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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에서 별을 보고 선비를 만나다

10월 ‘인문열차, 삶을 달리다’ 안동, 영주, 소백산 탐방기

2017.10.20 정책기자 전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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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리역 대합실은 떠나고자 하는 사람들의 성지인가요. 새벽을 나선 사람들의 설렘이 부는 곳입니다. 국립중앙도서관 ‘인문열차, 삶을 달리다’ 프로그램을 통해 참가자들은 모두 함께 바람이 되어 봅니다.

청량리역 대합실 모습.
청량리역 대합실 모습.
 

지난 14~15일 1박2일 일정으로 진행된 10월 인문열차는 ‘소백산에서 별을 보고 선비를 만나다’ 저서의 배경이 되거나 선현들의 자취가 깃들어 있는 현장을 인문학자 강구율 교수와 함께 합니다.     

안동 하회마을도 그렇고, 이제 막 도착한 영주 무섬마을도 그렇고, 바다가 아닌 마을에 백사장을 가지고 있는 이런 마을은 낮은 산의 고즈넉함이 깊은 느낌입니다.

강변길 유명한 외나무 다리쪽으로 가다보니 자전거 대여소가 있습니다. 자전거 타기 좋은 무섬마을입니다. 

골목골목 다녀도 어디나 큰 소리 나는 집이 없고, 카페에서 나오는 소음이 없어, 동네가 적적하고 소리 없는 게 맘에 듭니다.

강구율 교수와 무섬마을 해우당 고택에서.
강구율 교수와 무섬마을 해우당 고택에서.
 

마을에서 좀 비켜난 곳에 자리잡은 작은 한옥. ‘김한직家 주실고택’입니다.

주인 아저씨는 조지훈 시인 처가집이 이곳이고, 당신의 할머니께서 중매를 하셨음을, 그리고 이 집 사랑에서 시도 읊으셨음을 기쁘게 이야기 하셨습니다.  

제가 걸은 무섬마을은 머무는 동안 무릎 나온 바지에 후드티 대충 걸치고 어슬렁 한 이틀 돌아다니면 도시에서 지친 머릿속이 다 털어 질 것 같은 마을입니다.

마을이야기를 해준 무섬마을 주실고택 주인 아저씨.
마을이야기를 해준 무섬마을 주실고택 주인 아저씨.
 

완연한 가을하늘에 처연함이 가득한 금성대군의 추모 제단인 ‘금성단’ 입니다.

금성대군은 단종의 복위를 도모하다 실패해 이곳에서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제단이라 그런지 지나가던 누구의 제물이 놓여있습니다. 머리 숙여 읍을 하는 그 마음이 보이는 자리였습니다.

조금만 걸어가면 소수서원을 만날 수 있습니다. 입구에서 취한대 쪽 오솔길을 걸었습니다. 역시 어디서나 숲길만큼 편안한 곳은 없네요. 돌다리 사이를 흐르는 짙푸른 내는 죽계천이라고 하네요. 대나무 죽이라 그런가요. 색이 대숲 같습니다.

금성제단.
금성제단.
 

그렇게 느릿느릿 도착한 곳이 취한대. 이황 선생께서 송백과 대나무를 심고 ‘시원한 물빛에 취해서 시를 짓고 풍류를 즐긴다’ 라고 명명한 곳입니다.

아니, 이렇게 멋진 곳이 바로 강학당(유생들의 교실) 아래에 있는데 어떻게들 공부했을까요.

오래된 나무의 핏줄들이 살아 움직이는듯한 숲을 통과해 건너가면 다시 소수서원으로 들어갑니다. 옛 정취 가득인 가을날입니다.

참 소수서원에서 드디어 선비를 만났습니다.

공부하느라 눈길조차 주지 않았지만, 백발이 성성한 우리 선비님들, 가을 햇볕에 졸지 말고 열심히 공부하세요.

무량수전 오르기 전 봉황산의 모습과 부석사 풍광을 살펴보는 인문열차 참가자들.
무량수전 오르기 전 봉황산의 모습과 부석사 풍광을 살펴보는 인문열차 참가자들.
 

가을로 들어가는 버스는 부석사 주차장에 멈춥니다.

일주문까지 오르는 길 가판에서 파는 사과말랭이 한 움큼이 여기가 영주이며 사과의 고장임을 말해줍니다. 그 달콤한 맛을 입에 담고 은행 냄새 가득한 부석사 길을 오릅니다. 

부석사의 무량수전과 부석은 길지인 그 자리에 묵묵합니다. 무량수전 오른편 삼층석탑 옆길로 난 쪽길 따라 조사당으로 오릅니다.

