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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밈없는 순수 청년들 그림, 인류 소통 창구 될 겁니다”

자폐성 장애 청년 5인과 전 세계 돌며 전시회 여는 안윤모 작가

2016.05.24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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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가 되고 싶어요.”

집 안이 세계의 전부였던 소년은 나비가 되어 창밖을 훨훨 날아다니고 싶었다. 청년이 된 소년은 자신의 바람을 담아 캔버스 위로 나비와 나뭇잎과 나무를 옮겨왔다. 뇌의 자람이 세 살에서 멈춰버린 또 다른 청년은 자신을 오리로 표현했다. 세숫대야 위를 떠다니고, 잠자리를 함께했던 그 시절의 친구, 유일한 기억. 스포츠를 좋아해 평소에도 모자를 벗는 일이 없는 청년은 축구공을, 만화를 즐겨보는 청년은 만화의 모습과 같으면서도 다른 자신만의 이야기를 붓질했다. 눈으로 보기 힘들 정도의 아주 작은 그림 수백 점을 그린 청년의 머릿속엔 작지만 무궁무진한 세계가 산다.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서 열리고 있는 ‘책, 그림으로 말하다’전은 자폐성 장애를 가진 다섯 청년의 작품으로 꾸며져 있다. 그 주인공인 조재현, 김세중, 이병찬, 김태영, 계인호 군은 1993~94년생 청년들로 모두 자폐성 1급 장애를 지닌 이들이다. 이 청년들을 도와 전시를 기획한 안윤모 작가는 “의사소통조차 쉽지 않은 이들이 이같이 자신의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은 엄청난 일”이라고 설명했다. 7년째 다섯 청년과 전국 각지, 세계 곳곳을 돌며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그는 “그림을 통해 자폐성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소통함으로써 차별 때문에 생기는 인류의 갈등이 모두 해결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안윤모 작가가 ‘책, 그림으로 말하다’전이 열리고 있는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서 카메라를 향해 웃음짓고 있다.
안윤모 작가가 ‘책, 그림으로 말하다’전이 열리고 있는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서 카메라를 향해 웃음짓고 있다.

캔버스 위에 생각 표현 자체만으로 작품 가치
소통 어려운 이들 작품 통해 소통하는 것이 목표

안 작가가 다섯 명의 청년을 만난 건 2010년. 인류 문제에 관심이 많던 그는 그들의 그림을 보고 519일간 7개 지역을 순회하는 전국 투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후 ‘월드 투어 프로젝트-나비가 되다’, ‘안윤모 맨투맨 프로젝트’, ‘종이컵 프로젝트’, ‘원맨쇼’ 등 청년들과 세상을 연결하는 작업을 7년째 쉼 없이 하고 있다. 그는 세상의 많은 장애 중 자폐증에 유독 관심을 갖게 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자폐증의 가장 큰 특징은 소통이 어렵다는 겁니다. 소통이 어려운 청년들이 그림을 통해 세상과 대화할 수 있다면 정말 멋지지 않을까요. 피부색이 달라서, 종교가 달라서, 가진 것의 많고 적음이 달라서 야기되는 인류의 모든 문제는 결국 차이를 인정하지 못하는 소통의 부재에서 출발합니다. 이 청년들의 이야기에 세상이 귀 기울이게 하는 것이 인류 문제를 해결하는 작지만 의미 있는 시작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게 예술가로서 인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기도 하죠.”

그러나 청년들과의 작업이 처음부터 쉬운 것은 아니었다. 안 작가의 의도를 전달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던 것. 청년들이 그림을 그리는 속도도 비장애인에 비해 현저히 느리고 집중하는 시간이 짧은 것도 한계다. 한 지역의 시청에서 열린 전시 행사에선 아나운서의 질문에 소리를 지르고 뛰어다녀 진땀을 빼야 했던 기억도 있다.

