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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갔다 돌아오는 길, 호텔에 들러볼까?

[가보니] 문화역서울 284 ‘호텔사회’ 전시 3월 1일까지~ 레트로 감성 호텔 만날 수 있는 기회

2020.01.23 정책기자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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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제게는 어릴 적, 종종 부산으로 떠나던 기억이 가득한 곳입니다. 기차표를 꼭 쥐고, 간식을 파는 카트를 기다리는 시간이 당시 어린 소녀에게는 바깥 경치보다 재밌었나봅니다. 그렇게 얻은 귤과 오징어를 아껴 먹다보면 어느새 까무룩 잠이 들었습니다.

설 연휴면 오가는 사람들로 더더욱 붐비는 서울역.
설 연휴면 오가는 사람들로 더더욱 붐비는 서울역.


오가는 인파 속에서 바라본 서울역. 바삐 고향을 찾는 사람들을 보면 명절이 더욱 실감나는데요. 올 설에는 서울역에 추억 하나를 더해줄 수 있겠습니다. 

호텔사회가 열리고 있는 구 서울역, 문화역 서울 284.
‘호텔사회’가 열리고 있는 구(舊) 서울역, 문화역서울 284.


오래된 그 공간에 겨울동안 운영하는 새 호텔 하나가 들어섰습니다. 구(舊) 서울역인 문화역서울 284에서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호텔사회’가 1월 8일~3월 1일까지 열리고 있습니다.

옛 중앙홀은 로비로 변신했다.
옛 중앙홀은 로비로 변신했다.


천천히 문화역서울 284 문을 열고 한 발을 내딛는 순간, 여러분은 시공을 넘는 세상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붉은 천이 압도하는 로비에 들어서면 이제 ‘호텔사회’ 속으로 점차 빠져들 차례인데요. 받아든 안내서는 호텔 숙박권처럼 보입니다. 

안내서와 벨보이, 메이드 퍼포먼스가 호텔로의 몰입감을 더해준다.
안내서와 벨보이, 메이드 퍼포먼스가 호텔로의 몰입감을 더해준다.


1920년대 신문화를 수용한 근대 호텔을 그린 익스프레스 284라운지.
1920년대 신문화를 수용한 근대 호텔을 그린 익스프레스 284 라운지.


로비에는 익스프레스 284라는 라운지가 있어 시간마다 한정된 인원에게 커피와 빵을 주고 토크 프로그램이 열립니다. 많은 사람들 틈 속 낯섦도 잠시, 허둥대는 벨보이와 수다스런 메이드들이 다가옵니다.

가방을 놓고 간 손님을 찾는 퍼포먼스를 통해 웃음과 인사를 건넵니다. 이들의 즐거운 극에 동참하다보면, 조용한 공간이 익숙해지고  잠시 활력을 일으켜 줍니다. 

1970~80년 대 수영장을 통해 살펴보는 오아시스-풀·바·스파.
1970~80년대 호텔 수영장을 통해 살펴보는 ‘오아시스-풀·바·스파’.


다시 차분한 분위기를 찾고 싶다면 왼편으로 걸음을 옮겨 볼까요. 구 서울역 3등 대합실은 풀과 스파 등으로 재해석돼 있습니다. 1960년 대 최초로 호텔에 실내 풀장이 생겼고, 70~80년대에는 야외 풀장과 사우나가 생겨나기 시작했는데요.

물없어도 스파를 즐긴 느낌을 주는 3등 대합실.
물없어도 스파를 즐긴 느낌을 준다.


각기 다른 크기와 재질로 물을 표현하고, 자연색인 초록빛이 공간을 에워싸고 있습니다. 숫자를 누르거나 생체인증에 익숙한 우리에게 돌려서 여는 탈의실 열쇠는 정겹게 다가옵니다. 탈의실 옷장을 대여해 조용한 음악을 듣고 양머리 수건을 써보면, 물 없이도 충분히 스파를 하고 난 듯한 상큼함이 감돕니다. 

스파 바에서 상쾌해진 몸을 이끌고 일정을 잘 맞추면 일 50명에 한해 칵테일과 주스를 맛볼 수 있다.
스파바에서 상쾌해진 몸을 이끌고 일정을 잘 맞추면 일 50명에 한해 칵테일과 주스를 맛볼 수 있다.


스파 옆에는 칵테일바가 있습니다. 바에서는 하루 두 번 50명에 한해 평일 오렌지주스, 주말에는 무알콜 칵테일을 무료로 맛볼 수 있답니다. 물론 맛볼 수 없다 해도 실망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바가 주는 매력 자체만으로도 흥에 휩싸일 테니까요.

