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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에 ‘괴롭힘’ 조항 들어갔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들여다보니… 7월부터 시행

2019.01.29 정책기자 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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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몸에 통통한 얼굴의 친구 얘기다. 회사에 경력직으로 입사 후, 파이팅이 넘쳤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잔뜩 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스트레스였다. 상사는 트집과 잔소리에 외모 지적까지 해댔고, 친구는 그 목소리를 견디기 위해 매일 저녁 술을 마시고 술이 덜 깬 채 출근했다. 

우울한 일은 곳곳에서 벌어졌다. 여직원들의 텃세에는 ‘결연한 의지’가 드러났다고 했다. 일명 ‘왕언니’는 되지도 않는 심부름을 시켰고, 친구만 뺀 채 모임을 가지며 험담을 했다. 신입 한 명을 몰아세우기에 여직원들은 더없이 끈끈해 보였고, 상사의 괴롭힘은 멈추지 않았다. 온갖 서러움을 누르며 지내기엔 역부족인 걸 느낀 건 입사 후 채 1년이 채 되지 않아서였다.

직장인을 괴롭히는 행위자와 피해 빈도 (출처=국가인권위원회)
직장인을 괴롭히는 행위자와 피해 빈도.(출처=국가인권위원회)
 

순한 얼굴에 곱슬머리를 한 듬직한 체격의 지인은 IT업계의 연구원으로 입사했다. 작지만 굴지의 거래처를 지닌 가능성이 있는 회사라 했다. 상사와 몇 차례 해외출장을 다니며 친해졌다고 믿기 시작했을 때다. 상사의 눈 밖에 나는 차고 넘치는 이유 중 하나는 정치적 성향이었다. 

달라도 너무 달랐다. 보수와 진보의 그 먼 거리를 느끼며 나누는 대화 자체가 스트레스였다. 총선에서 시작해 대선으로 이어지는 시기에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틈만 나면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비난했다. 자신 앞에서 이죽거리듯 말이다.

안 좋은 감정은 꼬리를 물고 업무 트집으로 이어졌다. ‘표현의 자유’가 존재하지만 부하 직원이라는 이유로 끝까지 맞서지 못하는 현실에 자괴감까지 들었다. 위축된 직장생활을 이어나가기 힘들만큼 말이다. 

내용과 형식만 다를 뿐이다. 날카로운 말들은 마음을 때리는 폭력이 돼 더 깊은 상처를 남겼다. 어렵게 직장엘 들어갔으면 참고 일하는 것이 맞지 않냐 할 수 있다. 그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사표를 쓰는 이유는 단순하다. 돈 벌며 견뎌내야 하는 정신적인 고통이 돈 없는 불편함보다 더 참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주요내용 (출처=고용노동부)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주요 내용.(출처=고용노동부)
 

지난 해 2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직장인 1506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를 했다. 그 중 73.3%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는 직장인 대부분이 괴롭힘을 경험하며 산다는 말이다. 개인의 고통은 근무시간의 손실로 이어졌다. 그 비용이 연간 4조7800억 원이다. 

직장 내 괴롭힘은 이유가 있다. 대체로 문제 제기나 성희롱, 내부 고발 등 특정 사건 이후 ‘찍힌 사람’들에게 집중됐다. 상사에게 수가 틀리는 말이나 행동을 보이면 찍힘을 당하는 거다. 이는 지극히 주관적인 감정이 담겨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유 모를 부당한 지시와 공개적인 모욕, 급기야 동종업계에 재입사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기고 했다. 이어 업무를 줄이는 등의 방법으로 근로자를 괴롭혀 스스로 퇴직하도록 유도하는 거다. 이는 기업에서 자르고 싶은 직원에게 행하는 방법이기도 했다.  

사내 괴롭힘 문제는 권력이 있는 곳, 어디서든 발생했다. 그만큼 흔하기에 특별한 제재 없이 방치됐고, 이는 사내 괴롭힘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피해자들을 생산했다. 뿐만 아니다. 괴롭힘은 사내 성추행으로 이어졌고, 피해자 대부분이 오히려 따돌림까지 당하는 문제로 이어졌다.

직종별 직장 내괴롭힘 피해자 비율 및 연간 인건비 손실 (출처=한국직업능력개발원)
직종별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비율 및 연간 인건비 손실.(출처=한국직업능력개발원)
 

이에 정부는 지난 15일,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근로기준법 개정안)을 공포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와 관련한 내용은 6개월 경과 후인 7월 16일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안은 폭행 등의 신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정신적 고통도 ‘괴롭힘’에 포함시킴으로써 실효성을 갖추기 위한 틀을 갖췄다. 고용노동부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업장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국가가 나서기 시작한 거다. 

▲ 신체적 폭력, 위협 ▲ 안전사항 미 전달 등 ▲ 정당한 이유 없는 고용상 불이익, 좌천, 퇴사 강요 등 ▲ 지나친 업무감시, 차별, 성과 가로채기 등 ▲ 욕설, 고성, 위협적·비하적·굴욕적 언어 사용 ▲ 비방, 누명, 음주·흡연 강요, 왕따, 지나친 간섭 등 ▲ 기타 신체적·정신적·정서적 고통을 주는 행위 등.

이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매뉴얼이다. 위와 같은 방법으로 상사에게 괴롭힘을 당했을 경우, 대응 방법을 알아보자.

▲ 직원 간 괴롭힘의 경우 사내 고충처리부서 등에 신고할 수 있으며 ▲ 사용자가 근로자를 폭행한 경우 지방고용노동간서에 신고할 수 있다. ▲ 직장 내 폭행, 상해, 명예훼손, 모욕 등 범죄와 관련된 경우엔 경찰에 신고가 가능하다. 사내 고충처리부서에 신고해도 달라지지 않거나, 고충처리부서가 없는 경우라도 참지 말자. 경찰에 신고해서 조사라도 받게 해야 한다.  

법대로 할 필요가 있다면,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 약자를 위한 법은 이럴 때 사용해야 한다. 또한, 사내 괴롭힘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원인이 돼 질병이 발생했다면 산재보상청구도 가능하다. 또한 근로복지공단에서 운영 중인 심리상담(EAP) 서비스는 힘든 당신을 위해 존재한다. 

기업은 일단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하고 사건 발생 시 지체없이 단호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혹 피해자에게 불이익 처우를 한 사업주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직장 내 괴롭힘, 이제는 국가가 나선다 (출처=픽사베이)
직장 내 괴롭힘, 이제는 국가가 나선다.(출처=픽사베이)
 

사실 중요한 것은 모든 기업들이 직원들 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드는 게 우선이다. 직장생활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관계다.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는 사람들은 사회적 교류를 통해 대부분의 인간관계를 형성하니 말이다. 직장에 다니는 이유는 단지 생계유지 뿐만이 아니라는 거다.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괴롭힘’이라는 매우 주관적인 관점의 정의를 비교적 명확히 명시했다는 평가다. 힘없는 근로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제도적 지지가 실질적 도움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아울러 기업은 인식해야 한다. 직장 내의 환경과 건강한 분위기가 업무 향상에 확실한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모든 걸 당연하게 보면 그 무엇도 바로잡을 수 없다.




박은영
정책기자단|박은영eypark1942@naver.com
때로는 가벼움이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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