그때 이들의 소통 창구가 되어준 건 청년들의 어머니들이었다. 직접 만나지 않는 날에도 어머니들은 청년들의 그림을 사진으로 찍어 안 작가에게 보내고 안 작가는 다듬어야 할 부분이나 참고할 만한 그림 등을 알려준다. 청년들이 집중하지 못하거나 고집을 부릴 때는 마음이 아파도 단호하게 말하려 한다. 통제가 어렵더라도 전국 어디든 그들의 손을 잡고 떠나다니기를 몇 년. 소란을 피우거나 집중하지 못했던 모습은 자연스레 사라졌다. 이젠 월드 투어에도 함께 다닐 수 있을 정도다. 인터뷰도 곧잘 해내고 사람들의 반응을 재미있어한다. 작품 활동을 즐기고 있다는 증거다.

안 작가와 청년들은 7년째 매달 한 차례씩 모여 그림 수업을 하고 있다. 안 작가가 가장 중시하는 건 청년들이 자신만의 콘셉트를 갖는 거다. ‘장애 작가’가 아닌 그저 작가로서 당당히 그림을 내걸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자연, 만화, 오리, 공, 우주 등 한 가지 주제로 그려진 청년들의 작품엔 어느새 화풍이 느껴지고, 또한 한 인간의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듯하다. 안 작가는 이제는 기술적인 부분을 조언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청년들의 작품은 일반 작가들의 것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이들은 오직 자신만의 경험과 생각으로 그림을 그리죠. 확실히 자기 생각이 강해요. 세상엔 작가의 생각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솔직하지 못한 그림도 많거든요. 그림은 기술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생각이 중요한데 기교를 부리지 않은 청년들의 그림은 무척이나 솔직한 거죠. 이들의 작품이 존재만으로 가치 있는 이유예요.”

청년 각자가 그림을 통해 소통을 넘어 홀로서기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안 작가의 또 다른 목표다. 다섯 명의 개인전을 마련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올해 안에 청년들 모두 개인전을 계획하고 있다.

2014년 벨기에 브뤼셀 보자르아트센터에서 연 ‘월드 투어 - 나비가 되다’ 전시.
2014년 벨기에 브뤼셀 보자르아트센터에서 연 ‘월드 투어 - 나비가 되다’ 전시.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 전시 중인 김태영 군의 작품 ‘여행’.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 전시 중인 김태영 군의 작품 ‘여행’.

전 세계 자폐인 작품 모아 유엔본부서 전시
작은 움직임 10년간 지속해 ‘나비 효과’ 만들 것

2013년부터 시작한 월드 투어는 10년짜리 장기 프로젝트다. ‘나비가 되다’라는 주제로 각 나라의 자폐증 장애인들이 만든 나비 모양의 작품을 모아 전시한다. 벨기에 브뤼셀의 보자르아트센터와 유엔 레지던스 팰리스, 뉴욕 현대미술관(MoMA), 퀸즈뮤지엄 등 세계의 중심에서부터 인도네시아, 에티오피아 등 제3세계까지 무대를 가리지 않았다. 안 작가는 그중에서도 최근 자폐아 출산율이 크게 늘고 있는 미국의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반응이 뜨거웠다고 말했다.

“자폐아를 둔 어머니가 제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더군요. 이런 전시를 마련해줘서 고맙다고. 미국과 같은 선진국은 약자를 도우려는 움직임이 강해 전시의 파장이 컸습니다. 반대로 인권 인식이 낮은 제3세계에서의 전시는 또 다른 측면에서 의미가 있죠. 저는 다섯 청년들의 어머니와 함께 우리가 받은 관심을 되돌려주는 의미에서 에티오피아에 미술용품을 후원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작은 움직임이 나비 효과처럼 전 세계로 퍼져나가 자폐증을 알리고 세상의 편견과 차별을 없앨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안 작가는 올해 4월 2일 유엔이 정한 자폐증 인식의 날을 기념해 인도네시아에서 펼친 월드 투어 전시 작품을 우리나라에 옮겨 선보인다. 전시는 7월 20일부터 9월 13일까지 광화문 신한은행 갤러리에서 열린다.

안윤모 작가와 자폐성 장애 청년들이 함께하는 전시 일정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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