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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사운드 오브 뮤직’ 장면 같은 곳

[국내여행 마니아들이 추천하는 여름 여행지 12선] ⑦ 강원 분주령 야생화트레킹

이종원 여행작가 2012.07.27

곳곳에 멋진 경치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국토를 우리는 금수강산이라 부른다. 이 말처럼 대한민국 여기저기, 구석구석 둘러보면 가 볼 곳이 참 많다. 우리 국민들이 하루만 더 국내 여행을 하면 수요는 2조5000억 원이 늘고 일자리도 5만 개나 창출된다고 한다. 굳이 그런 것이 아니더라도 복잡한 계획 없이 가방 하나 둘러메고 가볍게 떠날 수 있는 것이 국내 여행이다. 올 여름 대한민국 국민들의 휴가를 위해 내로라하는 국내 여행 마니아들이 본인들이 다녀온 곳 중에서도 알짜배기 장소만 추천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떠나라! 올 여름에는 국내 휴가지로~ (편집자 주)

태백의 꽃향기를 실은 청량한 바람은 박하사탕을 입에 문 것처럼 가슴이 싸해진다. 촉감 좋은 임도에 몸을 맡기고 20여분 거닐면 시야가 확 트인 금대분지가 펼쳐진다. 풀밭에는 범꼬리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몸통은 백두대간에 처박고 꼬리만 대롱대롱 매달려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푸른하늘과 초록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색감을 보여주는 금대봉평원.

푸른하늘과 초록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색감을 보여주는 금대봉평원.

백두대간 능선을 거닐다, 두문동재

보라색 꿀단지를 안고 있는 꿀풀, 노란 매니큐어를 바르고 있는 미나리아재비, 줄기를 째면 오줌냄새가 난다는 노루오줌, 별 모양의 수많은 꽃들이 뭉친 태백기린초 등 신기한 야생화들이 서로 경쟁을 하며 꽃을 피우고 있다. 뭐니뭐니해도 여름야생화의 하이라이트는 하늘나리다. 초록을 배경 삼아 짙은 주황색 꽃이 하늘을 향해 함박 미소를 머금고 있어 마치 대갓집 따님이 붉은 연지를 입에 물고 있는 듯하다. 이때쯤이면 식물도감을 가져온 아이들의 손놀림은 분주해진다. 꽃이 분주하게 핀 것인지 아이들 손놀림이 분주한 것인지 분주령은 다양한 의미들을 넉넉하게 품고 있었다.

하늘말나리와 등산로.

하늘말나리와 등산로.

곰배령과 더불어 우리나라 야생화천국인 분주령은 7월, 8월 여름산행코스로 제격이다. 금대봉과 대덕산 일대가 생태계 보존지역으로 지정될 정도로 야생화가 많이 피었으며 희귀 조류와 양서류의 집단서식지로 알려져 있다. 일단 숲에 들어서면 모자가 필요 없을 정도로 나무가 무성해 더위는커녕 한여름에도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시원하다. 산행은 두문동재(1268m)를 시작해 금대봉, 고목샘, 분주령, 대덕산을 거쳐 검룡소, 안창죽마을로 내려가면 된다. 9부 능선부터 산행이 시작되니 ‘등산’이라기보다는 ‘하산’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얌체산행을 할 수 있다. 20분쯤 평탄한 길을 걷고 나면, 대덕산을 빼고는 내리막길이니 산책하듯 타박타박 걸으면 그만이다.

두문동재는 매봉산(1303m), 금대봉(1418m), 은대봉(1422m), 함백산(1572m), 태백산(1567m)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을 관통하고 있으며 정선과 태백의 경계선이기도 하다. 바로 옆 고개인 있는 만항재(1330m)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고개이고 두문동재가 두 번째 고개다. 지금이야 고개 아래에 터널이 뚫려 태백과 정선을 씽씽 내달리지만 예전엔 이 고개를 한번 넘어가려면 마음을 크게 먹어야 할 정도로 가파른 고개다. 고려말 이성계의 역성혁명에 반기를 들고 이곳 고한 두문동에 은거하며 두문불출한 곳이기도 하다.

금대봉과 분주령

태백의 꽃향기를 실은 청량한 바람이 활명수 10병 마신 것처럼 시원하다. 촉감 좋은 임도에 몸을 맡기고 20여분 거닐면 시야가 확 트인 금대분지가 나온다. 줄기를 째면 노루오줌 우줌 냄새가 난다는 노루오줌, 강렬한 주황색인 동자꽃, 이질병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이질풀, 꿩 다리처럼 생겼다는 산꿩의다리, 선비의 수염처럼 생긴 까치수염, 종소리가 들릴 것 같은 모시대, 노란색 뱀무 등이 7~8월의 꽃이다.

