 동영상 강의를 들을 것인가를 선택하는 것이었습니다.

일단 처음 보는 시험이니 ‘0.5점밖에 안되는 워드 자격증을 따느라 시간 보내지 말고 그 시간에 공부를 더 해서 1점을 더 따려고 노력하라’는 친구의 조언에 따라 우선 공부에만 매진하기로 했고, 동영상 강의로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동영상 강의로 하면 어딘가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동영상 강의가 오히려 현장 강의 보다 더 이점이 있었습니다.

동영상 강의는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강의를 필요한 분량만큼 들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부족하고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무한 반복을 통해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점이 좋았습니다.

물론 단점도 있기 마련인데 이를테면 옆에서 같이 강의를 듣는 사람이 없으므로 긴장도와 집중력이 떨어져 쉽게 태만에 빠질 수 있는 점이었는데, 이는 어차피 철저한 자기관리를 통해 극복해야 할 과제로 여겨졌습니다.

♣ 수험 준비물

본격적인 수험생활에 들어가기에 앞서 저는 각 과목의 교재를 하나씩 구입하고, 과목별 정리노트를 한권씩 마련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구입한 것은 수면양말이었는데 이것은 잠자기 위한 것이 아니고 오히려 공부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문득 생각났는데 고교시절에 책상에서 오랫동안 공부하다 보면 발이 시렵고 굳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가끔 발을 녹인다고 바닥으로 내려와 이불을 덮고 있다가 잠들곤 했던 기억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장시간 공부에는 수면양말이 도움이 되겠다 싶었고 실제로 도움이 됐습니다.

♣ 과목별 공부방법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시험과목 모두가 우선 너무 방대하고 범위가 없다시피 한 것이 특징입니다. 저는 시험 준비를 시작하고 짧은 시간에 시험을 보는 것이 목표였으므로 처음부터 하나하나 시작할 수가 없었습니다.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습니다.

영어

영어는 어휘나 표현 위주로 공부하고, 이전에 암기했던 것을 되살리는데 주력했습니다. 그리고 주의해야 할 표현법이나 숙어, 동의어, 반의어 등을 따로 정리해서 서브노트를 만들었습니다.

국어

국어는 기본문법을 충실히 공부한 뒤에 공무원으로서 알아야 할 국어 표현상의 문제, 이를테면 공문서 작성법이나 도로 표지판 영문표기법 등을 추가로 확인하면서 공부했습니다.

한국사

한국사 또한 그 분량의 방대함에서 수험생들을 곤혹스럽게 하는 과목이었습니다. 저는 대학 때 역사학을 전공해서 그나마 조금은 자신이 있었지만 실제 시험은 무척 세세한 부분에서 출제되고 그러한 한 두문제가 당락을 좌우하기도 하는 공무원 시험의 특성을 고려할 때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는 과목이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개설서를 두 차례 꼼꼼히 정독하고, 고등학생용 요점정리노트에 더 필요한 내용을 추가하면서 나만의 서브노트를 만들었고, 후에는 기출문제 풀이 등에 치중했습니다.

문제는 생소하기 그지없는 행정학과 행정법이었습니다. 모르는 만큼 전체적인 상을 우선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동영상 강의를 들으면서 교재를 빠른 속도로 일회독했습니다.

그 다음 다시 반복하면서 모르는 사항들을 정리하고 넘어갔으며, 마지막으로는 서브노트를 만들어가며 이건 정말 시험에 나올 것 같다는 것을 나름대로 정리하며 암기할 것은 연상법을 통해서라도 암기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행정학, 행정법

행정학은 행정의 역사와 기본원리, 최신이론과 학설 등에 관한 일반론적인 학문이라면, 행정법은 실제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수많은 구체적인 행정행위와 이를 둘러싼 소송과 법률문제 등을 다룬 과목이었습니다.

♣ 강사님의 조언

처음 강의 들을 때, 행정학을 강의했던 선생님께서 아래와 같이 조언해주셨습니다.

행정학은 생소한 외국의 이론이나 인물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처음 접근하기는 힘들어도 나중에 어느 정도 공부해서 머리 속에 얼개가 그려지면 좀 수월하다. 반대로 행정법은 처음에는 실생활에서 일어났던 일들도 있고 해서 수월하게 들어갈 수 있지만 나중에는 그 경우의 수가 너무 방대하고 법률문제와 예외도 많아서 갈수록 어려울거라고 하신 말씀이 기억납니다.

강사님께서 행정학은 ‘울고 들어가서 웃고 나오고’, 행정법은 ‘웃고 들어가 울고 나오는’ 과목이라고 하셨는데, 두 과목을 어느 정도 공부하다 보니 강사님의 말씀이 거의 들어맞는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시험 결과도 행정학은 평균 이상의 점수를 얻은 반면, 행정법은 이보다 조금 못한 점수를 얻었습니다.

♣ 공부방으로 출퇴근

짧은 기간 집에서 그것도 학원에 가지 않고 동영상 강의에 의지해서 시험 준비를 하는 만큼 공부 시간이나 자세 등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철저한 관리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택한 방법이 정해진 시간에 공부방으로 ‘출퇴근’하는 것이었습니다. 옷도 너무 편한 것보다는 외출해도 괜찮을 정도로 갖춰 입고 공부방으로 들어가 아침 공부하고 점심시간에 나와서 점심식사와 휴식을 취한 후 다시 들어가서 오후 공부 그리고 저녁식사와 휴식을 하는 등 이런 식으로 엄격하게 관리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 마치며

저는 장애인으로 살아오면서 스스로가 사회적 약자의 처지에 있었던 만큼 다른 이들에 대한 배려나 경청의 태도를 가지고 행동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경향은 저뿐 아닌 다른 모든 장애인들 그리고 사회적 약자들이 그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뜻에서 볼 때 장애인의 공직사회 진출은 한 사람의 직업재활이라는 측면에서뿐 아니라 공직사회가 좀 더 다양하고 활력을 가지며 인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일조할 수 있고 생각합니다.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에게 공직 진출의 문이 더욱 확대되기를 바랍니다. 많은 장애인들이 당당하게 공직사회의 문을 두드리며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공직 진출의 기회를 가지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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