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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니] 취업률 77% 고등학교에 가보다

일선 직업계 고등학교에서 살펴본 '고졸 취업 활성화 방안'

2019.10.18 정책기자 이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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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졸업 후 곧바로 취직하니 등록금 걱정도 없고 너무 좋아요!”

고등학교 졸업 후 취업에 성공한 학부모 얘기다. 대학 졸업 후 몇 년 동안 취준생(취업준비생)으로 지내는 현실을 생각하면 좋아할 만하다. 대학을 졸업시키려면 돈이 얼마나 들까? 4년간 등록금과 용돈 등을 생각할 때 적어도 5천만 원 이상이다. 정말 적지 않은 돈이다.

취업이 목적이라면 굳이 대학을 가지 않아도 된다. 고등학교 학력이면 충분하다. 그래서 정부는 올해 1월 ‘고졸 취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의 핵심은 고졸 취업 확대다. 즉 고등학교 취업률을 2022년 60%까지 끌어 올리겠다는 것이다. 이는 대학 진학이 곧 성공의 지름길이라는 인식을 깨는 조치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지난 1월 25일 고졸 취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지난 1월 25일 고졸 취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저작권자(c)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정부의 고졸 취업 활성화 방안을 다시 들여다보면 크게 3가지다. 첫째 취업 전 중등직업교육 강화, 둘째 취업시 양질의 고졸 일자리 확대 및 취업지원 강화, 셋째 고졸 취업 후 사회적 자립 지원이다. 고졸 취업으로 성공할 수 있는 정책 시스템으로 입시경쟁 위주의 교육, 사회적 문제뿐만 아니라 청년 일자리까지 해결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발표한 ‘고졸 취업 활성화’ 방안은 어떻게 시행되고 있을까? 내가 사는 성남시 양영디지털고등학교를 찾아 직접 확인해보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40년이 넘어 교정을 찾으니 오래전 고교 시절의 빛바랜 추억이 떠오른다. 이 학교는 4차 산업혁명에 부응하기 위해 빅데이터, 클라우드,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등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고졸 취업 활성화 방안 중 취업 전 중등직업교육 강화는 일선 직업계 고등학교가 시행하는 것이다. 지금 직업계 고등학생은 2학기 들어 한창 현장실습을 나갈 시기다. 학생이 취업을 할 경우 일·학습병행제에 따라 기업으로 실습을 나가는 것이다. 학생은 학교와 기업을 오가며 책에서 보던 기계를 기업에서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직업계 양영디지털고등학교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직업계 양영디지털고등학교.


양영디지털고등학교 교감선생님을 만나봤다. 먼저 정부의 고졸 취업 활성화 방안 발표 이후 학생들의 취업 상황이 얼마나 변했는지 물었다. 최동원 교감선생님은 “지난해 저희 학교 취업률이 고용보험 확인 취업자를 기준으로 77%입니다. 그런데 올해는 2학기 들어 작년보다 더 빠르게 많은 학생들이 실습을 나가고 있습니다. 올해 취업 결과는 내년 2월에 최종적으로 나오겠지만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학교는 2022년까지 직업계고 취업률 60% 달성 목표를 이미 훨씬 뛰어넘었다. 정문에는 벌써 국제기능올림픽 등 각종 대회에서 수상한 학생들의 이름이 적힌 현수막이 여러 장 걸려 있다. 이 학교는 지난해 공무원, 공사, 대기업 등에 많은 학생들이 합격해 부모들을 기쁘게 했다. 내가 학교를 방문한 날 졸업생 중 광케이블 기업(유나이브)에 다니고 있는 조민영 씨가 취재에 도움을 주겠다며 학교를 찾아왔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곧바로 취업에 성공한 졸업생들이 취업지원부장 선생님을 찾아 인사를 한다.
올해 2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곧바로 취업에 성공한 졸업생들이 취업지원부장 선생님을 찾아 인사를 했다. 좌측이 조민영, 가운데 황규민 학생, 우측이 정진구 선생님이다.


조 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대학에 가지 않은 것이 섭섭하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바로 할 수 있고, 부모님에게 대학 등록금 부담을 주지 않기 때문에 지금은 제 결정이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밝혔다.