분주령에서 만난 여름꽃.

분주령에서 만난 여름꽃.

금대봉 초지를 휘젓고 다니다가 비탈길 숲길로 들어서면 고목나무샘을 만나게 된다. 1평도 채 되지 않는 작은 샘 한 귀퉁이에 ‘한강의 발원샘’라는 작은 푯말이 걸려있다. 이 물이 지하로 흘러 검룡소 암반에서 솟아 임계를 거쳐 정선과 영월, 제천, 단양, 충주, 원주, 여주, 양평, 팔당, 김포를 거쳐 서해로 빠지게 된다. 여의도 옆을 지나는 한강물이 이곳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하니 묘한 기분이 든다. 약수 한 잔 들이켜 본다. 목구멍으로 태고적 신비가 확 밀려오는 듯하다. 샘물은 다시 지하로 숨는다. 그러고 보니 고목나무샘 앞의 지면은 포탄에 맞은 것처럼 푹 꺼져 있다.

하늘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울창한 숲 덕분일까. 이글거리는 태양도 숲에서는 여지없이 나가떨어진다. 다래와 머루 등 넝쿨식물도 주렁주렁 매달려 있고 하늘을 찌를 듯한 활엽수와 어린아이 몸뚱이만한 관중은 쥐라기 공원에 들어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쭉쭉 내뻗은 낙엽송 군락도 나들이객의 눈길을 피하기는 힘들다. 숲 터널을 벗어나면 인진쑥으로 덮힌 초원지대가 나온다. 향기 짙은 쑥내음이 후각을 자극한다. 이곳은 태백 안창죽마을에서 정선 백전마을로 넘어가는 분주령으로, 아마 선조들은 태백에서 정선을 오가면서 허기와 외로움에 지쳐 정선아리랑을 불렀을 것이다.

대덕산

대덕산의 야생화군락지.

대덕산의 야생화군락지.

분주령에서 체력이 딸리면 우회전해 검룡소로 하산하면 되고 직진해 1.3km 산을 오르면 대덕산이 나온다. 꽃의 하이라이트는 대덕산 정상에 있으니 놓치지 마라. 조붓한 오솔길이 이어지며 중간에 쑥밭을 두 곳이나 지난다. 지나기만해도 몸에 좋은 기운이 밀려오는 듯하다. 싱싱한 야생화가 유혹해 발길이 자꾸만 더디어진다. 대덕산(大德山), 이름답게 큰 ‘덕(德)’을 베풀듯 넉넉한 품새를 자랑하고 있다. 마지막 땀을 쏟으면 정상에 닿게 된다. 꼭대기는 나무가 자라지 않아 덕항산, 매봉산, 금대봉, 은대봉, 함백산까지 백두대간의 윤곽이 시야에 잡힌다.

‘대덕산’ 표석은 등산 배낭 만큼이나 작지만 그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자연초지를 비집고 형형색색의 꽃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7, 8월의 대덕산의 얼굴마담은 일월비비추와 하늘말나리다. 지면에 바짝 붙어 바람에 하늘거리는 비비추의 꽃봉오리는 산모를 잉태하기 위한 여인내의 몸부림이었다. 대롱이 서서히 나와 급기야 꽃잎 팡파르를 터뜨린다.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리면 고랭지 배추가 품고 있는 매봉산 풍력발전기가 아른거린다. 살갗에 닿는 바람이 혹시 저 거대한 선풍기 바람이 아닐까 상상해본다. 아쉬움을 초원에 두고 하산을 재촉한다. 바리깡으로 밀어낸 듯한 초지에는 비비추, 하늘말나리, 마타리 등 야생화가 가득해 그야말로 사운드오브뮤직 분위기가 난다. 늘씬한 낙엽송을 지나 길은 분주령에서 내려오는 등산로와 합류한다.

대덕산 초원길.

대덕산 초원길.

아래쪽으로 내려가니 물소리가 들린다. 지하 암반사이로 흘렀던 물이 다시 바위틈에서 솟아난 것이다. 소름이 돋을 정도로 물이 차가워 10초 이상 손을 담그기 힘들다. 개울을 건너면 검룡소 들어가는 다리가 나온다. 월정사 전나무 숲길이 연상될 정도로 늘씬한 나무들이 도열하고 있었다. 숲길을 지나면 버려진 밭에 개망초 군락이 나온다. 억척스럽게 살아간 산골 여인네의 얼굴을 닮았다.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

울창한 숲길 끝에 검룡소가 보인다. 지름 5m 정도의 조그만 웅덩이에서 하루 2천 톤의 물을 내보내고 있다. 이 물은 금대봉의 고목나무샘, 제당굼샘, 물골의 물구녕, 예터굼의 굴물이 지하로 스며들어 검룡소에서 솟아난 것이다. 1987년 국립지리원이 공인한 한강의 발원지로 이 물줄기를 시작해 514km의 긴 여행을 하면서 서해로 빠져들게 된다.