조사당에는 의상대사가 돌아가시기 전 지팡이를 이곳에 꼽고 ‘이 지팡이에 잎이 나면 내가 온 줄 알아라’라고 하셨다는데요.

다음날 이른 아침. 멀리 소백산 자락의 운무가 춤을 추듯 합니다. 멋진 풍경을 두고 먹는 아침이라 호사가 따로 없습니다.

그런 호사는 앞둔 일정에 비하면 어제 본 25년이나 떨어져 있는 직녀성의 거리만큼도 아니 었습니다.

병산서원 입교당에서 시를 읊다.
병산서원 입교당에서 시를 읊다.
 

서애 류성룡 선생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위패를 모신 곳으로 풍산 류씨의 교육기관이었던 병산서원. 서슬퍼런 대원군의 서원 철폐 시에도 존속한 서원입니다. 병산서원은 감탄이 나올 만큼 아름다운 서원이었습니다. 서원의 크기가 땅의 면적만이 아니라 산과 강과 하늘 모두 병산서원의 것이었습니다.

세상의 것인 몸을 버리고 굽혀 들어 가야하는 ‘복례문’, 한번 더 계단을 올라 허리를 굽혀 들어가야만 하는 ‘만대루’. 본디 학문은 낮춘 자세로 몸과 마음을 추슬러야 하나 봅니다.

‘만대루’를 지나 마당 정면에 강당인 ‘입교당(立敎堂)’이 있습니다. ‘가르침을 바로 세운다’는 강당은 병산 서원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건물입니다.

‘입교당’ 마루에서 옛 유생들이 배움을 즐기며 시를 읊었던 것처럼, 오늘 우리도 운율을 살려 선창과 후창으로 시를 읊조려 봅니다. 소리는 앞마당 ‘만대루’를 넘어 낙동강을 따라 흐릅니다.

감동이라기보다는 경이로운 ‘병산서원’. 그 크기는 이제 소리의 흐름으로 주변을 다 가져버리네요. 병산서원을 품기에는 제 가슴이 너무 작아 눈으로 담아만 봅니다. 이번 일정 중 최고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안동하회마을 충효당 입구.
안동하회마을 충효당 입구.
 

버스는 병산서원에 취해있던 저를 안동 하회마을에 떨구어 놓았습니다. 안동 하회마을은 경주 양동마을과 함께 우리나라 열 번째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곳입니다. 한국인의 전통적인 삶이 그대로 전승되고 있는 생활공간으로 한국인의 삶 자체를 볼 수 있는 곳입니다.

많은 고택들이 있지만, 방문한 날 소박하고 정겨운 하동고택과 규모가 웅장하고 대갓집의 격식을 완벽하게 갖추었다는 화경당(북촌댁)이 여러 이유로 입장이 되지 않아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그래도 이 가을 낙동강 굽이는 멋진 물색이고 그 물색 따라 단풍은 곱기가 그만입니다.

그 길을 따라 다시 마을길로 들어서면 서애 류성룡 선생의 종택 ‘충효당’을 만날 수 있습니다. 마당의 구상나무는 여전히 그 단단함을 잃지 않았습니다. 평생을 청백하게 지낸 선생을 추모한 지역의 사림들이 ‘충효당’을 세웠고 후세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에 효도하라’

부용대에서 내려다보는 안동 하회마을.
부용대에서 내려다보는 안동 하회마을.
  

하회마을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 ‘부용대’를 아시나요. 건너편 다리를 건너 구불구불 산길을 오르면 만날 수 있는 ‘부용대’는 지나치는 사람들이 많은데 꼭 들러봐야 할 곳입니다. 하회마을의 멋진 풍광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참가자들이 소백산 3행시로 일정의 마지막을 나눕니다. 아쉬움이 사그라들고 다시 만남을 기약합니다.

소백산 3행시로 헤어짐의 아쉬움을 달래 봅니다.
소백산 3행시로 헤어짐의 아쉬움을 달래 봅니다.
 

참 여기서 재밌는 별 이야기. 가을이 외로운 건 우리 탓이 아니랍니다. 하늘의 별 탓이라는데요. 가을의 밤하늘은 반짝이는 1등성도 없고, 별들의 밝기도 거기서 거기이기 때문에 가을밤 하늘은 쓸쓸하다고 하네요.

가을철 별자리가 쓸쓸하니 사람은 더 하다고 합니다. 그래도 겨울이면 빛날 별자리 시리우스를 기다리며 이 가을 맘껏 외로워해도 될 거 같아요. 우리 탓이 아니니까요.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전은미 vicpi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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