고급 사치재 브랜드의 정교한 모조 샹들리에(최고은 作 )가 있는 서측 긴 복도.
고급 사치재 브랜드의 정교한 모조 샹들리에가 있는 서측 긴 복도.


가장 외벽에 맞닿은 긴 서측 복도는 호텔 정원으로 꾸며졌습니다. 여러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고 대화를 나누며 둘러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공업용 다이아몬드 1만 캐럿과 사카린 2kg으로 코팅한 샹들리에를 감상하면, 화려함 뒤에 숨겨진 비밀이 비로소 열린 듯합니다.    

뒤편 식물과 자연으로 꾸민 테라스에서 건져볼까. 인생 샷.
식물과 자연으로 꾸민 호텔정원에서 인생샷 건져볼까. 


1896년 개항을 맞아 여행이 가능해지면서 숙박업과 관광산업이 탄생했고, 이동수단인 열차 또한 발전했습니다. 1, 2등 대합실이었던 곳에서는 그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데요.

타블레이드로 보는 역사.
타블레이드로 보는 역사.


타블로이드와 팸플릿을 통해 호텔 비즈니스가 숙박에서 문화 콘텐츠까지 변모되는 흐름을 읽을 수 있습니다. 기념엽서에 각종 스탬프를 찍어 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언젠가 2020년 호텔사회를 기억할 귀한 보물이 될지 모르니까요.

여행· 관광안내소의 기둥 위편은 보존
‘여행·관광안내소’로 꾸며진 1, 2등 대합실.


더욱 놀랍게도 이 공간의 기둥 위 부분 장식은 오래 전 그대로랍니다. 소설가 이상과 같은 옛 문인들이 보았던 그곳을 오늘 우리가 고스란히 보고 있다는 사실은 꽤 오묘한 감정을 부추깁니다. 긴 역사를 넘어 보이지 않는 연결선을 떠올려본다면, 진한 설렘을 주기 충분하지요.

<근·현 호텔의 미용문화를 체험하는 바버284. 예약해 이발사[바버]들에게 이발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근·현 호텔의 미용문화를 체험하는 바버 284. 예약해서 이발을 할 수 있다.


바버숍은 1895년 단발령이 내린지 6년 후, 국내 최초 이발관이 개점하면서 하나 둘씩 생겨났습니다. 문명화의 상징으로 1925년 이곳에도 역내 이발소가 생겼습니다.

옛 향수가 그리운 모던보이라면 그곳을 추억해 볼 수 있을 거 같고, 젊은 청년이라면 옛 감성을 체감할 수 있겠지요. 그런 당신을 위해 국내 이용원 12팀의 이발사들이 다시금 가위를 잡았습니다. 

밝은 빛이 보이는 곳을 향해 보면 또 무엇이 있을까.
밝은 빛이 보이는 곳을 향해 걸어가면 또 무엇을 만날까.


이제 이곳 역사만큼 길고 구부러진 계단을 올라가 2층에 다다릅니다. 2층은 그릴홀과 다섯 개의 방이 호수별로 있습니다.

1960~80년대 호텔 공연식당을 꾸며 공연문화와 식문화를 그리는 그릴 홀
1960~80년대 호텔 공연식당을 꾸며 공연문화와 식문화를 그리는 그릴홀.


서울 최초의 그릴이었던 곳은 옛 쇼를 상징하는 영화와 공연이 흐르는 연회장으로 꾸며졌습니다. 시시각각 연주와 공연들로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이런 만족스런 기다림은 명절날 기차를 기다리던 그 느낌일까요? 

사물의 정원, 김이박 作
사물의 정원, 김이박 작(作).


화분을 자세히 보면 호텔 식사 속에 사용된 물품이 모두 피어있습니다. 작가는 화분과 호텔이 닮았다고 생각했는데요.

호텔이라는 장소를 화분이라는 매개체로 바라본 전시도 놓치지 말아야겠습니다. 척박한 곳에 싹을 틔운 호텔이 관광과 문화로 아름답게 자라날 수 있었던 건, 보이지 않는 공기와 성실한 땀 같은 물이 있어서였을까요? 

누군가는 임하룡과 심형래의 크리스마스 쇼를 기대했을 지도 모르고, 또 다른 누군가는 호텔 광고 속 가고 싶던 신혼여행을 회상할까. 옛 기차표 등 전시도 흥미롭다.
누군가는 임하룡과 심형래의 크리스마스 쇼를 기대했을 지도 모르고, 또 다른 누군가는 호텔 광고 속 가고 싶던 신혼여행을 회상할지 모르겠다.