4계절 수온이 항상 9도를 유지하며 단 한 번도 물이 마른 적이 없다고 한다. 한국의 100대 명수로 선정될 정도로 물맛 또한 좋은데 생태 보존지역이라 마실 수 없다. 지하에서 솟아난 물은 한강의 발원지답게 용트림 폭포를 만들어 내고 있다. 서해의 이무기가 용이 되기 위해 강줄기를 거슬러 올라와 연못에 들어가기 위해 몸부림 친 흔적이란다. 힘센 물줄기와 바위에 붙어 있는 초록 이끼가 볼만하다.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

검룡소에서 빠져 나와 태백시내 쪽으로 가다보면 고개를 하나 넘어야 하는데 그곳이 바로 삼수령(920m)이다. 하늘에서 내려온 빗방울이 북쪽으로 흐르면 한강, 동쪽으로 흐르면 오십천, 남쪽으로 흐르면 낙동강으로 흘러간다고 해서 삼수령이란 이름을 얻었다. 그러니까 동해, 서해, 남해의 강물은 이곳 삼수령에서 흘러가는 빗물인 셈이다. 일명 피재라고 하여 그 옛날 세상이 어수선하거나 난이 있을 경우 삼척사람들의 피난처였다고 한다.

● 여행정보
1박 2일 야생화 트래킹 추천코스

(1일)중앙고속도로 제천IC-두문동재-분주령 꽃기행-검룡소-점심-태백산민박촌(숙박)

(2일)태백산도립공원-석탄박물관-점심-황지연못-구문소-제천IC

-길안내: 중앙고속도로-제천-38번국도-영월-석항-증산-사북-고한-두문동재

-친절한 여행팁
대덕산, 금대봉은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태백시청 환경보호과(033-550-2061 http://tour.taebaek.go.kr )의 사전 예약을 해야만 입산할 수 있다. 삼각대 반입을 금하고 탐방로 이외의 지역은 들어갈 수 없다. 두문동재-분주령-대덕산-검룡소까지 12.5km 4시간 정도 소요된다. 7월 28일~8월 5일까지 정선 만항재(1330m)일대에서 고한함백산 야생화축제가 열린다.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인 정암사와 함께 묶어서 일정을 짜면 좋다. 들꽃트레킹 전문여행사인 승우여행사(02-720-8311), 옛돌(02-953-1313) 여행상품을 이용하면 운전의 부담을 덜게 된다. 검룡소 주차장에서 택시를 부르면 두문동재까지 3만원이다.

-맛집
민둥산역의 부길한식당(033-591-8333)은 사장이 직접 곤드레 농사를 하기 때문에 곤드레 양이 많고 값이 저렴한 편이다. 정선군 남면 문곡리의 곰골 곤드레 산나물밥집(033-591-6888)은 곤드레나물돌솥밥을, 황지동의 마당쇠닭갈비(033-553-2357)는 태백식 닭갈비를 먹을 수 있고, 시장실비식당(033-552-4893)은 태백한우를 맛볼 수 있다. 태백시내 너와집(033-553-4669)은 강원도 토속 한정식을 맛볼 수 있는데 식당이 문화재로 지정된 너와집이다. 코콜이라는 벽난로가 특이하다.

-숙박
O2리조트(033-554-3604)는 함백산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골프장과 스키장을 갖추고 있다. 태백고원자연휴양림(033-582-7440)은 깔끔하고 고급스런 숲속의집에 머물만하다. 태백산 도립공원 내에 자리한 태백산 민박촌(www.minbak.taebaek.go.kr 033-553-7441) 해발 700m고원에 위치한 콘도형 숙박시설로 저렴한 가격에 하루를 보낼 수 있다.

글·사진/이종원 여행작가

(사)한국여행작가협회 정회원, 여행동호회 '모놀과 정수(cafe.daum.net/monol4 1만6천명) 대표. <대한민국 숨겨진 여행지100><우리나라 어디까지 가봤니56><한국의 숨어있는 아름다운 풍경> 등 개인서적과 20여 권의 공저가 있다. 2008년 터키문화원 사진공모전 대상 수상. 2012년 '한국관광의 별' 단행본 부문 대상 수상. 세계자연유산 거문오름 원고 중학교 3학년 국어교과서에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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