조민영 씨는 대학을 포기한 게 아니다. 재직자전형으로 3년 후 대학에 갈 생각이다. 고졸 재직자가 대학에 진학할 경우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립대에 고졸 재직자 대상 전담과정 운영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2019년 거점 국립대를 2022년에는 국립대 전체로 확대한다. 이렇게 되면 많은 고졸 재직자들이 대학에 진학할 수 있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고졸 취업을 해도 월급이 작아 사회적 자립이 어렵다고 한다. 정부가 이를 모를 리 없다. 정부는 저임금으로 사회적 자립이 어려운 취업자들에게 자산 형성을 다양하게 지원하고 있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고교취업연계 장려금 확대다. 2018년 1인당 300만 원씩 2만4000명을 지원했는데, 올해는 2만5500명이 혜택을 받는다. 물론 단계적으로 계속 확대 시행한다.

양영디지털고등학교 학생들이 실습을 하고 있다. 직업계고등학교는 일학습 병행제에 따라 3학년 2학기에 실습을 나간다.
양영디지털고등학교 정보통신과 학생들이 실습을 하고 있다. 직업계 고등학교는 일·학습 병행제에 따라 3학년 2학기에 기업으로 현장실습을 나간다.


또한 고교취업연계 장학금을 지원받았더라도 청년내일채움공제 가입이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정부, 기업이 청년과 함께 중소·중견 기업에 취업한 청년의 목돈을 마련하게 하는 제도다. 이런 정책들은 고졸 취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대학입시가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 많은 학부모와 수험생들이 마음 졸이며 공부를 하고 있을 것이다. 얼마 전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던 드마마 ‘SKY캐슬’이 생각난다. 일부 상류층 부모들이 자녀를 서울대 의대에 보내려고 수십억 원을 입시전문가에게 지불하는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상대적 열등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꼭 이렇게 해서 대학을 가야 할까? 양영디지털고등학교를 방문해보니 많은 학생들이 대학이 아니라 취업을 위한 기술 습득에 여념이 없다. 학교 이름에 걸맞게 학생들은 대학입시 문제 대신에 드론을 만들어 날리고 사물인터넷 공부를 하며 4차 산업을 선도할 기술을 배우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 후 IT기업에 취업한 조민영씨가 회사에서 연구를 하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 후 IT 기업에 취업한 조민영 씨가 회사에서 연구를 하고 있다.


내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는 공고(공업계 고등학교)가 인기였다. 공부 잘하는 학생들은 인문계가 아니라 일찍 직업계 고등학교에 갔다. 그때 공고생들의 최고 목표가 국제기능올림픽대회 입상이었다. 1977년 첫 종합우승을 획득했을 때 수출 실적 100억 달러, 11번째 우승을 했던 1997년에 1400억 달러 수출을 실현했다. 이렇게 양성된 기능인들이 우리나라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했고 그 기술로 우리 경제가 발전했다.

1970년 일본 동경 대회에서 종합 3위를 기록한 이후 올해 제45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8월 22~27일)에서는 49년만에 3위로 떨어졌다. 앞서 2015년 브라질 상파울루 대회는 종합우승을 했고, 2017년 아랍에미리트 대회는 중국에 밀려 2위를 차지했다. ‘기능=한국’이란 명성이 깨지기 시작했다. 더 이상 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직업계 고등학교에 대한 사회적 시선부터 달라져야 한다.

양영디지털고등학교 정진구 교사(취업지원부장)는 “예전과 달리 직업계 고등학교 하면 공부 못하는 학생들이 가는 곳이란 인식이 깔려 있습니다. 하지만 기술은 우리 경제를 책임질 중요한 버팀목입니다. 그 버팀목을 양성하는 곳이 직업계 고등학교입니다. 2년마다 열리는 국제기능올림픽대회 웹디자인 및 개발 종목에서 2연패를 한 이운호 군의 경우 스포츠 올림픽에서 1등을 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사회에서는 올림픽만큼 관심이 없습니다”라며 안타까워했다.

지난 6월에 열린 2019 고졸성공 취업대박람회 현장.
지난 6월에 열린 2019 고졸성공 취업대박람회 현장.(사진=저작권자(c)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지금 세계는 소리없는 기술 전쟁을 하고 있다. 한국이 그동안 제조업 강국으로 발돋움 할 수 있었던 건 기능공들의 우수한 기술력과 한국인 특유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적절히 조화를 이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고졸 취업 활성화 방안이 직업계 고등학교의 구조적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정책임을 일선 직업계 고등학교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정부의 고졸 취업 활성화 방안들이 제대로 시행돼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당당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기대한다.



이재형
정책기자단|이재형rotcbl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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