이제 발을 옮겨 호텔 아카이브 전시를 만나볼 차례입니다. 1, 2층에 걸친 이 공간은 옛 기록을 통해 호텔이 가져온 문화적 특징들을 보여줍니다. 사진과 오랜 물품을 보며 회상에 잠겨보는 건 어떨까요? 철도·음식·공연 문화를 집약해 놓은 곳을 둘러보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눠보는 소중한 시간을 만끽할 수 있겠네요.

201호 낮잠용 객실에서 느낄 쉼·쉼·쉼 

어쩌면 지칠 듯한 붉은 화려함은 이제 저 고요함으로 덮자.
화려한 붉은 문을 지나 조금 어둡고 적막한 안으로 들어가보자.


다양한 흥미를 즐겼다면 이제 휴식이 필요합니다. 객실에서는 덧신이 담긴 호텔사회 로고가 그려진 가방을 나눠줍니다. 침대가 가득한 문을 가만히 열어볼까요. 쉬잇. 여기는 조금 발소리를 낮춰야 해요.

정돈되지 않아 털썩 내려놓을 수 있는 큰 방 가득한 침대매트들.
정돈되지 않아 편하게 털썩 내려놓을 수 있는 침대매트들.


이곳은 심신이 지친 당신을 꿈이 가득한 세계로 이끌어줍니다. 포근한 침대에 누워 모든 생각을 버려보는 건 어떨까요. 잠시 시간은 잊어도 좋겠습니다. 특히 매트들이 정리돼 있지 않아 어쩌면 더 알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피곤했던 일상의 무게와 긴장을 동시에 내려놓을 수 있으니까요.

등으로 전해지는 폭신한 촉감과 변화하는 조명 속 조용히 흐르는 무형식의 자장가 소리에 온전히 맡겨 봅니다. 삶이 힘들고 당장 고민이 가득해도, 이 순간만큼은 평온함을 맘껏 누릴 수 있습니다. 마치 명절이 지나면 다시 떠날 고향집처럼 말이죠. 명절이란 본래 이런 취지가 아니었을까요.

복도에 펼쳐진 전시.
복도에 펼쳐진 전시.


복도를 지날 때는 구석구석 찬찬히 둘러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천장과 기둥, 바닥에서 무심코 놓쳐버린 아름다움이 아직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루시드드림 1인실을 보면서 처음 혼자 묵었던 오래 전 1인실의 조용한 분위기가 문득 떠올랐다.
루시드 드림 1인실을 보면서 처음 혼자 묵었던 그 옛날 1인실의 조용한 분위기가 문득 떠올랐다.


흐르듯 그곳을 빠져나오면 꽃향기가 그윽한 방을 지나게 됩니다. 또한 1인실인 루시드 드림(자각몽) 방에서 흘러가는 영상과 고요한 정적 속, 각자 기억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제일 좋았던 곳은 이 휴식하는 낮잠 방이었다.
개인적으로 제일 좋았던 곳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낮잠방이었다.


비용 걱정 없이 호텔을 만끽할 수 있는 건, 온갖 다채로운 전시가 함께해서였을까요? 즐거운 자극이 전해준 피로를 아늑한 휴식으로 감싸줬습니다. 

'호텔사회' 가 열리고 있는 문화역 서울 284.
‘호텔사회’가 열리고 있는 문화역서울 284.


올 설은 ‘호텔사회’라는 전시를 통해 미리 명절 선물을 받은 듯싶은데요. 오감을 모두 잡은 전시는 어느 호텔보다 마음 편한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앞으로 계속 달라질 라운지와 공연 프로그램 등은 변화무쌍하지만, 그 역시 옛 역사적 공간 속에 담아 정갈하고도 차분히 녹아듭니다. 여러 다양한 노력, 긴 시간들이 한 공간 속에서 퍼지는 감동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밤에 보면 더욱 호텔 불빛은 빈짝이고 있습니다.
밤에 보면 호텔 불빛이 더욱 반짝인다.


좀처럼 체크아웃이 아쉬운 이 호텔은 3월 1일까지 운영합니다. 올 설 연휴는 화려한 호텔 부럽지 않은 고풍스러운 ‘호텔사회’에 머물러보는 건 어떨까요? 귀경길에 상큼한 즐거움을 받는다면, 명절증후군도 반으로 줄지 않을까요?

‘호텔사회’ 
날짜 : 1월 8일~ 3월 1일
시간 : 10:00~19:00(매주 월요일 휴관) 매주 수요일은 21:00 (설 명절도 월요일 제외하고 운영)
비용 : 무료
홈페이지 : https://www.seoul284.org/%ED%98%B8%ED%85%94%EC%82%AC%ED%9A%8C/



김윤경
정책기자단|김윤경otter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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