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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각본 없는 대화를 봤다

[문재인정부 2년 반] ‘2019 국민과의 대화, 국민이 묻는다’를 보고

2019.11.21 정책기자 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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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숙연하고, 때로는 웃음이 났다. 방구석에서 ‘2019 국민과의 대화’를 시청하던 순간의 이야기다. 지난 19일 저녁 8시, 300명의 국민은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2년 반 임기를 마친 대통령과 만났다. 그 순간을 놓칠 수 없었다.

무려 ‘대통령과의 대화’를 각본 없이 진행한다고 했다. 그 사실이 충분히 흥미로웠다. 지역과 나이, 성별, 질문 내용과 사회적 약자 등을 고려해 선정됐다는 국민 패널 300명 중,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누군가 해주지 않을까 작게 설레기도 했다.

19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미디어센터 공개홀에서 실시한 2019 국민과의 대화
19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미디어센터 공개홀에서 열린 2019 국민과의 대화.(출처=KTV)


생방송이 시작되고, 파란색 카펫과 파란 조명 속에서 말끔하게 차려입은 사회자 배철수 씨가 등장했다. 그 순간 흐르던 ‘배철수의 음악캠프’ 타이틀 곡은 분위기를 한층 편안하게 만들었다. 30년 동안 청취자의 사연과 함께 했기에 자신이 이 자리에 있는 것 같다는 멘트 역시 설득력이 있었다. 

문 대통령이 입장할 때 나온 비틀스의 ‘올 유 니드 이즈 러브(All You Need Is Love)’는 우리 사회에 사랑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선곡한 배철수 씨의 선택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제가 국민들로부터 참 사랑을 많이 받은 정치인”이라며 “사랑의 토대는 이해이고, 이해하려면 더 많은 소통을 해야 하는데, 오늘이 그런 뜻의 자리라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그랬다. 임기 초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차별화는 바로 낮은 자세로 임하는 ‘소통’이라고 생각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마음 따뜻하게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사회를 돕는 두 명의 아나운서와 더불어 오늘의 주인공 300명의 국민 패널이 소개됐다. 1주일 동안 대통령께 쏟아진 질문은 1만6000여건이라고 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정된 국민들이 모인 이곳은 작은 대한민국이었다. 그들은 저마다의 상처와 아픔 또는 의문을 가지고 이곳을 찾았을 거다. 빅데이터가 정리한 국민들의 최다 질문은 일자리와 취업 등의 ‘경제’와 최근 커다란 이슈가 됐던 ‘검찰’, 그리고 외교 안보와 교육, 복지가 그 뒤를 잇고 있었다. 

지역과 나이, 성별을 고려해 선정됐다는 300면의 국민 패널(출처=KTV)
지역과 나이, 성별을 고려해 선정됐다는 300명의 국민 패널.(출처=KTV)


‘2019 국민과의 대화’의 첫 질문의 주인공은 스쿨존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김민식 군의 어머니 박초희 씨였다. 어린이가 안전한 나라를 위해 약속해 달라 울먹이는 목소리는 법안 처리가 되지 않는 현실을 향하고 있었다.

문 대통령은 “국회와 협력해서 빠르게 법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 스쿨존 횡단보도는 말할 것도 없고 스쿨존 전체에서 아이들의 안전이 보호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자체와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다문화가정 어머니의 고민이 이어졌다. “아들이 둘이다. 10년 후에 군대를 가게 될텐데, 무슬림 국가에서는 돼지고기를 먹지 못하게 돼 있다”면서 “아이들이 만일 군대에 갔을 때 차별을 당하지 않을까 그런 부분에서 부모로서 걱정이 돼서 질문을 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는 소수가 아니다. 한국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이 됐으니, 권리와 의무를 다해야 하고 차별이 없어야 한다. 차별이 없다는 것은 그저 동등한 것이 아닌, 각각 다른 조건에 맞게 갖춰주는 것이다. 그분들이 그에 맞는 식단을 할 수 있게끔 이뤄져야 평등이다. 관심을 가지고 노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현장에서 고등학교 1학년이라고 밝힌 한 남학생이 병역비리 문제가 적지 않은데, 자신이 군대에 가기 전 모병제 전환이 이뤄질 수 있는지 물었고, 순간 스튜디오와 TV 앞에선 모든 사람들이 입가에 웃음이 터졌다. 

