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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가치를 도시 디자인으로 복원합니다”

도시 생태공간 만드는 ‘지랩’ 이상묵 대표

2017.12.05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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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지역 공동체를 파괴하는 무분별한 도시개발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수십 년간 함께 어울려 살던 사람들을 뿔뿔이 흩어지게 하는 기존 도시개발은 지양해야 한다. 도시재생으로 지역의 전통을 유지하는 지랩의 방식이 주목받는 이유다.

지랩 이상묵 대표.(사진=C영상미디어)
지랩 이상묵 대표.(사진=C영상미디어)

2011년 3월 세 명의 청년은 ‘제로에서 시작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간다’는 디자인 철학에 공감하고 공간 브랜드 창조그룹 제로플레이스 랩, ‘지랩(Z_lab)’을 창업했다. 성균관대 건축학과 선후배 사이인 지랩의 세 공동창업자는 기획과 마케팅을 담당하는 이상묵, 건축설계를 하는 노경록, 그래픽과 웹디자인을 맡은 박중현이다. 

11월 27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갤러리문에서 만난 이상묵 대표는 “지랩은 제로플레이스 랩의 줄임말로, 첫 프로젝트 ‘제로플레이스’에서 시작됐다”며 “A부터 Z, 0부터 무한대까지의 프로젝트를 하겠다는 마음에서 이름 붙였다”고 설명했다.

DDP 갤러리문은 ‘도시’를 주제로 ‘남겨진 장소, 새로운 가치’ 전시회를 진행 중이다. 지랩은 12월 3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회에서 지랩의 주요 작업들을 전시하고 있다. 이 대표는 자신들의 주요 작품을 소개하며 패기 넘치는 디자인 철학을 설명했다. 

지랩이 주목받는 것은 지역 공동체를 파괴하고 아파트를 올리는 기존의 재개발 방식이 아닌, 지역의 역사성과 개성을 살리는 도시재생  방식을 꾸준히 추구해왔기 때문이다. 꼭 남겨둬야 할 것은 그대로 두면서 지역의 가치를 디자인 관점에서 해석하는 것이다.

지랩은 기존에 있는 건물을 새롭게 재해석하는 작업을 추진해왔다. 이 대표는 “꼭 새롭게 만들어야 좋은 공간이 나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옛 건물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살리면서 그 위에 새로운 것을 더할 때 친숙하면서도 독특한 공간이 탄생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도시설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첫 직장이 큰 영향을 미쳤다. 창업 전 근무하던 회사에서 ‘북촌지구단위계획’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 대표는 “북촌은 조선시대 양반가의 주택지였다. 1930~1940년대에 도시형 한옥이 계속 들어서면서 지금의 한옥마을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며 “당시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으로 지역의 가치를 살리는 작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했다. 북촌 프로젝트 이후, 인사동과 돈화문, 성북동 등 지역 고유의 역사성을 살리는 도시설계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지역의 정신을 파괴하는 개발이 아닌 지역의 가치를 유지 발전시키는 개발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지랩의 젊은 생각은 지금까지 그들의 작품의 흐름을 보면 알 수 있다. 2013년 창신동에 위치한 폐가를 독채형 렌털하우스로 바꾼 ‘창신기지’는 도시재생 관점에서 접근한 작품이다. 이 대표는 “창신동은 땅값이 평당 5000만 원에 육박하지만 수익성은 없었다”며 “20평(66㎡) 정도의 대지에 한옥의 원형을 유지하면서 10평(33㎡)의 렌털하우스를 만들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요즈음은 에어비앤비(airbnb) 같은 숙박 공유 서비스가 인기다. 전 세계 어디나 똑같은 호텔에 식상한 고객들은 각 지역의 특색을 살린 숙박 공간을 선호한다. 지랩의 도시재생은 이러한 흐름을 제대로 읽은 시도였다.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갤러리문에서 전시 중인 ‘지랩’ 전시물. 도시재생 과정을 사진으로 보여준다.(사진=C영상미디어)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갤러리문에서 전시 중인 ‘지랩’ 전시물. 도시재생 과정을 사진으로 보여준다.(사진=C영상미디어)

지역 가치 유지하는 도시재생

서울시는 600년 조선의 수도 한성의 윤곽을 상징적으로 지닌 한양도성을 201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한양도성의 성곽에 대한 유산적 가치와 함께 주변 지역의 관리 역시 중요한 과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이화동 벽화마을이 주목받고 있다.

지역의 역사성을 읽는 건축 작업으로 한양도성 성곽 길과 맞닿아 있는 ‘이화루애’ 프로젝트도 이러한 차원에서 시작했다. 이 건물은 여덟 개의 쪽방이 들어서 있는 ‘담 없는 집’으로 존재했다. 지랩은 낡은 건물을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뮤직 숍, 파티 플레이스로 대여할 수 있는 오픈 키친, 숙박이 가능한 스테이 공간으로 변신시켰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대화를 나누면서 하룻밤을 보내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한양도성의 역사성을 살린 이화동 ‘이화루애’
한양도성의 역사성을 살린 이화동 ‘이화루애’.

‘이화루애’의 시도가 신선했던 것은 허름한 외벽을 그대로 남겨둔 것이다. 옹벽의 낙서까지 남아 있다. 이 대표는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바꾸느냐가 중요했다”며 “건축자들은 옹벽의 낙서까지 그대로 두는 것을 의아해했지만 한번 칠해버리면 그 겹겹의 시간은 절대 복원할 수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지역의 정서와 가치를 유지하는 도시재생은 최근 들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성냥갑 같은 똑같은 건축물에 답답해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중 가장 핫한 곳이 제주도다. 유명 연예인들이 이주하고 있고, 도시를 떠난 홀가분한 일상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특히 인기다.

2014년 9월 제주도에 문을 연 ‘눈먼고래’는 가장 제주도다운 건축물, 제주의 자연환경을 고민하면서 시작됐다. 오래된 제주 돌집의 원형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현대적 느낌을 살린 건축물이다. 눈먼고래라는 이름은 바다에 접해 있는 두 개의 돌집이 마치 육지에 부딪힌 고래와 같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육지에 부딪힌 고래 모양에서 착안한 제주도 ‘눈먼고래’
육지에 부딪힌 고래 모양에서 착안한 제주도 ‘눈먼고래’.

창신동 폐가를 독채형 렌털하우스로 바꾼 ‘창신기지’. ⓒ지랩
창신동 폐가를 독채형 렌털하우스로 바꾼 ‘창신기지’.(사진=지랩)

이 대표는 “제주는 태풍이 대단한데 의뢰 받은 돌집은 과거 100년의 시간을 버텨왔다”며 “바람과 대응한 둥그스름한 지붕과 돌담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가장 큰 원칙이었다”고 말했다.

지랩의 세 창업자들은 1980년대생이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시대의 경계선에서 자란 세대, 지금은 디지털 시대에 살지만 어린 시절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가 있는 젊은이들이다. 지역공동체가 함께 어울려 발전하는 도시재생은 아날로그 감성을 이해해야 가능하다. 성장 중심 시대에서 개개인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시대에 이들의 작업이 관심을 끄는 이유다.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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