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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달산성 안올라가봤으면 말을 말어~

4월 ‘인문열차, 삶을 달리다’ 단양, 제천 탐방기

2017.04.11 정책기자 최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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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사기 ‘온달전’에 보면 온달이 영양왕에게, 신라에게 빼앗긴 땅을 되찾아오겠다며 계립령(하늘재)과 죽령 서쪽의 땅을 되찾지 못하면 돌아오지 않겠습니다.라고 비장하게 나아가, 아단성 아래서 신라군과 싸우다 화살에 맞아서 죽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아단성이 어디냐에는 학자에 따라 이견이 있지만, 남한강 상류 지역 고구려와 신라가 충돌하던 지점에 온달설화가 곳곳에 남아있다.

국립중앙도서관, 조선일보, 코레일이 공동주최하는 ‘인문열차, 삶을 달리다’ 2회차 탐방은, 삼국시대 고구려와 신라가 패권을 다투며 격렬하게 싸우던 남한강 고갯길에서 지난 8일 진행됐다. 온달장군의 설화를 바탕으로 둘러보는 물길과 고개 길에 남은 역사와 설화라는 흥미로운 탐방 안내는 임기환 교수(서울교대)가 맡았다.
 

아는 만큼 보이니 역사 탐방에선 예습이 중요하다. 달리는 기차 안에서 공부하는 참가자
아는 만큼 보이니 역사 탐방에선 예습이 중요하다. 달리는 기차 안에서 공부하는 참가자.

기차를 타고 단양역에 내려 가장 먼저 단양적성비를 찾아갔다. 단양적성은 신라가 북쪽 고구려와 맞서기 위해 쌓은 성으로, 해발 323.7m의 높은 곳에 위치해 있지만 지금은 고속도로 휴게소가 있어 올라가는 코스는 가뿐했다.

성 답사의 기본은 성벽을 따라 쭉 걷는 것이라는 교수님의 말씀에 따라 성벽을 걷다보니 마을을 감싸고 있는 남한강이 보였다. 사람들은 눈 앞에 흐르는 아름다운 강에 마음을 빼앗겼다.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 카메라를 들고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었다. 그만큼 기억에 남기고 싶은 풍광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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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객들이 단양 적성을 걸으며(위)과 남한강을 배경으로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즐거워하고 있다.

적성은 교통의 요지라는 지리적 의미도 크지만 여기서 나온 적성비가 중요하다. 국보 제198호로 545년 신라 진흥왕 때 세워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사부를 비롯한 거치부, 김무력(김춘추의 할아버지) 등 여러 신라 장군들의 이름이 들어있다. 기존 문헌자료에서 볼 수 없는 내용이 많이 담겨있어 금석문으로써 가치가 크다고 교수님이 설명하셨다. 테마가 역사여행이어서인지 교수님의 설명을 들을 때 사람들 눈빛이 더 빛나 보였다.
 

단양적성비
신라 진흥왕 때 세워진 단양적성비.

이 날 여행의 백미는 온달산성이었다. 탐방 시작 전부터 오르는 길이 험하니 등산스틱을 준비해 오라는 공지가 있던 터라 탐방객들은 기대감보다는 두려움이 앞섰다.

온달산성으로 오르는 길은 처음부터 끝까지 나무 데크가 잘 깔려있어 불편함이 없었다. 그러나 경사가 매우 심해 내딛는 발걸음마다 가뿐 숨을 내뱉어야 했다. 산 중턱 사모정이라는 정자에서 물 한모금 마시고 잠시 쉬다 다시 오르기 시작하니 멀리 타원 모양의 온달산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숨이 턱 까지 차오르고 더 이상 못오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 쯤 7m나 되는 온달산성 북벽에 다다랐다.
 

온달산성 정상에선 남한강과 마을, 저 멀리 산까지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온달산성 정상에선 남한강과 마을, 저 멀리 산까지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북벽은 경사가 심하지만 성 안으로 들어가면 완만한 경사를 이루는 완전히 다른 모습의 남쪽 성벽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유유히 흐르는 남한강과 그 너머 마을, 그리고 멀리 산까지 완벽하게 조화로운 자연의 모습에 탄성을 터뜨렸다. 올라와 보지 않고는 말할 수 없는 절경이었다.

교수님의 다른 설명이 필요치 않았다. 부부나 연인, 친구들과 어울려 사진을 찍고 성벽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안쪽 평평한 땅엔 푸릇푸릇한 풀들이 올라와 있었는데 땅에서 올라오는 풀냄새마저 멋진 곳이었다.

인천에서 온 김수향 씨는 “산성에는 많이 가보았지만 직접 올라와 본 건 처음”이라며 “힘든 만큼 멋진 광경”이라고 즐거워했다.

유홍준 교수도 나의문화유산답사기 남한강편에서 ‘온달산성에 올라 성벽에 아무렇게나 걸터앉아 망연히 우리 산천의 산과 강과 들과 마을과 산성을 한없이 바라보는 그 맛에 단양으로 답사를 오기도 했다.’고 밝혔는데 산성에 올라보니 그의 말이 과장이 아니었다
 

올라와 보지 않고는 알 길이 없는 온달산성의 절경
올라와 보지 않고는 알 길이 없는 온달산성의 절경.

온달산성은 온달이 쌓았다는 전설에서 나온 이름이지만 단양적성과 마찬가지로 신라 쪽에서 쌓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이 일대에는 꽤 많은 온달의 설화와 관련된 내용들이 전승되고 있다. 미륵리사지에서 본, 온달이 가지고 놀던 공기돌은 둘이 들어도 못들을만한 크기였다.

이곳을 탈환하기 위해 온달장군이 기울였던 필사의 노력과 이곳에서 온달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올라가기도 힘들었지만 내려오는 것도 쉽지 않는 온달산성을 내려오며, 죽령 이북을 탈환하지 못하면 돌아가지 않겠다던 장군의 우국충정의 기개를 떠올렸다.
 

미륵리사지에서 임기환 교수가 온달 설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미륵리사지에서 임기환 교수가 온달 설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여행은 늘 설렌다. 아마도 새로운 풍경에 대한 기대와 모르던 것을 새로 알게 되는 기쁨 때문일 것이다. 이런 면에서 남한강 고갯길 탐방은 기대 이상이었다. 남한강은 마을을 유려하게 돌고, 산이 그것들을 감싸안고 있었다. 역사 속에서는 남한강 유역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지만, 지금은 산성이 자연과 하나된 모습으로 아름답게 자리하고 있는 게 인상적이었다
 

친구와 마주 앉아 간식을 먹으며 이야기 하는 참가자들
친구와 마주 앉아 간식을 먹으며 이야기 하는 참가자들.

단양에 땅거미가 내릴 무렵 서울로 오는 무궁화호 기차에 올라탔다. 의자를 마주하고 단양의 명물 마늘 만두를 나눠 먹었다. 상 위에는 다시 온달산성 이야기가 화제에 올랐다. 열차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얼굴에 만족한 빛이 가득했다. 역사와 탐방이 만나 여행의 매력을 배가 시킨 인문열차 덕분이었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최은주 tkghl22@lyc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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