문 대통령은 웃으며 “본인은 아마도 모병제 혜택을 못 볼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모병제 전환과 관련해 “아직은 현실적으로 실시할 만한 형편이 되지 않는다”며 “중장기적으로 설계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를 하기 위해 입장하는 모습(출처=KTV)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를 하기 위해 입장하는 모습.(출처=KTV)


온라인 국민 참여방의 질문도 빠뜨리지 않았다. “늘 공정과 정의를 말하는데, 조국 전 장관 사태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고 했으며, 이에 문 대통령은 “송구스럽다”고 답했다.

“특히 조국 전 장관의 문제는 제가 그 분을 장관으로 지명한 취지와는 상관없이 많은 국민들께 갈등을 주고 한 점에 대해서는 정말 송구스럽다. 다시 한 번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 임명에 대한 사과는 검찰 개혁 필요성으로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법·제도 개혁은 법무부가 하지만 검찰 조직문화를 바꾸고 수사관행을 바꾸는 것은 검찰이 스스로 하는 것”이라며 “검찰 개혁에 대해서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신뢰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검찰이 잘못했을 경우, 잘못을 물을만한 제도적 장치가 없다. 그래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처(공수처) 설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깊이 공감하는 바다.

첫 질문을 하고 있는 고 김민식 군의 어머니 박초희 씨(출처=KTV)
첫 질문을 하고 있는 고 김민식 군의 어머니 박초희 씨.(출처=KTV)


지소미아 문제 역시 우리 국민들에게 중요하게 인식되는 부분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소미아 종료 문제는 일본이 원인을 제공한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은 수출통제를 하면서 한국을 안보상으로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댔다. 안보상으로 신뢰할 수 없다면서 군사정보는 공유하자고 하면 모순되는 태도”라고 지적하며 재차 일본에 책임을 강조했다. 

모병제에 관한 질문에 웃음을 보이는 문 대통령과 사회자 배철수(출처=KTV)
모병제에 관한 질문에 웃음을 보이는 문 대통령과 사회자 배철수 씨.(출처=KTV)


문 대통령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데 주저하지 않았고, 어떤 부분에선 잘 해나가고 있다는 소신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주변국의 눈치를 보느라 해야할 말을 에둘러 전하지 않았고, 그 모습이 속 시원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잘못됐다 지적하는 평론가들도 있지만, 국민들은 우리의 대통령이 당당한 모습이길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은 마지막 발언으로 “임기 절반 동안 우리는 올바른 방향을 설정했다”고 했다. “후반기에는 더 확실하게 성과를 체감하고 옳은 방향으로 계속 노력해 나간다면 반드시 원하는 나라를 만들 수 있다는 확실한 믿음을 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임기 절반이 지났을 수도 임기 절반이 남았을 수도 있다. 저는 임기 절반이 남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청와대는 이날 시간 관계상 대통령이 답하지 못한 질문을 검토한 뒤 추후 답변키로 했다. 생방송은 예정시간을 17분 넘겨 종료됐고, 생방송을 마치며 나온 음악은 U2의 ‘원(One)’이었다. 독일 통일 과정을 지켜보며 쓴 곡으로 다양성과 세계적 연대를 기원하는 메시지가 담겼다.

국민과의 대화가 하루 지난 20일, 문재인 대통령은 운전자들이 스쿨존을 쉽게 인식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해 실행하라고 지시했다. 변화의 시작은 소통을 통해서 이뤄진다.

다문화 가정의 차별에 대해 답변하고 있는 문 대통령(출처=KTV)
다문화가정의 차별에 대해 답변하고 있는 문 대통령.(출처=KTV)


2019 국민과의 대화는 ‘국민이 묻는다’는 타이틀로 진행됐지만, 우리의 목소리는 사실 질문보다는 하소연에 가까웠는지 모른다. 그렇게 국민들은 진심을 다해 진실을 전했다.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정말 각본없는 대화를 본 것 같았다. 국민을 알기 위해 노력하고 때로는 공감하며 이해하려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정치는 신이 부여한 모든 고통에 대한 인간의 끝없는 답이다’라는 말이 있다. 대통령과의 대화를 통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의 2년 반은, 잘한 부분과 아쉬운 부분이 공존하고 있음을 국민들은 너무 잘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반이나 남은 임기의 문재인 대통령을, 국민의 진심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대통령의 행보를 조용히 지켜보려 한다.



박은영
정책기자단|박은영eypark1942@naver.com
때로는 가벼움이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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